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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물 : 너에게 나를 바친다 (가제)
작가 : 조은산
작품등록일 : 2017.7.26

어린 시절 무당 할아버지에게 애기 무당 일을 강요 당하며 학대 받아온 소녀, 연지. 어느 날 연지앞에 나타난 서위.
서위는 연지의 지긋지긋한 세상을 깨부수어 주었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연지는 서위와 자신 앞에 나타난 이상한 차림의 남자를 보게 되고. 그 남자가 다시 자기의 세계에서 서위를 데려갈 것이라 예감한다.

"나의 빛. 나의 선. 나를 구하러 이 추잡한 세계 밖에서 온 나의 서위. 너는 나의 추잡한 세계를 부숴주었고, 그토록 바랐던 평범한 일상을 선사해 주었어. 서위,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로맨스 판타지, 현대 판타지(1부), 차원이동물, 미스터리 로맨스

 
15. 해멸단 (4)
작성일 : 17-07-31 10:02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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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해멸단 (4)

 

 

 

 

 

 눈을 뜬 건 맞았다.

 

 눈을 감기 전, 그러니까 저쪽 세계에서 눈을 감기 전 마지막 시야에 들이찬 것은 그 늑산이라는 사슬 남자였다. 연지 자신을 아우라 부르는, 애처롭게 아산이라고 부르는 늑산이라는 남자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을 찾아온 늑산의 얼굴을 보고 눈을 감기 전만 해도 온전히 세상이 보였다. 그리고 낯선 냄새가 난 이곳, 지금, 앞이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아예 시력을 잃은 건 아니지만, 세상 모든 것이 뿌옇게 보였다. 마치 밤 풍경을 보는 듯 했다. 그래서 일어났을 때 연지는 자신이 밤에 깨어난 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다시 자고 일어나도, 아예 날이 새길 기다려도 세상은 컴컴하기만 했다.

 

 그래서 자신을 향해 뜻 모를 말을 하는 이상한 말투의 낯선 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토록 자신을 애타게 부르던 늑산이란 사람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눈을 비비고, 꾹 감았다가 떠도, 물로 씻기를 반복해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것은 당신이 일시아(日示兒)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아려라고 소개한 여자가 연지에게 말해주었다. 일시아는 태양을 볼 수 있는 아이. 그 말은 태양의 아이인 별만을 훤히 볼 수 있다는 뜻이며, 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두 눈을 뜨고 직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단다.

 

 “이곳은 장애인을 그런 식으로 비하하나 보죠?”

 

 연지의 말은 아려가 있는 이 세상을 조롱하기도 하는 한 편, 자기 자신을 자조하는 말이기도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다른 감각들이 예민해졌다. 아니,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그런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이상한 감각이 연지의 몸을 휩쓸었다. 이곳에선 신력이라고 불리는 신기나 영감이 원래 있었던 곳에서 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때문인지 더욱 신경질 적이었다. 그 불쾌함을 쉬이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은, 원래 있던 세계완 달리 이쪽 사람들은 연지를 일시아라고 부르며 받들고 쩔쩔맨다는 것이었다. 젊거나 어린 사람들은 물론이고, 꽤 연배가 있게 들리는 목소리들도 연지 앞에선 공손했다. 연지가 어떠한 말을 해도, 어떠한 행동을 해도 그랬다.

 

 역겨웠다. 그런 대우를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연지는 알 수 있었다. 세밀하게 느껴져 왔다.

 

 그들의 두려움 섞인 존경. 경외.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어떠한 일을 시킬 것인지도 예감되었다.

 

 이곳에 온 후로부터 매일 악몽만 꾸어 왔다.

 

 연지 자신이 울부짖으며 한 뼘도 안 되는 낡은 단도로 서위의 가슴을 내리찍는 꿈을. 그 꿈속에서 연지의 몸은 자신의 의지완 상관없이 움직였다.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각자의 허리를 쇠사슬로 둘둘 말고 있는 괴상한 차림새의 사람들. 그들은 연지를 향해 고개를 땅에 조아리고 절을 하고 있었다.

 

 북을 치고 있었다. 마치 축제를 알리는 리듬의 북소리였다. 한 편에선 춤을 추고 있었다. 서위의 죽음을 환호하는 춤사위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자신은 서위의 피를 뒤집어 쓴 채 울고 있었다.

 

 그곳에서나 이곳에서나 연지는 그런 이였다. 무당집 딸. 아니, 그냥 귀신들린 무당. 사람들의 두려움을 사는. 어쩌면 저쪽 세계에서보다 이곳에서 자신의 힘이 더 강력하니, 더 재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

 

 

 “일시아를 그곳으로 모시고 갈 순 없습니다. 겨우 기우제입니다.”

 “아니, 겨우 기우제라니요. 별이 그곳에 있다는 계시가 왔습니다.”

 

 끝이 나지 않는 논쟁이었다.

 

 “도가비 검이 없습니다. 신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선 도가비 검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랜 계시에 도가비 검은 별과 일시아께 저 스스로 찾아온다 하였습니다.”

 

 원로 측은 물러섬이 없었다. 지겨웠다. 이런 논쟁이. 일시아가 별을 제물로 바칠 때, 꼭 필요한 것은 도가비 검이었다. 그 검으로 별의 심장을 바쳐야 되는 일이었다. 아직 도가비 검을 확보하지 못 했다.

 

 “이번 예언에 도가비 검도 있었습니까?”

 

 족장 늑산의 말에 원로 중 하나가 비꼬는 듯 한 어조로 받아쳤다.

 

 “족장께선 도가비 검에 대한 계시를 받았나 보군요.”

 

 특히 ‘족장’이란 단어가 거슬렸다. 늑산은 굳은 표정으로 그 원로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원로 또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족장. 지금 상황은 간과하고 계십니다. 붉은 머리 왕의 책봉이 초읽기입니다. 우리 태양족은 여유가 없습니다. 붉은 머리 왕 외가, 해가가 우리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토록 전장에 나가 전사들과 동포들을 잃고도 모르시겠습니까.”

 

 늙은이들은 겁이 많다. 원로의 우려를 늑산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원로들의 걱정이 현실성에서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었다. 사실이 그랬다.

 

 제 19 왕자로 태어난 붉은 머리 왕자. 그가 왕위를 이을 리는 없다고 세간은 단언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붉은 머리 왕자의 손위 형제들은 모두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붉은 머리 왕자가 제 1 왕자가 된 것은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게다가 현 왕은 의문의 난치병을 얻었다. 붉은 머리 왕자 밑으론 씨가 말랐다. 이미 왕가엔 붉은 머리 왕자만이 남았다.

 

 태양족을 비롯해, 많은 충신들이 붉은 머리 왕자에게 수없이 암살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였다. 붉은 머리 왕자의 외가, 권문세족 해가의 힘이 강력했고 또한 붉은 머리 왕자의 운명이 그러했다.

 

 붉은 머리 왕자를 처단하는 것은 단 하나의 방법 밖에 없었다. 어서 별을 신께 제물로 바치는 것.

 

 오랜 계시에 별을 신께 바치면 신이 다시 왕가를 이을 자신의 아들을 내어준다고 했다. 금발의, 황금 빛 안구의 전통을 따른 완벽한 그들의 왕. 혹은 이 난세를 극복하게 할 태양족의 구세주.

 

 “족장이시여, 제발 뜻을 거두고 저희의 말을 귀 기울여 주십시오. 우리의 사명이 기우제 따위가 아닌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원로 중 하나가 나서서 늑산을 향해 간청했다. 그리고 그 늙은이는 늑산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처절했다.

 

 “……제발.”

 

 항상 앞장서서 늑산을 무시했던 이였다. 그가 늑산을 족장이라 부른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무릎 꿇는 것을 보고 뒤이어 다른 원로들도 그와 함께 했다.

 

 제 앞에서 무릎 꿇고 간청하는 원로들을 보고 늑산은 난처한 기색을 표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제발 저희 말에 귀 기울이소서……! 신의 뜻입니다, 족장이시여!”

 

 

 **

 

 

 “곧 전쟁이네요.”

 

 자신을 보필하기 위해 처소에 들어온 아려를 향해 연지는 말했다. 아려는 놀란 얼굴로 연지를 쳐다보았다.

 

 “…계시를 받으셨습니까?”

 

 아려의 말에 연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느껴져요. …하긴, 전쟁이라 하기엔 너무도 소규모군요.”

 

 연지는 무심한 투로 말했다.

 

 “…일시아시여. 이번 싸움이 어떤 결말을 맞을 지도 보이십니까.”

 

 아려의 물음에 연지는 떫게 웃었다.

 

 “모르겠어요. 그건 안 보여요. 왜일까요.”

 “…아마도 별이 직접 관여하는 일이라 그럴 테지요.”

 “…별이요? 서위를 말하는 건가요?”

 “…….”

 

 연지의 물음에 아려는 함구했다. 그에 연지는 뚱한 표정으로 어렴풋 보이는 아려의 인형을 향해 시선을 두다 이내 거두었다. 그리곤 다시 떫은 미소를 지었다.

 

 “늑산이란 사람도 불쌍하군요. 가장 측근이라고 있는 사람이 그쪽 편이니.”

 

 그에 아려가 화들짝 놀라 다급히 무릎을 꿇는다. 다른 사람들의 추측과는 다르다. 일시아이지 않는가. 어디까지 보이는 것일까.

 

 “그럴 필요 없어요. 어차피 저 역시 그쪽 편인걸.”

 

 그쪽에 서위가 있으니 말예요.

 

 연지는 마지막 말은 그만 두었다. 정말, 서위가 자신을 구하러 올까.

 

 연지는 툭, 하고 자신의 눈가에서 물방울 하나가 제 손등으로 떨어진 것을 느꼈다.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손으로 더듬어야 겨우 알 수 있게 되었다.

 

 연지는 항상 울고 싶은 심정이었고, 항상 눈가가 아렸다. 때문에 시야가 뿌옇게 되고서야 자신이 울게 될 줄을 알게 되었는데, 이젠 보이는 것은 컴컴한 세상뿐이니 알 수가 있나.

 

 문득 겁이 났다. 서위를 만나게 되더라도 서위를, 서위가 짓는 미소를, 서위가 움직이는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될까봐.

 

 

 **

 

 

 결국, 늑산이 지고 말았다. 그러나 언제 한 번이라도 늑산이 원로들을 이긴 적이 있었나. 그들은 늘 족장의 사명을, 태양족의 소명을 들먹였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와 누이를 차례로 들먹였다.

 

 ‘늑산, 당신의 아버지와 누이의 죽음을 헛되게 할 셈입니까. 그들은 족장의 소임을 다 하고 죽었습니다. 그들의 유지를 이어 받은 것이 당신 아닙니까. 당신이 아무 신력이 없음에도 우리가 족장이라고 인정한 것은 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늑산은 그들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늑산은 원로들에게서 진 것이 아니었다.

 

 늑산은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길러졌다. 특히 태양족의 개, 전사 출신 아니던가. 물론 지금도 전사로의 소임도 하고 있었다. 늑산, 자신은 족장이 아니다. 그저 개다. 태양족의 개. 저 태양 신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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