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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스타가 사랑한 파파라치
작가 : 몽지나11
작품등록일 : 2017.7.31

6세기 대가야 왕녀 연과 신라 진흥왕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이들의 사랑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채 비극으로 끝나고...21세기 한류스타 양욱과 시골처녀 귀은으로 다시 태어난 두 사람. 의문의 죽음을 당한 귀은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파파라치 기자 진마리의 몸을 빌어 양욱과 의도치 않은 동거를 시작한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의 로맨스가 대가야 2왕녀 수가 깨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삼진그룹의 음모 속에서 다시금 애틋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15. 나 유혹하지 마
작성일 : 17-07-31 04:38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3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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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은은 잠든 혜나의 이불을 덮어주고 창가로 걸어가 네온사인 불빛과 가로등 불빛이 물반사된 한강 어귀를 바라보았다. 차들이 꼬리를 물고 정처없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이날 아침 양욱이 했던 이야기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새엄니를 보호하려구 그냥 헌 말이여...암, 그르쿠 말구. 저 걸레문 주뎅이에서 나온 말, 신경쓰면 안되는 거여...그냥 잊혀지면 끝인 거여...”

 

 알고 있었다. 양욱은 그저 마음에 품고 있는 새엄마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것을. 그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지 않기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을.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혜나는 잠들었나?”

 

 귀은은 방문을 열고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 면티를 입고 베이지색 면바지를 걸쳐입은 양욱은 꼭 냉장고 광고에서 튀어나온 듯 매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귀은은 몰래 한숨을 폭 쉬었다.

 

  ‘정신차려야 혀...안귀은. 저건 껍데기일 뿐이여. 저안엔 똥이 가득 들어있는 거여.'

 

  “애가 많이 놀랐겠어. 그런 무서운 일이 눈 앞에서...”

 

 그는 말을 이어가다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고 입을 닫은지 5년만에 그토록 살가웠다는 언니마저 저수지에서 변을 당한 혜나의 심정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양욱은 혜나의 처지가 매우 가슴 아팠다.

 

 “...아깐 말하지 못했는데 혜나의 목숨을 구해준 거...고마워."

 

 양욱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말야. 이상하게 당신은 혜나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뛰어드는거 같아. 누가 보면 당신이 진짜 혜나 언니라고 오해하겠다구.”

 

 그가 귀은의 눈을 바라보다 머뭇거리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뜨끔했지만 어쨌든 사과를 하는 그의 태도에 기분이 풀린 척했다.

 

 “아, 그래도 내 침대에 기어들어와 욕망을 채우는 짓거리는 용납 못해. 다시 그런 일이 있으면 당신은 쇠고랑을 차게 될거야.”

  어쩐지. 말이 곱더라니. 귀은은 참지 못하고 버럭 성을 냈다.

  “듣자듣자 허니께 누굴 남자가 없어서 환장한 년으로 아나. 욕망이라니유! 욕망이라니! 시집두 안간 츠녀 헌티 그게 뭔 망발이래유!”

  “...뭐?”

  아차, 또다시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그니께...그니께 너무 말이 심허다구요.”

 

 “그래...미안. 생각해보니까 내가 실언했네. 정확하게 말하면 ‘욕정’인데...바꿔서 육욕이라고도 하지. 내 핫바디를 탐내다니..못써.”

 

 그가 비아냥거리는 모습에 눈앞에서 문을 쿵하고 닫아버렸다.

 

 ‘내가 미친년이지. 저런 주뎅이 가진 넘헌티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다니...진짜 남자가 없어서 환장한 건지도 물르겄네.’

 헛웃음이 나왔다.

  “쿨럭 쿨럭”

 계단을 내려가는 양욱의 뒤로 기침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자신을 구하려고 물속에 뛰어들었을 때 그는 귀은에게 옷을 덮어주느라 추위에 오들오들 떨어야했다.

  ‘약이라도 챙겨 먹지....'

 똑똑똑.

 '또 뭔 주뎅이를 놀릴라고 온겨.'

 귀은이 문을 열자마자 버럭 또 소리를 질렀다.

 

  “댁 몸뗑이 안건들테니께 그만 하라고!”

 

 그러나 귀은 앞에 서있는 사람은 강릉댁이었다. 따뜻한 우유와 달콤한 타르트가 배를 강타했다.

 

  “아유, 죄송해요. 아주머니. 저는...저는...양욱씨인줄 알고...제말 아주머니한테 한거 절대절대 아니에요.”

 

 강릉댁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간식쟁반을 건넸다.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뭐 더 필요하신 게 있으면 불러주세요.”

 

 강릉댁은 힐긋 잠든 혜나의 얼굴을 보다가는 몸을 돌렸다.

 

  “혜나 아가씨는 좀 어떻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주머니. 병원에선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해요. 정말 다행이죠.”

 

  “...진기자님도 괜찮으십니까?”

 

  “네...저야 뭐 워낙 통뼈라...끄덕 없습니다. 하하하”

 

  “다행입니다. 혜나 아가씨 곁에 진기자님이 있어서 말이에요.”

 

  ‘제가 사실 혜나 언니인걸요...’

  강릉댁이 돌아설 때 귀은이 그녀에게 물었다.

 

  “참, 혹시 생강 사다놓으신 거 있을까요? 다진거 말고 굵고 실한 흙생강으로...”

 

 

 

  새벽부터 이게 뭐하는 시추에이션인지 모르겠다. 귀은은 제 오지랖에 치를 떨었다. 그녀는 새벽같이 일어나자마자 강릉댁이 가르쳐준 창고에서 흙생강 몇 개를 꺼내 수저로 껍질을 벗겨냈다. 마침 대추 말린것도 찾아냈으니 설탕조금 넣고 한소끔 끓이기만 하면 된다. 강릉댁이 나왔는지 누군가 부엌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불조절을 하느라 돌아보지 못한채 외쳤다.

 

  “아...아주머니 벌써 깨셨어요. 너무 시끄러웠죠. 죄송해요. 설거지는 제가 깨끗하게 해놓을게요.”

 

  부엌엔 달콤한 생강향이 감돌고 있었다.

 

  “무슨 독약이라도 만드나?”

 

 귀은이 돌아보니 새집 진 머리를 하고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서있는 양욱이 보였다. 그의 입안엔 칫솔이 물려있었고 입가엔 치약거품이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늘 완벽한 모습만 봤다가 지나치게 허술한 모습을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리 아이 같은 면이 있었나.

 

  “아주머니인줄 알았잖아요. 인기척이라도 하든지...헛기침이라도 하든지."

 

  “육욕에 빠져버린 언니가 할 소린 아니지. 그냥 뒤에서 확 덮쳐주길 바란 거 아냐? 꿈깨. 난 여자가 있다고. 것도 당신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아름다운 여자가 말이지.”

 

 “그 여자가 어디가 좋아요? 언 듯 보니 새까맣게 탄데다 볼품도 없는 시골뜨기던데...”

 

 “호박 같은 당신보단 백배 예뻐. 그리고 구릿빛 피부가 얼마나 섹시한지 몰라. 게다가...당신보다 가슴도 풍만해. 아마...씨컵은 될걸?”

 

 “...아이구, 참 축하드려요.”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귀은은 혀를 내둘렀다. 그가 가스렌지 옆으로 다가와 달콤하게 끓고 있는 생강차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혜나가 감기기운이라도 있나?”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지하게 물었다. 귀은은 커다란 사발에 몇 국자 떠서 식탁에 놓았다.

 

  “먹어봐요.”

 

  “나? 나더러 먹으라고? 왜?”

 

  새벽에 부엌으로 나오면서 귀은은 기침을 하는 양욱의 소리를 들었더랬다. 생강만 넣어서 끓이면 저 까탈대마왕 양욱이 안 먹을까 싶어 대추와 시럽도 왕창 넣었다.

 

  “...맛없으면 버리려구 그러죠.”

 

  “돈이 썩어났나. 이걸 왜 버려. 요즘 대추 값이 얼마나 비싼데...”

 

 그가 능청을 떨며 생강차를 후루룩 들이켰다.

 

  “음...달아...맛있어. 혜나가 좋아하겠네.”

 

  “혜나는 단거 안 좋아해요. 어릴때부터 이 썩는다고 제가 못 먹게....”

 

 핫...치명적인 실수다. 다행히 그는 흘려들었는지 사발의 생강차를 다 먹고는 탱탱하게 불은 대추의 씨를 발라 먹고 있었다. 참, 다 큰 애 같다.

 

  “한 사발 더 먹어요. 남으면 아까우니까. 그래야 감기가 후딱 떨어지니까...”

 

  그는 다시 사발에 생강차를 가득 떠주는 귀은을 멀거니 바라봤다. 그는 귀은이 기침하는 자신을 위해 새벽부터 생강차를 끓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뭘봐요? 독 안넣었으까 걱정말아요.”

 

  “...다시 경고할게.”

 

  “무슨 경고요?”

 

  “나...유혹하지 마...”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는 부엌을 나섰다. 귀은은 그가 남긴 말에 울그락불그락했다.

 

 ' 저 인간 걱정을 애초부터 하는 게 아니었어. 내 앞에서 또 콜록댔단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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