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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스의 마이 레이디
작가 : 밍이
작품등록일 : 2017.7.18

그 날은 유난히 비가 내리던 날.
집 앞 골목길, 피를 흘며 쓰러진 남자를 주웠다?

"무엇을 바라고 살린거지?"

눈을 뜬 남자는 다짜고짜 반말에 자신을 왜 살렸냐고 타박을 한다. 심지어 살려놓으니 어쩌라고라며 무대포로 나오는 이 남자. 싸가지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부려먹으려 든다. 밥값이라도 하라고 무엇을 시키면 다 부숴버리곤 미안한 기색없이 얼마냐고 떵떵거린다. 도대체 이 남자 뭐야! 이런 남자이건만 자꾸만 다가오는 그와의 거리감에 당황스럽다.

"나에게 다가오지마요!"

점점 다가오는 그와의 거리. 낯선 남자를 집에 데려온 불안감. 그리고 자꾸만 끌리는 묘한 감정. 그녀는 헤깔리기 시작하였다. 이 감정은 동정인걸까. 아니면.

남자가 낯설지만 걱정이 되어 차마 내치지 못하는 수와 재벌이라며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어 수에게 빌붙어 사는 그러다 어느새 선한 수에게 마음이 가는 현.

묘한 남자와 어리숙한 여자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재수없어
작성일 : 17-07-31 17:28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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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갔다와."

 

 어느새부터인가 여유롭게 침대에서 굴러다니며 나에게 인사를 건내는 남자. 현. 성은 뭔지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모르고. 이게 뭐하는 건지. 출근버스에서 나는 가만히 머리를 손잡이에 박았다. 누군가 힐끔거리는 눈빛이 있어보였지만. 알게뭐야. 진짜 이 수, 제 정신이 아니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자를 집에 드릴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아니, 일단 칼 맞는 남자라니. 병원도 안되, 경찰도 안되. 그런 남자인데 나는 도대체 왜 집에 들여다 놓고 가만히 있는거야?

 

 "이 수씨. 요즘 일을 왜 이렇게 무섭게 해."

 

 갑자기 들어오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눈을 깜빡였다. 실장님은 무언가 걱정된 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다른 직원들도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랬던가.

 

 "제, 가요? 뭐가요?"

 

 "아니, 요즘 표정이 사람 죽였는 것 처럼 심각하잖아."

 

 뜨금.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고 그냥 범죄를 좀. 네, 제가 면허증을 날릴 정도의 어마무시한 짓을 해대긴 했네요.

 

 "아, 아니에요."

 

 나의 반박에 옆에서 듣고 있던 선배가 쪼르르 대답을 해대었다. 아, 정말 눈치없게 이런데서 또 끼이는 선배의 모습에 머리가 아파왔다.

 

 "맞아요. 얼마전에 진료보다가 누구 잡아먹는 줄 알았다니깐. 환자분도 무서워서 말도 못부치는 거 있죠."

 

 "그정도는 아니었어요. 진료중에 얼굴을 가려서 잘 모르셨구요."

 

 나의 대답에 여기저기서 뜯어먹으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험담해대지 못해 안달이다. 그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역겨웠지만 나는 애써 웃어보였다. 아, 이게 현실이지. 정말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당기도록 끌어올렸다. 웃자, 이럴때 웃어야지. 언제 또 웃어야 되겠니.

 

 "이 수씨 그래도 우리가 서비스 직인데. 그러면 안되겠지?"

 

 실장님이 차분히 웃으면서 정리를 해대는 모습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제발 끝내라. 밥이 점점 체하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는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흘기는 눈빛들이 나를 향한다.

 

 "시정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아, 표정이 안 펴질 것 같아.

 

 "아아악!"

 

 나는 결국 집에서 가방을 내려던지면서 화풀이를 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놀란 그가 나를 흘겨보았다.

 

 "무슨 일이야."

 

 "신경꺼요."

 

 나는 그대로 컴퓨터를 켰다. 이럴 때 다시 무언가를 하는 건 좀 힘들까. 결국 나는 포기하고 컴퓨터를 다시 껐다. 저벅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해버렸다.

 

 "무슨 일 있었어?"

 

 나에게 부쩍 가까워진 그와의 거리가 느껴질 때 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이만큼 가까워진건지.

 

 "가까이 오지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쪽이 지금 걱정이 되서."

 

 "괜찮으니까 가요. 몸도 덜 회복했으면서. 도와줄거면 얼른 나가면 좋고."

 

 남자가 키득거리더니 이내 나의 머리에 큰 손을 올려놓는다.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 두려는데 그 손으로 쓰다듬 거리는 그 손길이 퍽 좋아서 나도 모르게 울 것 같았다.

 

 "자꾸 쫓아내려 하지마 귀염성 없게."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인 제가 미친거죠.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돈도 축내고. 이쁘게 보일래야 보일 수가 없잖아."

 

 나의 말이 웃긴지 그가 다시 웃어댄다. 그게 뭐가 그리 웃긴지. 현, 그는 내 말이면 자꾸만 웃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 그래, 착각이겠지. 원래 실없는 사람일 수도.

 

 "위로해주는 건 고마운데 이제 손 좀 치워줘요. 나도 하고 싶은 것 좀 합시다."

 

 "무엇을 할려는 건데."

 

 나는 그의 질문에 싱긋이 웃어보였다. 그 웃음이 궁금하다는 듯이 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보여서 나도 모르게 더 웃어보였다.

 

 "소설."

 

 "소설 쓰는거야?"

 

 나는 꺼버린 컴퓨터를 다시 켰다. 파랗게 전원이 들어오는 컴퓨터를 보면서 그와 말을 하였다. 오늘의 조금 힘든 일이 있어서인지 나는 자꾸만 말을 하려고 하였다.

 

 "취미, 어쩌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에요."

 

 "호오, 글 쓰는게 좋은가봐?"

 

 "네, 정말 좋아요."

 

 그렇게 말하는 내 표정이 조금 얼빠진 소녀 같아 보일까봐 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렸다. 그런 나의 모습에도 그는 약간의 호기심을 보이더니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정말 저 사람은 매일 침대에서 사는 것 같단 말이지. 물론 내가 직장에 가 있는 동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 나 배고파. 그리고 화장실에 냄새 제거제 사는건 어때? 그리고 냉장고에 간식이 비었어. 과일은 없어? 좀 사다놔."

 

 침대에 들어간 남자는 그렇게 나에게 주문을 하였다. 저 인간이 한번에 몇개의 주문을 하는 거야. 나는 켜지던 컴퓨터를 잠시 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재수없는 남자 같으니. 사람을 좀 쉬게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고!

 

 "밥은 좀 알아서 차려드세요. 그리고 화장실 냄새 좀 참으면 어때. 간식, 과일이 어디있어요? 누군 땅파서 돈 버나? 누군 돈 벌어서 화나 죽겠는데!"

 

 그러고는 주위에 널부러진 수건을 냅다 침대 위로 내던졌다. 갑자기 던져진 묵직한 무게에 현이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노려봄에 당황하였다 이내 빙그르 웃어버리는 그 모습이 얄밉다. 진짜 저 남자는 뭐하는 놈인데 저렇게 천하태평에 여유만만인데.

 

 "자꾸 이러시면 곤란합니다만 집주인님. 돌봐주려면 좀 살살 봐줘."

 

 "자꾸 시켜먹으면 저도 힘들거든요? 작작 시켜먹어요."

 

 "나 이래뵈도 돈 많아. 재벌이야 재벌. 나중에 나한테 더 잘해주지 못해서 아쉬워 말고 잘하라니까?"

 

 또 저 소리. 한번씩 정말 실없는 소리를 해대며 재벌이라는 둥 더 잘해보라는 둥의 소리. 로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실실 웃어보이는 모습에 진심으로 구박한 적도 있더랬다. 나는 그의 소리에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누가 그런 얕은 수에 움직인데?

 

 "흥,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래봤자 재벌이면 재벌이지. 그냥 얼른 집에서 집에서 나가라니깐."

 

 "정말 재벌이 힘 안써줘도 되?"

 

 진짜 어이없는 사람. 재벌이면 뭔가 다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지금 자꾸 재벌타령이래. 나는 결국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자꾸만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재벌이라면서 왜 자꾸 불안한 표정을 짓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긴 재벌이라도 배에 칼을 꽂고 다니는 모습은 결국 좋은 재벌인 것 같지는 않다.

 

 "재벌이 뭐, 제 인생을 대신 살아줍니까? 돈을 얼마나 퍼 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래뵈도 나름 잘 먹고 살고 있으니까 신경끄시고 그쪽 인생이나 신경쓰세요. 로또 그까짓거 걸리면 대박이지만 안 걸려도 저는 잘 살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재벌 양반 그냥 제발 가만히 삽시다. 먹는거 투정부리지 말고. 그래봤자 얹혀사시는 분이 왜 이렇게 투정이 심해!"

 

 나는 한바탕 화를 내 놓고 밖에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 모습에 그가 호기심을 가졌는지 말을 건내었다.

 

 "어디갈려고?"

 

 그래도 걱정이라도 해주는 걸까. 아니면 그냥 단순히 호기심인걸까. 모르겠지만 나는 바보같아서 그가 말하는 한마디에 신경이 쓰여버려서.

 

 "밥, 간식, 과일. 먹고 싶다면서요. 사올게요."

 

 내가 이러니까 아무런 연도 없는 저런 남자를 집에 데리고 오지. 하여간 정말 쓸데없어. 나가는 길이 후덥지근하게 데워진 아스팔트 가운데를 걸었다. 오늘 겪은 일 덕분에 짜증이 났으면서도 왠지 집에 누군가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자꾸만 기분이 진정된다. 웃기게도. 하나같이 멋대로에 재수없으면서도 자꾸만 걱정되는 사람. 자꾸만 집에 가는게 기대되게 해버리는 사람. 어느새 이만큼 가까워진 걸까. 모르겠다. 잡념을 떨치며 더운 열기 속을 걸어가며 어떠한 것을 사갈지나 고민하자.

 

 · · · · ·

 

 그녀가 나가고 난 텅빈 집안에 남았다. 이제는 어느새 그녀가 익숙해졌는지 자꾸만 그녀가 없는 일상이 이상해져 버린다. 현은 고개를 저으며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날리려고 애썼다.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곳이 있고 그녀는 그곳에 없고 이 곳은 잠시 스쳐지나갈 그런 곳. 일상에서 벗어난 잠시 이상한 곳에 들른 곳일 뿐이다.

 

 "정말 이상한 여자."

 

 분명 직장에서 기분나쁜 일이 벌어졌는 지 화를 냈더라도 자신의 앞에서는 화풀이 하지 않는 여자. 나가라고 하면서도 걱정하는 여자. 틱틱대면서도 자꾸 챙겨주는 여자. 뭐하는 여자인지 몰라도 정말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여자. 칼을 배에 꽂혀서 들어온 남자를 들어오게 해놓고 불안해 하면서도 자꾸만 눈이 그를 향한다. 그 눈빛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자신은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더욱 웃긴 상황은 이제는 벗어나야하는 이 상황임에도 벗어나기가 싫어진다는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이벤트 같은 일이 어느새 좋아졌다는 것 일까. 말도 안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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