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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물의사 옥선생
작가 : 연지주자
작품등록일 : 2017.7.28

동물병원에서 일하게 된 27살 설희. 그 곳에는 염라대왕 보다 더 무서운 수의사 옥 선생이 있었다. 특이하고 재수없는 이 남자, 근데 자꾸만 이 남자한테 눈이 간다.

 
15화 : 전봇대 밑에서
작성일 : 17-07-30 16:33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4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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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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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 못 마신다고 할 껄. 그냥 집에 가면서 가볍게 맥주 한잔 걸칠 셈이 뭔가 일이 커져버렸다. 그냥 치맥이나 하지, 왜 실내포차까지 왔담.

  옥 선생이 너무 우울해 보여서, 차마 집에 갈 수 없던 설희는 말도 안되게 그에게 술자리를 권하고 말았다. 이 놈의 오지랖. 그냥 내버려둘 껄. 그러나 그러기엔 평소와 달리 힘없이 앉아 멍하니 있던 옥 선생이 마음에 걸렸다. 그 대로 가면 왠지 더 마음이 불편했을 것 같았다.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라도 부를 걸 그랬나? 단 둘이 와서 더더욱 분위기가 숨이 막혔다. 둘이 앉아 중간에 홍합탕을 두고 어색하게 말이 없었다. 메뉴판을 들어 옥 선생을 보여줬다.

 

  “ 뭐 드실래요? “

  “ 설희씨 먹고 싶은 거 시켜요. “

  “ 몇 개나 시킬까요? “

 

  설희의 조심스러운 말에 딱딱하게 굳어있던 옥 선생이 작게 웃었다.

 

  “ 설희씨 먹고 싶은 만큼 시켜요. “

 

  왜 웃지? 설희는 메뉴를 펼치며 입술을 삐죽였다.

 

  “ 소주니까 오뎅탕? 그리고 계란말이? 아, 밥도 안 먹었으니 오돌뼈 주먹밥도 시킬까요? “

  “ 그래요. 그렇게 시키면 되겠네. “

 

  그리고 점원을 불러 소주 한 병과 그녀가 말한 오뎅탕, 계란말이, 오돌뼈 주먹밥이 나왔다. 오돌뼈 주먹밥이 나오자 마자, 옥 선생은 손에 비닐 장갑을 끼고 조물조물 주먹밥을 주무른 다음 동글동글하게 주먹밥을 말았다. 의외로 이런 거 잘하네. 다른 사람 시킬 것 같은 타입인데.

  하긴. 옥 선생은 원래 다른 사람한테 일을 시키는 편은 아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 자신이 했지.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는 게 많은 게 문제지 뭐. 그가 주먹밥을 만드는 동안, 설희는 소주의 뚜껑을 따서 소주잔에 술을 따랐다.

 

  “ 술 잘 마셔요? “

 

  옥 선생의 질문에 설희가 어깨를 으쓱 했다.

 

  “ 그냥 그럭저럭요. 소주 한 병 정도? “

 

  설희의 대답에 옥 선생의 눈썹이 찡긋거렸다.

 

  “ 생각보다 많이 마시네? “

  “ 왜 생각보다예요? “

  “ 체구가 작으니… 주량도 적은가 했죠. 생각보다 먹기도 많이 먹고. “

 

  그 말에 설희가 빙그레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 근데 생각보다 키가 작죠? “

 

  설희의 질문에 옥 선생이 작게 미소 지었다.

 

  “ 그런 이야기는 안 했는데. “

  “ 이야기는 안 했어도 생각했잖아요. “

 

  설희의 핀잔에 옥 선생이 소주를 한잔 입에 털어 넣고 다시 웃었다. 어색 할 줄 알았던 둘의 대화는 소주 덕분인지 의외로 술술 풀렸다. 그래서 딱 한 병만 나눠 마셔야지 했던 자리에, 소주 한병이 추가 되었다. 병원을 나올 때만 해도 어두워 보였던 옥 선생의 표정이 많이 밝아져 있었다.

 

  “ 옥 선생님은 왜 수의사가 된 거 예요? “

  “ 왜 됐을 것 같아요? “

 

  설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 모르겠는데요. “

  “ 궁금하지도 않죠? “

 

  옥 선생의 의표를 찌르는 질문에 설희가 할 말이 없어서 하하, 하고 웃었다. 역시 눈치가 빨라.

 

  “ 설희씨는 나 되게 싫어하잖아요. “

 

  옥 선생의 말에 설희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화난 표정도 아니고 슬픈 표정도 아닌 무표정에 가까웠다.

 

  “ 아, 아니, 그렇다기 보다… “

 

  싫어하다기 보단, 불편한 것에 가깝지.

 

 “ 좋아하진 않잖아요? “

 

 유구무언. 할말이 없었다. 좋아하진 않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설희가 눈을 굴리자, 옥 선생이 피식 웃었다.

 

  “ 이상한 질문을 했네요. 미안합니다. “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어서일까. 오늘의 옥 선생은 뭔가 달랐다. 아니, 요즘 조금 다르게 보일 때가 아주 가끔 있었다. 신이 나서 그녀를 괴롭히다가도, 때때로 이상한 눈으로 멍하니 있었다. 지금의 눈도 평소의 그녀를 괴롭힐 때의 의기양양한 눈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취했나…

 

  “ 담배 좀 피우고 올게요. “

 

  옥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설희가 그를 올려다봤다.

 

  “ 아, 가게 안에서 피우셔도 되는 거 아닌가요? “

 

  다른 좌석을 보니 피우는 사람들이 있었고, 설희네 테이블 위에도 재털이가 놓여져 있었다.

 

  “ 설희씨는 안 피우잖아요. “

 “ 괜찮아요, 피우세요. “

 

  잠시 옥 선생이 망설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 이것만 마시고 가죠, 뭐. “

 

  옥 선생의 질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무엇이었을까 즐겁게 대화하던 분위기가 끊기고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다시 감돌았다. 병원에서의 무서운 분위기라기 보다 팽팽하게 긴장이 된 분위기였다. 둘이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놓고, 계산을 하러 갔다. 설희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자, 옥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 괜찮아요. 오늘은 나랑 술 마셔줬으니 제가 살게요. “

  “ 하지만… “

 

  딱 봐도 안주발을 세우며 모든 안주를 다 먹은 것은 설희였다. 옥 선생은 식욕이 없는 지 오뎅탕 국물에 소주 밖에 안마셨는데.

 

  “ 제가 안주 다 먹었는데요. “

 

  그러자 그런 설희를 옥 선생이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 얼마나 예쁘게 먹는 지, 보는 제 맘이 다 흐뭇해서요. “

 

  순간, 옥 선생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눈만 깜박였다. 예상치도 못한 그의 말에 설희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뭐, 뭐가 예뻐?

  설희가 당황해서 눈을 깜박거리거나 말거나, 당황한 설희를 뒤로 하고, 옥 선생이 먼저 가게를 나섰다. 설희가 가게 문을 열고 나가자, 옥 선생이 그녀를 보고 웃었다. 설희의 먹는 모습이 예쁘다고 그랬지만, 그의 웃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그가 불편한 설희조차, 그 미소라면 하루종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 자신에게 잘 보여주자 않는 미소라, 더욱 그러했다.

  늘 병원에서 웃는 옥 선생은 설희에게 화내는 모습 밖에 안 보여주는데, 오늘 밖에서 만난 옥 선생은 뭔가 다르다. 화도 안내고, 부드러웠다. 왜 저러지, 사람 불안하게.

 

  “ 오늘 고마웠어요. “

 

  그에게서 나온 말도 평소와 달리 말랑말랑했다.

 

  “ 잘 가요. 난 담배 한대만 피고 갈게요. “

  “ 저… 기다릴까요? “

  “ 담배, 괜찮아요? “

 

  전 남친 찬정도 담배를 많이 피웠다. 연기에는 익숙했다. 고개를 끄덕이자, 옥 선생이 웃으며 품에서 담배케이스를 꺼냈다.

  예쁘고 긴 손가락으로 톡톡, 담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한 달이 넘게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옥 선생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담배 냄새도 느낀 적이 없었다. 남자다운 긴 손가락이 담배를 잡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멍하니 바라보는 설희의 시선이 이상한지, 옥 선생이 한쪽 눈썹을 찡긋했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설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 담배 피우시는 거 처음 봐서. “

  “ 술 마실 때 한 개피 딱 피워요. 아… 끊어야 하는데. “

 

 그러다가 담배를 물지 않은 채 그냥 버려버렸다.

 

  " 안피세요? "

  " 설희씨 안피잖아요. 괜찮아요. 국시 공부하면서 시작했는데, 잘 안되네요. “

 

  변명처럼 옥 선생이 하는 말에 설희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옥 선생이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들릴 듯 말듯한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냥 집에 가면 우울했을 텐데, 설희씨가 술 한잔 하자고 해줘서 덕분에 참 좋았어요. “

 

  전봇대 노란 불 아래 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원래 잘생긴 얼굴이긴 하지만, 매일 봐서 그런지 늘 감흥 없이 보던 얼굴이었다. 오늘은 밤이라 그런지, 술 때문에 그런지 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아, 아니에요. 뭘요… “

 

  이상하게 긴장이 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두근두근. 심장이 이상하게 빨리 뛰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걸까.

 

  “ 집, 집주인에게 잘 보여야죠. “

 

  긴장된 분위기를 풀려 활짝 웃으며 농담을 했다. 그러나 진지한 그의 눈빛은 설희의 농담에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 나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

 

  갑자기 나온 그의 말에 숨을 들이마셨다.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느릿느릿, 말을 계속했다.

 

  “ 설희씨가 미워서 잔소리 하는 거 아니니까. “

 

  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못된 사람이 아니라는 건 한 달을 넘게 일한 지금쯤은 다 알고 있었다. 말을 날카롭게 하긴 했지만, 필요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 실수하면 생명이 다치는 일이라, 내가 일할 땐 좀 날카로워요. “

  “ 네, 괜찮아요. “

 

  더 이상 그의 눈빛을 오롯이 받을 수가 없어 눈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팽팽한 긴장감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러자 관절이 툭 튀어나온 남자다운 그의 손가락이 설희의 턱에 닿았다. 놀라 눈을 들어 그를 다시 바라보니, 그가 웃고 있었다.

 

  “ 좋아해달라고 안 할 테니까. “

 

  그리고 그의 얼굴이 자신에게로 다가왔다. 서서히 다가오는 그의 얼굴에 침을 삼켰다. 긴장이 되어 두 손을 꼭 주먹 쥐었다.

  뭐, 뭐지?

  상황을 파악 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다. 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탓에 그에게서 나는 알싸한 알코올의 향이 느껴졌다.

 

 “ 너무 미워하지만 마. “

 

 그의 손가락이 설희의 턱을 지나 간지럽히 듯 움직여 볼을 감싸 안았다. 그의 얼굴이 얼마나 가까운지, 초점이 맞지 않아 뿌옇게 보였다. 뒤로 물러나야 하는데, 설희는 1cm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뿌옇게 흐려진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면서 지금이라도 쓰러질 것 만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입술이 설희의 입술에 닿았다. 그의 입술은 뜨겁고 촉촉했다. 불에 데일 듯 달아올라 있는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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