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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에뜨랑제
작가 : 임허규
작품등록일 : 2016.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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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소환되었다.'

한국의 특수부대 대위 '강산'과 여군 장교 '김비연'
강하 훈련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다.
아침을 맞이한 두 사람 눈앞엔 낯선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우선은 살아남아야 한다!"
"왔으니 돌아갈 수도 있으리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결코 잊지 않았다!"

낯선 세계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처절한 생존기!

 
제 1 화
작성일 : 16-08-23 11:35     조회 : 1,033     추천 : 0     분량 :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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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장 / 탈선(脫線) - 1

 

 

 

 “일만, 이만, 삼만, 사만!”

 

 산은 언제나 그랬듯 구호를 크게, 그리고 꼬박꼬박 외쳤다. 오른쪽 어깨가 얼얼하다.

 있는 힘을 다해 문밖으로 도약을 했는데도 비행기의 전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동체에 한번 ‘쎄게’ 부딪쳤다.

 덕택에 몸이 스핀을 먹고 한 바퀴 빙글 돌며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렇지만 노련하게 구호를 외치며 시간이 되기를 침착하게 기다린다.

 

 투-툭- 철렁!

 

 허리에서 어깨까지 기분 좋은 충격이 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밤하늘 음공을 가득 채우며 머리 위에 둥그렇게 활짝 펴진 거대한 막이 보인다. 산은 그 막에서 삶을 본다.

 

 비행기와 이어놓은 탯줄을 끊어버리고 스스로 펼쳐지는 낙하산은 그 자체가 생사를 결정하는 생명줄이다.

 산의 표정에는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다. 주변을 둘러본다. 허공에 둥실 떠 있는 기분은 정말 최고다. 안 타본 놈은 이 기분 절대로 모른다.

 

 C141 수송기는 밤하늘을 가득 메우며 또 한 팀의 낙하산 부대를 토해내고 있었다. 산은 빙긋 웃으며 땅을 쳐다본다.

 지상에 설치된 집결지 패널을 빨리 찾아야 한다.

 

 낙하산이 떨어지는 시간은 잘해야 1분이다. 요새는 이 산골 촌구석도 워낙 불빛이 많아져서 그 표식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산은 진정한 베테랑이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왼쪽 10시 방향에 T자형 패널이 보인다.

 낙하거리와 이동거리를 고려하면 제법 거리가 멀다.

 산은 낙하산 어깨 줄에 매달려있는 테이크 라인(Take Line)을 당기며 몸을 회전을 시켰다.

 바람 방향은 다행스럽게도 뒤쪽이다. 꽤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다.

 

 밀리터리(Military) 점프 방식의 낙하산은 모양이 전체적으로 둥그렇고 뒤쪽 일부가 둥글게 터져 있다.

 이 터진 곳을 ‘기공(氣孔)’이라고 부르는데, 체중이 실려 낙하산이 팽팽해지면 이 기공이 풍선 주둥이처럼 뒤쪽으로 공기를 분사시키는 효과가 있어 낙하산을 앞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양쪽 낙하산 줄에 달린 테이크 라인(Take line)으로 방향을 조절한다. 왼쪽으로 당기면 왼쪽으로 회전하고, 오른쪽을 당기면 오른쪽으로 돈다.

 양쪽을 모두 당기면 기공이 막히면서 더 빨리 떨어진다. 또한, 죽 당긴 라인을 동시에 놓으면 갑자기 펼쳐지며 낙하산을 순간적으로 정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맞바람을 맞으면 수평이동을 정지시킬 수 있고, 바람을 등지면 이동속도가 배 이상 빨라진다.

 바람 부는 방향은 낙하산이 찌그러지는 모양을 보고 판단한다.

 

 낙하산이 쭉쭉 앞으로 가는 느낌이 난다.

 

 ‘그래 신나게 가는 거야!’

 

 그렇지만 표정과는 달리 패널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경험 많은 그는 더욱 긴장한다.

 그 지점으로 모든 낙하산이 모이기 때문이다. 고문관을 만나거나 재수없으면 골로……

 “이-런! 빌어먹을! 병신 새끼! 빨리 방향 못 틀어!”

 

 산이 급박하게 고함을 질렀다. 왼쪽에서 낙하산이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조종하는 꼴을 보아하니 딱 봐도 신병이다. 놈은 양쪽 테이크 라인을 모두 잡아당기고 있었다.

 당연히 하강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입을 벌린 채 엉뚱한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패널 근처의 하늘은 항상 소란하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대부분 욕설들이다.

 

 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방향을 틀기에는 이미 시간이 늦었다. 그렇지만 그는 다시 냉정하게 위쪽을 쳐다본다.

 벌써 멍청한 병사 놈의 발이 그의 낙하산 줄 사이로 비껴 들어오고 있다. 이제 꼼짝없이 놈의 낙하산과 엉키게 될 것이다.

 바닥은 아직도 200미터 가량 남았다.

 

 몸이 휘청거렸다. 갑자기 세상이 돈다. 낙하산이 엉켜 서로 스핀을 먹은 채 감겨 돌아가고 있다. 몸이 밑으로 쭉 빠지는 게 느껴진다.

 

 ‘아! 이젠 죽었구나. 재수도 없지……’

 산은 냅다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일…… 어라! 또? 안 돼! 이 병신 고문관 새끼!”

 

 산은 빠르게 손을 뻗어 놈의 옷깃을 잡았다. 병사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주저 없이 허리를 퉁겼다.

 허공에서 몸을 비틀며 그 반동으로 군홧발을 위로 차올렸다. 발은 정확하게 병사의 헬멧 뒤를 치고 퉁겨 나왔다.

 “끄-윽”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신병의 목이 앞으로 움츠러들었다. 그 충격의 반동으로 산과 병사는 허공에서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그래도 효과는 괜찮았다. 속칭 ‘담배말이’라고 불리는 칭칭 감긴 낙하산이 서로 반대로 돌면서 다시 공기를 받아 펴지고 있다.

 이제 전형적인 패턴으로 내려온다. 낙하산 하나는 펴지고, 하나는 꺼지며 번갈아 가며 그렇게 내려간다.

 산은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대충 수습은 했지만 하강속도가 정말 빠르다. 낙하산 하나가 두 사람을 지탱하니 별 수 없다.

 대강 어디 하나 정도는 부러지겠지만 그게 어디냐. 살 수 있는데……

 

 산은 힐끗 병사를 쳐다보았다. 두 손을 축 내린 채 매달려 있었다. 기절한 것 같다.

 상관없겠지. 어차피 공포로 지랄발광하며 떨어지는 것보다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발부터 닿을 테니.

 

 ‘아- 담배피고 싶다. 정말.’

 

 긴장된 와중에도 노련한 산은 아래쪽을 둘러본다.

 어떻게든 낙하산을 조종해서 땅바닥이 아닌 나무 위에라도 걸치게 할 수 있으면 이 상황에서 최고다. 삐죽한 자갈은 싫다. 바위는 더 싫다. 많이 아프다고.

 

 “어? 저건 또 뭐야?”

 

 땅을 내려다보는 그의 시야에서 세계가 사라져간다.

 

 빛이 사라진다. 땅바닥에 깔아놓은 불빛 패널이 흐늘흐늘 꺼져간다. 그리고 암흑의 세계가 찾아왔다.

 

 정전인가? 그럴 리가 없잖아? 마치 세계의 불빛이 모조리 꺼진 것 같다. 캄캄한 무저갱처럼 뭔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 같다.

 사방은 깜깜한데, 어둠과 빛을 분리시킬 수 있는 방법이 그에게는 없었다.

 

 낙하산은 원래의 바닥을 지나서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악마의 아가리처럼 검고도 검은 숲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몽롱하고 답답한 시간.

 

 산은 끈기 있게 바닥을 기다린다.

 

 

 1장 / 탈선(脫線) - 2

 

 

 

 손을 만져본다. 이상이 없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본다. 양쪽 발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허리, 가슴, 엉덩이, 대퇴부, 종아리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다행히도 부러지거나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운이 좋았다. 군바리가 몸 성하면 최고지 별거 있나.”

 

 산은 왼쪽 어깨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그나저나 멍청한 신병 녀석은 괜찮은가?”

 

 라이터를 켜자 사위가 밝아졌다. 보아하니 숲인 것 같다. 불을 한 바퀴 빙 돌렸다. 뒤쪽에는 그의 낙하산이 키 작은 나무에 걸쳐진 채 자신의 어깨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자세히 돌아보니 오른쪽 나무에 신병 녀석이 새우처럼 굽은 자세로 생가지에 널려 있다. 저 상태라면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산은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 많이 피지는 않지만 이런 생존귀환 등 매우 기념할 만한 사건이 있을 때는 꼭 피우는 버릇이 있다. 그 담배 맛은 정말 최고다.

 

 “후-”

 

 한 모금 빨아 깊게 내밀고 담배를 입에 문 채 일을 시작한다. 우선 어둠 속에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산은 라이터를 켰다.

 앞쪽 무릎에 달아놓은 자신의 커다란 군장을 분리한 뒤, 사물을 뒤졌다. 먼저 군용 플래시와 사제 고성능 플래시를 찾았다.

 이럴 때는 가볍고 장착이 쉬운 사제가 유리하다. 산은 플래시를 어깨 견장에 걸어놓은 채 작업에 들어갔다.

 

 낙하산 하네스를 모두 해체하여 몸을 낙하산과 분리했다. 일단 낙하산은 나무에 걸린 상태로 놔두었다. 아무래도 신병 녀석이 마음에 걸린다.

 무사해야 할 텐데. 나뭇가지에 빨래처럼 널린 모양으로 봐서 많이 다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일단 헬멧부터 벗기고……

 

 산의 눈이 크게 떠졌다. 표정이 미묘하다.

 

 “에헤- 여군이었어?”

 

 손에 닿는 감촉에 약간의 이질감은 있었지만, 산은 멍청한 이 여군장교를 뒤집어 돌리다시피 하여 땅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낙하산을 벗기고, 하네스와 연결된 배낭을 분리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반응이 없다.

 코에 손을 대본다. 숨은 쉬고 있었다. 조금 더 세게 흔들었다. 이 여성은 여전히 현실로 돌아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산은 한숨을 쉬었다. 이 여자라는 족속은 어디 딱히 만질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봐! 정신 차리지?”

 “……”

 ‘이 정도로는 안 되는군. 에이! 어차피 망가진 거. 뭐, 미안하다. 내가 시간이 없거든.’

 

 산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

 

 “어이 김비연 중위 일어나라! 여기가 네 집 안방이냐?”

 ‘번쩍’

 

 정말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매우 긴장했던 만큼 그 동작도 빠르다.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살폈다.

 

 “히긱- 누구세요!”

 

 그녀의 눈에는 완전한 어둠과 눈이 부실만큼 강한 플래시 불빛만이 보였다. 그 모습은 괴기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러나 상대의 입가에서 빨갛게 반짝이는 작은 불빛과 그 옆으로 여유롭게 피어오르는 희뿌연 담배연기가 그녀의 의식을 현실로 돌렸다. 그녀는 눈매를 좁혔다.

 “발딱 움직이는 걸 보니 큰 문제는 없겠군. 그래도 몸 상태를 자세히 점검해보도록! 정신을 놓은 채 떨어졌으니, 어디 다치지는 않았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거야. 동작 빨리해라. 집결시간에 늦겠다.”

 

 “귀관은 누구입니까?”

 “특임대(特任隊) 중대장, 대위 강산이다.”

 

 짤막하게 용건을 마친 뒤 산은 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 나무에 걸린 낙하산의 분리작업이 가장 큰 문제다.

 재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를 수도 없고 반드시 회수해야 하는 고가의 물건이다.

 

 비연은 몸 상태를 점검했다. 다행히 어디 부러지거나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떨어지며 나뭇가지에 긁히고 채여 온몸이 욱신욱신 아팠다. 특히 뒤통수가 아직도 얼얼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비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남자 장교와 낙하산이 엉켜서 당황하고 있을 때 공중에서 뒤통수를 세게 맞고 그냥 기절한 것 같다.

 

 비연은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피가 묻어 나온다. 그 와중에 혀를 깨물었는지 입안이 온통 피투성이다. 뺨을 만져본다.

 얼얼하다. 비연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아마 저 무례한 장교가 그랬을 것이다.

 이젠 죽었다 싶은 상황에서 살아난 걸 보면 다행이긴 한데, 기분은 매우 나쁘다. 그 상황에서 과연 그래야만 했을까?

 

 “이쪽으로 플래시를 비춰 주겠나? 정말 대책 없는 암흑이군. 어째 하늘에는 별이 하나도 없을까? 강하할 때는 날이 맑았는데, 별도 총총했고……”

 

 비연은 말없이 플래시를 꺼내 산을 비췄다. 산은 군용 대검으로 나뭇가지와 낙하산 줄을 분리하고 있었다.

 그 솜씨는 매우 능란하고 빨랐다. 특임대 장교답게 칼은 예리하게 날을 세워놓았다.

 대검을 놀리는 손놀림이 매우 익숙해 보인다. 벌써 낙하산을 나무에서 분리하여 대충 개어 놓았다.

 

 산은 비연의 낙하산을 분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낙하산은 4미터 정도의 키 작은 나무를 아예 덮고 있어 이 작업은 제법 까다롭다.

 특히 이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작업이면 더욱 시간이 걸린다.

 

 산은 점점 초조해지고 있었다. 이런 강습 훈련이면 보통 신병들이 산 하나 넘어가서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밤새도록 뒤져보면 나무에 걸려 기절한 채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복귀하면 당분간 고문관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

 고참 베테랑 장교가 늦어버리면 매우 곤란하다. 산은 잠깐 동작을 멈췄다.

 

 ‘놔두고 갈까? 우리 부대소속도 아닌데…’

 

 산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플래시 불빛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빛 뒤에는 표정을 알 수 없는 여군장교가 있을 것이다.

 언뜻 봤지만 생각 밖으로 미인이다. 복장으로 봐서 간호장교는 아닌 것 같은데, 어째 이런 우악한 사내들 세상에, 그것도 제일 지랄 같다는 이 부대 훈련에 참여했을까?

 

 ‘아무래도 규모가 큰 연합사 훈련이니 통역장교일 수도 있겠지…’

 

 산은 머리를 흔들며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도 산은 꼼꼼하게 낙하산을 분리했다.

 

 시간이 꽤 걸렸다. 문득 시계를 쳐다본다. 9시 강하에 10시까지는 1차 집결지에 모여야 되는데…

 

 “응? 시계가 망가졌나? 지금이 3시 20분이라고?”

 

 산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전원을 켜고 휴대폰 디스플레이에 초기화면이 떴다.

 이어 ‘통화지역 이탈’ 메시지가 뜨고…… 시간은 9시01분을 가리켰다. 산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전원이 꺼져있어도 내부 클락은 작동한다. 9시 1분이라면 정확하게 비행기에서 떨어져 나온 시간이다. 그다음에는 전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고? 휴대폰 내부 수정 진동자가 죽었다 살아났다고? 이게 말이 되나?’

 

 산은 비연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거 내 시계가 이상하네. 김중위 지금이 몇 시냐?”

 

 비연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녀의 손목시계는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휴대전화 시계 역시 9시 02분을 가리킨다.

 

 “시계가 망가진 것 같습니다. 3시 21분을 가리키고 있는데요. 휴대전화는 9시 02분이라고 뜨고요.”

 비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산은 미간을 좁혔다. 분명히 작전 전 팀원과 함께 정확하게 시간을 맞췄었다. 강하 중 시계가 잘못될 이유도 없다.

 게다가 두 사람의 시계가 동시에 잘못될 확률은 드물다.

 더구나 틀린 시간마저 같을 확률은 거의 제로다. 그의 예민한 감각과 본능은 이상 상태를 경고하고 있었다.

 산은 눈길을 주변으로 돌렸다.

 

 이 공간……

 

 뭔가 많이 이상하다.

 

 냄새도, 공기도, 분위기도, 느낌도. 그러고 보니 3월에 벌어지는 훈련인데 여기 분위기는 여름밤 숲의 분위기에 가깝다.

 방금 올라간 나무도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수종이 아니다. 뭔가 물기가 많고 낭창낭창하며 열대수처럼 잎이 넓고 퍼석하게 잘 부서지는 목질.

 

 산은 꿀꺽 침을 삼켰다.

 

 처음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하시간도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두 개의 낙하산이 엉켜서 한쪽 낙하산만 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빨리 떨어져야 했는데도 자신의 감각보다 훨씬 깊고도 오래 떨어졌었다.

 

 “대체 여기는 어디죠? 어디로 데려온 거냐구요?”

 

 비연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로 소리를 질렀다.

 

 

 

 1장 / 탈선(脫線) - 3

 

 

 

 “거, 자식이 호들갑은… 좀 조용히 해봐라. 잠시 수색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산이 뚜벅뚜벅 걸어가 벗어 놓은 군장을 뒤졌다.

 헬멧 대신 전투모를 쓰고, 권총을 챙긴 후, 탄창을 하나 꺼내 박아 넣었다. 안전모드를 풀고 권총을 허리춤에 찬 후, 신형 K1 소총에 대검을 장착하고 일어섰다.

 그리고 나침반과 작전개념과 침투로가 그려져 있는 지도를 챙겨 강하지역이 표시되도록 접은 뒤 비닐 필름에 넣었다.

 

 “흠. 패널 좌표가 여기였으니, 방향으로 보면 대강 이 근처라고 보면 되는데, 300미터짜리 야산에 능선은……”

 

 산이 비연을 향해 조용히 일렀다.

 “중위! 여기서 기다려라. 이곳 주변을 둘러보고 오겠다. 아무래도 좀 이상해. 대한민국 땅에 이런 곳이 있었나?”

 

 “알겠습니다!”

 비연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녀 역시 긴장한 표정이다. 어두워서 확인은 어렵지만 충분히 놀랄 만한 정황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종류의 식물이 하나도 없어. 하다못해 잡풀까지도… 게다가 3월에 이런 풀 높이와 울창한 활엽수림이라니. 경상북도에 이런 곳이 있나? 혹시 대형 식물원?'

 

 비연은 고개를 저었다. 열대 식물원을 이런 산골에 만들 미친놈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3월의 노천에서 무성한 풀과 아름드리 활엽수를 지천으로 키울 수 있는 따뜻한 곳이 있을까…

 

 산은 주변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전진하고 있었다. 두 가지 사실이 그의 신경을 심하게 거스르고 있었다.

 첫째,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둘째, 도무지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가는 방향마다 뭔가로 막혀있는데 그 위쪽과 뒤쪽 끝을 알 수가 없다. 그 키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자란 빽빽한 풀, 대나무처럼 딱딱한 표피의 나무, 절벽을 이루고 있는 바위, 그리고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

 

 근 한 시간 동안 정밀하게 뒤졌지만 반경 100미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산은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었다. 지금 이 지역을 벗어날 수 있는 물리적 방법은 없어 보인다.

 대략 100미터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거리를 전진하는 데도 바위가 매우 많고, 험했다. 아무래도 날이 밝아야 뭔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휴대전화는 먹통이다.

 

 산은 생각을 빠르게 정리했다. 어차피 본대와 연락이 끊겼고 고문관 되기에도 충분한 시간도 지났으니 불필요한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

 

 

 비연은 가만히 앉아 산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플래시는 꺼버린 상태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바로 앞에 움직이는 불빛이 그가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니까.

 

 그녀는 단발머리를 뒤로 젖혀 이마의 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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