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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는 왜 죽어야만 하는가
작가 : fudn
작품등록일 : 2017.7.30

[회귀/악녀/소꿉친구남주/기사남주/남주미정]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적의 칼에 목이 베였다.
후회는 없다. 다만, 그와 다시 만나고 싶을 뿐.
그러던 나에게 다시 한번의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절대 너를 잃지 않으리.

 
악녀 비안크
작성일 : 17-07-30 13:56     조회 : 415     추천 : 0     분량 : 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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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말한다. 베르니엘라 제국의 절세미인인 비안크 세르뮈레느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정말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단 한 번 만나보기를 했나. 소소한 대화를 나눠보기를 했나. 왜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지 로브를 눌러쓴 비안크는 이해되지 않았다.

 

  이따금 바깥세상이 그리워 발걸음을 옮긴 비안크는 악명 높은 자신의 소문에 비실 웃음이 나왔다. 그래, 아무것도 모르는 너희는 그렇게 떠들다 죽어라. 어차피 저와는 닿지 않을 인연, 신경 쓸 생각도 없다.

 

  사람 사이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발걸음은 오랜만에 벗어던진 구두를 전혀 생각지 않고 활기차게 앞으로 뻗어나갔다.

 

  황궁 안에서의 악녀 비안크는 지금 이 자리에 없다.

  단지 자유를 만끽하고픈 마음을 가진 여자 비안크만이 존재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진녹색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 로브에 가려졌음에도 확연히 드러나는 이목구비는 화장기 하나 없음에도 단연 돋보였다. 주위로 몰려드는 시선을 보더라도 그랬다.

 

  비안크가 로브를 다시 한 번 끌어당기며 수도 페르소나에서 사람이 찾지 않는 무덤가로 발길을 돌린다. 오랜만에 황궁을 빠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비안크가 향하는 곳은 늘 한결같았다.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죽어 마땅한 사람이 된 그 시발점, 친구 이리히의 무덤이 있는 곳.

 

  수많은 사람이 뒤엉켜있는 시장을 지나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비안크는 머리를 눌러쓴 로브를 벗으며 눈앞에 있는 어두컴컴한 숲을 바라봤다. 귀족의 시종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덤가로 알려진 이곳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시종을 우습게 생각하는 귀족들답게 그들을 수발했던 시종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박하기만 하다. 썩어 문드러진 나무며, 주렁주렁 널려있는 넝쿨이 괴기스러워 귀신 나올 것만 같다. 그럼에도 비안크에겐 익숙한 곳이었다.

 

  비안크가 축 늘어진 까칠한 나뭇가지를 받치며 생물이라곤 하나 없는 숲을 헤쳐 나간다. 묘비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 무덤이 있는 곳으로.

 

  저벅저벅

 

  얼마나 발에 익었으면 어렸을 때는 이다지도 찾기 힘들었던 무덤가를 비안크는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다리까지 덮은 치마가 살랑 반가운 듯 춤을 춘다. 녹이 슬다 못해 넝쿨에 휘감겨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간 비안크의 눈으로 굳건히 세워진 묘비들 사이에 자리한 돌무덤이 들어온다.

 

  일곱 발자국이나 간 것일까.

 

  어린 나이에 세워진 수많은 돌로 쌓인 무덤은 그녀에게선 유일한 친구인 이리히가 묻힌 곳이다. 아이의 부모조차 외면했던 이리히의 죽음은 열다섯 살이던 비안크에겐 커다란 고통으로 다가왔다. 단지 저 하나를 성주에게서 살리고자 그는..

 

  “오랜만이야, 이리히.”

 

  괴기스러운 곳이니만큼 나무들은 다 썩어빠지고 잡초만 무성한 곳에서 비안크는 눈물조각조차 나오지 않는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사하고자 왔어.”

 

  황궁 안 저만의 수호기사인 리버스 경에게 전해들은 사실이 하나있다. 황제의 조카 피이르만이 반란을 준비한다나 뭐라나. 황제가 죽어 황궁 안의 권력을 제 손에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비안크는 방어태세를 취하지 않았다.

 

  응당 살고 싶어서라도 방어태세를 취할 텐데 모든 것이 귀찮아진 지금 비안크는 피이르만이 반란을 일으키든 말든 전혀 관심이 없었다. 죽으면 죽는 거고, 살면 사는 거다.

 

  “이제 정말 너 만나러 가도 되겠다, 그치?”

 

  이리히는 항상 이상했다. 한 번 태어났으면 열심히 살아보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지난날 자살시도를 한 저에게 설득 아닌 설득을 했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 계속 자신을 괴롭혔다. 절대 자살하진 말라고.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전혀 알 수는 없지만 비안크는 착하게도 이리히의 부탁은 지켰다.

 

  비록 타의에 의한 죽음일지라도.

 

  “나 미워하기 없기다?”

 

  쿠르르릉.

 

  시린 겨울임에도 맑았던 하늘이었는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소나기가 오려나.

 

  톡. 토옥.

 

  잡초가 드문드문 난 돌바닥으로 얇은 빗줄기가 내린다. 그리고 이마로 떨어진 빗방울에 눈을 찌푸리기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간헐적이면서도 약하게 내리던 빗줄기는 순식간에 거세져 페르소나를 홍수로 집어삼키려는 듯 빠르게 내리기 시작한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말이지.”

 

  ‘쫄딱 젖게 생겼네.’

 

  비안크는 황궁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별로 좋을 수가 없었다. 상황이 상황이었던 터라 급히 나무 아래로 피하긴 했는데 나무 아래 있어도 온전히 비를 피하진 못했다. 거슬리게 톡톡 빗물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녔나보다. 아주 열심히도 바닥을 때린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에서 비안크는 로브로 다시 얼굴을 가리며 황궁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맞는 자유는 이다지도 짧았다.

 

  ***

 

  “나 왔어요.”

 

  사람 많던 황궁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비안크가 들어선 황궁은 고요하기만 했다. 아니, 고요를 넘어 을씨년스러웠다. 사방이 핏물로 가득 채워져 있고 걸음 하나를 옮길 때마다 사람들의 시체가 발에 치인다.

 

  구토를 유발하는 장소에 있으면서도 비안크는 전혀 거리낄게 없는지 젖은 로브를 벗어던지며 기다란 머리카락에서 뚝뚝 흐르는 빗물을 예쁘게 꾸민 손톱이 있는 손으로 꾹꾹 눌러 짜낼 뿐이다.

 

  창 밖 너머 페르소나는 여전히 비가 계속 내린다. 그칠 때가 될 텐데도 참 그치지 않았다. 이러면 그들의 거사가 뒤엉킬 것이란 걱정까지 들었다.

 

  뭐, 자신은 왕좌에 앉아 크라운을 쓰고 기다리면 될 일이지만.

 

  “오셨습니까.”

 

  황궁 안에서 비안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인 리버스가 여전히 딱딱한 갑옷을 입은 채 비안크를 맞이했다.

 

  “아직도 갑옷 안 벗었어요? 벗으라니까.”

 

  “하지만 그래도.. 비안크를 지켜야 하지 않..”

 

  고지식한 이 기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제 고집에 죽음을 맞이해야 할 남자가 비안크는 처음으로 안타까웠다. 쓴 웃음을 지으며 피이르만에 대해 묻는 지금까지도.

 

  “어때요? 준비는 잘 하고 있다 하던가요?”

 

  비안크가 리버스를 통해 피이르만에게 심은 첩자는 오늘밤 자정이 거사일이라 했다. 방해꾼이나 다름없는 ‘비’라는 존재가 걸리긴 했지만 순조롭게 그들이 움직여준다면 비안크는 마음 편히 이리히에게로 갈 수 있었다.

 

  “정말 죽으셔야합니까? 다른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리버스는 좀체 비안크가 이해되지 않았다. 누구보다 비안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기꺼이 죽겠다 자처하는지 알지 못한다.

 

  “리버스, 내가 살아오면서 사람을 몇 명 죽였다 생각해요?”

 

  비안크는 리버스의 물음에 동문서답하며 이 상황에선 도저히 꺼낼 수 없는 말을 꺼냈다.

 

  “그것은..”

 

  “실은 나도 잘 알지 못해요. 일일이 세는 게 귀찮았거든. 그런데 목이 뎅강뎅강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 말이죠. 죽고 싶어져요. 살기 위해 자르는 건데 오히려 내가 죽고 싶더라고. 무엇보다 이리히가 계속 보고 싶어지는 거 있죠?”

 

  곧 만나게 되는 친구라지만 이상하게 비안크는 자나 깨나 이리히를 생각했다. 장터에서 하하호호하며 웃는 연인을 볼 때도,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걸어가는 여인들을 볼 때도, 하물며 슬프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얼굴은 이리히였다.

 

  소심하던 내 친구.

  그럼에도 불의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던 친구.

  이리히가.

 

  “이리히만 볼 수 있다면 상관없어요. 죽음이라는 거.”

 

  뭐, 호의호식하며 살기도 했고 사람도 여러 번 죽여 봤으니 질긴 이 삶을 끝내도 별 탈은 없을 것이다.

 

  비안크가 어느새 도착한 방 앞에 서며 리버스를 돌아본다. 피이르만은 반드시 저의 목을 칠 것이다. 한시라도 살려두기 싫을 테니 곧장 문을 박차고 들어와 목부터 벨 것이다. 그렇담, 리버스에게 말할 시간이 별로 없지 않을까.

 

  “리버스경, 정말 고마웠어요. 마지막까지 실례 좀 할게요.”

 

  산뜻하게 미소를 남기고 방문을 연 비안크는 곧장 문을 닫으며 입고 있는 옷을 벗어던졌다. 세상을 피로 얼룩지게 한 절세미인의 악녀에게 올바른 죽음이란 얼굴과 잘 매치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죽는 거였다.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드레스로 어떤 게 어울릴까 생각한 비안크가 눈에 들어오는 블랙스완을 연상케 하는 검은 드레스를 집어 들었다. 그렇다고 짧진 않았다. 애초에 짧은 드레스를 선호하는 편이 아닌 비안크는 블랙스완처럼 새카맣지만, 풍성하면서도 기다란 드레스를 골랐다.

 

  오래전에 시녀를 죽였던 터라 혼자 입는 것이 익숙해진 비안크는 드레스를 입자마자 젖은 머리를 정리했다. 블랙스완이 연상되게 가지런히 머리카락을 정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정리하고 싶지 않았다. 본연의 비안크 세르뮈레느로 죽고 싶었다.

 

  그리고 화장하는 것도 비안크는 잊지 않았다. 이왕이면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잔혹한 여자로 죽고 싶어 평소와 다르게 백분을 붓에 묻혀 펴 발랐고, 눈썹을 정리하며, 목탄을 갈아 눈꼬리를 그리는 것에도 여념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비안크는 입술에 붉은 립스틱을 발랐다. 꼭 쥐 잡아먹은 것처럼 새빨갛게.

 

  이제 자신이 죽인 황제의 크라운을 눌러쓰면 된다. 그럼 모든 준비가 끝난다.

 

  쿠션 위에 고이 모셔둔 크라운에 손을 가져가 머리에 얹은 비안크가 입술처럼 빨간 구두를 신으며 문을 열어젖힌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리버스를 바라보며 생긋 웃은 그녀는 왕좌가 놓인 집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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