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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13장. 모든 것들의 마을. [7]
작성일 : 17-07-31 16:35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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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발걸음을 하나하나 내 딛을 때마다 뱃속에서 내장이 같이 흔들리는 지 뱃속이 용을 쓴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숨을 쉴 때마다 목구멍이 뒤집힌다. 허리를 90°로 확 숙이고 있으면 고통이, 안 느껴질까? 미자는 자신의 머릿속을 뒤집어 보여줄 수 있다면 보여 줘서라도, 너무 아프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세상 모든 이들한테 토악질을 해대듯 해 부쳐 버리고 싶었다. 너무 아프다고! 이렇게 정신이 까무룩 없어질 만큼 아프다고.

 

 “아, 이런... 미자...”

 

 정신을 잃고 자신의 품안에서 쓰러져 내리는 미자의 몸을 지탱하며 알렌의 매끈한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미자... 그러게 왜 따라왔어요...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다치기까지 한 미자 때문에 알렌은 걱정이 태산처럼 다가왔다. 미자를 살며시 안아 올리자 그녀의 얼굴이 젖혀지며 상처 입은 피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알렌의 미간이 또다시 와그작 구겨지며, 미자의 상처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미자....”

 

 그녀가 스스로의 칼날에 베이고, 상처입지 않기를... 바랜다. 알렌은 다른 이들처럼, 그리고 자신처럼 언젠가는 담담히 받아들일 날이 올 것이라고 조심스레 정신을 잃은 미자에게 속삭이고 있다.

 

 비야, 비야 내려라.

 

 짙은 구름 훑어 내리고

 비야 쏟아져 내려라.

 

 내 그림자 올시다.

 내 그림자 올시다.

 

 어디에 있소?

 어디에 있소?

 

 이리와 보오.

 이리오오.

 

 꼬불랑 꼬불랑

 길 잃지 말고

 이리오오.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다. 누군가 노래하듯 흥얼거리고 있다. 미자는 문득 자신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숨죽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세요?

 

 “으음....”

 

 미자의 머릿속 파란 윤곽이 또다시 속삭인다.

 꼬불랑 꼬불랑 길 잃지 말고, 이리와 보오.

 미자의 검붉은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살며시 떠올려진다. 미자는 어두웠던 시야 사이로 밝은 빛을 느끼며, 빛에 시린 두 눈꺼풀을 살며시 깜빡여 보았다. 응? 누군가가 있다. 누구지? 누구?

 

 “.........”

 

 알렌? 정말? 아니야. 누구지?

 

 “.......”

 

 눈동자가 그의 밝은 꿀 같던 두 눈동자가... 어디 있는 거지?

 미자는 몽롱한 두 눈 사이로 보이는 알렌의 서릿발처럼 검은 칠흑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새 까만 눈동자. 저 눈에서 시커먼 어둠이 흘러나오고 있다.

 

 “허억!?”

 “미자?”

 

 알렌은 미자가 갑자기 몸을 파르르 떨며, 진저리 치자 깜짝 놀라 미자를 가볍게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분명 금방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 봤던 것 같은데 어느새 두 눈을 질끈 감고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미자, 왜 그래요? 일어나 봐요.”

 

 미자는 꿀같이 달콤한 알렌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치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두 눈을 부릅뜨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알렌이 미자를 가볍게 누르며, 자신의 다리에서 뉘인 머리를 들지 못하게 했다.

 

 “정신을 차리라는 말이지, 몸을 일으키라는 소린 아니었어요. 아직 몸이 안 좋으니까 좀 더 누워 있는 게 좋겠어요.”

 “.......알렌...”

 

 미자는 알렌을 살폈다. 그의 금빛 머리칼이 흩날리고 있다. 그의 금빛 속눈썹에 빛이 비춰 반짝이고 있고, 그 아래.... 황금색 눈동자.

 

 “.........”

 

 그래, 검은 색 눈이 아니야. 그... 눈이 아니야. 알렌의 꿀처럼 달콤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미자는 그의 다정함에 미친 듯이 뛰어오르던 가슴이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걸 느꼈다.

 

 “...알렌...”

 

 코끝으로 유채 향이 무던히도 풍겨 오르며, 미자의 가슴을 간질이고 있었다. 왠 망할 악몽을 다 꿔서, 그를 괴물처럼 보게 하다니. 미자는 몹시 불쾌하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누구한테 하지?

 

 “왜요?....”

 

 알렌 그가, 황홀하고 달콤하게 미소 짓는다. 아...아...

 

 “으음... 그게...”

 

 혼자 뭔가를 생각하는지 부들부들 떨며 힘을 주더니, 다시금 그녀의 검붉은 두 눈동자가 생기를 잃고 조금씩 흐려져 가고 있었다. 알렌은 미자의 두 눈동자가 졸려서 느릿하게 깜빡여지면서도, 안 자려 버티는 걸 보며 푸욱 웃고 만다.

 

 “아... 하하. 미자, 졸려요? 그럼, 더 자도 되요.”

 

 미자를 보며 알렌은 귀엽다는 듯, 너털웃음을 흘리고 또 흘린다. 미자는

 그런 알렌의 미소를 흐릿해지는 눈꺼풀 사이로 바라보며 역시 너무 달다고, 너무 달콤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미소는 황홀하게 달고 달아서, 취해버릴 것 같다고...

 

 “너무... 달... 아...”

 “응? 무슨... 소리예요?”

 “달....”

 “달?”

 

 알렌은 미자의 세어나가는 작은 목소리에 간신히 달 소리를 듣고는 가볍게 고개를 갸우뚱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만 있었다. 알렌은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또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자가 보았다면 귀엽다고 생각하며 얼굴을 화르륵 붉혔을 만큼 사랑스러워 보이는 행동이었다.

 

 

  * * *

 

 

 짙은 회색빛의 천장이 미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

 

 여전히 짙은 회색 천장이 지긋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하아......”

 

 미자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시간과 자신을 죽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잊혀 진 자들의 마을에서의 일이 미자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 사라졌다는 이는 누구일까? 그리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역시... 사라졌다는 건... 웃는 부엉이 말대로 없어져 버렸다는...

 

 “으음... 추워....”

 

 그날의 일만 생각하면 몸뚱이가 오한이 든 것 마냥 스스로 부들부들 떨어온다. 추워.... 미자가 이불을 끌어와 어깨까지 덮으며 침대에 모로 누웠다. 그녀가 갑자기 움직이자 침대에서 먼지가 폴폴 날아오른다.

 

 “하아....”

 

 먼지들은 마치 미자 머릿속의 의문처럼 둥둥 떠다녔다. 왜 사라지는 걸까? 잊혀 진 다는 건 또 뭘까? 머릿속이 의문투성이다. 저곳? 저곳이 대체 뭐야? 웃는 부엉이가 나불나불 설명해 줬었지만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래, 설명이 부족하다.

 

 “으음....”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 고질병은 좀처럼 좋아지지가 않는다. 뭔가 생각만 했다하며 머리가 깨질듯 아파오니 미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아....”

 

 또다시 뱃속 깊이 한숨이 터져 올라온다. 미자는 그날 이후로 미친 듯이 방망이질 치는 심장을 어쩌질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미자가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 한 느낌이 계속 든다는 것이다.

 

 “뭘까?”

 

 뭘까... 뭘까라는 단어에 이질감이 느껴질 만큼 입안에 굴려 보았다. 뭘까라는 말이 왜 하필 뭘까 일까라는 헛된 생각에 빠질 쯤, 미자는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의 근원은 찾지 않고 뭘까라는 단어에 헤롱 거리고 있었다.

 

 “나... 뭐 한 거니?”

 

 희미한 그림자처럼 떠오를 듯 안 떠오르는 무언가에 지친 미자는 결국 집 밖으로 나섰다. 집안에서 혼자 끙끙 거리고 있느니, 알렌이라도 만나서 그날의 일에 대해 다시 대화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를 만나면 그의 다정함에 이 지긋지긋한 두통도 잠시 사라지니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어느 면에서나 더 좋았다. 그렇게 미자는 언덕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알렌이... 오래 기다렸을까?”

 

 알렌을 사이에 두고 머릿속에서 그날의 일이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 흘러가기 시작했다. 서두르던 알렌을 몰래 따라서 마을로 향하고, 그를 잃어버리고, 이상하게 생긴 새, 도도 무리를 만나고, 웃는부엉이를 만나고, 또...

 

 “하아....”

 

 생각하기 힘들다. 알렌의 차갑게 굳은 얼굴 그리고 내 비명도 듣지 않던 그의 모습.

 

 “못 들었다지만....”

 

 안들은 것 만 같은 느낌.

 미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또 다시 깊게 한숨을 내 쉬었다. 잊으려 노력해야 한다.

 

 “음... 또... 엉망이 된 모습으로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지... 으음... 역시... 터져서... 죽어버리는 건 끔찍하겠지?...”

 

 미자는 어느덧 다다른 유채언덕이 바람에 유혹적으로 휘날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녀는 아무런 감동도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뽀얗게 먼지가 쌓인 색깔 바란 조화 꽃을 보고 있는 느낌. 그건 마치 그녀의 마음을 반영해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겉만 그럴 듯 하고 속은 텅 비어 버린 바로 지금의 그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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