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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는 왜 죽어야만 하는가
작가 : fudn
작품등록일 : 2017.7.30

[회귀/악녀/소꿉친구남주/기사남주/남주미정]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적의 칼에 목이 베였다.
후회는 없다. 다만, 그와 다시 만나고 싶을 뿐.
그러던 나에게 다시 한번의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절대 너를 잃지 않으리.

 
죽음, 그리고..
작성일 : 17-07-30 14:00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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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비안크는 왕좌에 앉아 얼굴을 괸 채 피이르만이 오기를 기다렸다. 무슨 남자가 이리도 느린 건지,

 

  기다리다 지쳐 죽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아무 말도 안하고 피가 잔뜩 흩어진 바닥을 보려니 하품까지 나온다. 빨리 죽고 싶은데, 정말.

 

  “옵니다, 비안크.”

 

  황궁을 울리는 수많은 이들의 인기척을 느낀 리버스가 비안크에게 재빠르게 고했다.

 

  “으음, 그래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기다리다 지쳐 죽는 건 딱 질색이었는데.

 

  어디 한 번 구경해보잔 식으로 비안크는 쾅 열어젖히는 문을 보며 얼마만큼의 사람이 들어오는지 흥미가득한 눈으로 봤다. 그럼에도 눈은 여전히 풀려 있었다. 자정이 다 되가니 잠이 오는 건 역시 별 수 없다.

 

  “네 이년!”

 

  피이르만 곁의 한 남자가 비안크를 질 떨어지게 불렀다. 감히 네 이년이라니? 어이가 없다가도 고요한 공간에 울려 퍼지는 피이르만의 목소리에 비안크는 흥미가 가득했다.

 

  “그만.”

 

  “좀 늦으셨네요? 이렇게 늦을 줄 알았으면 미리 치는 건데.”

 

  물론 그럴 생각은 비안크에게 1도 없었다. 목적이 타인에 의해 죽는 건데 어떻게 먼저 쳐서 상대를 죽이겠는가.

 

  “참 대단한 여자란 말야.”

 

  그리고 아까운 여자였다. 죽어 마땅한 베르니엘라의 악녀만 아녔다면 비안크는 충분히 일반 귀족 여성보다 크게 쓰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악녀가 되었고, 이제 죽어야 했다. 그것이 이번 사냥의 목적이다. 불변의 목적.

 

  “마지막으로 자비를 주겠다. 살겠느냐, 죽겠느냐.”

 

  아무리 불변의 목적이라도 피이르만에게 비안크는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불의에 맞선 자며, 베르니엘라의 규율을 제대로 엎은 사람이었다.

 

  비안크가 왕좌에서 일어서며 단을 하나하나 내려왔다.

 

  “그럼 저도 묻지요. 살겠습니까, 죽겠습니까.”

 

  같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피이르만의 질문보다 비안크의 질문이 더 섬뜩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피이르만은 몰라도 비안크라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임을 여기 있는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100.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비안크의 손에 죽어갔으니 할 말 다했다.

 

  “넌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는구나.”

 

  “그것 참 다행입니다.”

 

  말은 공손했으나 눈동자만큼은 날카롭게 웃고 있었다.

 

  피이르만이 손에 쥐고 있는 검을 검 집에서 빼냈다. 황궁을 점령하는 것은 참으로 쉬웠다. 응당 호위병들이 앞을 막고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예상과 달리 황궁 안엔 아무도 없었다. 복도에 널려있는 시체들만이 다라고 생각될 정도로 무수히 많은 시체가 피이르만을 황궁에 초대했다.

 

  그렇다면 피이르만 또한 비안크의 청을 들어줄 수밖에.

 

  피이르만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러 비안크의 목을 거침없이 베어나갔다. 모든 것이 끝이 났다. 15년간 베르니엘라를 괴롭히던 악녀가 드디어 눈을 감는다. 여전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

 

  “비안크, 비안크!”

 

  누군가의 흔듦에 비안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편안히 죽겠다는데 계속 깨우는 건 뭔지 상대방을 죽여버리겠다 다짐하며 부릅뜬 비안크에게로 잊지 못했던 사람이 걱정하는 눈을 하고 있었다.

 

  “하, 다행이다. 애가 죽은 사람마냥 누워있..”

 

  하지만 하늘빛 기다란 머리카락을 한 남자아이는 비안크의 이어지는 행동에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꿈인가, 생시인가.

 

  15년 전 잃어버린 이리히가 비안크의 눈앞에 떡하니 살아있었다.

 

  “너.. 너!”

 

  이리히가 새빨개진 얼굴로 자신을 안은 비안크에게 소리치려 했다. 아니, 아무리 어제 말싸움을 했기로서니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나. 분명 비안크라면 새침하게 자신을 째려볼 텐데 애가 다른 사람이 된 양 행동했다.

 

  “다행..이다.”

 

  다행이라니? 어렵게 뻗어져 나간 비안크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리히는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악몽이라도 꾼 거야?”

 

  유독 악몽을 자주 꿨던 비안크인지라 이리히는 이번에도 악몽을 꾼 거겠거니라 얼버무렸다. 하지만 비안크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는 건 잊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다. 엄마도 심지어 연인도 아닌데 이리히는 타인인 비안크를 언제나 챙겼다. 이런 게 친구라는 건가.

 

  “이번엔 또 누가 죽기라도 했어?”

 

  응, 내가.

  그리고 네가.

 

  비안크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리히를 안고 있는 손에 힘을 줄 뿐이다.

 

  “아, 아까 주인님이 너 찾으셨어.”

 

  축 쳐지는 목소리에 신경 쓸 새도 없이 들려온 주인님이란 말에 비안크의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되었다. 뭐.. 주인..님?

 

  그제야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된 비안크는 낡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차갑다 못해 기분 더러운 바람을 쐬며 이리히에게 물었다.

 

  “오늘 몇 년, 몇 월 며칠이야?”

 

  “너 왜 그래?”

 

  파란색 눈동자가 상황을 알 수 없어 갸우뚱하는데 비안크는 알아야 했다. 이 낡은 침대며, 낡은 옷장, 낡은 방이 비안크에게 유독 거슬렸기 때문이다. 자신은 피이르만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이리히가 있었고 자신이 머물렀던 사용인 방에 있었다.

 

  “빨리, 이리히!”

 

  목소리를 높이는 비안크에 당황한 나머지 이리히가 겁에 질린 듯 말했다.

 

  “뷔안트린 력, 10월 25일.”

 

  10월 25일이라면..

 

  이리히가 죽은 그날이었다.

 

  ‘뭐야.. 왜!’

 

  비안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과거로 돌아오다니.

 

  “거울.. 거울 어딨어!”

 

  오랜만에 만난 이리히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은 새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 편히 죽어 이리히와 같이 있고 싶은 생각뿐이었는데.

 

  이리히가 여전히 겁먹은 표정으로 비안크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준다.

 

  “여기 있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비안크는 확인해야 했다. 30살이던 악녀 비안크 세르뮈레느의 얼굴을 찾기 위해서. 그런데 깨끗한 거울에 비친 비안크의 모습은 피에 질식돼 있던 30살의 비안크가 아녔다. 여전히 하얀 피부에 맑은 붉은색 눈동자는 같았지만 좀 더 어렸다. 생기가 가득한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돌아왔어.”

 

  “뭐?”

 

  아까부터 이상한 말만 하는 비안크가 이리히는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 뭐 잘못 먹은 것도 아니라면 영리한 아이가 이렇게 미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비안크 또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죽는 줄로만 알았다.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5살.. 끔찍한 시절로 비안크는 회귀해버렸다. 아무리 세상이 개차반이라지만 회귀가 가능한 것일까. 절대 아니다. 마법사도 없는 베르니엘라 제국에선 절대 일어날 일이 아녔다.

 

  그렇다면, 어떻게 온 것일까. 아니 그걸 집어치우고서라도 의문은 끝없이 많았다. 왜 하필이면 이 끔찍한 시절로 돌아온 것이며, 행복한 시절로 돌아가지 못했는지 아니, 왜 죽지 못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한 가지 물음은 이미 해소되었다.

 

  행복한 시절.. 비안크에게 그런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리히가 죽고 나선 모든 것이 지옥이었다. 강제로 성 노예가 되어야 했고, 계속 사람을 죽여야 했다. 그 어디에서 행복이 있을 수 있고, 빛이 있을 수 있을까.

 

  눈시울이 따가워졌지만 어렸을 때와 달리 독해진 비안크는 눈물짓지 않았다. 그것이 비안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주인님이 찾으신다고 했지?”

 

  무슨 일로 찾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비안크와 이리히의 주인인 유하네스 백작은 오십이라는 나이에도 여자에 미친 새끼였다. 예쁘장한 여자만 있으면 끌고 와 강간하기 일쑤고, 그 과정에서 이미 수십의 여자가 죽었다는 것을 비안크는 알고 있었다. 아니, 성 안.. 하물며 성 밖 사람들까지도 아는 사실이었다.

 

  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는 비안크를 보며 이리히는 순간적으로 고운 비안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 하고 놀랄 새도 없이 이리히가 간절한 눈으로 비안크에게 말했다.

 

  “괜히 말한 것 같아. 주인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있는데.”

 

  이것은 명백한 자신의 실수다. 비안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인데. 하지만 비안크는 비안크대로 이리히가 제 일에 엮이지 않았으면 했다.

 

  “아니, 괜찮아. 난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

 

  이번에야말로 이리히의 희생 없이 백작 새끼를 죽이겠다 다짐한 비안크였다.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역겨웠지만 이리히만은 살려야 한다. 다시는 그 엿 같은 감정을 맛보고 싶지 않다. 단지 그 뿐이었다.

 

  “이리히, 절대 날 구할 생각 하지 마. 부탁이야.”

 

  문고리를 잡은 채 이리히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남긴 비안크가 낡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비안크를 기다리고 있던 사용인 둘을.

 

  친히 모셔가겠다?

 

  역시 그때 제대로 죽였어야 했다. 기어오르지 못하게.

 

  ***

 

  욕탕 안에 들어앉은 비안크는 비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유하네스는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걸까. 여자 밝히는 거 하며, 결벽증 있는 것까지. 절대 사용인들의 더러운 몸을 만지기 싫다고 일일이 목욕까지 시킨다.

 

  비안크가 희대의 악녀였다면, 유하네스는 희대의 사이코다. 정말로.

 

  한 번만 잔 여자는 있어도, 한 번도 자지 않은 여자는 없다는 신념을 내세울 정도로 사이코 짓만 골라 한다. 거기다 지금의 비안크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드레스까지 준비해 놓았겠지.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도 비안크는 드레스를 입고 유하네스에게 갔다. 뭐, 드레스를 찢어 강간하는 것을 좋아한다나 뭐라나. 정말 어이없는 사이코적인 발상이었다.

 

  욕탕에서 일어선 비안크가 다가오는 사용인들의 도움을 받아 욕실에서 나오며 입혀지는 샛노란 드레스를 눈여겨 바라본다. 취향하고는. 유하네스의 배려 아닌 배려에 오히려 질색 팔색한 비안크가 어떤 방식으로 죽이는 것이 이로울지 고심했다.

 

  주인을 죽인 괘씸한 년이라 불린다 해도 괘념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죽는 게 마땅한 백작이니까. 그 좋아하는 강간을 하다 죽게 된다는데 얼마나 좋은 죽음이겠는가.

 

  아, 그 좋아하는 강간을 못하게 해 버릴까?

 

  새로이 생각난 이 방법도 괜찮겠다 여긴 비안크다. 그리고 드레스가 다 입혀진 비안크 또한 회귀 전이나 후나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드레스에 마치 장미를 새긴 것처럼 치마의 주름은 굽이굽이 흘러 하나의 꽃을 만들어냈고, 발육 시기에 맞춰 가슴부분을 살짝 도드라지게 했으며 무엇보다 소녀가 아닌 여인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기다란 진녹색 머리칼 또한 틀어 올린다.

 

  그래도 세간의 손가락질은 받기 싫으니 여인으로 꾸미시겠다?

 

  뭐, 좋다.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리라. 하지만 끝은 내가 장식할 것이다. 철저하게, 잔인하게!

 

  어느덧 비안크는 자신이 왜 회귀하게 되었는지 설핏 알 것도 같았다. 지난 생에서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행복, 이번 삶에서라도 이루라고 신이 부여한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행복을 얻기 위해선 부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었다. 제 앞을 가로막는 방해꾼들을 쳐 내야 한다는 사실. 제 얼굴에 혹은 제 몸에 반해 찝쩍거리는 남자들에게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리히를 지키면서.

 

  “이쪽으로.”

 

  고아하면서도 매혹적이게 화장을 다 마친 비안크는 사용인을 따라 유하네스가 있는 방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아갔다. 분명 그곳엔 이리히의 가슴을 찌른 검이 한 자루 있을 것이다. 뭐, 지난 15년간 사람을 많이 죽였던 비안크로선 어떻게든 죽일 수 있겠지만 역시 역겨운 작자를 죽이는 데엔 검같이 알맞은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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