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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연의 기억
작가 : 한정화
작품등록일 : 2017.7.31

태양도 그 기세를 꺾지 못한다는 해(海)국 청 황제. 황제인 청은 모든 대신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불길하다 낙인 찍힌 주작의 후예, 윤화연을 귀비로 맞이한다. 하지만 청 황제 7년, 귀비를 향한 의문의 활을 청이 대신 맞게 된다. 청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다행히 깨어나지만, 17살 이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황궁은 충격에 빠지고, 화연은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잃은 지아비를 마주하게 되는데...

 
8. 재회
작성일 : 17-07-31 18:54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6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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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따라 유달리 꽃들의 색이 짙구나... ”

 

 “ 마마- ”

 

 “ 특히 청화의 쪽빛이 유달리 아름다워. ”

 

 정오를 넘긴 지 세 시간 정도 흘렀을 때, 창공에 해가 저물 준비를 하는 시간이었다.

 

 화연이 늘 산책을 하는 즈음이 이 때였다.

 

 황제가 기억을 잃은 지, 벌써 1주일이 지났다.

 

 그 1주일 동안에도 화연은 습관처럼 정원에 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 아름답구나. ”

 

 정원에서 자연을 보는 감화를 말하는 화연의 목소리가 서글펐다.

 

 그녀를 따르는 채연이 안쓰러운 눈으로 화연을 살폈다.

 

 “ 폐하는, 강령하시다더냐. ”

 

 “ … 어의께서 말씀하시길, 옥체에는 이제 무리가 없다 하옵니다. 다만, 밀린 정무에 정신이 없으시다 하옵니다. ”

 

 “ 빈 기억을 잡기 힘드시겠지. 일이 많을 것이다. 걱정이 되는 구나... ”

 

 “ ……………………. 마마. ”

 

 채연이 황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 그래서, 폐하께서...... ”

 

 “ 마마아아! 귀비마마아아! ”

 

 화연이 말을 이으려는데 저 멀리서 아기 울음소리가 났다.

 

 우는 목청이 애타게 귀비를 불렀다.

 

 “ 황자마마... 뛰지 마시옵...! ”

 

 “ 흐윽... 귀비마마, 이게 어찌된 일이랍니까아아! ”

 

 화연이 말릴 틈도 없이 5살된 어린 황자, 수가 화연의 치마 폭을 잡았다.

 

 작은 손이 콩콩 거렸다.

 

 “ 황자마마, 무슨 일이시옵니까? 눈물을 이리 흘리시면 아니 되옵니다. ”

 

 화연이 다리를 구부려 황자와 눈을 맞췄다.

 

 청룡의 혈족인 청 황제와 황후 사이에서 난 적통 황자였다.

 

 동시에 유달리 화연을 따르는 아이였다.

 

 화연이 눈물을 감춰주려는데 황자가 콩콩 거리며 다시 울었다.

 

 “ 아바마마가, 아바마마가 기억을, 기억을 하지 못하십니다!! ”

 

 “ 마마... ”

 

 “ 우아왕,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왜 저와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셔요오! ”

 

 화연의 치마를 쥔 채 흔들며 수가 울었다.

 

 화연이 무어라 말 하려는 데 멀리서 황자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 황자- 황자! ”

 

 황후 소진이었다.

 

 황후의 등장에 어린 황자를 두고 귀비와 채연이 예를 갖추었다.

 

 “ 황자... ”

 

 “ 어마마마, 아바마마께서... 아바마마께서...! ”

 

 청 황제를 쏙 빼닮은 수가 울먹였다.

 

 맑은 눈망울이 계속 눈물을 쏟았다.

 

 화연에게 매달렸던 수가 쪼르륵 소진에게 향했다.

 

 “ 어미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폐하께서 잠시 고뿔이 드셔 아프시다 일어나 그런 것이라구요. ”

 

 소진이 품 안의 수를 토닥이며 말했다.

 

 “ 그래두, 그래도 어찌 행궁에서 돌아오는 길에 민가의 주전부리를 사다 주시기로 한 것도 잊고, 다음에 구슬치기를 함께 해주시기로 한 것도 잊을 수가 있으시답니까!! 그뿐만이 아닙니다, 소자에게 해연지에서 물수제비를 가르쳐주시기로 하신 것도 잊어버리셨사옵니다!! ”

 

 수가 소진의 품에서 응석을 부렸다.

 

 5살 황자는 통통한 불을 부풀린 채 분이 풀리지 않는 울음을 삼켰다.

 

 “ 다 잊어 버리셨습니다.... 아바마마가 이상하옵니다... ”

 

 어린 아이에게 자신과의 약속을 모두 잊은 아버지는 모질 뿐이었다.

 

 그것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청이기에 수는 이 모든 것이 낯설었다.

 

 “ 아바마마가, 아바마마가...! ”

 

 “ 귀비, 미안하오. 황자가 많이 놀란 것 같소.... ”

 

 소진이 수를 데리고 돌아가려는데, 소진의 품에서 수가 바둥거렸다.

 

 “ 내려주시옵소서, 어마마마!! ”

 

 갑자기 울음을 그치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는 수에 소진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수를 내려주었다.

 

 수가 쪼르르 화연에게 가더니 화연의 손을 잡았다.

 

 “ 귀비마마, 저와 함께 가요!! ”

 

 “ ……………… “

 

 “ 그 때 구슬치기를 함께 해주신다 아바마마가 약조하셨을 때, 아바마마와 함께 계시지 않습니까아! ”

 

 “ ………….. 마마. ”

 

 “ 우리 함께 가요! 함께 갑시다! ”

 

 수가 화연의 손을 끌었다. 자신의 손을 잡은 작은 손이 천근만근 쇳덩어리 같았다.

 

 황제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어린 손에서 살아났다.

 

 심장이 저미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 황자!! ”

 

 그 때였다. 소진이 소리를 질렀다.

 

 소진이 철없이 구는 수의 어린 손을 화연에게서 떼어냈다.

 

 “ 어찌 이렇게 철이 없으십니까! 폐하께서 잠시 아프신데, 황자께서 잠깐을 못 기다려주셔서 이러시는 것입니까? 귀비 앞에서 이 무슨 체통 없으신 짓이에요! ”

 

 “ ………… 어마마마....... ”

 

 “ 폐하께서 많이 아프셔서, 황자께서 속이 상하실 수도 있다고, 그래서 아직은 뵙지 말라고 먼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가서 알현하겠다고 한 것이 누구입니까? 이러려고 알현하겠다 그리 고집을 부리신 겁니까! ”

 

 “ …………………….. ”

 

 소진의 타박에 수가 고개를 숙였다.

 

 어린 아이는 쭈뼛쭈뼛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눈물을 매달았다.

 

 “ 훗날 황위를 이어받아 이 나라의 만 백성을 책임지실 황자께서 어찌 이리 생각이 짧단 말입니까! ”

 

 서릿발 내리는 호통이었다.

 

 어미로서 자식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황후로서 훗날 황제가 될 황자에게 이르는 진심이었다.

 

 화연이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

 

 “ 어서 귀비께 사과 드리세요. 그리고 아까 천청궁으로 가시기 전에, 귀비께 전하실 게 있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

 

 풀이 죽어 있던 수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눈이 반짝거리는 게 다시 영락 없는 어린애였다.

 

 “ 맞습니다! 귀비마마께 전할 것입니다! 마마, 제가 대제학께서 내주신 숙제를 다 했사옵니다! ”

 

 “ 또 귀비께 무례를 범하면, 내 이제 황자께서 더 이상 귀비를 만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

 

 “ 히잉...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

 

 어느새 화연의 옆에 자리한 수였다.

 

 황후의 말에 다시 풀이 죽어, 화연의 치마자락을 잡은 채 수가 쭈뼛거렸다.

 

 “ 괜찮습니다, 마마. 안 그래도 저도 며칠 황자마마를 뵙지 못 해 많이 보고싶던 터였습니다. ”

 

 “ 귀비........ ”

 

 “ 황자마마, 폐하께서 잊지 않으셨습니다. 저에게 맡겨 두고 황자마마께 전해 달라고 하신 게 며칠 되지 않았는데요. 아마 바쁘셔서 잠깐 깜빡하신 게 분명합니다. 부탁하셨던 주전부리,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

 

 화연의 말에 수의 눈이 빛났다. 화연이 허리를 굽혀 수의 손을 잡았다.

 

 우주를 삼켜 별을 박은 아이의 눈에 가득 화연이 담겼다.

 

 “ 진정입니까? ”

 

 “ 진정이지요. 제가 채비를 하여 현해궁(현해궁: 황자 수의 거처)으로 가겠습니다. 먼저 황자께서 가셔서 저를 기다려주세요. 저에게 주실 것이 있단 것도, 그 때 함께 나누어요. ”

 

 “ 우와! 진정이십니까? 어떤 주전부리이옵니까? 사과꽃 조각 과자를 꼭 사다달라 소인이 부탁을 드렸는데요! ”

 

 “ 우선 기다리시면, 가지고 가겠습니다. 먼저 가서 기다려주세요. ”

 

 “ 우와, 그럼요! 소자 얼른 현해궁에서 귀비마마를 기다리고 있겠사옵니다! ”

 

 어린 아이는 어린 아이였다.

 

 수가 콩콩 뛰더니 소진을 따라온 황자를 보필하는 상궁과 함께 길을 잡았다.

 

 꺄르륵 소리를 내어 웃으며 황자가 정원에서 멀어졌다.

 

 그 뒷모습을 보던 황후가 한숨을 쉬더니 귀비에게 말했다.

 

 “ 미안합니다, 귀비. ”

 

 “ 아닙니다. 황자마마께서 많이 놀라셨겠사옵니다. ”

 

 “ 폐하께서 변을 당하신 걸 현해궁에는 철저히 비밀로 해두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황자께서 폐하가 복궁하시는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서..... 폐하께서도 황자가 놀라지 않을까 여러모로 기억을 잃지 않은 척 연습을 하신 모양인데... 그게 쉽지 않으셨나 봅니다. ”

 

 “ …………. 그러셨겠군요. ”

 

 “ 어찌 아이에게 그대로 말하겠습니까....... 황자가 태어나신 게 폐하의 마지막 기억보다 나중의 이야기라는 걸. 폐하께서 황자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신다는 걸 말입니다...... ”

 

 “ ………………. ”

 

 소진이 한숨을 쉬었다.

 

 “ 천청궁에서 놀라 뛰어 나가시더니, 그대로 귀비에게 오는 걸음이 어찌나 빠르던지. 미안하오, 귀비. ”

 

 “ 아닙니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

 

 화연이 고개를 숙였다.

 

 소진이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보더니, 한 마디를 보태려다 멈췄다.

 

 “ 그럼 이만 돌아가야겠습니다. 혹여 황자가 또 무례하게 굴거든, 꼭 혼을 내어주세요. ”

 

 “ 망극하옵니다..... ”

 

 돌아서는 소진의 뒷모습에 끝까지 화연이 예를 표했다.

 

 옆에서 함께 극진한 예를 갖추던 채연이 말했다.

 

 “ 괜찮으십니까, 마마. ”

 

 “ 무엇이. ”

 

 “ ………….. 너무 하십니다, 마마. ”

 

 화연의 대답에 채연이 울컥한 듯 말했다.

 

 “ 어찌 모두 이리 마마의 감정은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단 말입니까. 황자마마께서 이렇게 뛰어오실 때, 어떤 사단이 날 지 모두 알면서 이래요! ”

 

 “ 채연아. ”

 

 “ 황자마마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리지는 않으십니까? 황후마마와 황자마마께서 나란히 계실 때..... 어떻게 괜찮으시냔 말입니까. ”

 

 “ 채연아! ”

 

 “ 너무 하옵니다. 다 너무들 하옵니다. 애초에 마마께서 들어오고 싶으셔서 들어오신 황궁도 아닌데요. 그런데 어찌 폐하께서는 모두 잊어버리시고, 황후마마와 황자마마께서는 이리 모질 수가 있습니까. ”

 

 “ 내 네가 한 마디만 더 하면 경을 칠 것이다. 어서 현해궁으로 갈 채비를 하거라. 주전부리가 마땅치 않을 것이지만, 저번에 그 쪽 지역에서 진상된 다과가 아직 조금 남아있을 것이다. ”

 

 화연의 단호한 말에 채연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눈에는 아직도 슬픔이 가득했다.

 

 “ ……. 채비하거라. ”

 

 채연이 결국 고개를 숙이더니 사라졌다.

 

 화연 혼자 덩그러니 남은 정원에는 푸릇푸릇한 잎사귀 사이로 분홍색 꽃들이 많았다.

 

 

 

 * * *

 

 

 

 황자가 좋아하는 다과와 함께 길을 나선 화연이었다. 채연이 길을 잡았다.

 

 궁 곳곳에 꽃이 만발하고, 새들의 지저귐이 화음을 이뤘다.

 

 곳곳에 궁녀들이 제 일을 하느라 바빴다.

 

 높은 기둥 사이로 살짝 보이는 빨래터가 있었다. 궁녀들이 치마를 걷은 채 빨래를 밟았다.

 

 “ 어휴, 오늘따라 많네. ”

 

 “ 그러게- ”

 

 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궁녀들이 안에서 자신들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화연이 지나가는 것을 모르는 기색이었다.

 

 “ 귀비가 요즘 매일 매일 은공을 드린다며? 폐하께서 기억을 되찾게 해달라고. ”

 

 “ 얼마나 간절하겠냐. 청룡 궁궐에 주작이 웬 말이었어? 폐하께서 귀비를 기억하지 못하시는데 이제 귀비는 끈 떨어진 연이지, 끈 떨어진 연. ”

 

 “ 그 궁 상궁과 나인들이 그래서 다 살 길 찾아 나서고 있다며? ”

 

 “ 아오 꼬셔라. 황제 은총 하나 믿고 지금까지 귀비가 떵떵 거리고 산 게 벌써 몇 년이야! ”

 

 채연이 화를 내려는 걸 화연이 손짓으로 막았다.

 

 궁녀들은 아직 화연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 끝 떨어진 연이래, 키킥. 그래서 이름이 화연인가? ”

 

 “ 저잣거리에서 그런다며- 폐하 꼬신 난 년. 그래서 화연, 화년- 한다고. 키킥. ”

 

 키득키득 웃는 궁녀들의 목소리에 채연의 얼굴이 울그락푸르락 해졌다.

 

 황자에게 가져가는 다과를 쥔 채연의 손이 덜덜 떨었다.

 

 “ 근데 진짜 어떻게 되는 거야? ”

 

 “ 뭐 별 수 있겠냐. 은총으로 버티고 있던 삶, 이제 황궁에서 쫓겨나겠지. ”

 

 “ 키킥. 귀비면서 대장군 직함은 왜 안 버리나 했더니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였나봐. 폐하를 모시는 자가 왜 피바람에서 사냐고 그렇-게 욕을 먹더니, 미래를 보는 눈이 달라요~ 역시 난 년은 다르다- 달라. ”

 

 채연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화연의 눈치를 살폈다. 화연의 표정은 담담했다.

 

 “ 마마, 제가 혼쭐을 내주고 오겠어요! ”

 

 채연이 말했다.

 

 “ 내버려두어라. 어차피 내가 있는 지도 모르고 나누는 말들이니. ”

 

 “ 마마! ”

 

 “ 폐하께서 지금 심기가 어지러우실텐데, 괜한 소란을 만들어 일을 보태드리고 싶지는 않구나. ”

 

 “ ................... 마마. ”

 

 뼛속까지 연정에서 비롯된 이유에 채연의 고개가 절로 수그러졌다.

 

 “ 가자. 황자마마께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

 

 “ ............................... 예............. ”

 

 하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화연의 말에 대답하며 채연이 궁녀들을 노려보았다.

 

 여전히 화연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궁녀들이 까르륵 웃을 뿐이었다.

 

 화연이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지척에서 큰 목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던 궁녀들이 돌아보며 화연을 발견했다.

 

 “ 황제 폐하 납시오!!! ”

 

 근처에 있던 모든 이들이 예를 갖추었다.

 

 빨래를 하던 궁녀들은 신도 신지 않은 채 땅으로 뛰어 나와 몸을 납작 엎드렸다.

 

 청에 대한 충심이기도 했지만, 화연을 본 공포이기도 했다.

 

 “ 멈추어라. ”

 

 인력거에 앉았던 청이 화연을 보고 인부들에게 말했다.

 

 청이 곧장 내리더니 고개를 숙인 화연의 앞에 섰다.

 

 “ 귀비. ”

 

 “ ........... 강령하셨나이까. ”

 

 “ 어디로 가는 것이오. ”

 

 화연을 보는 청의 얼굴에는 화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청에게 대답하는 화연의 목소리는 담담하기만 했다.

 

 “ 황자마마께 가던 길이었습니다, 폐하. ”

 

 “ 어인 일로 말이오. ”

 

 황제의 곁에 선 태진이 황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채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왜 청이 화가 났는지 모르는 이가 없었다.

 

 “ 어인 일로 내게는 오지 못하는 걸음이, 황자에게는 그리 쉽게 간단 말이오. ”

 

 “ ........................... ”

 

 “ 천천궁에서 몇 번이나 내가 찾는다는 기별이 갔을 터인데, 한 번을 오지 않더구려. ”

 

 

 화연이 대답하지 않은 채 숙인 고개 사이로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이 화연의 감정을 감추었다.

 

 “ .............. 송구하옵니다, 폐하. 그간 몸이 좋지 않아, 황명에 응할 수 없었사옵니다. ”

 

 거짓말이었다.

 

 이를 모를 청도, 청이 속을 것이라 생각한 화연도 아니었다.

 

 “ 그럼 오늘, 오늘 밤에 내 귀비에게 갈 것이오. 괜찮겠소. ”

 

 동의를 구하는 듯 했지만 견고한 어조는 분명 명령이었다.

 

 선명한 음성의 의지를 읽은 화연이 마지못해 입을 달싹였다.

 

 붉은 입술이 내뱉는 목소리는 담담했다.

 

 “ 황공하옵니다. ”

 

 이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청의 목소리였다.

 

 그것을 또 한 번 깨달은 화연이 속으로 고통을 씹었다.

 

 기억을 잃은 후 제대로 화연이 황제를 마주한 처음이었다.

 

 홀로 했던 상상보다, 낯선 공기는 훨씬 참아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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