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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연히 살아나다
작가 : 글쓰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7.7.30

[현대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희생했고 자신보다 그들을 아꼈지만 결국 버려진 진우연.

삶에 의미를 잃고 죽음을 택하지만 정체 모를 마신이 우연을 깨운다.

"최고의 자리로 만들어주지."

죽음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정신, 잠들어 있던 본능이 깨어났다.

우연은 다시 살아났다.


 
2
작성일 : 17-07-30 01:55     조회 : 248     추천 : 1     분량 : 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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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원 수속은 별거 없었다. 병원비는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했었고 우연은 그저 몸만 들고 나오면 되었다. 애초에 짐이랄 것도 없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옷 잘 입을게요."

 

 어디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막상 병원 밖으로 나오게 되니 어디로 가야 할까 생각부터 들었다. 손엔 정부에서 나온 지원금 백여만 원이 들어있는 카드와 간호사가 건네준 과일음료 한 병이 들려있는 게 전부였다. 우연은 일단 걷기 시작했다. 이곳이 서울인 것은 알았지만 어디로 가야 뭐가 있는지 어디가 길인지는 자세히 몰랐다. 하지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버스부터 타야겠다.'

 

 얼마 걷지 않아, 버스정류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고 어떤 버스를 타야겠다는 것도 없었다. 그저 아무 버스나 타고 싶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고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몇 번 버스인지, 보지도 않고 무작정 버스를 타서 빈 좌석에 가 앉았다.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아무 생각 없이 있는데 버스에서 라디오가 흘러나왔다.

 

 -네, 이번엔 수원에서 난이도 중급 게이트를 쓸고 다니신다는 인기헌터 박병수씨를 모셔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그론 길드 소속 박병수입니다.-

 -역시 듣던 것처럼 인물이 아주 훤하시네요! 박병수님의 ….-

 

 옛날에 우연도 자주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아직도 채하정이 하고 있구나...'

 

 채하정은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 여배우였다. 무명배우였지만 라디오 DJ가 되고부터 하나둘씩 그녀에게 열광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녀는 라디오 덕분에 한순간에 대한민국의 대스타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무명이 아니었기에 라디오를 할 필요가 없는 대스타였지만 그녀는 초심을 잃지 않고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다.

 

 -그럼 박병수씨는 등급이 어떻게 되시는 거예요? 앗, 이런 건 실례이려나 호호.-

 -아뇨, 괜찮습니다. 저는 C급 헌터입니다. 저는 자주 밝히고 다니는 편이라 상관없겠지만 대개는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분들이 많죠.-

 -그렇군요! 청취자분들 들으셨죠? 묻는 건 실례랍니다. 그러니 질문 좀 그만올려욧!-

 

 채하정은 노련하게 방송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헌터라...'

 

 2년 전만 해도 그런 건 없었다. 평범한 사회였고 평범한 일상이었다. 간호사에게 듣기로는 우연이 마포대교에 떨어졌을 때 그 기점으로 전 세계에 게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헌터는 그 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 각성한 인간을 뜻했고 게이트에서 헌터들이 수확해오는 캐논이라는 자원은 엄청난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 아주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했다.

 초기에 게이트가 생겨났을 때 각 정부에서는 게이트를 닫기 위해 헌터를 비싼 가격에 고용했었지만 캐논이 발견되고부터는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헌터들이 자치적으로 게이트를 처리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위험이 되는 게이트로부터 일반인들을 지켜준다는 헌터들의 위상은 사람들에겐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2년 전에 헌터라는 것은 없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헌터는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영웅이었다.

 우연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박병수라는 헌터의 말을 들었다. 박병수는 개방적인 편이었고 자신의 등급이나 주특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평균수입에 대해서도 서슴지 않고 털어놓았다.

 

 -사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합니다. 헌터의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물론 급마다 다르고 때에 따라 다르기도 하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평균적으로 오천만 원에 가깝습니다.-

 

 '생명수당 포함해도 연봉 오천이면 뭐... 나쁘지 않은 편이려나.'

 

 우연은 그 생각을 끝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더 이상 관심도 없었거니와 자주 듣는 프로그램이라 했을지라도 조금 더 조용한 곳에 있고 싶었다. 우연이 내리고 버스에서는 라디오가 계속 흘러나왔다.

 

 -한 달에 오천이면 대단하네요! 청취자분들 들으셨죠? 헌터가 ….-

 

 *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진우연은 갈 곳도 가야 할 곳도 없었다. 그저 하나의 고민만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고 조용히 사라질 수 있을까.'

 

 다시 살아난 인생이었어도 살고자 하는 의지는 여전히 없었다. 어느 유명한 만화 속 명대사가 떠올랐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바로 사람들에게 잊혀졌을 때다.

 

 우연은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계속 걷다 보니, 한참 전에 공사가 중단된 듯, 오랫동안 방치된 공사현장으로 들어왔다. 더 이상 쓰지 않는 자재들인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고 언제 마지막으로 왔다 갔는지도 모를 만큼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때 우연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검은색 빛으로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일렁임은 작은 점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점 커지더니 적어도 2m는 될 법한 크기로 순식간에 부풀었다. 일렁임의 맨 위에는 작은 수정구처럼 생긴 무언가가 박혀 있었고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자 수정구에서 작은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저게 게이트인가...'

 

 병원에서 퇴원까지 기다리는 동안 TV를 통해서 게이트가 어떻게 생겼는지 우연도 보았다. TV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보는 것은 많이 달랐지만 눈앞의 것이 분명하게 게이트임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저기라면.. 누구에게도 피해 주진 않겠지.'

 

 우연은 망설임 없이 게이트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렁임은 우연을 순식간에라도 잡아먹을 듯 요동치고 있었다. 우연은 게이트 안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빠르진 않았지만 주저함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일렁임 속으로 손이 점점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 우연은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

 

 공간이 바뀐 것을 알아차린 것은 눈앞을 가리던 어둠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게이트에 진입하고 난 뒤 잠깐의 어둠이 찾아왔고 아까와는 전혀 다른 공간의 세계로 진입했다.

 

 '여기가 내부인가.'

 

 동굴같이 생긴 곳이었다. 이상하게 어둡지는 않았다. 주변에 밝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빛이 있다는 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분명하게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보일 것은 다 보였다.

 

 '괴수가 있다고 들었는데...'

 

 게이트 안에 있는 괴수는 일반인의 힘으로는 처치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를 둘러보아도 아직 괴수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정체 모를 괴수가 어떻게 자신을 죽일까.

 

 '어쩄든 나 같은 건 한주먹도 안되겠지."

 

 우연은 걸음을 옮겼다. 동굴 안쪽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다시 머릿속에서 강한 파장이 울려왔다.

 

 -너 뭐 하는 거야?-

 

 옥상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다만 달라진 건 조금 화를 내고 있음을 느꼈다. 갑자기 왜 또 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중요하진 않았다.

 

 "뭐가."

 -너 진짜 여기서 죽으려고 들어온 거야?-

 "너랑 무슨 상관이지?"

 -왜 상관이 없어, 네가 죽으면 나의 존재도 소멸된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너 죽으려는 이유가 뭐야? 기껏 남아있던 힘을 다 써가며 살려놨더니 다시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네가 날 살려?"

 -그래. 이 세계로 오는 중에 내 모든 것이 너에게 빨려 들어갔고 그 순간 내 힘이 소멸됐지. 영문은 모르겠지만 내 영혼은 너에게 남아있었고 벗어날 수도 없었어. 그때 알았지 너와 내가 한 몸이 되었다는걸.-

 

 듀켈이라 자신을 소개했던 목소리는 끊임없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단 너를 살리는 거였어. 그래서 조금씩이나마 힘을 모았고 결국 이 세계의 시간을 기준으로 2년 만에 널 깨울 수 있었지. 덕분에 모았던 힘까지 다 날아갔어. 근데 다짜고짜 죽겠다고? 도대체 왜지?-

 

 우연은 정말 자신이 미쳐버린 건가 싶었다. 사실 이 목소리가 하는 말이 맞더라도 귀 기울이고 싶지 않았다.

 

 "네 말이 사실이라도 상관은 없어. 네가 내 몸에 들어와서 같이 소멸되는 건 안타깝지만 내가 죽는 건 어디까지나 내 마음이야."

 

 듀켈은 화가 났다. 단순히 자신이 소멸될까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간이란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군.-

 

 듀켈의 한 마디에 짜증이 잔뜩 묻어났다.

 

 "네가 뭘 알아."

 

 우연의 톤이 바뀌었다. 순간 기분이 나빴다.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지만 머리에 울려 퍼지는 이 빌어먹을 목소리는 저번부터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가 알기나 해? 어차피 내가 살아있든 죽어있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단 한 사람도..!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우연의 안에 죽어있던 감정은 어느새 분노로 바뀌었다. 슬픔도 후회도 어떤 것도 없었지만 그 모든 것을 분노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서 우연의 안에 죽어있던 감정이 다시 깨어났다.

 

 "모든 걸 다 바쳤어. 줄 수 있는 건 모두 줬고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어. 그들의 행복이 내 행복이었고 그것만을 위해 살았어. 근데 지금 이걸 봐. 누가 날 기억해? 기억하기는커녕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는데! 그 잊혀진 기분을 네가 무슨 수로 이해할 건데!"

 

 순간, 감정을 쏟아가며 절규했던 우연이었지만 굳이 이럴 필요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빌어먹을 목소리를 차단하고 싶었지만 그게 안된다면 그냥 괴수를 빨리 찾으면 되었다. 우연이 점점 차분해지자 잠깐 동안 말이 없던 목소리가 무심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너, 고작 모두에게 잊혀다는 이유가 전부냐?-

 "뭐?"

 -고작 피로 이어진 가족을 잃고, 잠깐의 감정에 취해 영원한 사랑이라 믿었던 연인을 잃었다고 이러는 거냐?-

 "지랄하..."

 -너 자신이 더 소중하진 않은 거냐?-

 "시끄러."

 -누군가 너를 떠나가든, 누군가가 너를 잊게 되든, 너에게 남아있는 사람이 그 누구도 없든. 너는 너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걸 왜 생각하지 않는 거지?-

 "..."

 -어떤 것도 상관없다. 누군가의 관심도, 누군가의 기대도 사랑도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너 자신이다. 너, 남이 아닌 너를 위해 살아가본 적은 있나?-

 

 우연은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나를 위해 산다고?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오로지 누군가를 위해서만 살았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에 가족을 챙겨주기 바빴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모든 것을 내어주었고 자신의 감정까지 삭혀가며 사랑했다. 가족은 어떤 순간에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걸 이해하려 했다. 우연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어떤 말도,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행복이 내 행복이라 믿었다. 하지만 왜? 그들의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서?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에?

  

 -네가 왜 죽으려는지 난 이해할 수 없다. 살아가는 이유를 자신에게 두지도 못할 만큼 너는 하찮은 존재인가?-

  

 목소리의 파장은 점점 강해졌다. 우연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어떤 것이 감정을 건드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왜 감정이 되살아났는지도 모른다. 그저 이 빌어먹을 목소리는 자신을 깨우고 흔들고... 그리고 울리고 있었다.

  

 -너 자신을 찾아라, 내가 도와주마. 나와 계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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