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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 푸른 하늘 아래서
작가 : ZenN
작품등록일 : 2016.8.23

불치병에 걸려 20세를 넘기지 못하는 비운의 소녀 혜령과 보복을 당해 죽음을 맞이한 22세 청년 현. 그리고 현의 무엇에 집착하는 류연과 그들 사이를 시기하는 왕족들. 한 여인을 지켜주고 싶은 평범한 인간 청년의 숭고한 사랑이야기.

 
이 푸른 하늘 아래서 -1화-
작성일 : 16-08-23 11:20     조회 : 503     추천 : 0     분량 :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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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아아아아아

 

  야구 경기장을 방풀케하는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진다. 적잖이 흥분한 듯한 관중들이 주시하고 있는 곳은 약간은 미끄러워 보이는 중앙의 마루 바닥. 정확히 말하자면 단정히 앉아 호구를 착용하고 서로를 노려보는 검은색, 흰색의 두 도복인이다. 한치 흔들림 없는 자세로 서로를 노려보는 그들 사이의 긴장감이 자연스레 집중을 유도한 듯 싶다. 대한민국 검도 대회 결승전, 최강자를 가리는 마지막 경기. 이번의 승리로 우승의 행방이 가려지기에 더더욱 떨리고 짜릿한 순간. 이현은 자신의 흰색 도복을 여미며 의지를 다잡았다.

  현은 중학교 때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여의고 5살 터울의 여동생 수진과 둘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소년 가장이다. 어떻게든 살아보자고는 다짐했지만 세상은 쉽지 않았다. 미성년인 자신을 받아주는 곳도 없었고, 믿을 놈 아무도 없다고 그나마 구한 아르바이트에서도 여러 불미한 사건들이 일어나는등 어린 나이엔 받아들이기 힘든 시련들 투성이였다. 하지만, 현은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곁에서 의지해주며 믿어주는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으니까. 이제는 삶의 이유가 되버린 그녀를 떠올리며 현은 감고 있던 두눈을 조심히 떳다.

 

  "이현군이라 했나? 어린 나이에 대단한 실력이야."

 

  상대편 검은색 도복을 입고 있는 신지만이 웃으며 악수를 건냈다. 싱글벙글 만면에 웃음을 띄는 전형적인 호감형의 얼굴에 붙임성 좋은 성격. 누구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고 좋아할만한 그런 녀석이였지만 왠지 모르게 현은 지만이 껄끄러웠다. 그가 돈도 많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데에서 기인한 질투같은 감정이 아니였다. 뼈저리게 현실을 겪고 나서 생긴 감각에서 기인한 위화감 때문이였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녀석은 싫으니까.'

 

 현은 무표정으로 그를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서로 열심히 해보자."

 

 악수를 받아주지 않자 조금은 무안했던지 손을 쥐었다 폈다하며 지만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 지금부터 결승전을 시작합니다. 양 선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안내 멘트를 들으며 현과 지만은 자리에서 일어나 죽도를 서로에게 겨누었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둘의 자세는 숨막힐 듯이 적막한 장내의 공기를 조성하였다. 둘 만의 큰 심호흡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관중들은 그 숨소리를 들으며 손에 땀을 쥐었다.

  잠시 후, 심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시작을 외쳤고 현과 지만은 서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지지 않는다. 아니, 질 수 없다. 나는. 이겨야만 한다.'

 

  현은 기합을 내지르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거슬리는 장애물을 향해 죽도를 맹렬히 휘둘렀다.

 

 

 ***

 

 

  "여보세요? 어, 수진아. 지금 어디야? 아, 집? 그럼 한 8분 뒤에 집 앞 공원으로 마중 나와. 오늘 너 생일이잖아, 오랜만에 비싼 레스토랑에서 고기 좀 썰게. 어. 그래 좀 있다 보자."

 

 전화를 끊고 현은 콧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현재 걸어가고 있는 곳은 공원, 도보가 희미하게 형태만 보일 정도로 어둠이 짙게 드리워있었다. 밤이 되면 인적이 현저히 드물어지고, 광원 역시 띄엄 띄엄 설치 되있는 가로등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잘 애용하게 되는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로질러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오늘 같이 한시라도 빨리 가야 되는 날엔 어쩔 수가 없다.

  경기 결과는 압도적인 우승이였다. 상대였던 신지만 역시 검도계에서는 우승을 2년 연속 차지한 알아주는 유명인사였지만, 그가 국내에서만 이슈가 되는 범재의 수준이라면 이현은 이미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천재 검사. 물론, 검도는 순간의 방심이 승패를 가르는 종목인 만큼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실력 차이와 더불이 의지 역시 남달랐으니 어찌보면 자신의 승리는 당연한 결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손에 들린 하트 문양의 선물 상자를 다시 한번 보며 현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수진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했지만 없는 형펀에 차마 사사주지 못했던 '그것'이 들어 있는 선물 상자다. 괜찮다고 태연하게 이번만큼은 동생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기뻐해주겠지? 아니, 어쩌면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꺼야 후후.'

 

  공원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 쯤이였을까, 저 멀리 한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을 단정하게 한 갈래로 묶은 교복차림의 소녀. 멀리서였지만 그녀가 동생 수진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직은 거리가 있는 탓인지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수진과 가까워 질수록 현의 미소와 떨림이 더욱 짙어졌다. 수진을 향해 어느때보다 혼신을 다해서 달려간다. 수진 역시 현을 인지한듯 현이 달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깐 이쪽을 바라보는 것 같더니 곧 수진 역시 현 쪽으로 손을 연신 흔들면서 빠르게 달려 오기 시작했다. 그 정겨운 모습에서........

 

  -------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상할 정도로 제스처가 컸다. 분명, 반가움과 기쁨이 겹쳐서 저런 과장된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약간 내성적인 탓에 펄쩍 뒤며 좋아할 일이 있어도 조용히 미소짓는게 전부인 아이인데....... 왠지 모를 불안함이 가슴에 싹텄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흐릿했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고, 곧 확연한 얼굴이 보였다. 역시나.......

  수진의 어여쁜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무언가 두려워하는 감정이 나타나있었다. 입으로는 무언가를 외치고 있는 듯 했다. 현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그리고 곧 수진의 목소리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쳐.....? 망쳐.....? 뭐라는거야......?"

 

 목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수진과의 거리가 지척으로 가까워졌을 때 쯤,

 

  "도망쳐!"

 

  수진이 외치는 목소리가 정확히 들렸다. 분명히, 그녀는 현에게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도망치라고? 왜?!

 

  "왜 그러는........ 컥!!"

 

  연유를 물어보려는 그 순간이였다. 심장 부근에 몸이 녹아내릴 듯한 뜨거운 고통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사고가 정지한듯 머리가 멍해졌다. 심장 쪽이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시큰거렸지만, 고통보다는 왜? 라는 의문이 계속 경각을 울렸다. 배를 내려다 보니 자신의 가슴 심장 쪽에 피를 한껏 머금은 진검이 보였다. 필시, 검도에서 숙련자가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육각도다.

 

  "오..... 오빠아아아아아아아!!"

 

  수진은 자신을 부르며 절규하였다. 상황을 아직 인지하지 못한 현은 수진을 뒤로하고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가로등의 빛으로 희미하게 밝혀진 그곳엔 너무나 익숙한 얼굴, 하지만 그 싱글벙글하던 표정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는 지만이 보였다.

 

  "시, 신지만.......?"

 

 오늘 치뤘던 검도 대회 결승전에서 상대편으로 만난 신지만, 경기가 끝난 후 깨끗이 패배를 인정한다며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해주던 선량한 인상의 그가 냉혹한 눈, 마치 쓰레기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현을 흝고 있었다.

 

  "이야아~~~ 많이 아프겠다! 아프지? 무자게 아플꺼야, 그야, 심장 쪽을 찔렀거든~~ "

 

  "왜..... 이런......"

 

  "뭐, 단순하게 생각해. 내 발끝만도 못 배운 새끼가, 이겨보겠다고 발악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더라고. 짜증나고 화가나서 미쳐버리겠는거야~~ 해서 말이지. 미안하게 됬어? 하하하."

 

  "그런....."

 

  당연한 행동이였다는 듯 태연히 말하는 지만에게 현은 항의를 하려고 하였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지만은 딱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주제를 알라는 말, 너 같이 배운게 없는 하층민도 한번쯤은 들어봤겠지? 왜 이런 말이 생겨났는지 알아? 모르겠어? 흐음..... 쉽게 생각해~~ 그야, 당연하잖아~~ 니 새끼 같이 주제를 모르는 루저 새끼가 앞에서 깝죽거리니까 생겨난거 아니야!!"

 

 지만은 숨을 몇번 후우 후우 내쉰 다음, 쓰러져 있는 현의 도복을 잡아 들어올려 수진의 앞으로 데려갔다. 몸을 바들바들 떨던 수진의 앞에 핏빛으로 물든 현이 내동댕이 쳐졌다.

 

 "커어어어어억!!"

 

 "오,,, 오빠아아아아아아!!"

 

 엉금 엉금 기어가 현의 얼굴을 감싸앉는 수진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지만은 선심 쓰듯 말했다.

 

 "난 이만 가본다. 다음 생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혹시라도 태어난다면 나처럼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길 축복하지. 그래야지 이런 억울한 개죽음 당하지 않을 꺼 아냐? 아, 남의 신경도 함부로 건들지 말고~~ 뭐, 마지막 순간인 것 같으니 여동생과 이야기도 좀 나눠....... 응? 그러고 보니 여동생 분이 한 얼굴 하시네? 나중에 한번 찾아 갈께, 현의 동생분~~"

 

  "수진..... 건들...... 죽어......"

 

  "누가 죽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이 바보는 놔두고 단 둘이 말이지 하하~~ 그럼 이만."

 

  허리를 굽이며 신사와 같은 경례를 한 지만은 아무일 없다는 듯 뒤돌아 걸어갔다. 잡기 위해 손을 뻗어보았만 매정히 갈길을 가는 그에겐 닿지 않았다. 현은 옆에서 울고 있는 수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 오빠, 주.. 죽지마 응? 흑흑"

 

  울고 있는 수진의 눈물을 닦아주며 현은 말했다.

 

  "나 안죽..... 너 지켜..... 컥"

 

  - 오빠 안 죽어. 수진이 지켜서 결혼할때 홀가분하게 보내버려야 되니까.

 

  말을 마칠 새도 없이 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선혈.

 그 광경을 본 수진의 절규는 더욱 커졌다.

 

  "오... 오빠아아아아!"

 

  "선물....."

 

  - 선물이야. 오빠가 처음 해주는 거지? 미안해, 앞으로는 많이 해줄게

 

  현은 선물을 들어 수진에게 내밀었다. 수진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선물을 밀어냈다.

 

  "지금 선물이 중요해!"

 

  "신발....."

 

  - 너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 했던 그 신발인데?

 

  "흐으.... 으아아아앙....."

 

  현은 마지막 온 힘을 다해 손에 쥐고 있던 선물 상자를 수진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웃으며 말했다.

 

  ".....생일축하해......내......동생"

 

  - 축하해. 정말로 축하해.

 

  현은 말을 마치고 눈을 감았다. 마지막 순간에 드는 감정은 역시 슬픔이였다. 죽는 것은 아쉽지 않아. 그렇게 미련있을 만한 삶도 아니였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우리 수진이는 어떡해.......?

  공원엔 홀로 남겨진 수진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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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푸른 하늘 아래서 -1화- 2016 / 8 / 23 504 0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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