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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연의 기억
작가 : 한정화
작품등록일 : 2017.7.31

태양도 그 기세를 꺾지 못한다는 해(海)국 청 황제. 황제인 청은 모든 대신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불길하다 낙인 찍힌 주작의 후예, 윤화연을 귀비로 맞이한다. 하지만 청 황제 7년, 귀비를 향한 의문의 활을 청이 대신 맞게 된다. 청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다행히 깨어나지만, 17살 이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황궁은 충격에 빠지고, 화연은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잃은 지아비를 마주하게 되는데...

 
16. 마마도 결국 청룡이지 않습니까.
작성일 : 17-07-31 19:00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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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 마마 제가 무언가 실수를 하였다면... "

 

 " 지금 무엇을 잘 못 했는지 모르겠단 말이오? "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모르겠사옵니다. 말씀해주신다면... "

 

 " 정말 무엄한 여인이구려. "

 

 청이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

 

 푸른 비단 옷이 청의 서늘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화연이 떨리는 손을 숨기며 고개를 숙였다.

 

 긴장을 감추려는 것인지 이로 깨무는 아랫입술이 짖이겨졌다.

 

 " 내 시간을 줄 터이니 생각해보시오. "

 

 " .....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

 

 " 이 다리를 다 건널 때 까지요. 알겠소. "

 

 " .... 예. "

 

 청이 뒤돌아섰다.

 

 따라 걸으며 화연이 생각을 하려는데, 청은 그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청이 한걸음을 옮기고 흐드러지는 꽃을 바라보다 바로 돌아서 물었다.

 

 " 생각이 나시오. "

 

 " 아뢰옵기 황공하고나, 아직 모르겠사옵니다. "

 

 다시 한 걸음을 옮기고 물었다.

 

 " 지금은 어떻소. "

 

 " 모르겠사옵니다. "

 

 다리를 다 건너기까지 족히 열두걸음은 남아 있었다.

 

 거리로 따지면 긴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화연에게는 그 걸음걸음이 모두 야속하게 느껴졌다.

 

 " 처음 보았을 때 그대가 내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어찌됐을까, 그리 생각하면 참 아찔하오. 덕분에 원앙의 생명을 구하지 않았소. "

 

 걸음마다 깨달음을 묻던 청이 이제는 걸음마다 돌아보며 다른 얘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이야기에 화연은 더 애가 탔다.

 

 하지만 다른 뜻이 있는 모양인지, 화연에게 뒷모습을 보이는 청의 입매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연모하는 정인에게 줄 편지를 숨긴 소년의 얼굴과 꼭 닮은 웃음이었다.

 

 " 무릇 군자란 미물까지 살피며 이 땅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자. 내 그대로 살생을 했다면, 의도치 않은 사고였다, 그리 변명할 염치도 없었을 것이오. "

 

 답을 구하지 못한 채 걷는 걸음 걸음에 화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어지는 청의 목소리와 함께 시간이 흘렀다.

 

 첫 만남부터 회상하는 발걸음은 결국 끝이 났다.

 

 " 답은, 구했소? "

 

 다리를 완전히 건너 와 청이 물었다.

 

 하문에 화연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시에 화연이 서둘러 청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죽여주시옵소서, 황자마마. "

 

 화연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황자에게 범한 무례는 사실 한 둘이 아니었다.

 

 황자를 함께 물에 빠지게 하였던 것은 역모에 가까운 죄목이었다.

 

 하지만 이를 용서한다고 일전에 명하지 않으셨던가.

 

 그럼 어떤 대답을 원하시는 것일까.

 

 답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어중간하게 변명을 하느니, 차라리 죽음으로 답을 구하는 편이 옳았다.

 

 " 죽여주시옵... "

 

 " 하하하. "

 

 화연이 다시 말하는데 별안간 머리 위로 웃음이 떨어졌다.

 

 서릿발이 쳤던 음성은 한없이 따뜻한 봄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화연이 놀라 청을 바라보자, 그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 농이오! "

 

 " .... 예? "

 

 " 얼른 일어나시오. 자, 어서. 내가 무엄하다고 말한 것은... "

 

 어안이 벙벙한 화연을 청이 일으켜 세웠다.

 

 화연 앞에서 웃음 담긴 입술을 열려던 청이 머뭇거렸다.

 

 채 청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화연이 말했다.

 

 " ... 실망이옵니다. "

 

 " 화, 화났소? 아, 아니 내가 그러려던 게 아니라.... "

 

 " ... 먼저 가보겠습니다. "

 

 " 아, 아니, 나는 그게.... 내가 그랬던 이유는 사실.... "

 

 청의 말에 화연이 뒤돌았다.

 

 청이 말까지 더듬으며 당황스러워해도 화연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다리의 중앙에 다다랐을 때,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는지 청이 화연의 팔을 잡아 세웠다.

 

 " 아니, 말을 좀 들어보시오! "

 

 " 대체 어찌 그러신 겁니까! "

 

 자신을 돌려세운 청의 손을 화연이 뿌리쳤다.

 

 돌아선 눈동자에 원망이 고여있었다.

 

 달빛이 비춘 얼굴이 담은 건 원망이었다.

 

 " 내 장난이 심하였소. 미안하오. 내가 사실 하려던 말은... "

 

 " 마마께도, 마마께도! 주작은 그저 희롱의 대상일 뿐이었습니까! "

 

 한 걸음 다가가 사과하려는 청에게서 화연이 한 발자국 물러섰다.

 

 " 대체 어찌 이러실 수 있단 말입니까. "

 

 화연이 그대로 뒤돌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화연의 행동이 그제야 이해가 된 청이 주먹을 꽉 쥔 채 말했다.

 

 " 멈추시오. "

 

 청은 그 말을 뱉으며 분노에 찬 자신을 느꼈다.

 

 화연이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장난을 받아들였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의도가 어떻든 자신의 장난이 심한 것은 사실이었고, 이는 사과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 장난을 화연은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종족으로 가르고 있었다.

 

 " 멈추시오. 내 황자로 내리는 명이오. "

 

 청이 목소리를 굳혔다.

 

 황자의 명이라는 소리에 화연이 눈을 꼭 감은 채 멈춰 섰다.

 

 하지만 뒤돌지 않았다.

 

 청이 큰 보폭으로 걸음을 옮겨 그녀의 뒷모습 앞에 섰다.

 

 " 내 장난이 심했소. 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랬소. 방법이 잘 못 되었다면 미안하오. 하지만 그대의 그 반응을 보니, 물어야겠소. 대체 왜 그러는 것이오? "

 

 " ........ "

 

 " 들어야겠소, 왜 그렇게 내가 청룡이라는 종족임에 집착하시오. 첫 만남 때, 그대는 내가 청룡임을 인식하자 마자 내 손을 쳐냈소. 나도 주작이 청룡을 두려워하는 걸 알고 있소. 하지만! 나도, 그리고 명 황제께서도 이종족을 차별 하는 걸 금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소. 이를 알고 있지 않소. 그런데도 결국 내게 당신은 청룡이니까, 라는 말을 하시오. 나는 성군이 될 꿈을 꾸는 자요! 그리고 무관인 당신의 황제가 될 사람이오. 이쯤되면 알아야겠소. 그대가 그렇게 청룡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이유. "

 

 청의 말에 화연이 입술을 물었다.

 

 " 대체 왜... "

 

 " 성군이라 하셨습니까. "

 

 화연이 뒤돌아 물었다.

 

 마침 불어 온 바람에 화연의 긴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청이 그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다 말했다.

 

 " 그렇소. "

 

 " 소인이 배우기에 군자란, 미물이라도 소중히 여겨 천기를 다스리고자 사방을 둘러보며 힘쓰고, 한 명의 백성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존중하며, 군자 스스로 보호하며 큰 뜻을 이루는 자였습니다. "

 

 " ........................ "

 

 " 하물며 성군은 어떻겠습니까. 근데 제 앞에 군자께서는 좌우를 살피시는 걸 소홀히 하여 미물을 헤칠 뻔 하셨고, 농이라고 말하며 저를 희롱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사로운 일에 목숨을 버리실 뻔 하셨지요. 마마께서 말씀하시는 성군이란, 대체 무엇입니까. "

 

 화연이 다다다 말을 쏘다 입술을 깨물었다.

 

 체념으로 물든 검은 눈이 떨어지는 꽃을 보았다.

 

 격렬해진 감정으로 볼에 홍조를 머금고 있었다.

 

 " ................. "

 

 " ....... 정말 이제는 무엄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돌아가 기다릴테니 벌을 내리십시오. "

 

 정적을 먼저 깬 것은 화연이었다.

 

 뒤도는 움직임을 따라 흔들리는 옷가지가 처량했다.

 

 화연을 바라보던 청이 겨우 목소리를 냈다.

 

 " ...... 말해줄 수는 없소. "

 

 " ................ 무얼말입니까. "

 

 청이 걸음을 옮겨 화연의 앞에 섰다.

 

 청을 올려다 보는 화연의 눈동자가 과거의 상처를 담고 있었다.

 

 " 황자로서, 명하고 또 청하겠소. 그대의 말대로 나는 부족함이 많소. 부탁하오. 나는 성군이 되고 싶소. 좋은 황제가 되어 이 나라 만 백성을 행복하게 하고 싶소. 이 마음은 진정이오. 그러니 알고 싶소. 아니, 알아야겠소. 백성 중 하나인 그대가, 주작인 그대가 청룡을 그렇게 두려워하고, 또 피하는 이유를.... 말해주시오. "

 

 앞을 가로막고 선 청을 바라보며 화연이 말했다.

 

 " 결국 마마께서도 청룡의 혈족이 아니십니까. 그것도 이 나라 모든 청룡의 중심이신 마마십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한들, 믿기나 하시겠습니까. 청룡의 혈족이자 관직을 하신 제 아버지조차 황제께 고하기를 포기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청룡들이 믿지 않을 이야기임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

 

 말은 가시 돋힌 내용이었지만 이를 담아내는 음성은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처럼 검고 긴 속눈썹을 떨어뜨리는 화연을 바라보던 청이 말했다.

 

 간절한 설득이었다.

 

 " 하나 맹세하오. 내가 꿈꾸는 성군은 그대가 말하는 성군처럼 만 백성의 황제인 자요. 나는 그리될 것이오. 혈족이 무엇이든 상관 없이 만 백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것이오. "

 

 " ................ "

 

 " 하지만 그대가 말한대로 나는 청룡의 사회에서만 자랐소. 그러니 분명 나 또한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소.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어 많은 시간 잠행을 나왔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었겠지. 지금까지 많은 백성을 만나봤지만 이리 많고도 깊은 대화를 나눈 것은 그대가 처음이오. 특히 주작의 혈족과는... 백성의 아픔을 모르는 자를 어찌 군자라 칭할 수 있겠소. 그러니 부탁하오. "

 

 " .................. "

 

 " ..... 부디... "

 

 간절히 청하는 청의 목소리가 화연의 말에 막혔다.

 

 " 그렇다면. "

 

 힘겹게 뗀 화연의 입술이었다.

 

 청을 바라보는 화연과 청의 눈이 얽혔다.

 

 찬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부대꼈다.

 

 " 그렇다면 제 어머니가 청룡의 손에 희롱 당해 죽었다 말해도, 믿으시겠습니까. "

 

 화연의 담담한 목소리에 청의 눈빛이 흔들렸다.

 

 강물에 떠내려가던 노리개, 어머니를 부르던 화연의 목소리, 노리개를 찾겠다고 다시 강물로 향하던 화연의 발걸음.

 

 그 모든 기억이 순식간에 청의 머리를 훑었다.

 

 " 아니실 겁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 결국 마마도 청룡이시기 때문입니다. "

 

 담담한 척 했던 화연의 눈에 결국 감정이 차올랐다.

 

 축축해진 눈동자는 죽음의 공포를 담고 있었다.

 

 청룡들의 틈에서 희롱 당하면서도 불길을 뿜던 어머니.

 

 공포와 경악으로 물들었던 어렸던 자신의 눈동자.

 

 죽음에서 도망가려 산길을 올랐던 가쁜 숨.

 

 몇 번을 넘어져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달릴 수밖에 없던 순간.

 

 " 거보십시오. 마마도 결국 똑같은 청룡이 아니십니까. 그럴 리 없다. 그리 말씀하시고 싶지 않으십니까. 청룡의 높으신 분들은 입으로만 평등을 외치지, 결국 청룡의 품위를 해치는 모든 일을 외면 하시지 않습니까! "

 

 담담했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그렇게 말하면서 화연은 울지 않았다.

 

 지금껏 모든 것이 원망스러워 울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울 수 없었다.

 

 울어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비참해지는 건 혼자일 뿐이었다.

 

 그런데, 순간이었다.

 

 " ............ 그 자들이 누구요. "

 

 청이 물었다.

 

 낮은 목소리는 속깊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담고 있었다.

 

 달빛에 비춰 빛나는 눈동자에 슬픔이 고였다.

 

 " 모두 고하시오. "

 

 그리고 가득찬 슬픔이 모여 또륵, 턱밑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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