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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10장. 모든 것들의 마을. [4]
작성일 : 17-07-31 16:20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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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모감비가!”

 “왜 저래!?”

 “와아! 모감비가 멈췄다!”

 

 웅성거리면서 환호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 환호성도 잠시 그들 사이로 모감비의 몸이 덜덜 떨리며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억! 뭐야!?”

 “저거 왜 저래!?”

 

 곧이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버릴 듯 부풀어 오르던 모감비는 고개를 바짝 치켜 올리며 길 다란 뿔 나팔 소리를 질러댔다.

 

 “뿌우우우!”

 

 마치 비명소리 같은 그 찢어지는 소리에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으윽!”

 “아아악!”

 

 풍선처럼 빵빵한 모감비의 몸이 소리에 맞춰 부들부들,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떨림이 점차 격렬해지더니, 갑자기 멈춰버렸다. 모두에게 정적이 흘렀다.

 

 “.......”

 

 뿌득, 뿌득.

 어디선가 가죽이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뿌드득. 꾸직, 꾸직! 그리곤 끔찍한 소리와 함께 끔찍한 시간이 찾아왔다.

 

 퍼어엉!

 

 “꺄아악!”

 “와아아악!”

 

 가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피와 살, 뼈가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분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후두두둑!

 제일 가까이 있던 미자는 그 모든 걸 온몸으로 뒤집어 써야 했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큰 덩치는 뼈조차 모두 조각났는지 날아오는 파편 중에 커다란 뼈가 없어서, 주위의 이들이 뼈에 맞아 비명횡사 하는 일은 없었다.

 

 “케엑! 켁켁!”

 

 그러나 미자는 바닥에 누워 있었던 지라, 바닥에 높이 쌓여가는 파편에 숨을 쉴 수가 없어, 힘든 몸으로 기를 쓰고 몸을 일으켜야 했다.

 

 “아...윽! 하아... 하아...”

 

 고통이 엄습해 온다. 온몸이 찢어진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 숨도 못 쉬고 죽을 수는 없는 일이라 미자는 간신히 상체를 일으키며 힘겹게 다리를 움직여 엉거주춤 앉았다. 팔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다리는 이미 감각이 없어진 줄 알았더니, 나 죽는다고 제 살을 저미듯 고통을 몰고 오고 있었다.

 

 “하윽! 아윽!”

 

 미자의 입에서 고통에 절은 신음소리가 절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우웨엑!”

 

 마을의 존재들이 피와 살의 파편으로 얼룩진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악다구니를 써대고 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더럽게 이게 뭐냐고!?”

 “무슨 일인거야!?”

 

 수많은 존재들이 두려움에 몸을 떨며, 지금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려 용을 썼다. 하지만, 자신이 왜 이 자리에서 이상한 이물질을 뒤집어 쓰고 있는지 알지 못해, 두려움은 곧 공포로 바뀌어 가는 중이었다.

 

 “.....이게... 머이?”

 

 미자는 자신의 온몸을 뒤덮은 이물질 덩어리에 놀라며,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때, 누군가 지르는 소리를 듣고 미자는 혐오감에 경악하며 아파서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으로, 일어나 도망치려다 다시 주저앉아 벌벌 떨고 말았다.

 

 “피야, 피! 살이라고! 꺄악!”

 “아아악!”

 

 바닥에 누워있던, 날 덮어 오던 것이? 내 코로, 입으로 들어온... 것도?

 

 “우웨엑!”

 

 미자는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속을 뒤집으며 넘어오는 토악질에 속에 든 모든 것을 즉시 게워내기 시작했다.

 

 “웨엑!”

 

 토하고 또 토한다. 노란 신물이 나올 만큼 토하며, 미자는 생각했다. 근데 내 몸이 왜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픈 거지?

 

 “우웨엑!”

 

 여기저기서 토악질 소리가 들려온다. 미자는 눈물까지 흘리며 토하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이게... 대에 무은 이이야?”

 

 주위의 모든 이들이 자신들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해 분통을 터트리며, 힘겨워 하고 있었다.

 

 “으윽!”

 

 그런 그들을 보며, 미자는 조금 만 움직여도 고통으로 쓰러질 것만 같은 몸뚱이에 어쩌질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미자의 팔을 붙잡아 왔다.

 

 “아레!”

 

 미자는 반색을 하며 자신을 잡은 누군가를 바라보다 깜짝 놀라 두 눈이 동그래졌다.

 

 “괜찮아요?”

 “아....”

 

 미자의 팔을 잡은 채, 미자의 몸에 달라붙은 덩어리들을 자신의 옷을 둘둘 말아 털어내는 그는 처음 보는 이였다. 미자는 당황하며 그이를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헝클어진 듯, 바람에 휘날린 짙은 남색 머리카락.

 

 “.......”

 

 산같이 높은 코와 힘 있게 각진 턱

 

 “.......”

 

 꾹 다물고 있는 얇은 입매.

 

 “.......”

 

 이상하게 미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이였다. 누구지? 혹시, 나를 아나? 아! 그냥 호의인가? 복잡하게 돌아가던 미자의 머릿속으로, 갑자기 하얀 장막이 쳐졌다.

 

 “어....”

 

 그 이가, 그리고 그의 입매가 유혹하듯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지금, 미자를 홀리고 있었다. 저 매끄러운 미소. 저 미소가 말이다. 미자를 홀린다.

 

 “하아....”

 

 눈앞의 이는 아주... 매혹적인 사내였다. 바로,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조차, 넋이 나가니 말이다. 미자는 눈동자를 빠르게 굴려가며 속으로 연신 물었다.

 

 ‘누구예요!? 누구? 누구? 누구야?’

 

 미자는 처음 보는 사내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고맙고 또 고마웠지만, 감사의 말은 감사보다 흑심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

 

 “가... 가....아...하이....다...?”

 

 자신의 말이 계속 어눌하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끔찍한 상황에 정신이 빠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처음 보는 매혹적인 이를 만나 감사의 인사를 하는 순간, 자신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아... 아!”

 

 자신도 모르게 힘겨운 손이 순식간에 올라와 입가를 가렸다. 생각해 보니 지금 자신은 온통 오물 투성이에 성한 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없었다. 물론 얼굴도 포함일 것이다. 말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니 입안도 상했으리라. 곤혹스런 상황이다. 그때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나부껴 왔다.

 

 “아....”

 

 그 바람이 고통과 부끄러움으로 붉게 달아오른 미자의 몸을 달래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헝클어진 사내의 머리를 더욱 더 헝클어트리며 지나가는 바람.

 

 “......”

 

 머리칼이 눈을 가리자 머리카락을 치우려 머리를 몇 번 흔들던 그가, 문득 고개를 들자 미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사내의 입 꼬리가 가만히 말아 올라가며 미자의 눈을 응시한 그대로 미소한다. 그는, 마치 미자를 조금 전 달래주었던 바람처럼, 강렬한 인상과 상쾌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

 

 그래. 뜨거운 사막을 누비다 오아시스를 만나 물을 한 모금 마셨을 때 만큼의 황홀함. 이 새로운 이가 가진 매력은, 알렌의 달콤함과 또 다른, 상쾌함 이었다. 그런 그가 미자의 몸에 뭍은 이물질을 연신 털어내는 사이 미자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저..저기...”

 “미자!?”

 

 어디선가 미자를 부르는 외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길 건너에서 이제껏 미자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알렌이 미자를 발견한 것이다.

 

 “미자...”

 

 미자가 그녀의 옷을 털어주는 사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사내의 머리칼을 만지려 하는 것이 알렌의 황금빛 눈에 비춰졌다.

 

 “미자!”

 

 다급해진 알렌이 미자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미자!?”

 “...응?”

 

 미자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순간 정신을 차리고 사내의 머리칼을 누비던 자신의 손을 황급히 거두었다.

 

 “아!? 미, 미아해요!”

 

 발갛게 물들어 가는 얼굴로 당황해서 외치 듯 사과를 하자, 사내가 또다시 입 꼬리를 올리며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듣기 좋은 저음의 굵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사실, 기분 좋았는데요.”

 

 자신의 머리칼을 손으로 쓱쓱 헝클이며 비스듬히 고개를 꺾어 내리곤 입매를 말아 올리는 그에게, 미자는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그녀의 심장소리가 들릴까 잔뜩 긴장하고 말았다.

 

 “미자!”

 

 어느덧 다가온 알렌이 미자의 모습에 당황하며, 그녀의 곁에 다가왔다.

 

 “미자....”

 “아...레..”

 

 알렌의 눈동자가 파들파들 떨리듯 불안에 떨리며 미자의 몸 곳곳을 살폈다. 그녀의 온몸은 상처투성이 오물 투성이였고, 얼굴도 엉망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온갖 것이 다 엉켜 들어 있었다. 알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미자의 퉁퉁 부은 피투성이 입술.

 

 “미자...”

 

 미자는 멍하니 알렌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가 누군가? 내가 그리도 애원하며 불렀던, 그 사내란 말인가? 미자는 한동안 알렌을 바라보다 제 앞에 있던 다른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알렌이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바라보라는 듯이.

 

 “미자, 몸이...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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