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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19화 황제의 새 여인
작성일 : 17-07-31 21:33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5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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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실 가까이 자신의 거처에서 환관 조고는 하얀 면 수건을 들고 난잎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 황궁행사도 계획했던 대로 잘 끝났고 곧 다가올 황제의 순행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환관 조고는 지난 날 청부인의 집에서 황제와 기련이 정원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던 장면을 떠올렸다.

 

 “한 폭의 그림이더군. 역시. 내 심미안은 정확해.”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남은 한 가지는 황제의 순행 전에 장파형의 여식을 황후의 자리에 책봉하는 것이었다.

 

 “황후라.. 황후는 국가의 대사인데, 황후까지는 무리한 것이 아닌가. 황제께서 이제와서 황후 자리를 선뜻 내어 주라 하실 리도 만무하고. 그냥 황비의 자리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우선은 합방부터 치르게 해서 장파형 그 자의 입부터 막아야겠지.”

 

 환관 조고는 장파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욕망으로 득시글거리는 그 얼굴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기어이 딸자식을 앞세우는 비정함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신분상승의 유일한 방법일 경우에는 비정하다 탓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여자로 태어나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권력은 황제의 여인이 아닌가. 하물며 황비라는 권력을 마다할 여자가 이 진나라 땅에 어디 있겠는가. 아마 세상 천지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장파형이 딸자식을 황제의 여인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어쩌면 딸을 가진 모든 아버지가 꾸는 꿈일 것이다. 다만 욕망이 과한 자들이야말로 가장 다루기 쉽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환관 조고에게는 장파형이 그저 만만했을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많고 많은 황비의 숫자를 하나 더 늘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태자들도 이미 많은데 이제 와서 황손을 더 생산해야할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진시황제는 그 어떤 태자에게든 황위를 물려주는 일 같은 것은 생각 조차 하기 싫어했다. 그저 오래오래 가능하면 영원토록 황제의 자리에 앉아 있고 싶어 하는 이가 진시황제였다.

 

 그럼에도 환관 조고가 장파형의 여식을 황제의 눈에 들게 하기 위해 애를 썼던 이유는 우선은 황제의 고단한 심신을 달래줄 젊은 여인의 살갗이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권유를 해도 황제는 더 이상 황비들을 찾지 않았다. 원래부터 정이 없기도 했지만 지금의 황비들은 그때그때 황제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회용들이었다. 용케도 황손을 몸안에 잉태해 황비라는 이름으로 남은 여생을 걱정없이 편안히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일회용이라고 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사실 이것이 환관 조고에는 더 큰 이유였는데, 그것은 청부인을 황제에게서 떼어놓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보살핌이 있기는 했다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크게 성공을 해 진나라 제일의 사업가가 되었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지 황제의 사랑까지 독차지 하다니. 과부 주제에. 생각할 수록 제 분수를 모르는 여인이다. 황제는 청부인의 어디가 마음에 들어 그 인연을 내치지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몇가지 이유로 환관 조고의 마음에 딱 들어맞는 후보가 장파형의 딸, 장기련이었던 것이다. 청부인이 자신의 단사목걸이를 선물로 걸어줄 만큼 아끼는 아이. 게다가 빼어난 미모에 광물과 약초에 혜안이 깊다. 무엇보다 장기련의 집안이 권문세족이 아니어서 단촐하니 마음에 딱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청부인이 황제와 장기련이라는 아이를 이어준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성 싶다.

 

 환관 조고는 황실로 들어가 황제께 순행 준비와 대건축 공사 진행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보고했다. 보고가 끝나고도 환관 조고가 물러가지 않자 황제가 물었다.

 

 “더 고할 말이 남았으면 어서 말을 하시오”

 “예 폐하. 다음이 아니옵고 지하궁전과 병마용 건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으니 건축에 참여하는 장인들에게 포상을 내려 노고를 치하하시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포상이라. 좋은 생각이구려. 곡식과 비단을 내리라 명하시오.”

 “망극하나이다 폐하.”

 “그리고 또, 무엇이오?”

 “지하궁전이 실로 아름답고 웅장하게 단장되고 있나이다. 지하궁전의 총책임자에게 마지막으로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힘을 부여해 주시는 것이 어떻겠나이까.”

 “지하궁전의 총책임자라... 환관이 그와 아는 사이인가?”

 “제게 개인적인 관계가 있을 리 있겠습니까.”

 “하긴, 환관의 선조는 조나라 사람이고 혈혈단신으로 진나라로 넘어왔다고 했으니.”

 

 황제는 환관조고에게 이유를 물으려던 찰나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장기련, 그 아이가 지하궁전 총책임자의 여식이라 했소?”

 “예, 그러하옵니다.”

 

 황제는 며칠 전 청부인의 정원에서 수국 너머로 보았던 장기련의 청초한 모습을 떠올렸다. 순간 황제는 그 모습이 아련하게 되살아났다.

 

 “근래에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었소.”

 

 황제는 자기를 아느냐고 되묻던 기련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참으로 재미있는 아이지 뭐요.”

 “그 여인을 생각하시면 웃음이 나시는가 봅니다.”

 “그러게 말이요. 간혹 웃고 싶을 때 생각을 해야겠소.”

 “폐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황제께서 늘 곁에 두고 보시면 되지 않사옵니까.”

 

 황제는 환관 조고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면 되겠구려.”

 “순행 떠나시기 전에 자리를 마련하겠나이다.”

 “말을 하고나니 지금 곧 보고싶구려. 내일 황실 정원으로 들이라 이르시오.”

 “분부 받잡겠나이다.”

 

 환관 조고는 황실에서 물러 나와 궁인을 불러 장파형에게 전갈을 보냈다. 환관 조고는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내일 낮 딸 기련과 함께 황궁으로 들라는 환관 조고의 전갈을 받은 장파형은 뛸 듯이 매우 기뻐하며 집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이제야 도착했구나. 기련아 내 딸 기련아. 이제 너는 진나라 제일의 여인이 되는 일만 남았구나.”

 

 ***

 

 카이는 청부인을 찾아 갔다. 카이는 청부인에게 기련과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다.

 

 “그대가 어인 일로 나를 찾으시오.”

 “청부인께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어 찾아 왔습니다.”

 “부탁이라니. 말씀을 해 보시지요.”

 

 카이는 요 며칠 전부터 기련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청부인에게 아뢰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부인이 선뜻 카이의 부탁을 들어주기엔 어려운 문제였다.

 

 “글쎄요. 안타까운 마음이야 잘 알겠지만, 딸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에 관한 것인지라, 내가 아무리 기련을 아낀다고는 하나 부모의 마음에 대적할 수는 없지 않겠소.”

 “그것 만이라면 제가 왜 청부인을 찾아 왔겠습니까. 어떻게 하든 제가 직접 헤쳐나가야 할 일인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그러면 왜 나를 찾아온 게요?”

 “청부인, 외람되오나 기련의 아버지는 기련을 황후의 자리에 오르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청부인은 몹시 놀랐으나 단호하게 말했다.

 

 “말을 가려 하시오. 아무리 진나라의 물정을 모르는 서역의 장인이라 하나 해도 되는 말과 해서는 아니 될 말이 있습니다. 황후라는 것이 그렇게 아무나 꿈꾼다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카이는 자신의 기대와 다른 청부인의 반응이 실망스러웠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예. 그러하겠지요. 그러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과연 장파형 어르신 혼자서 그런 과대망상을 꿈꿀 수 있겠습니까? 아니지 않겠습니까. 필시 누군가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는 이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누가 그렇다는 겁니까. 무엇을 보기라도 한 것입니까?”

 

 청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뭐지요?”

 “만약 황제께서 그런 의중을 보이셨다면요?”

 

 청부인의 표정이 순간 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러나 청부인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만하세요. 함부로 황제폐하를 언급하다니요.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추측하지 마세요. 불경스럽고 위험한 언사입니다.”

 “청부인, 저는 지금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인을 잃게 될 것만 같아 너무 두렵습니다.”

 

 청부인은 카이가 애처로웠다. 카이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모습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진정하세요. 우선 자세히 알아봅시다. 내가 황궁의 사정을 알아보고 알려 줄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구요. 그럼 기련이는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기련이를 불러 자세히 물어 봅시다. 내일 낮에 다시 오세요. 이곳에서 기련이를 만나도록 하세요.”

 

 카이는 그래도 청부인의 집에서 기련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카이에게 청부인이 물었다.

 

 “혹시라도 기련이가 원한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련이가 황제의 여인이 되기를 원한다면 포기하겠냐고 묻는 것입니다.”

 

 깜짝 놀란 카이는 이내 고개를 세차게 여러번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병사용 현장으로 저를 찾아 왔을 때 분명히 우리는 한 마음이었습니다. 저도, 기련님도 같은 마음이었단 말입니다. 이것만은 분명 합니다.”

 “그 마음을 의심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 마음입니다. 그리고 황제의 여인이라는 자리는 아주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마지막 말씀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카이는 청부인 집을 나섰다. 카이는 혼란스러웠다. 누구보다 황제를 아끼고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던 청부인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과부이자 무녀인 자신의 처지 때문에 너무 빨리 포기라는 것을 해버린 것인가. 카이는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는 청부인의 태도마저도 원망스러운 기분이었다.

 

 카이가 돌아간 후 청부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카이 앞에서야 침착한 것처럼 보였지만 청부인의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청부인은 내내 부정하고 싶었던 자신의 육감을 원망했고 기련에게 단사 목걸이를 걸어준 자신의 손을 찍어버리고 싶었다.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 사내의 마음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물며 천하를 다 가진 황제가 아니던가. 천하 최고의 지존인 황제의 사랑을 언제까지 독차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자신에게 묻고 또 물으며 지내온 세월이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것이 사내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이기적이고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다. 청부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밤새도록 청부인은 자신의 집 정원에서 마주 서있던 황제와 기련의 모습을 지워내지 못했다.

 

 그날 밤, 청부인은 카이를 닮은 한 서역 사내를 만났다. 꿈인지 꿈이 아닌 생시인지 모를 일이었다. 카이를 처음 만났던 날, 카이의 얼굴에서 보았던 또 다른 얼굴, 바로 그 사내였다.

 

 “카이를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들을 구해주십시오.”

 

 사내는 간곡한 부탁의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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