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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15
작성일 : 17-07-31 20:59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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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자세한 이야기는 우리, 돌아가서들 하지? 각 지파의 장로들과 수장은 바로 나를 찾아오도록 하게."

 

  에리얼은 무심하게 한 마디를 내던지고 이내 앞으로 걸어 나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 양 떼들이 목자의 인도에 맞춰 비옥한 초원을 찾아 떠나는 듯 일제히 그녀의 보폭에 맞춰서 그 많고도 많은 이들이 오로지 그녀 하나만을 믿고 따라간다. 나와, 그녀와, 루갈과 엔투만의 카타콤이었던, 이젠 잿더미로 변해버려 글자 그대로 폐허가 되어버린 그곳을 밟아 넘어서며 우린 앞만을 바라보았다.

 

  한 참을 걸었을까. 그녀의 걸음이 멈췄던 곳은 내가 알고 있는 장소였다. 바로 예식 직전에 루갈을 시켜서 나를 데리고 갔던 그 꽃밭. 그녀는 장밋빛 X자로 기울어진 십자가 앞으로 멈춰 섰다.

 "그거 알아, 환아?" 엔투가 등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 내게 말을 걸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줄곧 에리얼과 함께 있는 줄 알았는데.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잠자코 기다렸다.

 

 "내가 예전에, 이전 도미나께서 말씀해주셨던 걸 기억하는데, 저 상징은 빛, 혹은 깨달음을 의미한대! 그래서 지금 입고 있는 에리얼은 도미나의 예복은 아니지만, 원래 도미나의 예복 한 가운데엔 저런 장식이 늘 있다더라."

 

 "별로 관심 없어."

 

 "그냥, 우리를 섬기던 너희 예술가 사이에선 이런 상징을 저의 작품 속에 교묘히 숨겨 놓았다 하더라."

 

  나는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서 그만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표적이라 하기엔 다시 보자니, 어딘가 모르데 묘석 같은 분위기가 낫다. 불길하다면 불길했지, 내겐 썩 별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sub rosa."

 

  에리얼은 십자가 아래의 붉은 장미 한 송이를 꺾으며 노래 하듯 주문을 걸자, 십자가 밑으로 그 주위를 감싸던 흙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더니, 우리의 대열보다 조금 보폭이 좁게 지하 아래로 향한 계단이 드러났다. 톨로이라는 곳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하긴야, 그녀도 차마 멀리까진 도망 나오지 못했으리라. 그녀의 신변은 곧 무리의 생존과 직결 되어 있으니, 언제든지 그녀가 위험에 빠진다면, 그녀를 위해 구하러 갈 군대가 늘 주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이치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들은 현세에 마귀, 악마라고 손가락질 받는 존재들이니, 내가 지금 향하려는 곳은 곧 지옥이었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신화에서의 스틱스 강처럼, 나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조금은 신이 난 엔투의 옷자락을 소심하게 잡으며 그녀를 따라 아래로 따라 내려갔다. 엔투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어린 아이처럼 키득거린다. 그녀가 눈을 질끈 감은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우리들 중에서 그래도 엔투가 제일 상식적이게 내게 가장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이상 발을 내디딜 곳이 없자 나는 실눈을 뜨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예상과는 달리 그리 뜨거운 화산 같은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넓은 강과도 같은 물가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발이 닿는 곳곳엔 아이리스와 야생의 장미가 따로 보살핌 없어도 저 멋대로 피어난다.

 

  생각보다 야생적이며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화가 이루는 곳이었다.

  수평선 너머로 커다란 그들의 본거지가 아득하게 보인다. 그들이 톨로이라고 부르는 건축물은 마치 언젠가 책에서 본 샤르트르 성당과도 흡사 비슷해 보였다. 저 곳이 우리가 향하는 최종 목적지임을 직감한다.

 

 

 ****

 

 

 

  그녀의 명령대로 톨로이에 도착하자 마자 구경할 틈도 없이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이끌리듯 함께 들어갔다. 넓은 회장과도 같은 공간에 마치 작은 콜로세움을 가져다 놓은 것 같이 층층이 위로 솟은 좌석들이 반 원을 그리며 세워져 있었다. 각 일곱 지파의 수장과 장로들은 지파끼리 함께 앉았다. 그녀는 그 가운데로 나아가 자신을 둘러 싸고 쳐다보는 주요 인사들에게 운을 뗀다.

 

 "나는 저들의 말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분에 못 이겨 고함을 토해낸다.

 

 "나는 그들의 노골적이고도 간사한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도미나,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 지혜롭게 넘겨야 합니까?"

 

  이제까지 줄곧 입을 다물던, 장머리의 장로와 수장들 중 긴 머리를 가진 남자가 입을 떼었다.

 

 "저들이 우리가 있는 톨로이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 하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여기가 함락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이 곳마저 잃어버린다면 우린 영원히 승산이 없습니다. 자멸이자, 전멸입니다."

 

 "스승 네이트여, 왜 그들만이 상대의 본거지를 안다고 생각하는가?"

 

  목석과도 같이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던 네이트가 순간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들이 숨겨놓았던, 봉인시켜 두었던 에덴으로 향하는 단 한 가지의 길을 찾아 내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녀 대신 그녀에게 들러붙은 뱀 새끼가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예언에서 보신 것이십니까? 당신이 전에 이번이 마지막 예언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에덴으로 향하는 길목 외 다른 것은, 다른 것은 보신 바가 없으십니까?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됩니까?"

 

 "보지도 않고 믿는 자는 행복하다."

 

  그녀가 갑자기 흥분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어느 수장에게 자상히 대답하였다.

 

 "거짓말 하지 마!"

 

  나도 모르게 내질러버린 고함 소리에 일제히 시선들이 나에게로 화살처럼 꽂혔다. 나는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드물게 당황하는 에리얼이 눈 앞에 스쳐 지나간다.

 

 "저 주제도 모르는 아도니스가 감히 나의 말에 토를 달고자 하니, 엔투, 저를 밖으로 끌고 나가라!"

 

  그녀가 당황하여 말을 살짝 더듬었다. 에리얼이 먼저 시키지도 전에 엔투가 황급히 놀라 내게로 달려와 나의 팔을 붙들고 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때였다.

 

 "도미나여, 그래도 도미나가 가장 사랑하시는 아도니스가 무언가를 아는 것 같아 하니, 한 번 들어나 보시는 게 어떨지요? 저는 퍽이나 궁금하답니다."

 

  저 이가 엔릴이란 사람이 확실했다.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조금 수척하고 파리했지만 엔투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가 내게 흥미 있어 하는 듯 하다. 난 저 엔릴이란 이에게 마지막 희망의 끄나풀이라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슴 속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 때라고. 내가 기다려왔던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놓치지 말라 재촉한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저 무지한 이가 이곳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당장 내쫓아 버려라."

 

  엔투는 나보다 힘이 세어 간신히 그 자리에 버티는 것조차 버겁게 하였다. 끝끝내 문 밖으로 쫓겨나기 전에 온 성 안이 다 들리도록 내질렀다.

 

 "에리얼에겐 예언의 능력이 없어! 그녀가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어!"

 

  엔투가 놀라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나를 단단하게 붙들고 있던 손아위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엔투를 뿌리치며 누가 말릴 새라 앞으로 나와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 버렸다. 회중엔 침묵만이 감돌았다. 나와 에리얼과 시선이 마주쳤다. 제법 그녀의 얼굴은 과연 장관이었다. 마치 내게 상처 받았다는 듯이,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는 듯이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내가 그녀의 비밀을 온 사방에 까발려 그녀를 벌거벗겼다. 그래, 생각보다 이 짜릿하고도 통쾌한 순간이 이리도 빨리 다가올지 몰랐다. 엔투가 곁에서 겁에 질린 채 파들파들 사시나무처럼 떤다. 퍽이나 가여워 보였다.

 "엔투, 너는 알고 있었구나?" 엔릴이 마치 동생이 제 피붙이를 속여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픈 듯 그녀를 자상히 나무란다. 아무렴 그녀나 루갈보다도 제일 당황한 기색이 여력 한 이는 다름 아닌 순진한 엔투였다. 회중에 모인 이들은 나보다도 그녀의 당혹스러움을, 어쩔 줄 몰라함을 더 신뢰하는 눈치였다. 뜻하지 않게 아군을 얻었다.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되는 대로 지껄였다.

 

 "내가 꿈 속에서 보았던 것과,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한치의 오차 없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당신들의 선택입니다. 아시다시피 나는 당신들과 그 어떤 이해관계로 얽혀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저 여자에게서 속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감히 올리는 진언입니다. 당신들이 알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따르지 마지 않던, 도미나라고 부르고 있는 저 여자는 예언의 능력이 없습니다. 제가 잘 못 알고 있지 않는 것이라면 당신들이 도미나를 선정할 때에 최소한의 기준은 아스타르테의 독의 힘을 빌어 예언을 볼 있는가에 대한 유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상세한 걸 들은 바 없으니 그 이외에는 잘 알지 못하나 당신들의 앞에 서 있는 저 여자는 애초부터 그런 능력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당신들을 꾀어내었는지 모르나, 나는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장이 파도처럼 술렁인다. 오 만가지 감정들이 그들의 얼굴에서 피어나고 사라짐을 반복한다. 의심, 당혹스러움, 비난, 부정 그리고 배신감. 그들의 표정이 가히 걸작이라 부를 만하다. 그녀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내 모두가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에게 닿는 시선들의 끝이 한결같이 날카롭기가 낫과도 같았다. 하릴없이 그녀가 작게 보였다.

 

 "글쎄, 일단 나는 가시적인 증거 없이 저 자의 말을 신뢰하긴 위험하다 생각하긴 한데. 도미나의 아도니스여."

 

  엔릴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 예언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새로운 대관식입니다."

 

  내가 목청껏 소리를 높였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쟁이 끝난 그 이후를 본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새로운 도미나를 보았습니다! 그녀가 쥐고 있던 뱀 두 마리가 얽혀진 황금 홀대며, 백합 모양의 목걸이며 나는 감히 확신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당신들의 도미나는....."

 

  네이트를 줄곧 어디서 보았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기억이 난다. 나는 그를 가리켰다.

 

 "저 분께서 지금 도미나가 가지고 있던 모든 장신구들을 새로운 그녀에게 건네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자리에는 에리얼은 없었습니다. 분명합니다!"

 

 "대관식이라면, 선대 도미나가 자신의 후계자에게 직접 성물(聖物)들을 물려주는 것이 관례긴 한데."

 

  엔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 안건에 대해선 우리 직접 도미나께 들어보도록 하지! 그대는 이만 물러가라."

 

  나는 이 세상 어떤 사람보다도 행복한 사람처럼 밝게 웃었다. 귓가까지 찢어질 것 같은 입 꼬리가 다물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근육에 경련이라도 일어날 것 같지만 나는 지금 기쁨에 춤이라도 출 것 같았다. 복수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복수를 하였다. 이 작은 눈덩이가 굴러 내려가 산사태를 일으켜 그녀를 덮치는 건 이제 이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녀가 나란 작고도 작은 돌 조각에 넘어졌다!

 

  내가 회장을 나가자마자 크고 묵직한 문이 다시는 안 열릴 것처럼 굳게 닫혔다. 아, 그런데 큰 일이 생겨버렸다. 루갈이 나를 따라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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