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작가 : 김거북
작품등록일 : 2017.7.28

옆집에 용이 산다?
첨탑 대신 아파트, 용사도 공주도 없는 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판타지가 존재한다.
이계에서 온 용이다와 숲에는 안 살아도 잠은 많은 인간 신하라가 그려나가는 신비하고 일상적인 로맨틱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15화. 조건이 있어.
작성일 : 17-07-29 22:52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66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방 빼! 전략이 안 먹힐 때를 대비해 심장을 가공하기로 마음먹은 이다가 재료가 든 창고를 열었다.

 제게 속한 아공간의 창고는 아무 때고 어디에서나 불러낼 수 있는데, 끝도 없이 물건이 들어가는 매우 유용한 마법이었다.

 사용법도 간단해서 허공에 불러내 원하는 물건을 떠올리고 휘저으면 물건이 손에 잡히는 식이었다.

 

 손을 들어 올리고 허공을 반쯤 움켜쥐자 이다의 손 안에 둥근 물체가 잡혔다.

 투명한 연두빛 구슬은 이다의 주먹을 세 개쯤 합친 크기였다.

 

 “돌아갈 때 혹시 몰라 들고 온 건데 예상 못한 데서 쓰이네.”

 

 구슬을 꺼냈듯이 다른 차원의 창고에서 금속판을 하나 꺼낸 이다가 책상 위에 판을 올려뒀다.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감은 이다가 판 위의 한 점을 향해 정신을 집중했다.

 짙은 주홍의 선이 판 위를 가로질러 아로새겨지기 시작했다.

 

 각 종족의 고유한 힘은 어설프게 흉내내봤자 안 하니만 못 했다.

 그럴 바에야 할 수 있는 최선인 고대의 마법과 전해 내려오는 비방으로 심장을 보호하는 게 나았다.

 

 돌아가서 수장들에게 요청해 새로운 헬라이시스를 만들고 옮겨야겠지만 몇 백 년은 버티도록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한껏 집중해 꽉 다물린 입술 때문에 턱 선이 날카롭게 도드라졌다.

 금속판 위를 빼곡히 메운 문자와 선의 조합은 여태까지 그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돋보기로 봐야만 보일만큼 작게 새겨진 문자는 두 뼘 크기의 판 위를 가득 메웠다.

 둥근 원을 가로지르는 방사형의 선들은 자세히 보면 전부 문자의 나열이었다.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미간에 깊게 주름이 졌다.

 단단히 굳은 뺨을 따라 한 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이곳에 내려앉은 시간의 흔적이여. 갇힌 것은 드러나게, 엮인 것은 풀리도록, 닫힌 것은 열어 흐르게 하라.]

 

 금속판이 이다의 울림에 반응해 크게 흔들렸다.

 주홍빛은 짙은 자줏빛으로 물들어 환하게 빛났고, 이다의 바투 선 양미간도 맞닿을 듯 좁아졌다.

 

 [흐름은 서로를 지나쳐 제자리로 향하니 이를 순리라 한다.]

 

 자줏빛은 점점 짙어지다 시커멓게 되었다. 완벽한 어둠이 판 위를 넘실대다 돌연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림자 없는 어둠은 판 위에 새겨진 정교한 문양 위를 따라 퍼졌다.

 

 빛으로 그려진 문양이 웅-하고 한 차례 떨리자 이다가 심장을 판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에 영원을 담노니 시간의 흐름은 빗겨가고 그 흔적은 머물지 않기를.]

 

 문양이 휘어져 구슬 같은 심장을 감쌌다.

 판에서 심장으로 문양이 옮겨가 그 위를 빼곡히 메우고 빛났다 사라졌다.

 

 “마나 쓸 일이 점점 많아지니 완전히 채우려면 헬라이시스가 필요해. 신력이 쓸 마나야 심장에 충분하고. 넘어가는 것도 문제군. 시간이 어긋나 내가 넘어가기 전으로 가버리면 곤란한데.”

 

 발목을 잡는 문젯거리가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이다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지르며 산재한 문제들 중 제일 중요한 것부터 짚어나가기로 했다.

 

 “슈펠그누스를 잡아 가두는 것도 문제지만, 신기가 인간 손에 들어간 경로를 모르겠단 말이야. 저 지경이 된 걸 보니 마나가 부족해 한계까지 끌어다 쓴 건 분명하고. 무리해서 쓰다가 고물이 됐다고 생각해서 버렸나? 그걸 인간이 골동품으로 생각해서 주웠을까? 대체 버려진 아이 손에 어떻게 신기가 들어간 거지?”

 

 하라가 친부를 찾았다고 했으니 친부부터 찾아가 거슬러 올라가야 하나 고민하던 이다가 이내 생각을 단념했다.

 길어봤자 백년이 인간의 수명이다.

 목걸이가 가보가 아닌 이상 그걸 일일이 후대에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슈펠그누스가 이곳에 온 지도 벌써 천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그만이 알 터였다.

 

 “거기서 봉인했어야 됐는데. 미친 용 하나 잡자고 차원을 넘다니.”

 

 후회로 얼룩진 목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채우고 사라졌다.

 

 악룡 슈펠그누스. 드래곤의 수치.

 인간 세상에 기생해 살고 있는 도망자.

 

 완성된 심장을 움켜쥔 이다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슈펠. 이젠 도망칠 곳도 없다.”

 

 

 -

 

 

 잠에서 깬 하라는 수능날 맛 본 상쾌함이 다시 자신을 찾아왔음을 온 몸으로 느꼈다.

 뻐근하게 뭉친 곳도, 쑤시는 곳도 없이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평소라면 프라이팬 위의 떡처럼 침대에 눌어붙어 꼼짝도 못했을 텐데.

 

 오늘은 알람소리에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제 시간에 깼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상쾌한 공기가 하라를 맞이했다.

 침대 헤드에 기대 앉아 불투명 창 너머로 모자이크된 하늘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보는데 태양이 들어왔다.

 

 “굿모닝?”

 “아씨... 나 아직 자는 중이네.”

 

 태양이 문을 닫았다.

 문 너머에서 ‘꿈에서도 지겹게 신하라를 다 보네.’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문 닫는 소리가 이어졌다.

 

 “저러다 다시 오지.”

 

 삼분쯤 지났을까?

 거칠게 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태양이 하라의 방으로 달려왔다.

 

 “너 뭐야. 오늘 해 동쪽에서 뜬 거 맞아?”

 

 하라의 앞까지 단숨에 달려온 태양이 다짜고짜 하라의 뺨을 꼬집었다.

 

 “사람 맞는데. 니가 왜 이 시간에 눈을 뜨고 있냐?”

 “잠 깼으니까 뜨고 있지. 그럼 감고 있어?”

 “지금 일곱신데.”

 “알아. 나도 눈 있어.”

 “그 말이 아니잖아! 나 드디어 모닝콜 해방이냐? 드디어?”

 

 태양이 무릎을 꿇고 ‘오, 주여! 제게도 드디어 이런 은총이!’ 같은 소리를 중얼대자 하라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가느스름하게 뜬 눈이 태양을 아래위로 훑었다.

 

 “그게 그렇게 힘들었어?”

 

 아니꼬움이 덕지덕지 뭍은 얼굴로 하라가 물었다.

 

 “당연하지. 다 큰 동생의 추한 몰골을 매일 아침마다 봐야하는 내 심정, 이해 못 하겠어?”

 “응. 못 하겠는데.”

 “넌 나 소파에서 잘 때마다 못생겼다고 걷어차잖아.”

 “님은 침 흘리면서 자고요? 내가 드럽다고 차지 못 생겼다고 찼냐!”

 “뭐든! 나 이제 해방이냐고. 내일도 자신 있지? 얼른 있다고 말해.”

 “내일 돼봐야 알겠지?”

 “야 그게 무슨...! 야! 신하라!”

 

 

 -

 

 

 곧 기말이라 저녁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와 집에 들어섰을 때, 하라는 아주 이상한 그림을 봤다.

 엄마와 이다가 식탁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것도 엄마가 아껴서 중요한 손님이 올 때도 안 내놓는 커피 잔을 떡하니 앞에 놓고서!

 

 “...무슨 일로 우리집엘 다...?”

 

 말도 없이 사라져놓고 집에는 왜 찾아왔대?!

 힐난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데도 이다는 태연히 커피를 마셨다.

 

 “이제 와요? 하라 학생.”

 

 하라는 저게 이다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맞는지 귀를 의심했다.

 

 “네?”

 “기말고사 기간이라더니 공부하다 왔나봐요?”

 “아, 예....”

 “얘가 은근 공부 욕심이 있어서.”

 

 호호, 하고 입을 가리며 웃는 엄마가 하라의 방을 향해 눈짓했다.

 입을 가린 손을 살짝 들어 하라에게만 보이게 ‘얼른 옷 갈아입어’하고 작게 속삭였다.

 

 하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전 이만’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밖에선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웃음소리가 들렸다.

 

 후딱 옷만 갈아입고 나오자 이다가 하라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엄마와 대화를 이어갔다.

 

 “하라 학생이 처음 절 찾아왔을 땐 이렇게 친해질 줄은 몰랐죠. 딱히 도움이 될 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조언도 해줬더니 동문이 됐다고 다시 찾아왔어요. 알고 보니 친구도 제 후배가 됐더군요. 그런데 아주머님께서 하라 학생 어머님이실 줄은 몰랐네요.”

 “나도 우리 하라가 옆집 총각하고 아는 사이인 줄은 몰랐지 뭐야? 고민상담까지 한다니 총각이 믿음이 가긴 한가봐. 안 그럼 그 숫기 없는 애가 얼굴 몇 번 본 사이에 진로상담을 할 리가 없는데.”

 “그러게요. 제가 좀 그런 편인가봐요.”

 

 유들유들하게 대화를 끌어가던 이다가 엄마의 눈치를 살피더니 말했다.

 

 “그럼 이만 하라 학생과 대화해도 될까요?”

 “어휴, 내 정신 좀 봐. 깜빡 했네. 그럼요. 하라도 왔는데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네. 미안해.”

 “저도 즐거운 시간이었으니 괜찮아요. 그럼 하라 학생? 잠시 좀 볼까요?”

 

 사양하는 이다 손에 굳이 반찬거리를 바리바리 쥐어준 엄마가 이다를 따라 나가려는 하라를 슬쩍 불렀다.

 

 “누가 잘 모르는 사람 말 다 들어주면서 상담해주니? 미남에 성격도 저만하면 괜찮고 너한테 호감 있어 보이는데 잘 해봐. 괜찮은 사람인 거 같더라.”

 

 유난히 미남을 강조하는 말에 어색한 미소로 화답한 하라가 종종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얼굴 보기 힘드네.”

 “허, 나오자마자 반말이네?”

 “하고 싶음 너도 하던가.”

 “그래! 물리기 없음!”

 

 허리에 손을 척 얹고 외치는 하라를 멀뚱히 보던 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그래서 여긴 왜 왔는데요?”

 

 아차 싶은 얼굴로 제 입을 찰싹 때린 하라가 금세 오기 섞인 얼굴이 되어선 급히 말을 덧붙였다.

 

 “남의 집에 찾아올 정도면 급한 거 같은데!”

 

 당연하게 소리차단막을 친 이다가 주위를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목걸이 더 이상 안 찾아도 돼. 괜찮아.”

 “...? 중요하다면서 왜 안 찾아요?”

 

 중요하대서 온 집안을 다 뒤졌는데 이제 와서 찾지 말라니.

 이게 뭔 소린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진 하라가 저도 모르게 다시 존댓말로 물었다.

 

 “찾았어.”

 “엥? 어디서?!”

 “그렇게만 알고 있어. 깊이 알 필요는 없어, 복잡하기도 하고. 넌 왜 그걸 궁금해 하지? 기뻐해야하는 거 아닌가?”

 “내가 왜? 왜 기뻐해야 되는데?”

 “찾았다니까.”

 “그거 찾은 게 나랑 뭔 상관.... 설마 지금 그거 그 때 약속한 거, 들어준다고요...?”

 

 이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라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아싸!!! 무르기 없음! 무르면 삼대가 재수 없음!”

 “왜 하필...?”

 

 어딘지 뒤가 찝찝해지는 기분에 이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묻자 하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대꾸했다.

 

 “안 그럼 되잖아.”

 “그래.... 무를 일 없으니까 안심해. 조건이 있긴 한데 네가 못 들어줄 건 아니라.”

 “조건? 뭐야? 약속해놓고 조건 거는 게 어딨어?!”

 “들어줄 수 있어. 그 목걸이 줬다는 네 친부. 누구인지만 알려주면 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18화. 염탐하는 용이다 2017 / 7 / 31 252 0 5541   
17 17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야한… 2017 / 7 / 29 231 0 5548   
16 16화. 한다, 안 한다? 2017 / 7 / 29 232 0 5173   
15 15화. 조건이 있어. 2017 / 7 / 29 245 0 4662   
14 14화. 신기 헬라이시스. 2017 / 7 / 29 242 0 5384   
13 13화. 목걸이의 행방. 2017 / 7 / 29 239 0 4971   
12 12화. 내 이웃의 비밀. 2017 / 7 / 29 235 0 5636   
11 11화. 버렸던 것이 필요해진 이유. 2017 / 7 / 29 224 0 5201   
10 10화. 상상과 다른 사이 2017 / 7 / 29 253 0 6852   
9 9화. 새벽의 위로, 아침의 낯선 방문. 2017 / 7 / 29 239 0 6478   
8 8화. 이미 지난 일. 2017 / 7 / 29 245 0 7586   
7 7화. 마음으로 이어진 사이, 몸의 거리. 2017 / 7 / 29 239 0 7396   
6 6화. 어쩐지 자꾸 신경 쓰여. 2017 / 7 / 29 248 0 5754   
5 5화. 수능대박신화와 엿 2017 / 7 / 29 232 0 5854   
4 4화. 시간을 가르고 수험생을 구하러 온 구원… 2017 / 7 / 29 220 0 5951   
3 3화. 수능날 아침, 미로탐험. 2017 / 7 / 29 235 1 6440   
2 2화. 옆집에 마술사가 산다. 2017 / 7 / 29 231 0 5650   
1 1화. 학교까지 순간이동. 2017 / 7 / 29 394 1 412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홍염 : 회생한
김거북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