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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12장. 모든 것들의 마을. [6]
작성일 : 17-07-31 16:29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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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자?”

 

 알렌이 자신을 싫어하면 어쩌지? 미자의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 그 남자 때문은 아니예요. 그는...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준 사람이예요...”

 “......아... 그래요.”

 

 알렌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 졌지만 금세 수그러들었다. 그는 조금 전 미자의 몸에 묻어있던 오물을 털어내던 사내의 모습을 기억해 내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아니, 아니예요!”

 

 미자는 온몸에서 진이 다 빠져나가는 듯 했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머릿속이 이상해졌나? 지금은 내가 죽을 뻔 했을 것 같던 얘기를 해야 하는데 조금 전 사내 얘기 때문에 알렌에게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갑자기 미자와 알렌이 꿀 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해 진 그 때, 하지만 그들의 주위는 조용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누군가가 소리 질렀다.

 미자는 알렌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에게 생긴 일에 대한 공포로 정신이 없어 주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잠깐 사이에, 그녀와 알렌 주위로 웅성거림은 점점 커지더니 마을은 점차 혼란으로 불타오를 지경이었다.

 

 “가만! 가만! 그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누군가가 또다시 외쳤다.

 

 “뭐가 터진 거야?! 나도 기억이 안 나!”

 

 미자는 깜짝 놀라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알렌의 품으로 더 파고들며 그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몰라! 난 모르겠어! 헌데, 뭔가 터졌어. 이 분비물을 봐! 뭔지 모르지만 거대한 무언가가 터진 거야!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주위에서 흥분해 소리 지르는 이들을 보며 조금 전, 심장이 떨리고 무서웠던 상황에 놓였었던 것 같던 기억 생각 날듯 했다. 결국 생각 나지 않지만 말이다.

 

 “기억나지가 않아요...”

 “......”

 “흐윽!”

 

 주위 환경이 그녀를 몰아세운 듯, 미자는 결국 또 다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미자...”

 “기억이.... 흑! 안나요....”

 

 알렌은 울면서 흥분하는 미자를 꼭 끌어안으면서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려 달래주었다. 알렌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이 역력했지만, 지금은 미자도 주위 모든 것들처럼 흥분해 있었다. 예민한 가시가 되어, 스스로를 파헤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요. 괜찮아....”

 

 그런 미자와 알렌의 주위가 점점 더 시끌시끌해져 가고 있었다. 광장은 이미 불붙은 도화선처럼 사방팔방으로 불안이 번져가고 있었다.

 

 “이 오물은 대체 뭐야!? 폭탄인가?!”

 “꺄아악!”

 

 누군가 폭탄 운운하자, 주위가 더욱 소란스러워 지며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 들것 만 같았다.

 

 “그만!!”

 

 그때, 누군가의 포효하듯 우렁찬 목소리가 마을에 진동했다. 그렇게 엄청난 목소리와 함께 멀찍이 나타난 것은 커다란 덩치에 기다란 코, 그와 어울리는 거대하고 긴 상아를 가진 짙은 회색의 매머드였다.

 

 “이제 그만 소란 피우도록 하게 들.”

 

 매머드의 사자후 같은 목소리에 마을은 진동하듯 울리다 정적에 빠져들었고, 매머드는 동작은 느리지만 그 거대한 덩치로 인해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척까지 다가왔다. 그리곤 파편을 뒤집어 쓴 온갖 짐승들과 물체들, 젊은 것, 늙은 것, 그 모든 것 들을 바라보다 사방에 널 부러진 파편들을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영감! 영감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잖아!?”

 

 누군가 거대한 매머드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이곳에 있지는 않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내가 이곳에 오고 난 후로 가끔 보아오던... 아니, 자주 느끼던 일이야.”

 

 매머드가 다시금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우렁차게 말했다.

 

 “저게 무슨 소리야?”

 “정확히 말해보시오! 무슨 소리요!?”

 

 매머드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겠는지, 마을 주민들이 또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매머드 영감은 그 길고 두꺼운 코를 위협적으로 휘두르더니, 나지막하지만 경고하듯 강한 힘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보게, 잊혀 진 자들이여... 그리고... 사라져 가는 자들이여....”

 

 매머드 영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글프게 파편들을 바라보던 것도 지워버리고, 커다란 발을 들어 바닥에 널브러진 파편을 발로 철퍽 밟아 버렸다. 그리곤 자신의 발아래 깔려버린 파편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조용하게 말했다.

 

 “이건, 사라진 거네.”

 “사라졌다니? 저게 무슨 소리지?”

 “사라져?”

 “사라지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아!?”

 “헉!? 설마....”

 “기억해 냈나?”

 “기억되는 존재가 된 건가? 잊혀 지지 않게 된 건가?”

 “저곳으로 되돌아 간 거야?”

 

 잊혀 진 이들이 또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의 낯빛이 점점 밝아져 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생길 즈음, 매머드 영감의 우렁찬 목소리가 낮고 조용하게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소리를 했다.

 

 “아니라네. 기억되었다면 이렇게 터져버려 파편이 될 리가 없지. 이건 보이는 그대로 터져서 죽은 거네. 그렇게 사라진 거지. 이것이 사라진 자의 마지막 모습일세.”

 

 또다시 주위가 쥐죽은 듯 조용해 졌다. 모두들 떨리는 눈길로 떨리는 몸뚱이를 버텨내며, 매머드 영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젠, 그 누구도 이자가 누구인지, 누구였는지, 생김은 어떠했는지, 목소리는 어떠했는지.... 어떻게 울고, 웃었는지...”

 

 맘모스 영감의 잠시 잠깐의 아련한 머뭇거림이 백 만년은 흐를 것처럼 그들을 죄어오고 있었다.

 

 “같이 잊혀 져 가는 우리들조차, 그를 기억해 내지 못한다는 뜻이네. 이게... 바로... 이게, 진정으로 잊혀 졌다는 걸세. 그렇게 사라 진 자... 라네.”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슬퍼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처지를 알았을 뿐. 다시 한 번 느꼈을 뿐.

 

 “........"

 

 그들은 단지,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듯 바닥에 즐비한 파편들을 훑어보며 속죄하듯 고개를 주억주억 흔들 뿐이었다.

 

 “저곳이 그를 영원히 잊었네.... 하여, 사라진 게지.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그 혹은 그녀 또는 그 무엇이었던, 그를... 기억하지 못 하는 게야. 아무것도, 바로 조금 전에 있었던 일 조차도.”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에게 생길지도 모를 비극을 통감하며 그저 그렇게 사라진 자를 위로할 뿐이었다.

 

 “.........”

 

 미자는 그런 잊혀 진 자들의 모습이 끔찍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눈앞에 놓인 죽음을, 자신들에게도 닥칠 수 있는 끔찍한 죽음을, 어찌 저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어찌 저리 태연하게 받아들일까?

 

 “우욱!”

 

 부엉이가 말했다. 미자도 잊혀 진 자라고. 그녀 자신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그녀는 미치도록 두려웠다. 미자는 잊혀 진 마을주민들과 달리 점점 낯빛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온몸을 잠식해 가며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미자!”

 “하... 하.....”

 

 미자는 알렌을 바라보며 공포가 잔뜩 베인 얼굴로 경직된 웃음을 털어냈다.

 

 “미자....”

 

 미자는 파편을 온몸으로 뒤집어썼다. 그 죽음의 그림자를. 그 공포를.

 

 “도, 돌아...갈래요....”

 “...알았어요. 그만 돌아갑시다.”

 “..........”

 

 대답이 없는 미자를 잠시 바라보다 알렌은 그녀의 허리를 힘주어 안으며 부축했다. 미자는 그가 허리를 받치자마자, 다리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을 뻔 했지만 그에게 매달리며 버텨냈다.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요. 그저 미자가 걱정될 뿐입니다. 저들의 말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런가요...?”

 “우선 몸부터 추스르도록 합시다.”

 

 죽음이라... 미자는 단 한 번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막연히 죽음은 무서운 것,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 했었을 뿐. 그런데 이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되어 버렸다.

 

 “으음....”

 

 여전히 미자의 몸이 벌벌 떨리고 있다. 점점 마을을 벗어나며, 긴장이 조금씩 풀려서 일까? 두려움에 잊고 있던 몸뚱이의 아픔이 다시금 번져오고 있었다. 몸이 많이 좋아진 듯 했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지금 미자는 극심한 통증이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기라도 하는 양, 정신 못 차리고 늘어져 가고 있었다.

 

 “으윽...”

 

 머릿속으로 벌떼가 떼 지어 돌아다니는 듯이 시끄럽고 고통스러워, 거친 한숨을 반복해 내 쉬고 있다.

 

 “하아... 하아...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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