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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10
작성일 : 17-07-31 20:28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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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오늘은 피곤하니, 어디에도 나가지 않을래.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어."

 

  그녀가 늘어지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폈다.

  피곤하기도 하겠지. 그녀는 그 밤 중에 남들의 눈을 피해서 어디론가 떠나 새벽 동 트기 직전에 돌아왔다. 그리곤 다시 잠들지 않았다. 그녀가 여기 갓 도착했었을 땐, 무언가에 쫓겨 왔기라도 하듯 기분 나쁘게 벌겋게 상기된 뺨과 불규칙적인 호흡을 가다듬었다. 급하게 달려 왔었을 것이 뻔히 보이는, 바람에 산발이 되어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녀는 간 밤에 아스타르테도 무책임하게도 이곳에 두고 갔었는지, 아직은 엔투와 루갈이 곤히 잠든 이른 새벽녘. 발걸음을 의식하며 울퉁불퉁한 무화과 나무의 뿌리 사이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곤 직물처럼 얽힌 나뭇가지들 사이로 말려 잠이 들었을 아스타르테를 찾기 위해 나무 주위를 한 바퀴 맴돌아 본다. 저 높이, 그녀의 머리 위 삐져나온 나무 가지 끝에서 몸을 단단히 고정시켜 잠든 그것을 발견했다. 그리곤 그를 향해 천천히 두 손을 벌리자 그녀의 인기척을 느낀 그 독사는 스르르 나무의 몸통을 타고 기어 내려와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팔을 감싸 안으며 달라 붙었다. 그리곤 위협적으로 그 이를 드러내며 혀를 날름거린다. 에리얼은 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그래도 아무 일도 없었지?"

 

  그녀가 고즈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뱀은 그녀의 귀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그녀가 나와 엔투들이 있는 곳으로 흘긋 시선을 던졌다.

 

 "내가 뭔가 손을 써야 할까?"

 

  뱀이 위아래로 그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 그들이 올 거야. 아스타르테, 너를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줘. 바로 이곳으로. 어쩌면 톨로이마저 노출되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이곳이야 말로 그들을 맞이할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해. 특히, 그가 이 나무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엔투에게 잘 일러두어야겠어. 너와 내가 겨우 찾은 이곳. 오늘 밤이야 말로 우리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연회의 시작이야. 지금까지 잘 견뎌 왔어. 이번 고비만 넘기면, 이번 고비만을 넘긴다면. 난 두려울 게 없어."

 

  과연 그녀다운 만용이로다.

  길고 기다랗던 뱀의 길이가 조금 짧아지더니 그의 일부에서 하얀 비둘기가 파드득, 날개 짓하며 변해 나왔다. 그녀는 아스타르테의 뾰족한 비늘 하나를 때어다가 비둘기 다리에 묶고서는 저기 천장위로 올려 보냈다. 비둘기가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그와 동시에 해가 떠올랐다. 눈부신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비둘기 깃털이 일부로 자는 척 하려고 하던 내 눈에게도 너무 따가웠다.

 

 "과연, 괜찮을까? 내겐 아직 네가 있다지만, 겨우겨우 예언의 능력 없이도 그들이 나를 발견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네이트, 아니 엔릴이 나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녀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 네가 그런 나와 아직까지 함께하는 이유가 있겠지. 더 이상 널 의심하지 않을게. 미안해."

 

  그녀가 그것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엔릴, 네이트 그리고 에리얼에게 없는 예언의 능력.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해안가를 거닐다 작은 보석이라도 주운 기분이었다. 그녀가 예언의 능력이 없음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가 예언을 볼 수 있다는 건 도미나의 최소한의 자격이라 하였다. 그걸 까발리게 된다면, 그녀는 내쳐질 것이다. 그리고 난 깨진 유리조각과 진귀한 보석을 구분 못하고 던져버릴 이는 아니다. 누군가가 내게 나와 같은 이유로 찾아온다면 난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나의 편이 되어줄 이를 모색할 것이다. 나 자체로는 별볼일 없지만, 내가 가진 능력은 저들이 탐욕스럽게도 가지고 싶어 안달한다.

 

  저런 년이라면, 분명 나와 같은 일을 당한 이들이 적어도 한 두 명은 아니겠지. 난 그들을 찾아낼 것이다. 나는 그들을 찾아내서 그녀가 빈 틈을 보일 때에 그녀가 지배하는 모든 이들이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을 당하게 할 것이다. 드디어 난공불락의 성을 함락시킬 수 있는, 성안으로의 지름길을 발견했다.

 

  난 혀끝 비릿한 맛에 아릴 때까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가 무화과 나무에 기대었다. 뱀 같이 징그럽게 지표면을 뚫고 나온 굵고 단단한 뿌리들 사이에서도 그녀가 몸을 기댈 수 있는 같은 틈만은 남아 있었나 보다. 불거져 나온 뿌리에 그 부근 바닥 타일은 조금 깨지거나 벗겨져 있다. 다시 말한다면 그 나무가 있는 반경은 흙 바닥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그것이 좋다는 듯 한 움큼 흙을 쥐었다가 손을 풀어 모래알들을 떨어뜨린다.

  루갈이 그녀의 몸을 덮어줄 모포를 가져왔다.

 

 "고마워, 루갈."

 

  에리얼이 그가 건네준 얇고 두툼한 초록색 모포를 받았다.

 

 "너희들도 저녁 때까지 조금 쉬는 것이 좋을 거야. 오늘 밤은 아주 길 테니까."

 

 "무슨 일이 있나요, 도미나?"

 

 "엔투에게도 전해줘. 여기서 톨로이에서와 같이 예식을 준비하라고. "

 

  그녀가 설익은 잠에 취해 배시시 노곤하게 웃었다.

 

 "바로 오늘이요? 설마, 진심은 아니시죠? 여기서, 도미나는 결국 아무것도 안 하실 게 뻔하니까. 엔투도 도미나랑 판박이라서 진짜 손 하나 까딱 안 한다고요! 저 혼자 어떻게 그 많은 걸 다 준비해요!"

 

 "거창하게 뭔갈 할 필요 없어 어차피 여기 다 때려 부실 거니까. 최소한으로만 해, 최소한으로."

 

 "예식이라면, 무리의 일원들이 다 온다는 뜻인데, 장로들도, 그리고 그 네이트네도 당연 온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뭘 최소한으로 해요! 이러니까 맨날 근본 없는 것들이라고 손가락질 받지!"

 

  에리얼이 답지 않게 우는 소리를 하는 루갈의 팔목을 붙잡았다.

 

 "아직도 널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있어?"

 

  일순 가슴이 서늘해졌다. 천적을 만난 어린 토끼 같은 그는 실언을 했다는 듯 팔을 빼어 입 언저리에 가져다 댄다. 루갈은 나무에 기대어 누워있는 에리얼 앞에 왼 무릎을 꿇고 정중히 말을 이어간다.

 

 "아니에요, 도미나. 저는 그저, 당신에게 그 어떤 흠이라도 보이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저도 할 때마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저들끼리 만들고 저들끼리 만족하는 허례허식. 우리의 신은 애초부터 그런 것 따위 아무것도 바라시지 않으셨는데. 노여워 마요, 나의 도미나. 내가 얼마나 당신을 존경하는지 알잖아요."

 

 "그렇다면 요령껏 알아서 해봐. 그렇다고 알아 주는 이는 없을 거야. 앞으로 얼마간은 제 아무리 발버둥치다 하더라도 너와 난 달라질 것이 없을 테지. 그리고 난 진심이야. 오늘은 조금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여기에 있는 거 다 때려부술 거니까,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엔투에게도 그대로 전해줘."

 

 "도미나, 여기를 다 부수면 우린 앞으로 어디에서 머무를 건가요?"

 

 "네겐 지옥 같은 그곳으로 돌아가야지."

 

 "내게만 지옥이었던가요?"

 

  두 이질적 존재 사이로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난 여기서의 할 일을 모두 끝냈어."

 

  루갈이 내게 눈을 흘긴다. 눈물겨운 대단한 충성 납시셨다.

 

 "정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쟤라도 데려가 네가 원하는 걸 시켜. 내게 잘 익은 꽃 한 송이를 따다 가져다 줘. 그럼 좀 마음이 풀어질 것 같아. 제 주인에게 이 드러내는 개를 데려가 얻다 쓸 거야? 그리고 저 아이에게 내가 허락하지 않은 모든 것을 제외하고 묻는 것이 있다면 뭐든 알려 줘버려."

 

 "저 놈이랑요? 그러고 보니, 도미나. 저 자식에게는 너무 무르게 대하세요! 어제 저 놈이 당신께 얼마나 무례를 저질렀는지 아시면서도, 저를 그것도 저 놈이랑 같이 있으라는 거에요?"

 

 "루갈, 한 번만 더 날 깨우면 가만 안 둔다."

 

 "명심하겠습니다, 도미나."

 

  루갈이 내게 또 한방 먹일 거 같은 기세로 내게 다가왔다. 너만 짜증나는 거 아냐. 나도 너 싫거든? 엔투라도 근처에 있으면 나았을 텐데. 그가 내 목덜미를 잡고 질질 밀가루 포대자루를 끌 듯 어디로 데려간다.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놈이 건방지고 싹수 없게 시리.

 

  매의 날카로운 발톱에 사냥 당한 토끼처럼, 뒷덜미 잡혀 날아간 그곳은 우리의 거점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생명력을 주체하지 못해 짙푸르게 빛나는 야생 풀이 뒤덮은 작은 동산 위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꽃밭이었다. 참으로 낭만적이어라. 사람의 손 때가 묻지 않아 저마다 피어난 색색의 꽃들은 정렬되지 않고 어지럽혀 쏟아진 물감과도 같았다. 서로 얽히고 조화를 이루어 저 아름다운 줄 알고는 고개를 빳빳하게도 세운다. 저 지평선 너머, 세상의 끝이라도 도달하려는 듯 하늘 위에서 보니 가히 장관이었다. 그가 한참을 나를 데리고 날더니, 어느 조형물을 발견하고는 그 아래로 착지한다. 아니, 나는 거의 떨어뜨리다시피 던져두고선 장미같이, 사과 같이 붉은 애초부터 기울어져 세워져 있던 커다란 십자가가 위에 저 혼자 우아하게도 앉았다.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니? 왜 나만 가지고 그렇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야?"

 

 "난 당신이 싫으니까."

 

  그가 이제 내게 존대를 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래. 에리얼과 엔투 앞에서는 꼬박 존대를 사용하는 그는 내가 제일 만만했다 이것이다.

 

 "도미나만 아니었어도 당신과 말 섞는 일은 없었을 거야."

 

 "걔네 너 보증이라도 서줬냐? 엔투도 그렇고 왜 에리얼만 보면 그렇게 쩔쩔 매는 거야?"

 

 "우리들의 왕이자, 사제이자, 주인이시니까. 그리고 내 생명의 은인이시지."

 

  멍청한 것. 너도 그 년한테 속고 있는 거야.

  바로 나처럼.

 

 "평생가도 너네 사고방식을 못 따라갈 것 같아."

 

 "쓸데 없이 소리 그만 늘어두고 도미나가 바라신 꽃이라도 살펴보라고."

 

 "야, 눈이 있으면 주위를 둘러봐. 사방이 다 꽃이야. 아무거나 꺾어가라고."

 

 "당신은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르는 구나?"

 

  나는 그 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도미나께서는 네게 이곳을 보여주고 싶으신거야. 그리고 우린 원래 우리가 있던 것으로 곧 돌아갈 거야. 톨로이(Tholoi)로. 필히 무슨 일이 곧 생길 거라는 것이지. 네 예언과 관련되어서." 그가 잠시 숨을 고른다. 내가 그래도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 들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그 곳에선 도미나가 너만 편애할 수 없으니 궁금한 거 있으면 지금 여기서 다 물어보라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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