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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거울의 도시
작가 : 홀로가는길
작품등록일 : 2017.7.27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함으로써 반역자로 간주되어 실각하였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하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에만 자꾸 휘말리는데…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17
작성일 : 17-07-31 20:38     조회 : 293     추천 : 2     분량 : 7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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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아 부인을 따라가면서 에밀은 덜컥 겁이 났다.

 레아 부인이 자신을 누군가에게 데려간다는 것은 그녀보다 높은 사람에게 간다는 것인데, 궁인들을 총괄하는 부인에게 부탁할 정도면 귀족 계층일 가능성이 높았다.

 

 궁인들에게는 아무리 밑 보여도 목숨을 위협 받는다던지 그런 경우는 없지만 높은 신분의 계층은 얘기가 좀 다르다. 잘못 눈 밖에 나면 목숨이 위태위태할 뿐 아니라 재수가 없으면 자신의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까지 엮이게 될 수도 있다. 혹여 잘못을 저질러 몰래 궁을 빠져나간다고 해도 평생 도망자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에밀은 정말 정신을 단단히 챙겨 무조건 생존을 목표로 바짝 엎드려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까처럼 화가 치미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이곳에 없다고 여기며 유체이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대 불꽃 튀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그렇게 스스로 다짐하며 레아 부인을 따라가다가 문득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 방향은 궁에 들어오자마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것이었다.

 이 방향으로는 절대 가지도 말 것이며 행여나 이 길을 모르고 이미 접어들었다면 중간에 파히아케 왕의 영웅화를 보고 얼른 다시 나오라고 궁인들에게 교육하였다. 바로 이 길은 브리티아의 어린 왕에게 닿는 길이기 떄문이다.

 

 꽤 높은 분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정말 이 왕궁에서 만날까 말까 한 분 일 줄은 몰랐다. 아니 에밀은 이번 생에는 절대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나라의 왕을 말이다.

 

 궁인들 사이에서 듣기엔 왕은 아직 나이가 어려 감정 조절이 유연하게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음에 안 들면 궁인들을 벌주기도 하고, 기분이 언짢은 날이면 방에 있는 물건을 다 던지고 부신다던데… 예전에 그걸 말리려다가 여럿 다치고 쫓겨났던 일이 있어 그런 일이 일어나면 방 안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런 그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모후를 닮아 미래가 기대되는 외모, ‘왕’이라는 지위, 젊고 어린 점에서 여자 궁인들의 꿈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약혼녀 카야 공주와도 사이가 좋지 않아 왕을 차지하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의 약혼녀 카야 공주의 성격과 방어가 만만치 않다.

 

 과거에 여자 궁인 하나가 실수로 왕의 침실에 들어갔던 적이 있었다. 이를 들은 카야 공주는 젊었을 적 헤스데아 섭정후 못지않은 잔인함으로 그 궁인을 무참히 도륙해 궁에서 고깃덩이로 쫓아냈다는 전례가 있었다.

 그리고 카야 공주가 섭정후에게 따로 말을 올려 왕의 주변으로 성별이 여자인 궁인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 아니면 찾기 힘들었고, 나이가 어려도 그 외모가 형편없기 그지없었다.

 

 에밀이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이에 레아 부인은 왕의 시종과 얘기가 끝났는지 그녀를 떠밀며 말했다.

 “들어가거라.”

 

 왕의 지위와 맞먹는 거대한 문을 지나가면서 에밀은 그래도 혹시나 그녀를 구해줄까 싶어 뒤를 돌아 레아부인을 보았다. 당연히 에밀의 바램은 그저 한낱 꿈일 뿐이었다. 레아부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에밀이 그 문을 통과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일을 무사히 완수했다는 비장함과 함께.

 

 그렇게 에밀의 뒤로 문이 닫히고, 현실에 직면하였다.

 제일 먼저 그녀를 반긴 것은 바람이었다. 열어둔 창에서 따뜻한 빛과 바람이 들어와 그녀를 맞이했던 것이었다.

 

 에밀이 보기엔 왕의 방이 특별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왕의 모후 되시는 헤스데아 섭정후 같은 경우엔 화려한 것을 좋아하시어 방에 들어서기만 해도 번쩍 번쩍 거리는 것들 때문에 눈이 부시다는데 아드님 되시는 왕은 딱히 어머니의 취향을 물려받지 않은 것 같았다.(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왕의 방에도 반짝거리는 것이 있긴 했지만 시야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눈 여겨 볼 점이라면 방 곳곳에 흩어져 있는 스케치 한 그림들이었다. 왕의 취미가 이것저것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듣긴 했지만, 그것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줄은 몰랐다.

 왕은 주로 사물과 동물을 그리는 것 같았다. 척 보기에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은 새였다. 큰 날개를 펼쳐 창공을 날아올라 그 아래로는 세상이 다 보이는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에밀이 보기엔 왕이 꽤나 왕궁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높은 신분과 많은 재물을 가졌을지는 몰라도 그가 진정 마음으로 원하는 일은 해본 적이 있을까 싶었다. 모후와의 관계도 냉랭하다고 들려오고, 약혼녀와도 사이가 좋지 않아 늘 잡음이 나며 그렇다고 어디 힘들다고 얘기할 데도 없는 왕은 외롭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창가로 들어오는 바람에 종이들이 펄럭거렸다. 책상에 펼쳐져 있던 책이 마구 넘어갈 정도의 바람이었다. 에밀도 자신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흐트러지자 놀랐지만 바람인 것을 알고 다시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짓궂은 바람은 그녀가 마음을 놓이게 해주지 않았다. 그림이 그려진 종이 뭉치들이 제자리에서 떠올라 여기저기 흩날렸다. 에밀은 그 광경을 보고 아뿔싸 했다. 이 밀폐된 공간에 살아있는 존재는 일단 왕을 제외하고 자신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당장 여기에 누군가 들어온다면 이런 발칙한 짓을 한 건 자신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이곳에 볼 일이 다 끝나면 미련 없이 떠나간다고 해도 사지가 멀쩡해서 두 다리로 걸어 나가야 되지 않겠는가. 지금 자신이 왕의 방에 들어온 것도 카야 공주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마당에. 에밀은 왕궁의 정문으로 떳떳하게 하나의 개체인 사람인 채로 나가고 싶지 고깃덩어리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정신이 바짝 든 에밀은 얼른 흩어진 종이들을 줍기 시작했다. 가구에 떨어진 것은 금세 주울 수 있을 것 같아 에밀은 바닥에 엎어진 물처럼 죽 펼쳐진 종이들을 급히 주었다.

 

 어린 왕은 사물과 동물 외에도 신화적 인물을 그리는 것도 즐기는 것 같았다. 주우면서 8명의 성인을 상징하는 그림이 눈에 띄었다.

 해일이 이는 곳에 당당히 서 있는 물의 아레츠, 불길 속에 있는 카노, 폭풍 한 가운데에 있는 바람의 헤이나, 빙산의 얼음궁전에 있는 얼음의 스테히아, 어둠 속에 혼자 있어 더 눈에 띄는 빛의 플레이라, 칼들로 쌓아놓은 산에 꼭대기의 왕좌에 앉은 철의 앵그웬, 네모난 상자 같은 공간에 공간을 형상화 해 띄워 놀고 있는 공간의 이클레인, 한 손에는 두꺼운 책과 다른 한 손에는 서약서인 듯한 것을 들고 있는 약속의 로웬.

 

 어린 왕이 생각하는 성인들의 모습을 훔쳐본 기분이 들었지만, 에밀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 주운 그림들을 모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퍼즐을 맞추듯 기억을 더듬어 대충 눈에 띄었던 그림들은 제 자리에 놓았고, 기억에 희미한 그림들은 여러 뭉치로 책상에 있던 것에 끼워 넣었다.

 

 빨리 손을 털고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책상 위 유리 상자 안에 담겨 있는 꽃에 눈길이 갔다. 하얀 안개꽃에 둘러싸여 누워있는 커다란 하얀 장미였다.

 유리 상자 안에는 온통 새하얀 느낌이었는데, 깨끗하고 맑다 라는 느낌보다는 겨울을 연상시켜 시리고 춥다는 느낌의 흰색이었다. 북부의 추위를 연상시키는 그런 느낌이었다.

 꽃이 누워 있다기보다는 눈의 여왕이 눈과 얼음으로 둘러싸인 궁전에서 잠시 숙면을 취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왕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흠 잡히지 않을 만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에밀은 유리 상자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 오르골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눈으로 덮인 설산을 배경으로 눈 덮인 나무 아래 춤을 추던 하얀 요정들이 떠올랐다. 하얀 요정들과 하얀 털을 가진 동물들이 음악에 맞춰 정해진 궤도를 따라 춤을 추는 모습이. 하지만 에밀은 곧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은 어렸을 때 그런 고급스럽고 비싼 오르골을 개인적으로 가질 만큼 넉넉하지 못했다. 그럼 도대체 이 오르골에 대한 기억은 누구의 오르골을 본 것인가?

 

 에밀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곧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상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르골이지 않는가. 어렸을 때, 갖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가질 수 없었던 그 때. 상점 앞에서 어물거리다가 그 중 하나에 꽂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이겠지.

 

 에밀은 하얀 눈의 여왕 같은 장미에 눈을 떼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이제 떠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최대한 많이 봐서 기억 속에 담아두려 하는 마음이었다. 자신의 의도와 반대된 행동을 하던 에밀은 이제는 정말 그만 봐야 겠다 싶어 눈을 떼려할 때, 유리 상자에 끼여 있는 하얀 장미 꽃잎이 보였다.

 

 하얀 장미는 차갑고 매정하지만 아름다워 자꾸 쳐다보고 끌리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에밀에게 마치 나를 이렇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기회는 네 생애 이번 한 번 뿐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에밀이 느끼기에 도도한 하얀 장미는 거역할 수 없는 눈의 여왕이었다.

 

 에밀은 꽃잎을 잡아 당겨 꺼내고 손에 올렸다. 차갑고 시릴 것 같은 느낌과 다르게 별 다른 온도의 차이는 없었다. 매끈매끈하고 잎의 결이 만져지는 것도 일반 꽃잎과 다를 바 없었다. 향을 맡기 위해 에밀은 코에 꽃잎을 갖다 대었다.

 

 

 

 

 

 

 하얀 솜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분명 발목 위 정도까지 쌓인 눈 위를 걷고 있기 때문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이 눈 속에 묻혔다. 하지만 눈에 닿은 발이 차갑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걸을 때마다 눈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발이 무겁다고는 느껴졌지만, 발의 온도는 변함이 없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하얀 솜 같은 눈 위를 계속 걸었다. 처음에 보였던 널찍한 벌판을 지나 숲으로 들어섰고, 그 곳에서부터는 계속 하얀 나무들만이 보일 뿐이었다. 나무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있어서도 하얗게 보였지만 나무의 기둥자체가 하얀색이었다. 멀리서 이 숲을 떨어져서 본다면 땅에서 하얀색의 볼록하게 솟아 융기된 것으로 보일 것 같았다.

 

 그렇게 계속 정처 없이 걷고 있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는 보지 못했다. 하다못해 동물이라도. 이 하얀 세상에 자신 혼자 있는 것 같았고, 하얀색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백색 공간 안에 갇혀 얼마나 걸었을까. 하늘에서 하얀 솜뭉치 같은 눈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띄엄띄엄 시간차를 두고 내려오던 눈은 그 차이를 좀 더 좁혔다.

 내리는 눈들이 공백을 점점 더 많이 채우면서 눈 피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온통 하얀 세상 속에서 다른 색을 띄는 피난처를 찾기엔 쉬울 것 같았지만, 생각만큼 쉽게 찾아지지는 않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둘러보다가 거무튀튀한 것이 보였다. 저 곳이다 싶어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점점 가까이 가니 역시나 아직 눈에 가려지지 않은 작은 동굴 같은 곳이었다.

 

 아까보다 더 굵어진 눈과 더 하얘진 시야를 보며 그래도 피할 곳을 찾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동굴에 들어갔다. 밖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들어와서 보니 보기보다 동굴이 깊었다. 어둡기도 했지만 약간 푸르스름한 빛이 동굴의 더 안쪽에서 띄는 것 같았다. 으스스하고 무서움을 일으키기 보다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것은 이끌림이 되어 깊은 동굴 쪽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만들었다.

 

 동굴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는지 다듬어지지 않은 위‧아래로 솟은 돌들이 사나운 맹수의 이빨들 같았다. 동굴 안에는 보이지 않는 수로가 있는지 물소리가 나는 듯 했다. 푸르스름한 빛 때문인지 동굴 안 돌의 위치나 모양들은 볼 수 있어서 굳이 손을 더듬지 않아도 갈 수 있었다.

 

 어두운 푸른빛을 따라 동굴 안쪽으로 꽤 걸어 들어갔다. 산란되어 뿌옇게 보이던 빛은 점점 다가갈수록 선명해지고 짙어졌다. 빛을 내는 본체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자 동굴 안 자신이 지나온 구멍의 끝이었다.

 그 구멍의 끝에서 본 빛은 동굴 안 커다란 물웅덩이에서 반짝 거리고 있었다. 그 웅덩이의 표면인지 아니면 물속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물에 빛을 내는 본체가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동굴 구멍의 끝 아래에서 본 밑은 약간 경사가 있는 절벽이었지만 충분히 조심히 내려갈 수 있는 각도였다. 몇 번 발을 헛디뎌 구를 뻔 했지만 디딜 곳이 많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죽은 자의 피부색을 떠오르게 하는 푸르스름한 색의 빛이 아니라 어머니의 옷 색깔 같은 따뜻함의 느낌을 주는 색이어서 그것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 드디어 그것을 볼 수 있게 될 생각에 기대감 때문인지 두근두근 떨렸다.

 

 한발 한발 물가에 다가갈수록 자신의 신발도 푸르스름한 빛을 뗬다.

 가까이에서 본 물웅덩이는 물이되 물이 아닌 곳이었다. 물웅덩이 표면에 얇은 막 같은 것이 있었고, 그 막 아래 물결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물이 있는 것 같았다.

 가다가 막이 깨져 물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물웅덩이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발로 톡톡 포면을 두들겨 보았다.

 

 발끝에 닿은 막은 결코 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두 발을 데고 무게를 살짝 실어보았다. 막에는 실금 하나 생기지 않았다.

 그제야 안심이 들어 물웅덩이의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막은 매끄러운 편이었지만 미끄럽지는 않아서 걸어가는 것이 오히려 아까 눈밭보다 편했다.

 

 중앙에는 유독 가운데 부분이 뿌옇게 보였다. 반짝이는 빛 이외에 하얀 가루 같은 것이 흩뿌려져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눈 같은 하얀 가루가 흩뿌려져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낙엽으로 가린 것처럼.

 

 누군가가 감추려고 한 듯한 것은 본능적으로 파헤치고 싶어 하는 것이 간사한 사람 마음인지라 본능적으로 흩뿌려진 하얀 가루들을 손으로 밀어 치우기 시작했다. 하얀 눈 같은 가루들이 밀리면서 푸른색의 물빛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가루들이 없어지면서 점점 확신이 들었다. 밑에 분명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살짝 출렁이는 물결 속에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포장 된 선물을 기대감을 가지고 푸는 것처럼 분산된 가루들을 치웠다.

 

 점점 그 밑에 있는 무언가가 윤곽이 잡히면서 궁금증이 일면서도 순간 섬뜩했다. 물속에서 일렁이는 천으로 보아 사람의 옷이 분명했다. 얇은 드레스 종류의 옷이라 그 안에 사람의 다리가 보였다. 정확히 사람인지 인형인지는 모르겠지만 얇은 다리는 여자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누군가의 은밀한 비밀이나 치부 같은 것을 들추는 것 같아 하던 행동을 멈췄다. 이것을 보게 된다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궁금증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얼른 보고 다시 원상태로 할 생각으로 아까 보다 빠른 속도로 가루를 치웠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젊은 여자였다. 인형인가 싶으면서도 피부 표면의 색이나 음영 그리고 부드러운 느낌에 사람이라는 생각에 더 무게를 두었다.

 드러난 여자를 전체적으로 자세히 보니 상당한 미인인 것 같았다.

 

 옆으로 긴 눈매와 긴 속눈썹, 가운데에 균형 잡혀 오뚝하게 솟은 코와 적당한 길이의 올라간 입매. 그리고 큰 키는 아니었지만 얇고 긴팔다리 때문에 원래키보다 더 커 보였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포기할 거 같지는 않았다. 이런 조건을 갖춤으로써 얻는 이익을 사람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여자는 타의에 의해서 이곳에 갇힌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산 사람인가 아님 죽은 사람인가?

 이 안에 사람을 가둬놓을 수 있는가? 산 사람을? 아니면 죽은 사람을?

 이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스스로 이 안에 걸어 들어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누군가는 이 사람이 살아있다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엄청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 같았다. 반대로 죽어있다면 정말 그 누군가는 이 사람을 증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는 않는 미워하는 상태 정도로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때 그 여자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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