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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관상가
작가 : 나우주
작품등록일 : 2017.7.29

대한민국 최악의 돌팔이 관상가, 이상해.

조선 시대로 회귀 후,

조선 최고의 이름난 관상가로 다시 태어나다.

 
작은 날갯짓의 시작점 7
작성일 : 17-07-30 03:27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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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만 남고 모두 나가거라.”

 

  남자는 상해를 가리키며 상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가라 말했다.

  수령은 버릇 없는 남자의 말에 당장이라도 놈을 옥에서 꺼내 목을 쳐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남자와 상해를 번갈아 훑고는 포졸과 함께 나가버렸다.

  이제 이곳엔 남자와 상해 둘만 있었다.

  상해는 수령과 포졸이 나가는 뒷모습을 확인하고는 남자에게 물었다.

 

  “자, 이제 말해봐. 왜 나를 만나고 싶다했지?”

 

  상해의 질문에 남자는 또 다시 불쾌한 미소를 흘리곤 한참을 웃어댔다.

  이해할 수 없는 저 불쾌한 웃음. 가소롭다는 듯한 저 웃음의 의미는 뭘까?

 

  “웃지 말고 대답을 해! 나를 왜 찾은 건데!?”

 

  그제서야 남자는 웃음을 그쳤지만, 이번엔 한참을 상해의 얼굴을 훑었다.

  결국 상해가 다시 폭발해서 욕을 하는데.

 

  “아 씨발 진짜! 나 왜 불렀...”

  “어디서 왔느냐?”

 

  남자가 상해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이 새끼가 사람 말을 잘라. 그건 왜 묻는데? 넌 어디서 왔는데?”

  “... 대일제국”

  “뭐래는 거야 대일제...”

 

  상해는 순간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버렸다.

  대일제국? 대일제국이라니?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지금 시대는 조선중기쯤이다.

  그런데 대일제국? 대일제국이란 말은 분명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고 제국주의가 시작된 19세기나 되어서야 생긴 말이다.

  그런데 대일제국이라고!? 저 남자가 대일제국을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설마..

 

  ‘이 놈도 나 같은 사람인거야?’

 

  남자가 상해의 당황한 얼굴에 재밌는 듯 더 비열한 미소를 보였다.

 

  아차, 실수다. 이상해 진정해야한다.

  저 남자가 무슨 꿍꿍인지는 모르겠으나, 상해를 찾은 이유는 분명 있다.

  근데 저 불쾌한 미소와 가소롭다는 표정.

  남자는 지금 상해의 머리 꼭대기에서 가지고 놀고 있는 것.

  이대로 계속 밀려선 안 된다. 정신 차리자.

  상해는 당황한 얼굴을 감추고 남자를 떠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대일제국..? 대일제국이 뭔데?”

 

  그러자 남자는 또 다시 크게 웃어댔다.

 

  “왜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이냐? 대일제국. 한때 조선은 물론 만주, 중국, 멀리 동남아까지 식민지로 삼았던 대일제국을 설마 모른다는 것이냐..?”

 

  상해는 또 다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남자는 분명 근대의 역사를 알고 있다.

  확실하다. 저 남자는 자신과 같은 시대에서 온 사람이다.

 

  “너도 현대에서 온 게 맞지? 어떻게 온 거야? 왜 우리가 지금 여기 와 있는 거야? 넌 뭔가 알고 있지? 그렇지?”

  “그것이 궁금하느냐?”

  “.. 어”

 

  상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남자의 대답을 기다렸다.

  남자는 묘한 미소를 띠며 여전히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허나, 지금은 말해줄 수 없는 법.”

  “뭐? 말해!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그리고 우리가 지금 왜 여기 있는 건데!”

 

  잠시 생각을 하던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좋다. 한 가지만 알려주지. 너희 멍청한 조선인들에게 베푸는 대일본신민의 아량이다.”

 

  상해는 아까부터 남자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대일제국, 대일본신민, 식민지..

  현대에서 온 사람이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일본 우익? 아니면 전쟁광? 그도 아니라면.... 상해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 이 자는 나와 다른 시대에서 왔다. 대일제국이 패했다고 말했어.. 그렇다면, 이 사람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사람이다. 거기에 유창한 조선어, 분명 일제강점기 조선에 파견된 일본이이다.’

 

  이번엔 상해가 남자를 놀래 킬 차례였다.

  계속 정보를 숨기는 상대의 허를 찔러야 한다.

  상대방 역시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야 정보를 털어놓는 법.

  상해는 수를 던지기 위해 연기를 펼친다.

 

  “내가 말이야.. 특이한 능력이 있어.. 뭔 줄 아는가?”

  “... 뭐라?”

  “글세, 귀신을 본다지 말이야.. 그것뿐이랴, 듣기도하고, 말도 나누고 그런 영특한 능력이 좀 있지.. 그래서 말인데. 이거 참 곤란하게 됐어. 아까부터 자꾸 들리고 보이고.. 영 머리가 아파서 말이야. 자네는 보이지 않는가?”

  “무엇이 말이냐...”

 

  남자는 상해의 말에 조금씩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상해의 수가 먹힌 게 틀림없었다.

  이대로 주도권을 계속 끌어야 한다! 상해는 승부수를 던진다.

  눈을 크게 뜨고 입꼬리를 귓불까지 한껏 올려 웃으며 조커마냥 소름끼치는 미소를 보인다.

 

  “네 놈에게 죽어 피눈물 흘리는 조선인들의 영혼이 말이다!! 으하하하하! 으하하하하!”

  “....”

  “내 보기에 넌 지옥 불에서 발버둥 치게 될 것이야. 지옥에서 후회하며 피눈물을 흘리겠지. 마치, 니가 죽인 조선인들처럼! 으하하하!”

 

  ‘먹혔나...?’

 

  이번에도 먹힐 것인가?

  하지만, 남자는 상해의 열연에 다시 크게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얼굴이 다시 굳고 눈이 커지더니 상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점점 얼굴에 피가 몰려 얼굴이 터질 정도로 빨개진 얼굴은 이마의 핏줄이 일어났고, 남자는 단단히 화난 모습으로 말했다.

 

  “네 이놈!!!! 감히, 내 앞에서 조선인들의 영혼을 말하는 것이냐!!!”

 

  틀렸다. 상해의 승부수가 먹히지 않았다.

  남자는 묶여있는 의자가 들썩거리도록 화를 불싸랐다.

  상해는 영문을 알 수도 없었고 무서웠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상해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왜,왜.. 조선인들을 죽이려는 건 당신이잖아!!”

  “듣거라!! 우매한 조선인이여!!”

  “뭐...?”

  “곧 내가 다시 대 일본 제국의 군을 이끌고 이 조선 땅으로 올 것이다! 보거라 너희 우매한 조선인들을 지배할 일본의 찬란한 역사를!! 세계를 지배할 대일본제국의 역사를!!!”

  “무슨 소리야? 다시 온다고? 너가 여길 나갈 순 있을 거 같아? 넌 이제 곧 죽을거야! 저 수령에게!”

  “그래, 어디 보자꾸나, 네 말대로 내가 죽어 불지옥에서 허둥댈지, 아니면 네 놈이 불지옥에서 허둥댈지. 좋다, 이게 너와 나의 두 번째 내기이다.”

  “뭐라고?”

  “설마, 잊진 않았겠지.. 일본이 조선 땅을 처참히 뭉개버린 그 전쟁을 말이다.”

  “그게 무슨...”

 

  그때, 말을 마친 남자가 자신의 혀를 깨물기 시작한다.

 

  “으윽..!”

 

  혀에서 피가 나고 혀의 살점이 뜯겨 나가는 데도 남자는 오히려 더 세게 깨물고 있었다. 상해는 너무 놀라 비명을 질러댔다.

 

  “아악!! 뭐.. 뭐하는 거야!!...”

 

  그 비명 소리를 듣고 포졸과 수령이 돌아왔다.

  냉철한 수령 역시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어찐 된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야!! 여봐라 걔 누구든 들어와 보거라!!”

 

  상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놀라 주저앉았다.

  자신이 봤던 그 충격적 장면과 남자의 말에 몸이 떨려왔다.

  이미 정신이 나가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왜 자결을 한거지.. 왜.. 그리고 조선 땅을 처참히 뭉개버린 전쟁이라니... 설마..’

 

  그때, 상해의 머리에 번뜩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 수령에게 묻는데.

 

  “수령님... 올해가 무슨 해입니까..”

 

  수령은 이 상황에 이상한 것을 묻는 상해가 어처구니없었지만 심상치 않은 상해의 표정을 보고는 답을 해주었다.

 

  “올해는 만력 18년 경인년이다. 그것은 왜 묻는 것이냐!”

 

  만력18년 경인년이면 조선중기다.

  그것쯤은 상해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연호의 순서가 생각나지 않았다.

  왜 하필 만력이란 연호가 언제인지 생각이 안 나는 건지.

 

  “그렇다면 만력 전의 연호가 무엇이었습니까? 융경? 가정?”

  “무슨 헛소리냐, 융경이지 않느냐!”

 

  상해는 머릿속으로 다시 연호를 계산했다.

  융경이라면 상해도 알고 있는 연호였다.

  융경이면 선조 1년부터 5년을 말한다.

  그 뒤가 만력이라면 선조6년부터 일 것.

  선조가 재위한 년도가 1567년이니 만력제가 시작 된 건 1573년, 올해가 만력18년 경인년이라 했으니...

 

  “만력 18년, 그렇다면 올해는 1590년...”

 

  그제서야 상해는 남자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몸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잘못 알고 있었어.. 아니 어떻게..”

 

  만력 18년이면 1590년 경인년이다. 경인년 다음은 신묘년. 그 다음은..

 

  ‘임진년... 2년 뒤다. 2년 뒤, 온 조선 땅을 뒤엎은, 조선 역사상 가장 컸던 전쟁. 임진왜란이 벌어진다...’

 

  상해는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려 주저앉은 채 일어날 수 없었다.

  2년 뒤 조선을 뒤 흔들어 놓은 임진왜란이 벌어진다.

  게다가 저 남자가 현대에서 지금의 일본으로 회귀를 했다면, 과거에 일어난 임진왜란정도가 아니다.

  이건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대전이 될지도 모른다.

  상해는 떨리는 몸을 멈 출 수 가 없었다.

 

  상해는 깨달았다.

  한반도, 아니 세계를 뒤흔들어 놓을 전쟁의 한가운데에 곧 자신이 서게 될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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