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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명의 이야기를 하죠.
작가 : 윤명주
작품등록일 : 2017.7.31

특이하신 분이시네요. 이야기를 들으러 굳이 여기까지 찾아오시고. 뭐 괜찮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청중이 있으면, 이야기꾼인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음료수도 하나 시키고요. 됐나요? 그럼 얘기해보죠.
아, 먼저 무슨 이야기인지 말해야 겠군요. 별 거 아닙니다. 그냥 여자와 남자 두 명이 만나서 모험을 해 나가는 평범한 이야기이죠. 이야기에 철학을 넣기에는 제가 힘들어서 말이죠.
그럼 시작 해볼까요? 두 명의 이야기를 말이죠.

 
1-4
작성일 : 17-07-31 12:30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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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남자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흰 셔츠에 검은색 긴 바지, 회색의 얇은 조끼, 베이지색 빵모자를 입은 남자였다. 남자의 앞에는 수정구가 놓아진 책상이 있었다. 수정구에는 베라와 워르덴, 아리트메틱의 모습이 비춰졌다. 남자는 오른손으로 턱을 만지며 검지를 입술에 붙였다.

 “조금은 두고 봐도 괜찮겠지.”

 남자는 의자에 등을 붙이고 손을 무릎에 올린 상태로 수정구를 바라봤다.

 

 오크가 쓰러졌다. 워르덴이 고개를 숙였다. 숨을 헐떡거렸다. 주위에는 네 명의 오크들이 워르덴을 둘러싸고 있었다. 첨벙거리는 소리가 연신 났다. 워르덴이 고개를 들었다. 워르덴의 전방에서 아리트메틱이 다가왔다.

 “꺼져!”

 아리트메틱이 왼쪽의 오크를 주먹으로 쳤다. 오크는 살짝 날아갔다.

 “너도!”

 아리트메틱이 오른쪽의 오크를 손 날로 쳤다. 오크는 물에 빠졌다. 아리트메틱은 어깨에 메고 있던 도끼를 내려놓았다. 자세를 잡았다. 날은 위로, 자루는 밑으로 한 자세였다. 워르덴은 고개를 들었다. 자세를 잡았다. 워르덴과 아리트메틱은 서로 노려봤다. 워르덴은 왼쪽으로, 아리트메틱은 오른쪽으로 천천히 한 걸음씩 몸을 옮겼다. 주위의 오크들이 한 발자국씩 물려나기 시작했다.

 아리트메틱이 도끼를 살짝 위로 들었다. 워르덴이 뒤로 몸을 당겼다. 검을 살짝 올려 도끼를 향하게 했다. 아리트메틱이 도끼를 내려 날을 왼쪽 밑으로 기울였다. 워르덴이 검을 오른쪽으로 내렸다. 방향은 도끼를 향하고 있었다. 아리트메틱이 어깨를 내민 채 빠르게 전방으로 두 발자국 전진했다. 워르덴이 몸을 왼쪽으로 한 발자국 옮겼다. 검을 가슴 근처로 올렸다. 검 끝의 방향은 아리트메틱의 목이었다.

 아리트메틱이 자세를 풀었다.

 “아까 보여준 기세는 어디 갔나? 외출이라도 갔나 보지?”

 아리트메틱의 입이 열렸다. 워르덴이 살짝 코웃음을 쳤다. 자세를 풀었다.

 “하! 너야말로 강에 들어올 때의 기세는 어디 갔냐!?”

 “네 알 바 아니다. 들어와라! 받아 쳐 줄 테니!”

 “정말? 후회할걸? 난 들어가는 일에는 선수라서 말이지.”

 “허! 여자라서 꽤나 아쉽겠군. 남자였으면 여자들이 줄을 섰을 텐데 말이지!”

 워르덴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아?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떻게 아냐?”

 “감이다! 여자들이 여자의 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오크들은 오크의 감을 가지고 있지!”

 “오크의 감…이라고?”

 “그래!”

 “감 따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감 말고 버섯이라도 먹지 그래? 목숨 하나 더 늘어날지도 모르잖아? 키가 좀 줄어 들겠지만.”

 워르덴이 왼손으로 자신의 목을 잡고 좌우로 가볍게 까딱거렸다. 아리트메틱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버…섯?”

 아리트메틱은 잠시 워르덴을 바라봤다.

 “…하.”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탛하하하핰!”

 워르덴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봐하하하핰!”

 아리트메틱은 도끼자루를 지면에 박았다. 도끼를 잡고 미친 듯이 웃었다. 워르덴이 검을 지면에 박은 뒤 복부를 잡고 실성한 듯이 웃었다. 주위의 오크들은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베라는 활의 조준을 풀고 둘을 쳐다봤다.

 둘이 있던 자리에서 물보라가 일어났다. 둘이 있던 자리의 한 가운데에서 물이 솟구쳤다. 높이는 5m정도였다. 물이 가라앉았다. 안에는 워르덴과 아리트메틱이 있었다. 아리트메틱의 도끼자루와 워르덴의 검신이 서로 맞닿아있었다. 워르덴의 팔과 아리트메틱의 팔이 부들거렸다. 두 명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웃기지마라! 이 망할 난쟁이 년아!”

 “웃기지마라! 이 개 같은 곰팡이새끼야!”

 

 아리트메틱이 도끼를 위로 쳐들었다. 워르덴이 검을 가로로 눕혔다. 위로 올렸다. 아리트메틱이 도끼를 뒤로 뺐다. 앞으로 살짝 도약했다. 자루로 워르덴의 투구를 맞췄다. 워르덴이 비틀거렸다.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아리트메틱이 도끼를 휘둘렀다. 오른쪽 아래 방향이었다. 워르덴이 왼발로 몸을 지지했다. 왼발에 힘을 줬다. 붉은빛이 왼발을 감쌌다. 워르덴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아리트메틱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몸과 몸이 격돌했다. 아리트메틱이 뒤로 밀려났다.

 워르덴이 양손으로 자루를 잡았다. 검을 가로로 눕혔다. 팔을 안으로 당겼다. 검이 워르덴의 안쪽으로 당겨졌다. 앞으로 전진 했다. 동시에 검을 밀었다. 방향은 아리트메틱의 명치였다.

 아리트메틱이 오른발로 몸을 지지했다. 오른손을 휘둘렀다. 아래에서 위 방향이었다. 검과 오른팔이 부딪혔다. 검의 방향이 위로 틀어졌다.

 아리트메틱이 몸을 숙였다. 몸을 앞으로 밀었다. 워르덴의 몸과 아리트메틱의 어깨가 부딪혔다. 아리트메틱이 워르덴의 허리를 잡았다. 워르덴이 검을 놓쳤다. 아리트메틱에게 끌려갔다. 워르덴이 양손을 모아 쥐었다. 아리트메틱의 등을 내리쳤다. 아리트메틱이 살짝 도약했다. 곧바로 오른손으로 워르덴의 복부에 손을 댔다. 오른손을 세게 밀었다. 워르덴이 수면에 충돌했다. 수면을 돌파했다. 강바닥에 격돌했다.

 워르덴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아리트메틱이 오른발을 들었다. 방향은 워르덴의 얼굴. 힘껏 내렸다. 수면과 부딪혔다. 워르덴의 시야가 밝아졌다. 오른발이 수면을 파고들었다. 워르덴이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였다. 오른발이 강바닥에 박혔다.

 워르덴이 오른팔을 들었다. 오른쪽 겨드랑이로 오른발을 끼운 뒤 눌렀다. 오른손으로 오른쪽 무릎의 안쪽을 잡아당겼다. 아리트메틱의 자세가 무너졌다. 워르덴이 허리춤에 왼손을 갖다 댔다. 단검을 빼 들었다. 워르덴의 얼굴과 왼손이 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단검을 역수로 쥐었다. 넓적다리를 향해 힘껏 찔렀다.

 아리트메틱의 오른발이 수면 밖으로 뛰쳐나왔다. 워르덴의 투구를 가격했다. 워르덴이 살짝 공중에 떴다. 단검을 놓쳤다. 오른 무릎 안쪽을 놓았다. 오른발을 놓았다. 아리트메틱이 물에 잠겼다. 워르덴이 물에 빠졌다.

 1초가 흘렀다.

 오크들은 바라봤다, 아리트메틱이 잠긴 곳을.

 2초가 흘렀다.

 베라는 바라봤다, 워르덴이 빠진 곳을.

 3초가 흘렀다.

 오크들은 비볐다, 물이 머무르는 눈썹을.

 4초가 흘렀다.

 베라는 삼켰다, 입에 머금은 침을.

 5초가 흘렀다.

 워르덴과 아리트메틱이 물에서 나왔다. 동시였다. 그들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노려봤다.

 둘은 달렸다, 서로를 향해.

 2m.

 둘은 당겼다, 오른손을.

 1.5m.

 둘은 쥐었다, 오른손을.

 1m.

 둘은 뻗었다, 오른손을.

 0m.

 둘은 격돌했다, 오른손끼리.

 워르덴의 주먹에서 붉은색의 무언가가 반짝거렸다. 둘 다 밀리지 않았다. 아리트메틱이 워르덴을 바라봤다. 서로의 주먹이 멀어졌다. 둘은 뒤로 물러났다.

 “네 년….”

 워르덴이 투구를 거칠게 벗었다. 이마에 멍이 있었다. 워르덴이 양손을 뻗은 뒤 재빠르게 안쪽으로 당겼다.

 “뭐냐!? 지쳤냐!? 덤벼! 덤비라고!”

 “난쟁이에다가 몸도 가냘픈 계집애가…어이! 무기 내놔!”

 뒤에 있던 오크가 들고 있던 창을 던졌다. 아리트메틱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한 손으로 창을 잡았다.

 “네 년, 뭐 하는 년이냐?”

 워르덴이 오른손을 뻗었다. 검이 생겼다. 몸을 낮췄다. 자세를 잡았다.

 “저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샌님의 고용인이다. 불만 있냐?”

 워르덴의 전신에 붉은빛이 아른거렸다. 아리트메틱의 눈에도 보였다.

 “뭔진 모르겠다만….”

 아리트메틱이 자세를 낮추고 창을 워르덴 쪽으로 내밀었다.

 “계획을 바꿨다. 호적수는 오랜만이다. 정말로…정말로! 너희들은 물러나! 방해하면 모가지를 따버리겠어! 아예 그냥 뭍으로 올라가버려!”

 아리트메틱의 외침에 오크들이 몸을 돌려 뭍으로 향했다. 둘은 서로 노려봤다. 움직임조차 없었다.

 “대장!”

 뭍으로 가던 오크가 외쳤다.

 “모가지하고 작별인사 하고 싶냐!?”

 아리트메틱이 소리를 질렀다.

 “물! 무거워! 끈적끈적해!”

 네 명의 오크들의 몸에 물이 몸을 타고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오크들이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물은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워르덴씨!”

 베라가 외쳤다.

 “시선 끌지 마! 나 죽는 꼴 보고 싶냐!?”

 워르덴이 외쳤다.

 “물이 등을 타고 올라가요!”

 “뭐!?”

 워르덴의 시선이 등 쪽으로 향했다. 물이 세 갈래로 나뉘어져 워르덴의 등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아리트메틱이 몸을 앞으로 굽었다. 아리트메틱의 몸이 움찔거렸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건!?”

 아리트메틱이 다리에 힘을 줬다. 들어올렸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물이?”

 아리트메틱이 왼손으로 물을 퍼 올렸다. 무겁고 끈적거렸다. 워르덴이 검을 놓았다. 양손으로 왼 허벅지를 붙잡았다. 당겼다. 다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망할! 물이 갑자기 왜 이딴 식으로 변한 거야!?”

 워르덴의 어깨에 뭔가가 닿았다. 푸른색의 줄이었다.

 “잡으세요!”

 베라가 외쳤다. 워르덴이 줄을 잡아 손바닥에 감았다. 베라가 몸을 눕히면서 잡아당겼다. 워르덴의 허벅지에 붉은빛이 일렁거렸다. 워르덴의 몸이 조금씩 앞으로 접근했다. 워르덴이 물가에 닿았다. 물 밖으로 나오자 워르덴이 무릎을 꿇고 헉헉거렸다.

 “뭐야 저거!? 더럽게 무겁고 끈적거리네!”

 베라가 다가왔다.

 “도와드릴까요?”

 “아.”

 베라는 몸을 굽힌 뒤 어깨로 워르덴을 부축했다. 시냇물 가에서 벗어나자 베라는 몸을 돌려 시냇물을 바라보았다. 오크들은 물 한 가운데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구경할 참이야?”

 “…것도 그렇네요. 일단 자리를 옮깁시다.”

 베라는 워르덴을 부축하며 숲 안쪽으로 걸어갔다.

 

 “터프하구만, 터프 해.”

 빵모자를 쓴 남자가 검은색의 얇은 외투를 입으며 말했다.

 “설마 오크하고 주먹다짐을 할 정도였을 줄은. 그래도 주먹다짐씩이나 하고 멀쩡한 걸 보면 실력 자체는 괜찮은 편인 것 같군. 아니, 그 이전의 문제인가.”

 외투를 입은 남자가 수정구를 바라봤다. 수정구는 워르덴을 부축한 베라의 모습이 비췄다. 남자는 뒤로 돌아 문을 향해 걸어갔다. 외투의 왼 주머니에서 베이지색 장갑 한 쌍을 꺼내 양손에 꼈다.

 “다음엔 그런 무모한 짓은 안 했으면 좋겠군. 그땐 지금처럼 도와줄 수도 없을 테니.”

 남자는 장갑을 다 입자 문고리를 잡았다.

 “그럼, 뒤는 맡기겠네, 용병 양반.”

 남자는 문을 열고 방에서 나갔다. 수정구의 빛은 남자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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