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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15장. 너와 나의 거리[2]
작성일 : 17-07-31 22:03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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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알렌은 그런 미자를 진한 황금빛 눈동자로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관찰하기라도 하듯 미자의 손짓, 떨림, 그리고 숨소리 하나까지 그의 두 눈이 하나하나 파악하려 했다. 그날 이후로 불안정 하던 여인이다.

 

 “........”

 

 그녀의 곧 번져버릴 듯 흩어지는 붉은 눈동자에 머무는 것은, 어깨를 떨구고 앉아있는 여린 여자였다. 알렌은 미자의 눈동자 속에 숨어있는 숨죽이며 떨고 있는 여린 여자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내가 어찌해야 할까요? 그렇게 떨고 있는데...

 

 “안 물어봐요?”

 “......”

 

 미자는 분명 은오와의 일을 다 봤을 텐데 한마디도 묻지 않는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물어보지 않을까? 왜?

 

 “왜... 안 물어 봐요?

 “난 언제나.... 미자를 존중해 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거고요.... 미자의 선택역시 존중할 겁니다.”

 “.........”

 

 뭐라는 거야? 이게 말이야, 방구야? 그럼 내가 그 남자에게 간다고 해도 날 존중해서 날... 날 놔 줄 거라는 말이야? 날 붙잡지 않겠다는 거야? 뭐야, 이거?

 

 “우리 그만 갑시다. 어두워지고 있어요.”

 

 미자는 너무도 태평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알렌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지는 듯 한 허무함. 미자의 마음은 더욱 더 가라앉고 있었다. 난... 뭐지?

 넋이 나간 태도로 천천히 걷는 미자의 걸음에 맞춰 걸음을 내 딛던 알렌이 미자의 표정을 슬쩍 살피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

 

 존중? 내 의사를 존중한다? ....근데 난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내 의사를 존중해준다잖아.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 아무렇지 않은 듯 존중한다잖아.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나길 기다렸다는 듯 존중한다잖아. 이런 일이 일어나서... 마치, 헤어지길 그런 날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존, 중, 한다잖아?

 

 “........”

 

 미자의 머리와 심장이 미친 듯이 벌렁거리고 있었다.

 

 “존. 중.”

 

 갑자기 차가운 표정으로 냉정하게 말하는 미자를 보며 알렌은 약간 긴장했다. 그러나 미자가 알렌과 눈도 맞추지 않은 채, 간다고 했을 때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갈께요.”

 “.... 그래요. 조심히 들어가요.”

 

 미자의 걸음걸음마다 충격이 뼈마디에 사무쳐 간다.

 

 “존중이라.... 간다는데 잡지도 안고, 잘 가 라고?”

 

 슬슬... 점점...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을 연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래 제대로 된 진도도 나가지 못하고 미적미적한 관계. 생각해 보니, 유채 언덕에서 만나는 일 빼고는 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다. 그의 이름. 진짜일까?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친구? 집? 무엇하나 아는 것이 없어. 물론 그 역시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알려준 것이 없다. 알려줄 것도 없고.... 잊혀진... 자라서?

 이런 우리는 무슨 사이일까? 우리가 연인 사이인 걸까? 아니면 다만, 나만의 착각이었나? 그래, 정확히 연인 이라고 서로 말이 오간 것은 아니지만... 그저 은연중에 연인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더랬다.

 그럼... 그럼 그는 나를 왜 만나고 있는 것일까? 왜?

 미자는 충격으로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휘청이는 다리가 더 이상 버텨주려 하지 않았다.

 

 “어서...”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걸음이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하아...”

 

 몸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힘드니 덩달아 몸도 같이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우습지 않은가?

 

 “하아...”

 

 힘겨움에 슬픔이 겹쳐왔다. 위태로움에 갈망이 겹쳐오고, 아픔에 분노가 겹쳐온다. 그 모든 무게에 미자는 몸뚱이가 으스러져 나갈 것만 같다.

 광기에 사로잡힌 눈빛이지만, 침울한 안색의 그녀가 한참을 걸어가던 그 길에서 머뭇거리며 멈춰 섰다.

 

 “하아...”

 

 등산이라도 하고 있는 양, 숨이 차오른다.

 미자는 어둠이 숨어든 듯 어둑해져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치 자신을 보는 듯해 실소를 머금고 만다. 그리고 그런 웃음조차 내비치는 자신이 어처구니없어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하아...”

 

 결국 또 다시 길바닥에 주저앉으며, 미자는 들끓고 있는 마음을 추스르려 애쓰고 있다.

 

 “이게 뭐하는 짓이니...”

 

 미자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가만히 바닥에 자리한 두 손을 꽈악 움켜쥐었다. 손아귀 사이로 흙바닥의 작은 돌과 모래가 껴 들어온다. 마치, 미자의 마음처럼 거칠하게 제 멋 대로다.

 

 “하아...”

 

 미자는 피곤함과 갈망에 흙투성이 손으로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문지르고 말았다.

 

 “앗!”

 

 멍청한 짓은 혼자 다 하는구나. 미자는 손아귀에 뭍을 흙을 바라보며 또 다시 깊게 한숨을 내 쉰다. 얼굴이 쓰라려 온다.

 

 “하아...”

 

 이게 무슨 일일까? 얼마 전까지는 너무나도 평온한 하루, 그리고 그런 하루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 혼자 설레발 치고 마음 아프고, 상심하는 그런 하루인 것이다.

 

 “알...렌...”

 

 미자는 알렌의 달콤한 황금 눈망울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새벽처럼 시린 빛을 내는 짙은 남색 눈동자의 사내 은오도 기억해 냈다. 시린 남색의 눈동자가 두 눈을 깜빡이며, 미자를 홀리듯 휘어지면서 눈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경쟁이라도 하듯 입안을 쩍쩍 벌리게 만들 정도로 달디 단 꿀처럼, 단내를 풀풀 풍기는 금빛 눈동자가 번쩍 빛을 낸다.

 

 “큭... 큭큭... 아...아하하...하하하.”

 

 모처럼 아주 우스웠다. 너무 우스워서 웃음이 난다. 어처구니없어서 짜증이 나고, 한심해서 눈물이 나온다. 그리고 처량해서 어디로든 숨어들고 싶었다.

 

 “으흐흑... 아...아하하!”

 

 눈물을 주루룩 흘리면서 울고, 웃는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처음 보는 사내를 보며 가슴 두근거리고, 내 것이다 생각했던 남자에게 등 돌리려 했다. 그런 주제에 내 것인 줄 알았던 남자가....

 

 “으...으으....흐흑!”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화가 났다.

 

 “우욱! 으...으우욱!”

 

 미자의 짓눌린 울음이 짓 이겨지고 있다.

 

 “우우욱!”

 

 숨죽인 오열이 계속되고 미자는 바닥에 엎드려 울다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리고 그치지 않는 울음으로 얼룩을 만들어 가며 혼자 있을 수 있는 곳, 사방이 막혀 불안하게 안정되는 곳,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미자....”

 

 돌아가는 미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의 금빛 눈동자가 불안으로 떨려온다. 이대로 돌려보내도 되는 것일까? 얼른 달려가 저 작은 어깨를 꽈악 감싸 안아 주고 싶다.

 

 “미자....”

 

 알렌은 점점 어둠으로 짙어져 가는 하늘을 바라본다. 정말이지 마치, 무언가가 숨어들은 것만 같은 하늘이다. 알렌은 다시 미자가 가던 길가를 바라본다. 어느 사이엔가 알렌의 시야에서 사라진 그녀의 빈자리를 그는 굳게 다문 입술로 참아내고 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개를 들어 다시 바라본 하늘이 칠흑의 빛을 뿜어내며 점점 짙어져 가고 있다.

 

 “.......”

 

 얼마나 걸었을까? 미자의 집으로 가는 길 중간쯤이다. 여기까지 묵묵히 걸어 왔지만, 또다시 다리가 풀려오고 있다. 미자는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바라보다 가만히, 바닥에 구르는 돌을 발로 툭툭 차 본다. 그리고 안쓰럽게도 땅바닥에 구르는 돌과 자신을 비교하고 있다.

 

 “내가... 이 만큼이야....?”

 

 가만히 돌멩이를 발로 밟고 비벼본다.

 

 “이게... 난가?”

 

 미자는 지금 돌멩이만큼의 자존감으로 자신을 한 없이 지르밟고 있었다. 잊혀 진 자라 언젠가는 사라진다한다. 거기다 믿고 사랑하는 사이라 생각했던 이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듯 하다. 그렇게 미자는 정신이 빠져 버리는 것 같아 휘청이고 있었다.

 

 “제 정신으론 살기 힘든 세상이라더니....”

 

 어디든, 정신 하나를 내 놓고 살아야 버티고 살 수 있는 세상이라 그랬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응?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이렇게 때때로 기억나지 않는 지식이 점점이 떠오른다. 잊혀 진 자... 미자는 잊혀 진 자신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옛 기억 속 자신에게 묻고 싶다.

 

 “잊혀 진 자라더니 옛 기억은 어디다 뒀어? 넌! ....대체 뭐니?”

 

 미자가 다시금 돌멩이를 툭툭 차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전방을 주시했다.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

 

 키득키득. 누군가가 웃고 있다. 키득키득. 누구들이 웃고 있다.

 

 “.......”

 

 미자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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