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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석공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석공(조각가)의 무림행 이야기.

 
석공무림 1권 7장
작성일 : 16-05-04 11:55     조회 : 662     추천 : 0     분량 : 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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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장. 여행

 

 

 

 

 

 

 

 

 

 

 밤사이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멈췄다.

 파란 하늘에 둥실 떠있는 태양의 햇빛이 강렬했다. 질퍽질퍽하던 땅도 어느새 메말라 있었다.

 천지석공소의 앞이 소란스러웠다.

 도장석과 왕천삼 그리고 일하는 석공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먼 길을 떠나는 도장석의 등에는 봇짐이 하나 실려 있었다.

 어젯밤에 잠들 기 전 도장석은 이층다락방을 정리해뒀다. 가지고 갈 옷가지와 책 그리고 소소한 물건들을 봇짐에 챙겼다. 방 서가에 가득 꽂혀있는 책들과 사용하던 물건들을 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밤에 벌였던 술주정 때문인지 왕천삼이 도장석 앞에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도장석은 이미 멀쩡한 정신의 왕천삼과 대화를 하여 떠나기로 한 상태였다.

 “이렇게 가시는 것이오?”

 왕천삼이 아쉬워했다.

 “가야지요.”

 “점심이라도 함께 하고 떠나시오.”

 “갈 길이 멉니다.”

 도장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왕천삼이 중얼거렸다.

 사실 이곳에서 황보세가가 위치한 제남까지는 이삼 일이면 갈 수 있었다. 황보세가가 석공들의 시험을 치르기까지 아직 십일이나 남아있었다.

 애당초 도장석은 삼일 뒤에 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밤에 술주정을 부린 왕천삼 때문에 출발하는 날을 앞당겼다. 괜히 머뭇거렸다가는 또 다시 왕천삼의 술주정을 받아야할 수도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주정뱅이와 할 이야기는 없었다.

 “산천을 구경하며 여유롭게 가고 싶어서 그래요.”

 도장석이 이야기했다.

 석공보조로 취직하기 위해 고향에서 이곳까지 온 걸 제외한다면 그가 여행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실 그것은 여행이라고 말 할 것도 못 됐다.

 가는 길에 오악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태산을 유람할 생각이었다. 태산을 비롯한 산수를 구경하면서 제남까지 가려면 열흘도 부족했다.

 “내가 욕심은 많지만 사람을 볼 줄은 아오. 도석공은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거요. 그동안 내가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이요. 앞으로의 건투를 비네.”

 왕천삼이 도장석의 앞날을 격려해줬다.

 “감사합니다. 여기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도장석이 답했다.

 그는 천지석공소에서 일하면 참으로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경험했다.

 “이건 전별금이오. 가는 길에 사용하시오.”

 “이러지 마세요.”

 “무안하게 하지 마시오. 도석공 덕분에 많은 돈을 벌었고, 많이 넣지도 않았소.”

 왕천삼이 도장석에게 억지로 전낭을 안겨줬다.

 묵직한 전낭의 무게감이 도장석의 손을 무겁게 만들었다.

 ‘오십 냥은 되겠는걸.’

 도장석의 전낭에 들어있는 돈을 어림짐작했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

 그가 마지못해 전낭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런 광경을 왕천삼이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웃는 우는 표정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전낭을 받아줘서 좋아하는 마음과 떠나가는 도장석에 대한 안타까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꼭 다시 방문해주시오.”

 “그리 할게요.”

 “도석공은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오.”

 왕천삼이 이별에 대한 아쉬움으로 말을 끌었다.

 이별의 시간을 길게 끄는 일은 좋은 것이 아니다.

 “이제 그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다른 분들도 몸 건강히 잘 있으세요.”

 도장석이 왕천삼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잘 가요. 도석공!”

 “황보세가의 시험에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꼭 합격하세요.”

 사람들이 앞을 다퉈서 도장석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슥!

 등돌린 도장석이 걷기 시작했다. 암산봉을 내려가는 그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그의 머리 위에서 햇살이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로 가는구나.”

 왕천삼이 멀어져가는 도장석을 보면서 처연하게 중얼거렸다. 그가 오늘 밤에도 미친 척하고 술 마신채로 도장석을 방문할 생각이었다. 바짓가랑이를 움켜쥐고라서도 도장석을 떠나지 못 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무산됐다.

 “도석공과 함께 한 시간들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행운의 순간이었어.”

 왕천삼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도장석을 떠올렸다.

 도장석이 있었기에 고래등처럼 큰 저택과 아름다운 첩들, 그리고 규모가 커진 석공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도장석이 없기에 다른 석공들을 보다 바짝 조여야만 했다.

 “무엇들 하고 있는 건가? 도석공은 떠났으니 이제 일들을 해야지.”

 왕천삼이 할 일을 하지 않고 서있는 석공들에게 닦달했다.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석공들이 한마디씩 던지면서 다시금 작업대로 걸음을 옮겼다. 도장석이 사라지고 나자 왕천삼의 말발이 석공들에게 제대로 먹히지를 않았다.

 ‘몇몇은 떠나겠군.’

 노회한 왕천삼이 석공들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갈테면 가라지. 너희들 따위는 없어도 괜찮아.’

 왕천삼의 눈에 서늘한 빛이 흘렀다.

 그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그가 도장석이라면 애걸복걸하며 붙잡겠지만 나머지 석공들에게는 그럴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석공들이 모두 떠나면 차라리 천지석공소의 문을 닫거나 다른 업자에게 팔아넘길 속셈이었다.

 

 터벅! 터벅!

 천지석공소를 떠난 도장석이 부지런히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터벅! 터벅!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집에라도 들렸다 가는 건데…….”

 도장석이 중얼거렸다.

 그의 뇌리에 부모님과 동생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벌써 일년하고 육개월 동안 보지 못 하고 있었다. 돈을 벌기에 바빠 고향을 방문하지 못 했다. 서신을 통해 소식을 전하기는 했지만 직접 대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황보세가에서 일을 본 다음에 집으로 가자.”

 도장석이 황보세가의 이후를 그렸다.

 그가 세상을 돌아다녀도 발걸음이 마지막에 멈출 곳은 바로 가족들의 곁이었다.

 암산봉을 내려온 그가 옥함산의 능선을 타고 북쪽으로 나아갔다. 제대로 길이 나있지 않은 울퉁불통한 산길이 불편했지만 대신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멋졌다.

 몸이 고달픈 대신에 눈이 호강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풍화된 기암괴석들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기괴하게 꼬인 채로 하늘을 향해 뻗은 현실의 나무들이 고씨화보와 개자원화보 등에 실려있던 그림속의 나무와 겹쳐졌다.

 바위 아래 자라고 있는 난초의 푸른 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그림들이 자연의 산수 속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사람들로 분주한 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고 옥함산을 가로지르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좋구나.”

 도장석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이쪽으로 쭉 가면 태산이 나온다고 했지?”

 그는 태산을 거쳐 제남으로 갈 심산이었다.

 길을 제대로 찾아가기 위해 산동성 전도까지 구입을 한 상태였다.

 그가 선택한 길은 다소 돌아가야 하는 길이지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천하제일산으로 유명한 태산을 둘러보는 건 그에게 있어 무척이나 요긴한 일이었다. 그림과 책을 통해 접했던 태산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흥분됐다.

 “묵필학사도 태산에 들렸다고 했지?”

 도장석이 중얼거렸다.

 그는 군림마부에 들렸던 임학후가 태산의 절경에 크게 감탄했다는 글귀를 서적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태산에서 움직였던 임학후의 행적이 서적에 자세하게 남겨져 있었다.

 스승 송광의 영향인지 도장석은 임학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무림세가인 황보세가의 석공 시험을 보려하는 데에는 그런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

 “황보세가는 하북팽가와 함께 정도무림오대세가에 속해있다고 했지. 산동성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전통이 있는 무림세가라고 했어. 그곳에 있으면 묵필학사처럼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야.”

 도장석이 잔뜩 기대했다.

 그는 일개 석공이지만 황보세가에서 분명히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무공을 펼치는 무림인을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공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무에도 지고한 가르침이 있다는 사실은 묵필학사의 일대기를 쓴 서적을 통해 잘 알았다.

 “무공을 펼치는 무인을 보면 정말로 흥미로울 거야.”

 도장석은 그런 광경을 보면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이나 설렜다.

 최악의 경우 아무 것도 얻지 못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일이 아니었다.

 도전한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황보세가까지 여행을 떠나는 도장석은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들떴다.

 타박! 타박!

 생각을 하면서도 그가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이 부지런히 옥함산의 풍경을 살폈다.

 도장석의 눈에 구름을 휘감은 채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옥함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보였다.

 그때였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의 마음속에 다가왔다.

 도장석은 손에 잡힐 듯이 보이는 풍경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자.”

 도장석이 자리를 잡았다.

 봇짐을 끌러 차산수도첩을 꺼냈다. 차산수도첩은 산수의 풍경을 빌린다고 해서 도장석이 만든 종이묶음 책이었다.

 펄럭!

 표지를 넘기자, 차산수도첩에는 아무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새하얀 종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장석이 여행을 통해 본 산수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만든 종이묶음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봇짐에는 책들과 함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문방사우들이 들어있었다.

 스윽! 슥!

 그가 먹을 부지런히 움직여 벼루에 먹물을 만들었다.

 평평한 바위에 차산수도첩을 올린 그가 붓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붓이 움직일 때마다 깨끗하던 종이 위에 산수화가 그려졌다.

 부벽준으로 바위를 묘사했다.

 파마준으로 산봉우리를 그렸다.

 비 온 뒤의 윤기를 느끼게 하는 미준법으로 나무와 풀들을 그렸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옥함산의 주봉은 참으로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줬다. 다양하기 그지없는 풍경을 도장석이 평평한 종이 위에 담았다.

 작은 종이에 옥함산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림은 도장석의 마음을 담고 있는 하나의 세계였다.

 스윽! 슥!

 붓이 움직였다.

 도장석이 빈 공간의 종이에 마음을 실었다. 나무에 잎사귀들이 났고, 서풍에 휘말린 흰 구름이 서쪽으로 한들한들 흘러갔다.

 그림에 몰입한 도장성이 신나게 붓을 움직였다.

 툭!

 마침내 그가 붓을 내려놓았다.

 몰입했던 그의 정신이 깨어났다. 그가 시선을 내려 그림을 살폈다. 아직 먹물이 마르지 않은 산수화가 종이 위에 날아갈 듯 펼쳐져 있었다.

 “아! 부족하다.”

 차산수도첩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도장석이 안타까워했다.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옥함산의 풍경을 그가 백분지 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든 그가 옥함산의 주봉의 풍경을 살폈다가 다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감탄을 금치 못 할 옥함산의 풍경이고, 그림은 단지 조악한 필력으로 그려졌을 뿐이었다.

 “생동감이 없고 어설프다.”

 짧은 시간동안 손끝으로 그린 그림에는 생동감이 없었다.

 그림에 어설픈 부분이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장석이 의기소침해하지는 않았다.

 “다음에는 보다 노력하자.”

 도장석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연습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지나치게 자신에게 엄격했다.

 비록 도장석이 그림을 폄하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감탄을 하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이 보았을 때 좋다고 느낄 작품들이었다.

 그의 그림에는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생동감이 무섭게 결집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손끝으로만 그림을 그리는데 반해 도장석은 마음을 담았다.

 마음을 중하게 여겼기에 도장석은 비루하게 살아오던 삶을 바꿀 수가 있었다. 그가 만드는 석상과 조각품, 그림들에는 하나같이 마음이 녹아들어 있었다.

 “가자.”

 먹물이 마르기를 기다린 그가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겼다.

 터벅! 터벅!

 눈앞의 풍경과 작별한 도장석이 북쪽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시선이 주변의 풍경을 부지런히 살폈다. 파란 하늘 위에 흰 구름이 둥실 떠다녔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따뜻했다.

 도장석이 꾸준하게 북쪽으로 나아갔다.

 울퉁불퉁한 산길이었기에 시간도 많이 걸렸고, 불편한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풍광이 좋았다. 기묘한 경치를 마주할 때마다 신나게 그름을 그려댔다. 반나절도 되지 않았는데 차산수도첩에 그림들이 많이 늘어났다.

 “명화의 구도와 산의 준법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구나.”

 도장석이 비로소 깨달았다.

 그 전에도 머리로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산천을 보고서야 완전하게 마음에 받아들일 수 있었다.

 준법이란 바위나 산 등 자연을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기법이다. 화공들은 각기 독특하고 개성적인 준법을 사용해서 사물을 표현해왔다. 특히 산수화를 그릴 때 주로 사용한 준법은 산의 입체감과 양감, 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부벽준, 우모준, 피마준, 미마준이 새롭게 다가오는구나.”

 도장석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부벽준은 도끼로 나무를 찍었을 때의 단면처럼 그리는 기법이다. 산이나 바위의 거친 면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우모준은 마치 소털과 같이 구불거리는 가는 선을 잇대어서 그리는 기법이다. 바위를 표현할 때 쓰인다.

 피마준은 준법 중에서 가장 먼저 생긴 기법이다. 마치 마의 껍질을 풀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피마준이라고 한다. 가늘고 거친 선을 같은 방향으로 여러 번 긋는 피마준은 남종화에서 많이 발견된다.

 미점준은 미불, 미우인 부자가 쓰기 시작한 기법이라서 미법 산수법이라고도 한다. 습윤한 산이 멀리 보이는 모습을 그릴 때, 쌀알 같은 점을 옆으로 계속 찍으며 표현하는 기법이다.

 휘이이! 휘이이!

 더위를 날려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웅장하고 기묘한 산천에서 도장석이 새롭게 마음의 경계를 넓혀나갔다. 그가 산천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을 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타고난 자질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이건 재미있게 생겼네.”

 도장석이 땅바닥에 있는 뒤틀린 형상의 기묘한 돌멩이를 바라보았다. 잔뜩 뒤틀린 돌멩이의 형상이 무척이나 괴로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돌멩이는 그에게 마음을 내보이지 않았다.

 도장석은 돌멩이를 조각할 형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이 떠오르면 조각해보자.”

 도장석이 돌멩이를 집어서 봇짐에 넣었다.

 조각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떠올랐다면 바로 조각을 했겠지만 아쉽게도 적당한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억지로 조각을 하는 것은 욕심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둥근 달이 동천에 떠올라 교교한 달빛을 토해냈다.

 바위 아래 그늘진 곳에 국화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제대로 햇빛을 보지 못 한 국화는 무척이나 초라해 보였다.

 “벌써 가을이구나.”

 도장석이 국화 향기를 맡으며 중얼거렸다.

 쏟아지는 은은한 달빛 속에 국화는 송이송이 더욱 처연한 모습을 선보였다. 도장석은 그제야 마음속에 조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랜 세월 뒤틀린 돌에 관심받지 못 하고 척박한 땅에서 꽃망울을 터트린 국화가 참으로 어울렸다.

 “아까의 돌에 국화를 새기면 참으로 어울릴 거야.”

 도장석이 봇짐에서 돌을 꺼내들었다.

 빠각! 빠각!

 빠가각! 빡!

 수각도가 단단한 돌 위에서 춤을 췄다. 뒤틀리고 거친 돌의 표면에 국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윽한 국화향기를 맡으며 조각하고 있는 도장석은 크게 흥이 돋았다.

 빠각! 빠각!

 조각하고 있는 그의 어깨가 춤을 추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가 조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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