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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16
작성일 : 17-07-31 21:06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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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처음부터 여기서 날 진심으로 여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를 존경하며 추대하던 이들, 마지못해 고개 숙이던 이들, 그리고 그녀를 애초부터 어떤 발악을 하던 못마땅하게 여긴 이들. 나의 환의에 찬 폭로에 어느 이는 회심에 찬 노래를 부를 것이며, 다른 이들은 내가 느꼈었던, 단단한 유리 같은 믿음이 파편이 되어 찌를 것이다. 이것이 너희의 사랑하고 또 혐오해 마지 않던 에리얼의 민 낯이다. 눈 앞에서 그녀의 상처 받은 듯한 얼굴이 아른거린다. 씁쓸한 환희가 가슴 속에서 퍼진다. 드디어 내가 해냈다. 내가 던진 불화의 사과가 어떤 파란을 몰고 올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나는 비로소 이곳을 당장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다. 아니, 난 반드시 떠날 것이다. 나를 이곳에 억지로 붙잡고 있는 그녀가 도미나 자리에서 내쳐진다면 나도 그녀의 마수로부터 자유로워지겠지. 그리고 첫날을 제외하고 나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으니 그 가히 예언의 능력이라는 것도 의심스럽다. 어쩌다가 운이나 환경적 조건이 우연히 맞아 떨어져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에리얼을 내친 그들이 내 예언의 능력을 탐나 한다면, 그녀가 (아마도) 봉인한 내 기억을 되살려 주고 돌려보내준다는 조건으로 거래를 할 것이다. 그녀는 나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좌우간 침몰하는 배에 있을 이유가 없다.

 

 "당신이, 당신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거세게 닫힌 문소리와 요란하게도 빈 복도에 메아리를 치며 루갈이 내게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날 패 버리던, 어딘가에 가둬버리던 네 마음대로 해라. 엔투마저 내 어깨를 밀치며 회장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상관 없다. 그가 득달같이 달려들자 나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는다. 그러나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내 옷자락을 쥐며 바닥에 주저 앉듯 스러졌다. 그리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반복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도미나가 당신에게 어떻게 대해주셨는데!"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에리얼이 내게 어떻게 대해줬냐고? 그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나는 그의 멱살을 잡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차마 내가 알고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너와 네 도미나의 비밀을 직접 내 입으로, 네 귀로 듣고 나서야 시인하겠다는 것인가. 꼭 그래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말인가.

 

 "내게 어떻게 대했냐고? 너도 그 년이랑 똑같아! 왜? 내가 모르고 있었을 거 같아? 사람들이 너희 족속들에게 온갖 더럽고 추악한 수식어를 가져다 불렀는지 이해가 간다. 너도 그 자리에 있었지? 시치미 뗄 생각하지 마! 에리얼이 고의로 내가 사고를 당하게 했던 거지? 그리고 태연하게 날 구해주는 척 하면서 날 이용해 먹었어. 나 들었어! 그녀에게 없는 능력이 내게 있으니까 날 이용하려고, 빼앗으려고 했다는 걸. 그래서 내가 행여 도망이라도 칠까 그 지긋지긋한 폐허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고, 날 이 지옥까지 끌고 온 거야! 입이 있으면 말해봐! 네게 알려주지 않은 내 집을 넌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

 

 "왜냐하면 그녀는 늘 그 장소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계셨거든."

 

  그가 겨우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행여 당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하셨으니까! 당신이 뺏어간거잖아! 그녀는 예언의 능력을 포기하면서 까지 당신을 되살리기 위해!"

 

  나는 그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얼어버렸다. 왜 에반과 네가 하는 말이 다른 거야? 처참하게 울부짖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거란 느낌이 안든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봐. 나는 지금 머릿속을 정리하 시간이 필요해. 그 말은,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는 거야? 그럴 리 없잖아. 에반이 내게 건네준 증거는 확실했어. 만약 그가 내게 알려준 것처럼. 내게 그녀가 탐낼만한 그 어떤 것도 없다면, 그렇다면 그녀가 도대체 왜....?

 

 "에리얼은 사람이야."

 

  나는 나의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나와 엔투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거, 티 나지 않아? 그래서 그런 태생적인 결함 때문에 엔릴 같은 자가 자질을 논하며 그녀를 싫어했던 것이고. 그리고 그녀는 한 때 너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는 걸 왜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그가 주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성큼성큼 내게 다가오더니 두 손으로 나를 있는 힘껏 뒤로 밀어버렸다. 허공이 갈라져 숨겨져 있던 또 다른 공간으로 나는 넘어졌다. 밝게 빛나는 회장 앞 복도와 달리, 습하고 차가우며 어두컴컴했다. 감옥 같은 곳이었다.

 

 "거기에 앉아서 차분하게 생각해봐."

 

  그리곤 그가 나를 그곳에 가둬버리고 떠난다. 그가 내게서 시선을 떼자마자 갈라졌던 허공이 서로가 들러붙어 출구가 사라졌다. 나는 멍청하게, 우두커니 앞만을 바라봤다.

 

  이해되지 않은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메아리 친다.

 

 ****

 〔에리얼 (ARIEL)〕

 

 

 

 

 

 너와 다시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

 

  미련이란 미련은 다 버린 줄만 알았다. 지금 내가 한 아름 품고 있는 것들 마저 다 끌어 안을 수 없었던 터였는데, 나는 너를 발견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너마저도 욕심 내어 내 마수를 뻗는다면 너와 내가 모두 불행해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맨 처음엔, 모른 척 하고 널 지나쳤었다. 아니,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이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는 걸 역병처럼 퍼뜨리는 존재로 태생이 바뀌어버린 내가 너에게 다가가기엔 너는 너무 행복해보였다. 내가 없어도, 밝은 태양아래서 눈이 부셨기 때문이다. 행여 네 유리 같이 티 없고 맑은 행복을 실수로 라도 내가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너는 내게 소중했다. 나도 그나마 행복했었던 적이 있었던 때에, 그 때를 함께 보냈던 네가.

 

  그리고 너와 오랜 시간을 보내곤 했던 나를 네가 날 알아보지 못한다면, 나는 자리에서 목 놓아 울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알고 있다. 내가 내 무리들의 편에 서기로 결심한 날에 아스타르테가 내게 알려주었다. 이제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날 잊을 거라고. 널 볼 수도, 알아보지도, 기억해내지도 못할 것이라고. 네 눈에서는 내가 비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겨우 아물어 간 상처를 잡아 뜯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편이 너와 내게도 옳았던 판단이었다.. 너를 잡기 위해, 오로지 너 하나만을 위하여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전부를 뿌리치고 달려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 혼자였더라면 그랬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지 않던가?

 

  그러나 나는 그 마음을 끝까지 독하고도 굳게 견지했어야만 했다. 후회한다. 너를 이 곳으로 끌어들이기로 결심했던 그 날을.

 

  너를 다시 발견한 건 우연이 맞았다. 시간이 흘렀어도 나는 널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네 주위를 맴돈 건 나의 의지였다. 날아 저 하늘 위에서 널 내려다 볼 때마다, 네 사소한 버릇을 눈치챌 때마다, 내가 네 곁에 있었던 그 옛날 추억을 더듬어 보곤 했다. 그러나 한 편으론 영원히 그 때론 돌아갈 수 없어, 현실을 깨달을 때마다 창가에 돌진해 머리를 부딪쳐 죽어버린 비둘기처럼, 불가를 향해 몸을 내던지는 하루살이 같은 자신의 처지를 깨닫는다.

 

  사실 너와 다시 어떻게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너를 사랑해서 네게 이끌렸던 게 아니니까. 다만 그저 너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깊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추억을 더듬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기에. 루갈의 말이 옳았다, 가슴을 후벼 파기라도 하듯. 너를 추억이라고 부르는 나는 네게 약할 수 밖에 없었고, 너는 내 무리들을 모두 포기해버리고 네게 달려가 버릴지도 모르게 만드는 유일한 약점이었다.

 

  그 날, 딱딱한 시멘트 위에서 차갑게 식어가던 너를 발견했다. 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 울부짖으며 네게로 날아갔다. 내가 행복했던 그 때와 연결된 유일한 끈. 유일한 나의 약점.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아, 내가 네 주위를 줄곧 맴돌았기에 나의 불행이 네게로 옮겨간 것이리라. 나 때문이다. 내가 널 이렇게 만들었다. 피를 토하며 나 자신을 나무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차마 싸늘하게 죽어간 너를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 내게 이런 시련을 겪게 하는 신이 미웠다. 원망했다. 그러다 불현듯 나는 한 가지 수를 기억해 내었다.

 

 "아스타르테, 이 아이를 살려줘."

 

  나는 뱀에게 사정했다.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내 그 어떤 것을 희생할 수 있어. 제발. 내 단 하나의 소원이야. 너를 향한 내 처음이자 마지막 기도. 그를 살려줘."

 

 '그 대가로 네 생명의 원천과 네가 가진 가장 큰 걸 희생하게 될 텐데?'

 

 "상관 없어, 아스타르테. 부디 그를..."

 

  뱀이 흐르는 나의 눈물을 제 몸으로 닦아준다.

 

 '나는 그를 너와 나를 섬기는 자와 같이 만들 거야. 네가 희생한 걸 그가 앗아갈 거야. 그러니, 내게 약속 한 가지만 해줘. 저들의 눈에 띄기 전에 그를 내 곁에 두고 떨어지지 않게 해.'

 

 "내 모든 것을 걸고서 네게 맹세해."

 

  아아, 나는 너를 이렇게 하는 것이 옳았던 것일까.

  후에 네가 내게서 예언의 능력을 빼앗아 갔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왜 그런 착각을 하게 된 계기는 몰랐지만 그 예언의 능력이 본디 자신의 특별함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아니, 너를 되살리는 대가로 내가 잃어버린 거야. 그에게 진실을 말한들, 달라질게 뭐가 있겠는가. 나는 그런 그를 멋대로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아스타르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를 환이를 그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잘 선별된 약초를 갈아 향을 피웠다. 행여 내 곁을 떠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두통으로 아무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내가 그를 돌려보낼 수 있게 될 때까지만. 그러나 잠시 밖을 다녀온 사이에 그는 나를 붙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떼를 쓴다. 환이에게서 그의 향이 났다. 뒤에 루갈과 엔투가 있었기에 모른 척하였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너는 내게 원망과 저주의 말을 늘어놓는다. 나는 한동안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범인이라니? 그가 내게 어떤 주머니를 내민다. 다섯 장의 꽃잎이 새겨진 천 주머니. 내가 이전에 그에게 주었던 것이다. 내가 그를 위하여 한 땀씩 수놓았던 것이다.

 

  아, 그였구나, 환이를 밀친 건.

 

  나는 그가 환이에 대해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이여, 질투하지 마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곱절이나 더 큼을 당신도 알고 있지 않았는가.

 

  환이가 내게 노기(怒氣) 어린 눈빛으로 날 향한 저주의 말을 토해낸다. 널 살려낸 나에게 대한 대가가 이것이냐는 서러움보다도 차라리 그가 내게 화내며 미워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가 아는 너라면, 내게 되갚기 위해 내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 네 새로운 목표가 삶의 원동력이 되어 적어도 내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가 무너지진 않는다면 꽤 괜찮은 수확 아닌가?

 

  그러나 나는 널 과소 평가했었던 것 같다. 너와 떨어진 채울 수 없는 시간의 공백이 이제 서야 드러났다. 너는 내 예상보다도 빨리, 네 두 손으로 직접 내부의 적들에게 나를 넘겨주었다.

 

  나를... 팔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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