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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스타가 사랑한 파파라치
작가 : 몽지나11
작품등록일 : 2017.7.31

6세기 대가야 왕녀 연과 신라 진흥왕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이들의 사랑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채 비극으로 끝나고...21세기 한류스타 양욱과 시골처녀 귀은으로 다시 태어난 두 사람. 의문의 죽음을 당한 귀은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파파라치 기자 진마리의 몸을 빌어 양욱과 의도치 않은 동거를 시작한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의 로맨스가 대가야 2왕녀 수가 깨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삼진그룹의 음모 속에서 다시금 애틋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2. 하얀 꽃가마 타고 시집갈 팔자라니
작성일 : 17-07-31 04:20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7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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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얀 꽃가마 타고 시집갈 팔자라니

 

 귀은이 누렁이 밥을 주고 난 뒤에 콩밭으로 나온 게 정오참이었다. 하늘이 가랑비를 뿌리기 시작했을 때 한창 치매기가 돌아 벽에 똥칠을 해댄다는 버드나무집 종팔이할매가 콩밭으로 휘청휘청 걸어와 귀은을 멀거니 바라봤다.

 

 종팔이 할매는 콩밭에서 호미에 붙은 흙을 떨어내고 있는 귀은의 허리춤을 잡고 연신 흔들었다.

 

 “이 지지배야...나 좀 봐봐라.”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틀어 올리고 몸빼 바지에 고무신을 신은 채 김을 매던 귀은이 고개를 들었다.

 

 “할매, 왜 나오셨어? 찬비 맞고 고뿔 걸리면 워쩌실라구요”

 

 둥글지만 귀엽게 솟은 콧날과 미소가 베어있는 입매가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긴 목은 우아해보였는데 순해 보이는 커다란 눈동자가 햇볕으로 검게 탄 얼굴 속에서 시원한 우물처럼 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미녀의 섬뜩한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다정하고 온화한 표정과 신비로운 눈이 조화된 풍부한 표정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데가 있었다.

 

 “너말여. 오늘랑 꽃가마 타겄다”

 

 귀은에게 종팔이할매가 한마디 툭 던졌다. 귀은은 남의 콩밭에 들어와 흰소리나 뽑아내고 있는 종팔이 할매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이구, 할매나 돈많구 명 짧은 영감님 얻어 팔자 고치라지. 어여 집에 들어가유. 비 맞지 말구유. 그 연세에 고뿔이라도 걸리믄 워쩌실라 그런디야.”

 

 귀은은 잔소리를 쏟아내면서도 제가 입고 있던 비닐우비를 벗어 종팔이 할매의 몸에 덮었다. 할매가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됐다.

 

 “니년은 오늘 허연 꽃가마타고 시집갈 팔자라니까”

 

 할매는 저주인지 분노인지 모를 말을 매섭게 쏘아내고는 밭에 가래침을 탁하고 뱉었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제 집으로 휘적휘적 돌아갔다.

 

 “아이구 할매, 악담두 찰지게 허시네...”

 

 귀은은 피식 웃었다. 그러나 아무리 정신 한물간 노인네지만 종팔이 할매의 말은 마음한켠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종팔이 할매가 왕년에 행세깨나 한다는 이들이 돈을 싸매고 찾아와 고개를 조아리곤 했다는 족집게 무녀였다는 소문을 귀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까지 콩밭일을 끝내야 하는 귀은은 팔자좋게 저주의 말 따위를 이유로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야 다음날 남의 밭에 삯일을 갈수 있었다.

 

 ‘우리 동생 혜나 서울있는 큰 병원 데려갈라믄 기차삯이라두 부지런히 벌어 놓으야지.’

 

 가랑비를 뿌리던 하늘이 희부윰한 빛에서 조금씩 먹색으로 물들어갈 때야 그녀는 겨우 허리를 폈다. 새엄마와 동생 혜나는 귀은이 끼니를 챙겨주지 않으면 굶고 있기 십상이었다. 어서 들어가 불린 콩과 쌀을 솥에 안치고 된장을 푼 호박찌게를 끓여 그들에게 밥상을 차려주어야 했다.

 

 귀은은 고무신에 들어찬 물을 탈탈 털고는 애호박을 몇 개 따기위해 덩굴이 우거진 건너편 밭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때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히 끼더니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아이구, 차거라...하늘이 노허셨나? 웬 조홧속인지 물르겄네”

 

 우비를 할매에게 벗어준 귀은의 몸은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온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귀은은 비를 피하기 위해 밭 위로 조금 올라간 곰솔숲에 고즈넉하게 앉아있는 상엿집으로 달음박질쳤다.

 

 

 

 상엿집안은 망자를 운구하는 상여와 각종 상도구들, 풍물을 할 때 쓰는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었다. 귀신이 나올 것처럼 음침했지만 귀은은 그런 것으로 겁을 먹을 여자가 아니었다.

 

 “웬놈의 비가 이렇게 사납게 뿌려댄담”

 

 상엿집 안으로 들어온 귀은은 흠뻑 젖은 티셔츠를 벗어서 걸레 짜듯 물을 꾹 짰다. 가녀리지만 육체노동으로 단련된 속살과 알맞게 부푼 가슴선이 번개가 칠 때마다 어렴풋이 드러났다.

 

 티셔츠를 벗은 귀은은 이번엔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물기를 떨어냈다. 티셔츠는 물기가 마르도록 문가에 기대놓은 나무막대기에 걸쳐놓았다. 귀은은 빗소리가 들리는 상엿집 안에서 젖어버린 맨몸을 움츠리고 있자니 왠지 기분이 쓸쓸해졌다.

 

 “할매도 참, 하얀 꽃가마를 타고 내가 시집간다고? 하이구...소가 웃겄네...내가 워쩌케 시집을 다 간댜. 내가 헐일이 월매나 많은디.”

 

 귀은은 가라앉은 기분을 떨어내고자 입에서 노랫가락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곧이어 가슴을 촉촉이 감겨드는 청아한 목소리가 상엿집 안에 울려 퍼졌다. 학창시절 귀은은 교내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애로 통했다. 라디오 콘테스트에 나가보라고 조언하는 애들도 많았지만 당시에도 집안일에 밭일까지 도와야했던 귀은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먹고 살기 버거워 꿈조차 제대로 꿔보지 못한 귀은의 노래엔 애잔함이 짙게 묻어있었다.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놓고서

 밤이 되면 더욱 커지는 시계 소리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

 이 밤 빗줄기는 언제나 숨겨놓은 내 맘에 비를 내리네

 떠오른 아주 많은 시간들 속을 헤매이던 내 맘은 비에 젖는데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리고 있네

 

 과거엔 동생 혜나와 함께 부르던 노래였지만 5년전 동생이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충격으로 입을 닫은 후 귀은 역시 노래를 잘 부르지 않게 됐다.

 

 ‘쿨럭’

 

 순간, 귀은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안에서 분명 사람소리가 났다. 귀은의 노랫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났다. 귀은은 고개를 돌려 상엿집안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누가 있는 겨...’

 

 등골이 오싹했지만 용기를 짜내서 외쳤다.

 

 “누...누구 있슈?”

 

 혹시 종팔이 할매가 가지 않고 여기 들어와 있나?

 

 “할매유? 할매 여기 있는 규?”

 

 그러고보니 상엿집 구석에 포개져있어야 할 병풍이 세 폭 정도 펴져 있었다. 귀은은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는 가려진 병풍 뒤로 걸음을 옮겼다. 입에선 마른침이 고였다. 하필이면 그녀가 걸을 때마다 빗물이 괸 고무신이 찌그덕찌그덕 소리를 냈다.

 

 “꺄아악”

 

 병풍을 움직인 순간 귀은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간덩이 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여장부로 통했지만 비가 내리는 날, 그것도 상엿집에서 처음보는 사내와 마주친 귀은은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병풍 뒤엔 검은 옷을 입은 젊은 사내가, 마치 삼지창을 든 사천왕처럼 준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소름끼치도록 매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상엿집의 두 남녀

 양욱이 희주의 전화를 받고 충청도의 한 시골마을에 도착한 때는 비가 시작되려던 오후 참이었다. 그는 자신의 벤틀리 승용차를 미행하는 파파라치의 존재를 눈치 챘지만 따돌릴 시간이 없었다. 보나마나 악바리로 소문난 파파라치 진마리가 틀림없다.

 

 양욱은 진마리를 확실히 따돌리고 희주를 보러 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혹여라도 이곳에 숨어있던 희주의 존재를 형이 알게 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형이 희주누나를 찾지 못하게 해야 해.”

 

 며칠전 양욱은 자신을 찾아온 희주의 모습에 가슴이 내려앉는 듯했다. 자신이 쉬고 있던 브이아이피룸으로 웨이터가 가져온 것은 큐빅알이 여기저기 빠져있는 낡은 나비핀이었다.

 

 “어떤 아름다운 사모님이 이걸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안된다고 절대 안된다고 그랬는데 막무가내로...너무 간곡하게 부탁을 하셔서...”

 

 

 웨이터는 아주 아름다운 사모님이 그것을 양욱에게 전해달라고 했다며 우물쭈물거렸다. 몇 번 재벌가 여자들의 선물을 그런식으로 전했다가 양욱에게 된서리를 맞은 경험이 있었던 그는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양욱의 반응은 이전과는 백팔십도 달랐다. 양욱은 벼락에 맞은 듯 술잔을 떨어뜨리고 웨이터의 멱살을 쥐고 거세게 흔들었다.

 

 “누구야. 이 나비핀 전해준 사람. 아니 이거 준 사람, 지금 어딨어...”

 

 “바...밖에...기다리고 계십니다...복도에서. 그런데 누구시길래 그렇게 놀라시는 겁니까”

 

 그는 호기심 가득한 웨이터를 밀치고 미친 듯이 룸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슴푸레한 복도 끝 의자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꿈에도 잊지 못하던, 그의 가슴에 아프게 박힌 첫사랑 희주누나였다. 그 나비핀은 그 옛날 자신이 희주누나에게 선물한 핀이었다.

 

 17년 만에 만난 희주누나는 전혀 꾸미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머리가 아찔해질만큼 농염하고 화려한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갸름한 얼굴선에 사람을 꿰뚫어보듯 깊은 갈색 눈동자, 미소를 머금고 있을 때도 아찔한 냉기를 뿜어내는 듯한 고고한 입술선도 그대로였다.

 

 “누나. 희주누나. 희주누나! 어떻게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잘 있었어요. 귀여운 도련님? 이렇게 멋있게 자라줬네요.”

 

 희주가 그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와 33살이 된 양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전히 자신을 애처럼 대하는 누나의 손길에도 그의 심장이 사정없이 쿵쾅거렸다.

 

 “누나 정말 어떻게 나한테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왜 이제야 돌아온거야! 우리가, 내가 얼마나 누나를 기다렸는줄 알아!”

 

 양욱의 입에서 두서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17년만에 등장한 희주누나의 모습에 그의 마음과 머리는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TV에서 네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어. 그렇게 숫기 없던 도련님이 배우가 되다니...놀랐지뭐야. 늘 네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빼놓지 않고 봤어. 정말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남자가 다됐더라.”

 

 희주누나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양욱은 그러나 희주누나의 눈에 드리워진 근심을 눈치 챘다.

 

 “무슨 일이야. 누나. 무슨일 있는거지? 그치?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살아온거야.”

 

 “욱아. 나 부탁이 있어서 염치불구하고 널 찾아왔어. 아무리 생각해도 도움을 청할수 있는 사람이 너 밖에 생각이 안나더라.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정말 미안해. 너에게 또 폐만 끼치게 되는구나. 난”

 

 양욱의 가슴이 두근두근 뒤기 시작했다. 17년전 희주는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미친 것처럼 방황하던 형은 결국 다른 여자와 정략결혼을 했고 지금은 재계서열 3위인 삼진그룹의 사위가 되어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실세가 됐다. 돌아보면 삼류드라마 속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무슨 말이든 괜찮아. 누나 부탁이라면 이 양욱은 목숨이라도 내놓을 각오가 되어있다구.”

 

 희주누나는 양욱을 빤히 보다가 피식 웃었다. 어릴 적에도 그랬다. 조그만 꼬마시절에도 양욱은 “나는 희주누나의 영원한 흑기사야”라고 외치며 일곱 살이나 더 위인 희주의 주위를 뱅뱅 돌았다. 물론 희주누나의 왕자님 자리는 양욱이 아닌 형 양혁이 차지했었지만.

 

 “양욱 도련님, 그 못 말리는 허세는 여전하구나.”

 

 “사랑하는 누나 앞에서는”

 

 “...고마워. 욱아. 하지만 정말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부탁이야. 백번도 넘게 고민하다가 염치없지만 결국 널 찾아오게 됐어. 이렇게 불쑥 찾아와 이런 말 해서 미안해”

 

 “그럼 나는 더 고맙지. 어서 말해봐. 누나. 하늘의 별이라도 따줄수 있어. 누나가 원하는 일이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거야.”

 

 희주누나는 잠시 입술을 축이고 어렵게 입을 뗐다.

 

 “잠시만 아이를...양욱이 니가 내 아이를 좀 맡아줬으면 해”

 

 양욱의 얼굴이 순간 당황함이 스쳤다.

 

 “아이라니? 누나의 아이?”

 

 “응...염치없는 부탁인건 아는데 믿고 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떠오르지 않더라. 내 딸 혜나를...네가 좀 지켜주면 안될까 해서. 당분간만. 오래 걸리진 않을거야.”

 

 “누나 무슨 일 있어? 애아빠는 어쩌고...혹시 이혼했어? 그 사람이 혹시 괴롭히는거야?”

 

 희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아니야. 애아빠와는 사별했어. 5년 전에 사고로...”

 

 “아, 미안 누나. 그런것도 모르고...진작 연락하지 그랬어. 그럼 지금껏 어떻게 살아온거야. 누나. 혼자 어떻게 아이를 키웠어. 힘들어서 어떻게!”

 

 “아냐. 다행히 큰애가 애아빠가 하던 농사를 다 맡아해줘서 그럭저럭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

 

 “큰애? 애가 또 있어?”

 

 “남편에게 원래 딸이 있었어...순하고 착한 애야. 지 동생을 끔찍하게 챙기지. 그애가 농사를 지어서 나와 혜나를 먹여살렸어.”

 

 “그래? 참 좋은 사람이구나.”

 

 “응...하지만 이젠 혜나를 다른 데로 보내야해. 자칫하면 혜나말고 큰애도 위험해질수 있거든. 제발 부탁해. 욱아.”

 

 “...누나..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혜나를 지킬 사람이 필요해. 욱아. 너라면, 우리 애를 지켜줄수 있을거 같아서...”

 

 “...지켜? 왜 누가 감히 누나를 괴롭혀? 그 새끼 누구야. 내가 가만 안놔둘거야.”

 

 양욱의 뇌리에 형의 존재가 스쳤다. 혹시 형이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희주누나를 또 울리기라도 한건가?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욱아. 사흘후에 우리집으로 와줄수 있니? 자세한 이야긴 그때 가서 할게. 그리고...형한텐 절대 알리지 말아줘. 내 부탁도...혜나의 일도”

 

 “물론이지. 누나.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할게. 아무 걱정말고 나만 믿어. 누나”

 

 내가 누나를 지킬게. 그때는 지키지 못했지만 지금은 누나를 지킬수 있어. 양욱은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희주는 멋진 남자로 성장한 양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젠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낳았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희주누나의 모습에 그의 가슴이 또다시 주책맞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3일후 양욱은 약속대로 희주가 사는 시골마을을 찾아갔지만 파파라치가 따라붙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파파라치 진마리를 따돌리기 위해 밴틀리를 동네 어귀에 세워놓고 양욱은 산비탈 쪽으로 재게 걸음을 놀렸다. 어쨌거나 신문에 희주누나의 사진이 실리면 형 양혁이 가만있을리 없을 것이다. 빠른 걸음으로 걷던 그의 눈에 음산하게 앉아있는 상엿집이 들어왔다.

 

 “저기면 천하의 진마리도 오금이 저려 들어오지 못하겠지.”

 

 절대 혼자서는 들어오지 못할 만큼 낡고 음산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그는 상엿집에 들어가 담배를 피워 물고는 빨리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희주 누나를 다시 만날 생각에 그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상엿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물비린내를 머금은 차가운 바람이 상엿집 안을 한번 휘돌았다. 누군가 안으로 들어온 기척이 느껴진 순간 양욱은 희대의 악녀 파파라치 진마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병풍 뒤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숨을 죽였다.

 

 누군가 들어와 옷을 벗는 소리가 들리더니 청아한 음색이 상엿집을 감돌아 흘렀다. 인어가 부르는 노래처럼 사람의 마음을 강렬하게 빨아들이는 노랫소리에 양욱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양욱은 그 노랫소리가 귀에 익었다. 20여년전 양욱이 아직 중학생이었을 때 집 발코니에서 희주누나가 머리를 빗으며 즐겨 부르던 노래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병풍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노래하는 여자를 훔쳐보았다. 희주 누나는 아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머리에 고스란히 드러난 잘록한 허리가 번개가 칠 때마다 그의 눈에 맺혔다.

 

 지느러미 대신 인간의 발을 얻은 아름다운 인어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듯 했다.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자꾸만 흔들었다. 희주누나를 훔쳐보던 20년전 사춘기소년으로 고스란히 돌아간 듯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저 여자 뭐야”

 

 순간 그는 여자를 훔쳐보다가 거미줄을 건드리는 바람에 실수로 기침을 하고 말았다. 순간 노래가 뚝 끊겼다.

 

 여자는 놀란 눈치였다. 병풍 뒤에 있던 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여자가 양욱이 숨어있는 병풍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왔다.

 

 “아...큰일이네”

 

  여자가 병풍을 밀치는 순간 양욱은 결국 인어를 닮은 여자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순간 그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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