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명의 이야기를 하죠.
작가 : 윤명주
작품등록일 : 2017.7.31

특이하신 분이시네요. 이야기를 들으러 굳이 여기까지 찾아오시고. 뭐 괜찮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청중이 있으면, 이야기꾼인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음료수도 하나 시키고요. 됐나요? 그럼 얘기해보죠.
아, 먼저 무슨 이야기인지 말해야 겠군요. 별 거 아닙니다. 그냥 여자와 남자 두 명이 만나서 모험을 해 나가는 평범한 이야기이죠. 이야기에 철학을 넣기에는 제가 힘들어서 말이죠.
그럼 시작 해볼까요? 두 명의 이야기를 말이죠.

 
1-5
작성일 : 17-07-31 12:30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692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양손으로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을 느낌이 들 정도로 가냘픈 허벅지를 드러낸 검은색 핫팬츠, 어깨와 겨드랑이가 드러난 회색의 민소매 셔츠를 입은 여자가 동굴 안쪽의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 여자의 옆에는 고등색의 징이 박힌 가죽옷이 놓여있었다. 여자는 열 개는 가볍게 넘어 보이는 정사각형의 철판들을 모닥불 앞에 놓고 있었다.

 베라는 품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들을 놓았다. 나뭇가지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면에 추락했다. 여자는 고개를 돌려 베라를 쳐다봤다.

 “안 들어오고 뭐하냐?”

 “워르덴씨…맞…죠?”

 “아님 뭐겠냐?”

 베라는 천천히 손을 올리며 검지를 들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워르덴을 향해 가리켰다. 워르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동굴 안쪽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워르덴은 다시 검지를 바라봤다. 워르덴은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냐? 아니면 내 얼굴에 뭔가 묻었냐?”

 “워르덴씨, 당신….”

 베라는 침을 힘겹게 삼켰다.

 “여자…셨나요?”

 

 “딱히 숨기려고 한 건 아니야.”

 워르덴은 모닥불 앞에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앉아있었다. 세운 무릎은 워르덴의 가슴과 맞닿아 있었다.

 “도발인줄 알았는데, 사실일 줄은 몰랐습니다.”

 “뭐가?”

 “오크가 한 말 말입니다. 그냥 워르덴씨를 도발하는 줄 알고 흘러 들었는데….”

 “그 녀석이 한 말이 왜 도발이라고 생각했냐?”

 “그야 뭐…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워르덴씨는 나름 곱게 생기셨다고 해야 할까, 여자라고 하셔도 딱히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니, 애초에 여자이시니……뭐라고 말해야 하나….”

 베라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가 손을 뗐다.

 “어쨌든 워르덴씨는 여자이시죠?”

 “그렇지. 너는 이 긴 머리를 보고도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은 거냐?”

 워르덴은 적발의 땋아진 머리를 베라에게 들어 보였다.

 “남자 중에서 머리가 긴 사람도 있으니깐요. 단순히 머리가 길다고 해서 여자라고 볼 순 없죠.”

 “것도 그렇네. 뭐 그건 둘째 치고….”

 워르덴은 몸을 반대로 돌렸다. 베라가 워르덴에게 등을 보인 채 동굴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아니, 그, 뭐냐, 이게 편하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자극적인 것에 약하다 보니….”

 “네가 편하다면 아무래도 좋다만.”

 워르덴은 모닥불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럼 그 상태로 얘기 좀 하자고.”

 베라의 어깨에 무겁고 차가운 무언가가 베라의 시선을 끌었다. 검의 앞부분이었다.

 “워르ㄷ…!?”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목하고 작별인사 하는 줄 알아.”

 베라의 몸이 굳기 시작했다. 서로 등을 마주보고 있는 상태에서 입이 먼저 열린 쪽은 워르덴 쪽이었다.

 “난 질문, 넌 대답. 알았냐?”

 “워르덴씨, 이건 도대체….”

 “누가 질문해도 된다고 했지?”

 베라는 검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알겠습니다.”

 “좋아.”

 검은 베라의 목을 향해 0.3cm정도 움직였다.

 “질문 하나, 넌 누구냐?”

 “베라, 베라 아르티옴입니다.”

 “가명 말고.”

 “진명입니다.”

 검은 움직이지 않았다.

 “믿어주지. 질문 둘, 루오프엔 왜 가는 거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가는 것 뿐 입니다.”

 “해야 할 일이란?”

 베라의 입이 닫혔다.

 “질문했잖아. 해야 할 일이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너…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 거냐?”

 검이 베라의 목에 닿았다. 검 끝에서 베라의 목에서 나온 피가 조금 흘렀다.

 “네가 가진 선택권은 ‘질문에 대답한다.’밖에 없어. 다시 한 번 말하겠어. 해야 할 일이란?”

 워르덴의 말이 끊겼다. 베라는 등을 보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베라의 입이 열렸다.

 “자세한 건 말씀 드리긴 어렵지만, 저는 마술사로 인정받기 위해 가는 겁니다.”

 “인정? 명예에 목숨을 건 남자로는 안 보이는데?”

 검은 베라의 목에 난 얕은 상처를 조금 파고들었다.

 “사실입니다. 전 루오프에 가서 마술사로써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유는?”

 “제가 마술사로써 인정을 받게 되면 더 이상 아버지를 곤란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상처를 파고 들던 검의 움직임이 멈췄다.

 “지금의 너는 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든다는 말인가?”

 “…예.”

 “왜지?”

 “그것도 답해야 합니까?”

 “질문은 하지마 라고 했을 텐데?”

 “답해주시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겠습니다.”

 “목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싶나 보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이상 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말이죠.”

 워르덴과 베라는 말을 멈췄다. 동굴 바깥에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동굴엔 빗소리만 가득했다. 워르덴이 말을 시작했다.

 “대답은 해야 한다, 다.”

 “얼마나 해야 하죠?”

 “내가 납득할 때 까지.”

 “약속하나 해주시겠습니까? 이 이야기에 대해서 절대로 남에게 알리지 않기로.”

 “…아, 그러지.”

 베라는 몇 초 동안 입을 닫았다가 열었다.

 “마술협회를 아십니까?”

 “마술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겠지.”

 “제 아버지는 마술협회의 위원장입니다. 것도 최연소로 말이죠. 능력이 출중하신 분입니다.”

 “헤에, 대단하신 분이구만. 그래서 그 얘기는 갑자기 왜 꺼내는 거지?”

 “능력이 출중하시고 나이가 어리신 만큼 적도 많으시죠. 그래도 워낙 약점을 드러내 보이는 분이 아니시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뭘 어떻게 하실 수 없었을 겁니다. 제가 없었다면 말이죠.”

 “없었다면? 그게 무슨 말이야?”

 “전 사생아 출신입니다. 마술사들은 마술사와 마술사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 아니라면 마술을 못 쓰는 제약을 만들 정도로 혈통을 중요시 여깁니다. 만약 어떤 가문에서 사생아가 나왔다면….”

 “철저하게 물어 뜯기겠군. 늑대들에게 뜯어 먹히는 새끼 사슴처럼.”

 “지금의 아버지는 정정하시고 전성기이셔서 괜찮지만, 후에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시면 저의 존재 때문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마술사로써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아버지를 위해서 말이죠.”

 검이 목에서 멀어졌다.

 “납득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시냇가의 물, 기억하지?”

 “예.”

 “짚이는 점이나 알고 있는 점은?”

 “누군가 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술사가 했을 가능성은?”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마술사가 했다면 마력제어가 뛰어나고, 실력도 엄청나고, 오크와 저희들에게서 몸을 숨길 정도의 신중함을 지닌 마술사겠죠.”

 검은 한동안 베라의 어깨에 놓여 있다가 떨어졌다. 베라는 몸을 돌려 워르덴을 쳐다봤다.

 “위협해서 미안하다. 일을 하다 보니 가끔 뒤통수를 치는 새끼들이 있어서 말이야.”

 “저희 아버지처럼 적이 많으신가 보네요.”

 “이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저번에 샌님으로 위장하고 내 모가지를 따려고 한 새끼가 있었지.”

 “그 분께서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내가 왜 여기에 있겠냐?”

 베라는 고개를 끄덕인 뒤 동굴 벽에 허리를 기댔다. 그리고 안도가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웬 한 숨이냐.”

 “믿어주시는 것 같아서요. 제 말을.”

 “일단은, 이야. 일단은.”

 “그래도 믿어주시는 거 아닙니까?”

 “네가 뒤통수를 치지 않는 한. 뭐, 네가 뒤통수를 치게 되면 널 믿을 필요가 없어지지만.”

 워르덴은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세 개정도 넣은 뒤 징이 박힌 고등색 가죽옷 안에 철판을 넣기 시작했다.

 “자두는 게 좋을 거다. 밤이 깊다고.”

 “워르덴씨는요?”

 “나마저 자버리면 누가 보초를 서냐?”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베라는 동굴 안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이.”

 워르덴이 부르자 베라가 워르덴을 향해 허리를 돌렸다. 워르덴은 등을 보인 채 한동안 침묵했다.

 “워르덴씨?”

 “……………잘 자라고. 악몽 꾸지 말고.”

 베라가 동굴 바닥에 놓인 잎이 큰 나뭇잎들 위에 몸을 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라의 고른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워르덴의 귀에 빗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아버지인가. 오랜만인걸.”

 워르덴이 작게 중얼거렸다.

 

 “대장! 추적하자!”

 시냇가 근처의 바위에 앉아있던 아리트메틱에게 오크 한 명이 다가와서 말했다.

 “동료들! 친구들! 죽었다! 화가 난다! 죽이자! 그 놈들!”

 오크는 검을 들고 붕붕 휘둘렀다. 얼굴이 굉장히 상기되어 있었다. 아리트메틱은 오크의 반응을 무시하며 워르덴과 베라가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부슬비와 달빛을 막아주는 나뭇잎들만이 무성할 뿐이었다.

 “대장! 무시하지 마!”

 오크가 아리트메틱의 어깨를 잡았다. 아리트메틱은 오크의 손을 손가락이 휠 정도로 잡았다.

 “우갸아아아악!”

 오크가 비명을 질렀다.

 “내가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냐?”

 “미안해! 살려줘! 살려줘!”

 아리트메틱은 오크의 손을 안쪽으로 잡아 끌었다. 오크의 몸이 아리트메틱쪽으로 기울었다. 아리트메틱은 잡은 손을 놓은 뒤 오크의 뒤통수를 잡고 지면에 내리꽂았다. 오크의 안면이 지면에 박혔다. 아리트메틱은 오른발로 오크의 뒤통수를 눌렀다.

 “내가 너한테 조르는 행동이나 어깨를 잡는 행동을 허락한 적 있냐?”

 지면의 박힌 오크의 얼굴이 좌우로 조금씩 움직였다.

 “그렇군. 그럼 내가 너한테 우리 부족이 지켜야할 규칙을 모르고 안 알려줬나?”

 지면의 박힌 오크의 얼굴이 좌우로 조금씩 움직였다.

 “그렇군. 그렇군. 그럼 어째서…”

 아리트메틱의 오른발이 위로 올라가다가 공중에서 멈췄다. 지면에 박힌 오크는 고개를 돌려 아리트메틱을 바라봤다.

 “사…살려ㅈ….”

 오크의 말이 끝나기 전에 아리트메틱의 오른발이 오크의 안면에 박혔다. 아리트메틱이 오른발을 들었다. 내리찍었다. 오른발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규칙을!”

 퍽.

 “아는!”

 퍽.

 “놈이!”

 퍽.

 “감히!”

 퍽.

 “규칙을!”

 퍽.

 “무시해!?”

 퍽.

 아리트메틱은 오크의 뒤통수에 침을 뱉었다. 지면에 박힌 오크의 사지가 조금씩 꿈틀거렸다.

 “하여튼 이 자식들은 조금만 놔둬도 기어 오른다니 깐.”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베라와 워르덴이 사라진 방향 쪽이었다. 아리트메틱은 베라와 워르덴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봤다. 늑대 네 마리와 오크 한 명이 시냇물을 건너오고 있었다. 늑대들과 오크가 다 건너자 아리트메틱이 다가왔다.

 “뭘 얻었나?”

 “녀석들. 목적지. 루오프.”

 “루오프? 확실하겠지?”

 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트메틱은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열 명이 넘는 오크가 앉아 있었다. 아리트메틱은 오크들을 바라보다가 세 명을 검지로 짚어냈다.

 “너! 너! 그리고 너! 이리와!”

 지목된 세 명은 몸을 일으켜 재빠르게 튀어나왔다.

 “너희 셋하고 너는 이 숲을 빠져나가서 루오프에 가는 길목에 대기해라. 알겠지? 대기다.”

 네 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은?”

 시냇가를 건넜던 오크가 물었다. 아리트메틱은 엄지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가리킨 곳에는 오크들이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녀석들이 지쳤어. 잠깐 쉬다가 그 자식들을 쫓아간다.”

 “안 잡아?”

 “그 계집애, 보통이 아니다. 너희들을 산더미처럼 가져다 놔도 못 이겨. 평범하게 쫓는 걸로는 못 잡겠지.”

 아리트메틱의 입에 미소가 생겼다.

 “평원에서 늑대들을 만나고도 무사할지 한번 두고 보자고.”

 

 

 

 소녀가 있었다.

 분수대 앞에 소녀가 있었다.

 재에 뒤덮인 분수대 앞에 소녀가 있었다.

 마을의 광장에 자리 잡은 재에 뒤덮인 분수대 앞에 소녀가 있었다.

 불에 휩싸인 마을의 광장에 자리 잡은 재에 뒤덮인 분수대 앞에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분수대에 걸터앉았다.

 소녀는 감겨진 자신의 왼 눈을 오른손으로 비볐다.

 소녀는 피가 묻은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소녀는 자신이 다쳤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소녀는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했다.

 

 깨달았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떠올랐다, 돌아갈 집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생각이 났다, 자신과 말썽을 피울 사람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골려줄 동생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부모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소리를 외쳤다.

 슬픔을 토해냈다.

 절망을 울부짖었다.

 분노를 내질렀다.

 원한을 삼켰다.

 

 누군가가 그녀의 뒤로 다가왔다.

 그녀는 분수대에서 내려왔다.

 뒤를 돌아봤다.

 갑옷이었다. 갑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그는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갔다.

 그녀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빨을 내보였다.

 그는 손을 거뒀다.

 그녀는 이빨을 거뒀다.

 그는 웃었다.

 그녀는 당황했다.

 

 그는 투구를 벗었다. 백발이 흘끗 보이는 금발의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투구를 옆구리에 낀 뒤 콧수염을 만졌다.

 

 눈이 웃고 있었다.

 코가 웃고 있었다.

 수염이 웃고 있었다.

 입이 웃고 있었다.

 얼굴이 웃고 있었다.

 

 느껴졌다, 연민이.

 느껴졌다,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따뜻함이.

 느껴졌다, 안도감이.

 느껴졌다, 믿음이.

 

 그는 자신의 가슴에 왼손바닥을 대었다. 입을 열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입을 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열었다.

 “워르덴씨,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아침입니다.”

 베라가 워르덴의 어깨를 흔들었다. 워르덴은 모닥불 앞에서 바닥에 몸을 만 채 옆으로 몸을 뉘어 자고 있었다. 워르덴의 눈이 떠졌다. 몸을 일으켰다. 기지개를 폈다. 베라는 동굴 안쪽으로 걸어갔다. 워르덴은 동굴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햇살이 축축한 땅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눈을 돌렸다. 모닥불이 앞에 있었다. 재와 불씨밖에 없는 모닥불이었다.

 “…아침인가?”

 워르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굴 안쪽에서 베라가 워르덴에게 다가왔다.

 “보시다시피요.”

 베라가 워르덴에게 손을 내밀었다. 워르덴이 손을 바라봤다. 베라가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육포였다.

 “드실래요?”

 “…당케.”

 워르덴은 베라의 손에서 육포를 가져갔다. 베라의 고개가 갸우뚱거렸다.

 “당케?”

 “…말버릇이야. 고맙다는 뜻이래.”

 “뜻을 모르시는 것처럼 말하시네요.”

 “…그야 내 말버릇이 아니니깐.”

 “네?”

 “…말버릇이 전염된 거뿐이야.”

 “아, 그런가요?”

 베라는 워르덴을 지나쳐 동굴 입구에 섰다. 베라의 흰 셔츠가 밝은 햇빛을 반사하여 워르덴의 눈에 보냈다. 워르덴은 눈을 오른손으로 가렸다.

 “…밝아.”

 “네?”

 “…네 옷, 밝다고.”

 베라는 자신이 입은 흰 셔츠를 내려다보았다.

 “햇빛에 반사 된 건가.”

 베라는 워르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꿈을 꾸셨어요?”

 “…그건 왜?”

 베라는 워르덴에게 살짝 다가와서 무릎을 굽힌 뒤 워르덴과 눈높이를 맞췄다.

 “아뇨, 주무시면서 ‘워르덴’이라는 말을 여러 번 하셔가지고요.”

 “…이름?”

 “예. 아까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리다가 자면서 자기 이름을 말하시는 거 보고 괜찮나 싶어서 깨웠어요. 꿈속에서 자기 자신이라도 만나시기라도 하셨나요?”

 워르덴은 잠시 육포를 바라봤다. 동굴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육포를 입에 물었다. 우물거렸다.

 “…만나긴 했지, 오랜만에.”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1-16 2017 / 7 / 31 240 0 6639   
15 1-15 2017 / 7 / 31 240 0 6640   
14 1-14 2017 / 7 / 31 267 0 6673   
13 1-13 2017 / 7 / 31 261 0 7189   
12 1-12 2017 / 7 / 31 267 0 6635   
11 1-11 2017 / 7 / 31 260 0 6695   
10 1-10 2017 / 7 / 31 249 0 6116   
9 1-9 2017 / 7 / 31 248 0 6098   
8 1-8 2017 / 7 / 31 239 0 5751   
7 1-7 2017 / 7 / 31 265 0 6396   
6 1-6 2017 / 7 / 31 260 0 6119   
5 1-5 2017 / 7 / 31 251 0 6929   
4 1-4 2017 / 7 / 31 236 0 4784   
3 1-3 2017 / 7 / 31 420 0 6253   
2 1-2 2017 / 7 / 31 279 0 7212   
1 1-1 2017 / 7 / 31 448 0 667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