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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18
작성일 : 17-07-31 21:17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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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말하지 않아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 논의를 하다 온 것인가. 그렇게까지 그들이 너를 몰아 세웠다는 것인가. 말은 바로 하자. 내가 저지른 일 아닌가? 나는, 이 무리들은 그녀가 없어도 상관 없다는 것인가. 그녀가 귀한 것은 그녀 자체 때문만이 아니란 것은 이제 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사람이니까. 그녀가 가진 도미나의 상징성이 위태롭게나마 그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이었고 지금까지 견디며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다. 상대에 비해 우린 너무 가진 것도 없고 힘조차 없다. 아직은 새로운 예언의 그녀가 누군지 조차 알지 못하는데 너무 성급하다. 아니, 벌써 그녀를 찾아 내기라도 했단 말인가.

 

 "벌써 그녀를 찾아 낸 거야?"

 

 "아니, 그건 아니야."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왜 네가 가게되어 버린 거야? 아직 널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왜 굳이 가려는 거야? 너도 알잖아. 아스타르테가 새로운 후계자를 지명할 때까진 넌 살아있어야 해. 여기 안전하게 있어야만 해. 그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야. 그래서 엔릴이든 뭐든 일단 겉으로는 널 그냥 내버려 뒀던 거고. 이 전쟁은 반드시 일어나. 평화협정?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 그들을 믿어? 그럴 수 있었더라면 진작에 이런 사태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나도 이런 꼴이 되지 않았을 테고.

 

 "어차피 일어나야만 하는 전쟁 지금이나 나중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인데, 혹시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는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조금은 약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곤 나를 약이라도 먹은 사람이라도 보는 듯 쳐다본다. 그리곤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던 나의 손을 쳐내버렸다.

 

  "아니야."

 

  그녀가 손아귀로 나의 얼굴을 움켜쥐고 그녀의 시선 아래로 무릎을 꿇렸다. 나는 저항할 수 없는 그녀의 물리적인 힘에 맥없이 넘어지고 말았다. 순간 궁금해졌다. 네가 나와 함께 있었을 때의 넌 어떤 아이었는지.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그녀에게 물을 때가 아님을 안다. 그리고 어쩌면 영영 알지 못하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누가 너에게 어떤 말을 했는진 내 모르겠다만, 네 주제를 알고 설치도록 해. 네가 여기에 있을 수 있던 건 그날의 오판이었고, 너를 내 욕심으로 데리고 왔으니 내 힘이 닿는 한 책임질 수 밖에. 그 뿐이야. 네가 무슨 오해를 해 한 순간에 날 그리 끈적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는지 관심 없으나 내 곁에 그래도 있을 거면 얌전히 짖도록 해. 너의 잘못은 곧 나의 실수니까."

 

  그녀가 행여 자신의 옷자락이 더러운 내게 닿기라도 할까 질색하며 나를 내려다 본다. 어떻게 대꾸하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에덴으로 향한다 했다. 나는 그들의 원류적인 뿌리에서 갈라져 나오지 않은, 그저 억지로 접목시켜진 무리 안의 이방인이었으나 그렇다고 나 스스로 떨어져 나가기에는 이 세상 밖에는 나를 뜯어 먹으려고 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에덴, 그들이 언젠가 돌아가야 할 연어의 강이자 나락으로 추락해버린 원흉. 그런데 그녀는 우리의 동행 하나 없이 그곳에 가고자 한다. 그들의 제안에 조건 없이 응하고자 한다. 제정신인가. 그런 곳에 아무것도 없이 혼자 가다간.

 

 "루갈이나 엔투는?"

 

  밖으로 나가려던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듯한 말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살짝 돌려 어깨너머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곤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다시 미끄러지듯 환한 불빛을 향하여 나아간다. 그녀는 끝까지 내 눈을 마주치진 않았다. 그 둘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무렴. 엔투는 그렇다 하여도 루갈만큼은 그녀를 위해 세상 그 무슨 짓이든 다 할 것 같으니 제 발로 혼자서 나락으로 떨어지겠다는 에리얼을 그대로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그녀를 곤란하게 한 나도 가만두진 않겠지만. 아무렴 그는 처음부터 날 싫어했다.

 

 "루갈은 어디에 있어? 엔투는 아무 말도 안 해?"

 

 "너는 나를 생각보다 착한 사람으로 잘 못 알고 있구나"

 

  다른 의미로 그녀는 꽤나 알기 쉬운 사람이었다. 그녀가 발끝까지 내려오는 검붉은 로브의 후드를 뒤집어 썼다. 더 이상 내 말은 듣기 싫다는 것이다. 그리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녀가 나를 뒤로하며 나가버린다. 나 혼자 주저 앉은 것도 그렇다고 무릎을 꿇은 것도 아닌 이상한 자세로 혼자 남겨두고서. 도저히 모르겠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일단은 그녀를 쫓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가자마자 엔릴이 나를 가두어두었던 감옥의 문이 스스로 닫히더니 가루처럼 허공에서 분쇄되어 사라졌다. 산 위에 올라 서서 산을 부수고 그 위에 반짝이는 여명을 집어 삼키고자 하는 거대한 뱀과 암소 그리고 비둘기가 얽히고 설킨 부조가 새겨진 낡은 나무문이 꽤나 인상적이었었는데.

 

  그 때 누군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내 어깨를 부딪치고 분주히 뛰어갔다. 그녀는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뛰어가던 그는 방해된다는 듯 눈을 흘겨 나를 보더니 차마 싫은 내색은 하지 못하였다. 어찌되었든 난 그들의 새 예언자였고, 그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도미나의 아도니스이자 아티스이며 바알이었다. 아직까지는. 대타인건 엔투와 루갈, 나 그리고 그녀만이 알고 있겠지만. 언젠가 에리얼에게 나는 누구를 위한 대타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역시 그녀는 내 물음에 대답해주지 않았고 나도 그 이후로 계기가 없었을 뿐더러 굳이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대답해주지 않는 건 더 이상 캐내지 말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그녀와 나의 규칙. 그리고 그 정도는 남들에게 물어선 안 된다는 것은 그녀가 내게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짐작 할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무슨 예식이라도 준비하고 있던 모양이다. 홀 가운데에 나 혼자만 우두커니 서 바삐 움직이는 이들의 동선만 방해하고 있었다. 난 그들 중 아무를 불러 세웠다.

 

 "저기, 무슨 일이지?"

 

  그러자 붉은 장미 꽃 한 송이를 넣은 하이얀 꽃병을 들고 있던 그는 조금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곧 회담에 대한 발표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환님께서도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모든 장로와 주요 인사 분들께서는 이미 자리에 착석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빠르기도 하지.

  그녀는 벌써 그녀의 무리들과의 마무리 지은 결론을 공표할 작정인가 보다. 이런 중대사를 그 하얀 무리들에게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몇 날 며칠 좀 더 고민해봐야 하는 건 아닌가 싶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명백하지 않을 뿐더러 들어줄 일이 만무하니 그들의 사정은 잘 이해한다만 너무 날치기 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엔릴이다. 그 배후에 엔릴과 네이트가 있다. 그녀를 몰아낼 아주 좋은 명분이다. 그녀의 정신적 지주이자 스승 그리고 원래 도미나가 되었어야 할 네이트가 주도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주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아스타르테를 존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에리얼을 위협하는 엔릴을 저지하진 않는다. 기득권을 향한 내부자들의 탐욕이야 말로 하나뿐인 그녀를 에덴으로 몰아세우며 간신히 얻은 우리의 시간을, 때를 낭비한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내게로부터 떨어지려는 그를 다시금 붙잡아 세워 물었다.

 

 "혹시 루갈이 어디에 있는지 아나?"

 

  그가 더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태생이 천박한 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뿐더러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나와 그의 위치는 저 이가 드러낸 표정에 해답이 있다. 익히 들어선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에 대해 노골적으로 하대를 하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렇다면 예식은 언제 시작하지?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너희들의 도미나는?"

 

 "예식은 달이 성전 위로 지나갈 때 시작할 것이며 도미나께서는 늘 계시던 곳에 계십니다."

 

  그는 나를 밀쳐버리고 더 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듯 달아나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흐름이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은 것인가?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가. 설사 그녀가 원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이토록 비굴했단 말인가. 그 동안 무엇을 위해 그들은, 우리는 살아남았는가. 환멸감을 느낀다. 그녀에게 정통성이 없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아직 어린 내 머리로는 이들이 움직이는 세계관을 이해할 수 없다. 어쨌거나 그녀는 그들이 작위적으로 만든 기준에서 어떠한 자질도 충족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신이 뽑은, 현재까지 유일한 도미나가 아니던가. 비록 내가 새 도미나를 예언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당장이 될 지 영겁의 시간이 흐른 후가 될진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니던가?

 

  나의 두 번째 삶이 시작 한 후.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쓸모가 없다. 그녀가 내게 무언가 특별함을 부여하지 않았더라면 모두가 나의 쓸모 없음을 눈치채 에덴으로 향할 적 발 디딤으로 던져 놓았겠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가. 이 미로 같은 성전 안에서 내가 도움 없이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다행히도 에리얼 집무실. 예식 바로 직전이라면 그녀가 모두를 위해 아름답게 치장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곁엔 필히 엔투가 함께 있을 것이라지.

 

  우리들의 성전 톨로이 중앙 홀에서 다섯 장의 꽃잎으로 수 놓아진,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카펫을 따라 밟으며 그녀의 집무실로 향했다. 원형 돔으로 둘러 쌓인 천장을 투명해서 온갖 천문을 이 곳으로 끌어들인 듯 하며 인위적인 육각형 별 그림은 은하수를 이룬 듯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장미향이 코를 찌른다.

 

 "에리얼!"

 

  그녀의 집무실에 다다르고 허락도 없이 나는 문을 젖혀 얼었다. 그곳엔 루갈은 보이진 않았지만 예상대로 엔투는 보였다. 엔투는 색이 짙고 얇은 실크 천으로 머리카락 한 올도 빠짐 없이 머리카락을 가리고 가히 정숙하다 여길 만큼이나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상복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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