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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숲의 레이디
작가 : 커피새
작품등록일 : 2017.7.24

19살 생일이 되던 날, 마수의 먹이로 낙점받았다.

[릴.리.안. 너를 먹어 완전해 지겠다.]
릴리안이 누굽니까?
돌아가신 제 모친입니다.
이사벨라양을 노리는 마수는 모계를 따라 왔군요.

"전, 꿈이 있으니 살고 봐야겠어요." 싹싹한 여주와 '주먹을 휘두르는 레이디라니!' 사업가 귀족의 모습 아래 숨긴 본업을 가진 마수 사냥꾼 남주의 모험 로맨스

 
3. 과거의 잔영 (3)
작성일 : 17-07-30 09:00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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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칼은 황급히 방문을 열었다. 덜커덩.

  방 중앙에 그녀가 있었다. 종이가 흐트러진 탁자에 뺨을 대고 엎드려 의식을 잃은 채로. 눈을 감은 이사벨라 주변에 내려앉은 옅은 어둠이 연기처럼 움직였다.

  얼굴 옆에 올린 왼 손이 비었다.

 

  ‘이 여자가!’

 

  반지를 빼고 자다니!

  칼은 뛰듯이 들어가 그녀 등에 손을 올리고 흔들었다. 칼파르 저택만큼 마수가 영향을 미치지 않아 클럽 반지 알 아래 상비한 비약, [다람쥐꼬리버섯] 가루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사벨라! 이사벨라양?”

 

  거칠게 흔드는 그의 손아래서 이사벨라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가지런히 감긴 길쭉한 손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이크!”

 

  날아올 주먹을 피해 칼이 한발 뒤로 크게 물러났다. 그러나 이사벨라는 그의 예상과 달리 팔을 들어 올리지 않았다. 눈을 번쩍 든 그녀는 정말 간절한 표정으로 칼에게 외쳤다.

 

  “감사해요! 자작님!”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방울이 그녀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칼의 심장이 덜그럭거렸다. 아마 의뢰인이 무사해서 가진 안도감이리라.

 

  “아, 음. 괜찮은 것 같군요.”

 

  그는 한 박자 늦게 말했다.

 

 * * *

 

  이사벨라는 탁자의 반지를 집었다. 잉크 얼룩이 살짝 남았다. 나중에 닦아야지. 왼손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다시 끼며 이사벨라는 도도하게 말했다.

 

  “해가 떴군요. 단장하게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외투 아래는 속옷이다. 외간 남자에게 속살을 보일 수는 없었다.

 

 “실례, 했군요. 준비를 마치면 식당으로 오십시오. 식사를 주문해 놓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칼이 나가자 이사벨라는 휴우 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리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부끄럼 때문인지 볼도 살짝 달아올랐다.

 

  “아, 코트라도 어깨에 안 걸치고 있었으면 어쩔 뻔 했어. 진짜, 정신 단단히 차려야겠어.”

 

  이사벨라는 양 손으로 볼을 감싸 쥐고 중얼거렸다.

 

  같은 시각, 문을 닫고 나간 칼의 얼굴도 살짝 붉어져 있었다.

 

  ‘헛! 그러고 보니 칼파르양이 속옷차림이었군.’

 

  이사벨라가 고개를 들었을 때 외투 아래 속옷이 보였다. 속옷뿐이었음 다행이게! 레이스가 달린 옷섶 사이 가슴골이 드러났었다.

  핀업걸 그림이 아닌, 속옷 차림의 여성을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안도의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로 웃는 얼굴에 속옷이라니, 피가 확 쏠리는 섹시함이었다.

 

  ‘어우, 오늘 이사벨라를 볼 때 그 모습을 떠올리면 곤란한데.’

 

  뮈레 후작이 들으면 쾌재를 부를 말을 속으로 삼키며 칼은 서둘러 식당으로 갔다.

 

 * * *

 

  아침 일찍 출발한 보람이 있었다. 도중에 진창을 지나느라 지체했음에도, 마차는 오후 늦게 티보크에 들어섰다.

 

  “호텔에 돌아가기 전 우체국에 잠시 들리고 싶어요.”

 

  이사벨라의 요청에 창밖을 보던 칼이 얼굴을 돌렸다. 마차를 타고 오는 내내 말이 없던 두 사람이었다. 석상처럼 앉아 경치를 보던 그의 청색 도는 푸른 눈동자가 이사벨라를 향했다.

 

  “편지를 보낼 예정입니까?”

 

  여관 탁자에서 봉투 두 개를 본 기억이 났다.

  조부와 숙부에게 보낼 내용이겠지. 타그만에서 일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다른 단서를 찾았노라, 그래서 국경을 넘을 거라고 적었을 거다.

  두 사람의 다음 행선지는 레스로마다. 레스로마의 가한제국 부대사가 운비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프렌시아와 가한제국 수도까지의 거리는 레스로마보다 멀었다.

 

  “네. 자작님. 그런데, 당숙부님께는 어떤 주소로 보내야할지 고민이네요.”

 

  이사벨라의 말에 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신인 쪽이 문제군.’

 

  주소가 고정된 칼파르 본가와 달리 벤자민 교수가 머무는 곳은 정확하지 않았다. 식물 전염병을 파악하느라 계속 이동할 가능성도 있었다.

 

  “정원사에게 맡기죠. 호텔 체크아웃 후 그는 뮈레가로 돌아갑니다. 칼파르씨에게 보낼 편지는 가는 길에 발송시키고, 코흐 교수님께 보낼 건 도중에 테슈에 들러 직접 전달하면 됩니다. 우체국 사환이 테슈를 헤매다 전달하는 것보다 그 편이 빠를 겁니다.”

 

  칼의 배려에 이사벨라의 눈이 커졌다. 무심한 듯 해도 칼은 신사였다.

 

  ‘후아후아.’

 

  가슴 안쪽이 살살 간지러워져 이사벨라는 숨을 들이마시고 몇 초간 내쉬기를 멈췄다. 간지러움이 가시자 그녀는 크게 든 눈을 깜박였다.

 

  “어머, 감사합니다.”

 

  칼의 입꼬리가 미미하게 올라갔다. 광대뼈까지 올라가려는 입 끝을 간신히 붙잡은 그에게 이사벨라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작님의 배려는 검은 매 의뢰의 고객 서비스라 생각하고 감사히 받겠어요. 그런데 추측은 반만 맞으셨네요.”

 

  “네?”

 

  그녀의 말에 칼이 반문했다. 의뢰인의 평판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 중인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할 상대가 또 있나?

  그렇다고 벗에게 일상 편지를 보내기엔 지금 이사벨라는 너무 다이나믹한 상황이었다.

 

  “벤자민 당숙부님께 편지를 쓴 건 맞아요. 조부님은 돌아가서 직접 들려드릴 거라 쓰지 않았죠.”

 

  “그럼 누구에게 쓴 겁니까?”

 

  칼의 물음에 이사벨라는 한 박자 쉬었다 답했다.

 

  “펜섬 후작님이랍니다.”

 

  “헨리 데 펜섬?”

 

  칼의 눈썹이 미미하게 꿈틀거렸다.

  응? 이사벨라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갑자기 왜 불편해 보이지? 혹시 후작님이 자신을 미덥지 못한다고 생각해 기분이 상했나? 화를 돋구지 않게 최대한 나긋하게 말해야지.

 

  “아티팩트를 빌려주시던 날, 펜섬 후작님이 요청하셨어요. 일의 과정을 의뢰인의 시각으로 써서 보내달라고요. 제 의견을 차후 클럽 서비스에 참고할 거라 말씀하시던데요?”

 

  데빌헌터클럽의 의뢰는 개인과 국가의뢰로 나뉜다. 국가의뢰는 수십 년에 한두 번이라 현역 시절 겪지 않는 회원이 대다수다.

  그러나 개인의뢰는 준회원이 메인으로 처리할 정도의 수준에서 정회원이 뛰어야 할 수준까지 다양하게 들어온다.

  물론, 개인의뢰의 최고 난이도인 검은 매 의뢰는 노련한 정회원도 문서로만 접할 정로 드물기는 했다.

 

  ‘내 보고만으로 부족하다는 건가.’

  첫 단독 임무가 검은 매 의뢰이긴 하다,

  그러나 칼의 실력은 문서나 실전이나 클럽 모두가 인정할 수준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뭣 때문에 내 의뢰인에게 개별 연락을 하라고 했을까?’

 

  괜시리 뱃속 저 깊은 곳에서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아버지 다음으로 따르는 선배에게 이런 감정이라니.

  칼은 잠시 고민하다 이사벨라에게 말했다.

 

  “펜섬 후작은 데빌헌터클럽장입니다. 칼파르양은 의뢰인이지 회원이 아닙니다. 의장 요구를 무시해도 됩니다. 그러나.”

 

  잠시 말을 멈춘 뮈레 자작은 뒷말에 힘을 실어이었다.

 

  “이사벨라양은 예의를 중히 여기시는 듯 하니 중간 내용을 보낼 땐 간단히 보내세요. 자세히 쓰기에 우리 일정은 아.주 빠.듯.합.니.다.”

 

  “아, 네.”

  이사벨라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기분이 나쁜가 보네. 앞으로 펜섬 후작님께 쓰는 편지는 되도록 내가 붙여야겠다.’

 

 * * *

 

  주중인데도 기차역이 혼잡했다. 국경도시 특성상 역이 복작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은 평소보다 정도가 더했다. 엄청난 양의 짐과 이를 나르는 일꾼들, 기차표를 든 사람들로 대합실과 플랫폼이 바글거렸다.

 

  “무슨 일이 있나본데요? 지난 주 티보크에 올 때 이정도로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사벨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파에 밀려 헤어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칼의 바로 옆에 붙어서있었다.

  금사로 장식한 흑단단추로 포인트 준 분홍 코트와 검은 모슬린 스커트, 곱게 접은 레이스 양산, 크림색 장갑, 금사 섞인 검은 리본을 두른 제비꽃 장식 분홍 모자 차림의 이사벨라는 만에 하나 헤어져도 바로 찾을 수 있을 만큼 화사했다.

  수수한 차림새였어도 그녀를 찾기는 쉬울 것이다. 힐까지 신어 그렇지 않아도 큰 키가 좀 더 강조되니 말이다.

  곱게 차려입고 얌전히 걷는 그녀는 우아했다.

 

  ‘여기서 제일 눈에 띄는 레이디군.’

 

  저도 모르게 고개가 으쓱 올라갔다. 자신의 베이지색 세무 오버코트 포인트가 이사벨라의 포인트와 맞다는 사실도 기분 좋았다.

  그의 가슴을 장식한 포켓치프는 노랑 줄무늬가 들어간 검은색이었다. 아침에 파랑 손수건을 들었다 놓은 게 정말 잘한 일이었지.

  칼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여러 나라의 취재진이 보이는군요. 축제 때문인가 봅니다. 레스로마 성년제가 코앞이거든요.”

 

  이사벨라가 눈을 크게 떴다. 모자장식인 코사지 제비꽃이 그녀의 고갯짓을 따라 작게 흔들렸다.

 

  “성년제? 늦가을에 열리지 않나요?”

 

  이디카 대륙의 17개 국가 중 국가적으로 성년제를 벌리는 나라는 가한제국과 레스로마 두 나라에 불과했다.

  레스로마는 만 18살이 된 성인남녀가 거주지의 유해조수 사냥을 하는 피의 성년제를 치른다.

  꿩과 산토끼, 노루 같은 초식동물은 물론, 멧돼지 따위의 큰 짐승도 쿼터제를 둔 허가가 떨어진다. 국경지인 릴스난 산맥은 성년제 기간인 11월 한 달간 타국인의 입산 금지가 자연스러웠다.

  레스로마의 사냥은 그해 성인이 된 젊은이들의 의무이자 권리였다.

  가장 뛰어난 사냥꾼과 의협심 좋은 사람은 왕이 내리는 훈작사나 데임 서임을 받았다. 공식적인 신분상승과 명예가 주어지는 레스로마의 성년제는 이디카 대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계속된 풍작으로 유해조수가 많아서 최근 10년은 늦가을에 열렸습니다. 올해의 사냥은 바다에서 열리죠. 레스로마의 성년제는 원래 육지와 바다, 두 군데에서 돌아가며 진행됩니다.”

 

  “어머! 바다라니. 그럼 크라켄이라도 잡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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