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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물 : 너에게 나를 바친다 (가제)
작가 : 조은산
작품등록일 : 2017.7.26

어린 시절 무당 할아버지에게 애기 무당 일을 강요 당하며 학대 받아온 소녀, 연지. 어느 날 연지앞에 나타난 서위.
서위는 연지의 지긋지긋한 세상을 깨부수어 주었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연지는 서위와 자신 앞에 나타난 이상한 차림의 남자를 보게 되고. 그 남자가 다시 자기의 세계에서 서위를 데려갈 것이라 예감한다.

"나의 빛. 나의 선. 나를 구하러 이 추잡한 세계 밖에서 온 나의 서위. 너는 나의 추잡한 세계를 부숴주었고, 그토록 바랐던 평범한 일상을 선사해 주었어. 서위,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로맨스 판타지, 현대 판타지(1부), 차원이동물, 미스터리 로맨스

 
11. 제물로 태어난 아이 (2)
작성일 : 17-07-31 05:31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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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제물로 태어난 아이 (2)

 

 

 

 

 

 

 다 기억이 난다. 서위는 다 기억을 한다.

 

 산 속 작은 움막 좁은 방안, 무너진 벽. 허물어진 창 사이로 들어오는 노을 빛. 그것이 막 태어난 서위가 본 첫 빛이었다.

 

 어미는, 산파도 없이 홀로 출산을 마친 어린 어미는 숨을 헐떡거리며 제 다리 밑에 떨군 핏덩이를 안아 들고 아픈 숨을 몰아쉬었다.

 

 어미 품에서 났던 풀냄새, 양수 비린내, 그리고 젖내. 포근했다.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산발 머리를 한 어미는, 제 더러운 손가락을 입으로 핥아 먼지를 훔쳐내었다. 손에 묻은 먼지를 모두 먹어버렸다. 그렇게 깨끗해진 손으로 막 태어난 서위의 얼굴을 문지르고, 한 뼘도 안 되는 배를 쓰다듬었다.

 

 애야, 왜 안 우니, 죽지마라, 애야, 죽지마라.

 

 어미의 바지런한 손길이 왠지 서럽게 느껴진 탓에 서위는 간지럼을 참다 뱉은 웃음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어미는 겨우 첫 울음을 뗀 서위를 품에 안고 한참을 숨을 몰아쉬었다.

 

 어미가 숨을 쉴 때 마다 더운 숨이 서위의 얼굴에 닿았다. 어미의 어깨가 들썩일 때 마다 서위의 온몸이 부들거렸다. 어미는 울고 있었다.

 

 출산을 마쳤다는 안도의 의미도, 죽은 줄 알았던 갓난아기의 울음에 대한 기쁨의 의미도 아니었을 것이다. 서위는 알고 있었다. 어미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홍수 같은 출산의 흔적이 남은 좁은 방에서 어미는 제대로 몸도 못 추스르고 치마를 동여맸다.

 

 치마는 여전히 무겁게 젖어 있었지만 어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서위를 제 가슴에 바짝 안고 움막을 빠져 나와, 어미는 어정거리는 걸음으로 애써 달음질했다.

 

 종종 어미의 다리는 힘을 풀렸고, 그 때문에 자리에 주저앉기를 반복했지만 어미는 달음질을 멈추지 않았다.

 

 

 서위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해가 떨어진 그 산길의 막연한 어두움을, 시원하게 공기를 울리던 벌레 울음소리를, 어미의 헐떡이는 숨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인지 어쩐지 서위는 그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

 

 

 “뭐야, 깬 거야?”

 

 이상했다. 눈을 뜬 서위가 느낀 첫 감각이었다. 몸이 믿을 수 없이 가벼웠다. 마치 젖은 몸이 마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번쩍 눈을 뜬 서위를 보고 놀란 낯선 꼬마가 시끄럽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도 서위는 당황스럽지 않았다.

 

 “대장! 대장!”

 

 꼬마는 호들갑을 떨며 문 밖으로 뛰어 나갔다.

 

 모든 것이 명징하게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길고 긴 꿈에서 깨어난 감각.

 

 서위는 자신이 앉아 있는 침상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사극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풍경. 판자로 된 낡은 집이었다. 바닥엔 동물 가죽이 깔려 있었고, 벽엔 정성들여 박제된 사슴 대가리가 하나가 달려 있었다.

 

 마치 사냥꾼의 집 같은 풍경이었다.

 

 서위가 덮고 있던 이불 또한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었다.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뭐야, 정말 깼네.”

 

 호들갑 부리던 꼬마 아이가 불러 온 건지, 서위보다 너 댓살 많아 보이는 젊은 남자가 방에 들어와 서위를 보고 말했다.

 

 서위는 말없이 남자를 쳐다보았다.

 

 역시나 사극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복식이었다. 그런데 무슨 퓨전 사극. 머리 모양새가 독특했다. 옆통수 한 쪽은 머리카락이 짧게 밀려 있었고, 그 나머지 머리는 대충 잘라 삐죽삐죽 정신 사납게 보였다.

 

 역시 가죽으로 만들어진 듯한 짧은 조끼와 이 곳 저 곳 기워진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낡은 옷감은 아니었지만, 입은 이의 평소 행실이 빤히 보일 정도로 정신없이 닳아 있었다.

 

 “뭐야, 말을 할 줄 모르나?”

 

 꼬마가 남자 등 뒤에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서위 쪽을 보며 말했다. 그에 남자는 검지로 제 볼을 긁적거렸다. 남자의 얼굴에는 길게 흉터가 나 있었다. 저 쪽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자국이었다. 어쩌면 칼자국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냥꾼인가?”

 

 서위는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뭐?”

 

 서위의 말에 꼬마가 펄쩍 뛰며 소리 질렀다. 기분이 나빠 보였다. 아니, 그렇기 보단 자존심이 상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꼬마가 자리에서 뛸 때마다 짤깡거리는 쇠붙이가 저들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자세히 보니, 꼬마의 허리춤은 쇠사슬이 돌돌 말려 있었다. 사슬족, 아니, 태양족이 분명했다. 서위는 그랬구나, 중얼거리곤 한숨을 쉬었다.

 

 “말은 할 줄 아네, 다행히.”

 

 성질내며 길길이 뛰는 꼬마를 진정시키며, 남자가 씨익 웃었다.

 

 “아보, 가만히 좀 있어. 이제 막 깼는데, 너 때문에 놀라겠다.”

 

 남자는 꼬마를 아보라고 불렀다.

 

 남자는 서위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나는 야도. 너는?

 

 이상한 이름이었다. 꼬마도, 이 야도라는 남자도. 하긴, 서위 역시 항상 그런 말을 들어왔다. 특이한 이름이라고.

 

 “…서위.”

 

 서위는 자신의 성을 빼고 소개를 했다. 이제 더 이상 한서위가 아니었다. 아니, 이젠 서위도 아니려나.

 

 “서위? 멋진 이름이네?”

 

 남자는 그리 말하며 또 씨익 웃었다.

 

 “일어날 순 있겠어? 우리 부락 사람들하고도 인사 좀 해야겠는데?”

 

 서위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자신 얼마나 누워있었는지 가늠할 순 없었지만, 마치 잠을 푹 자고 난 듯한 몸 상태였다.

 

 “신기하네. 사흘 만에 깨어난 건데, 휘청거리지도 않고.”

 

 남자는 그리 말하며 부축하려했던 손을 거두었다.

 

 “대장! 얘 너무 수상하지 않아?”

 

 아보라는 꼬마는 야도의 옷깃을 잡아 흔들며 그리 말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서위를 위아래를 훑어보고는 다 들리는 목소리로 야도에게 속삭였다.

 

 “차림새도 그렇고, 계집앤지 사내놈인지도 모르게 생겨가지고 말이야…….”

 “아보! 무례하게!”

 

 그러고 보니, 서위는 여전히 교복차림이었다. 그때 그대로 늑산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왔을 것이다. 늑산은 어디로 갔을까.

 

 “늑산은 어디 있지?”

 

 초면에, 그것도 자신 보다 연장자에게 반말을 해본 기억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될 대로 되어 버리라는 기분이었다. 몸은 가벼웠지만 머릿속은 복잡했고, 정신적으로 너무도 지쳐 있었다.

 

 “늑산? 그게 누구야?”

 

 야도라는 남자는 웃으며 물었다.

 

 “동료인가? 미안한데, 우리가 널 발견했을 땐 혼자였어.”

 “…발견했다고?”

 

 서위의 되물음에 야도는 대답을 생략하고 움집 밖을 나섰다. 서위에게 따라오라며 손짓하곤.

 

 “너, 나무에 걸려 있었어.”

 

 아보는 툭 던지듯 말하고 빠르게 야도의 뒤를 좇았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서위는 가만히 제 자리에 서 있다가, 하는 수 없이 둘을 좇아 움집 밖으로 나갔다.

 

 곧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산 속 작은 마을이었다. 생전 본 적 없던 기괴하게 생긴 거대한 나무들이 원을 이루듯 작을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니, 마을이라 하기엔 모습이 기괴했다. 특히 집이 그랬다. 곳곳에 땅굴을 파 놓은 듯 봉분 같은 곳에 문짝과 창이 달려 있었고, 그 문을 통해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 거대수들 곳곳에도 문이 달려 있었다.

 

 놀란 서위가 뒤돌아 자신 방금 나온 움집을 보았다. 역시 거대수였다.

 

 “우리 부락, 해멸단에 온 걸 환영해.”

 

 야도는 씨익 웃으며, 서위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

 

 

 “아니, 그때 아보가 말하길, 나무에서 사람이 열렸다는 거야! 그게 말이 되냐고!”

 

 야도는 술이 든 잔을 들고 쾌활하게 웃어 재끼며 말했다. 야도의 말에 아보는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또 제 자리를 방방 뛰었다.

 

 “그만하라고! 그런 걸 처음 봤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럼에도 야도는 멈출 줄 몰랐다. 야도가 자꾸 아보를 놀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야도의 말이 진행될 때마다 술자리에 모여 있던 부락 사람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이게 그들의 일상인 것 같았다.

 

 “…멍청이.”

 

 아보의 형이라는 사람도 술잔을 입에 대며 중얼거렸다. 그에 아보가 이젠 막 터질 지경이 된 얼굴로 서위를 힘껏 노려본다.

 

 서위는 아무 말도 않고 아보의 형이 오늘 사냥해 왔단 정체 모를 고기를 손으로 찢어내어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귀족 자제인가? 밥 먹는 모습이 아주 고급지네.”

 

 누군가 입 근처에 육즙을 잔뜩 묻히고 고기를 게걸스럽게 뜯어 먹으며 그리 말했다. 그에 조금 우스워, 서위가 피식 웃었다. 그런 말은 생전 처음 듣거니와, ‘귀족’이란 단어도 어색했다.

 

 “아니야.”

 

 그 대답은 서위의 것이 아니었다. 아보의 형이란 사람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별. 맞지?”

 

 아보의 형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위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보는 분명 배꼽 있을 자리에 사슬이 돋아나 있는 태양족. 친형제지간이라는 아보의 형 역시 태양족일 테다. 비록 그의 드러난 배와 가슴엔 사슬로 둘둘 감싸져 있는 대신 커다란 화상 흉터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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