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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거울의 도시
작가 : 홀로가는길
작품등록일 : 2017.7.27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함으로써 반역자로 간주되어 실각하였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하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에만 자꾸 휘말리는데…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9
작성일 : 17-07-29 16:49     조회 : 260     추천 : 4     분량 : 6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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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렌의 주위로 아까 걸어왔던 풍경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자신이 밟아왔던 길을 따라가다 갈 때는 신경 쓰지 않았던 다른 탑으로 이어지는 듯한 계단이 그의 눈에 띄었다.

 

 에렌은 다른 길로 이어지는 교차로에서 가던 길을 계속 갈까 몇 발자국 걷다 잠시 멈춰 무언가 고민하는 듯 바닥을 쳐다 보다 이내 결심한 듯 뒤돌아 눈에 밟히던 그 길을 향해 걸어갔다.

 

 그 길의 초입에서 뒤돌아 따라오던 켈렌을 보며 말했다.

 “여기서부터 나 혼자 가겠다.”

 

 “…”

 

 켈렌은 이 길로 향하는 그를 몇 번 따라간 적이 있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곳, 화려한 왕궁 내 또 다른 곳, 산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매정한 곳. 켈렌은 자신이 모시는 어린 왕이 그 곳에 산 채로 묻혀버린 여인에게 늘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왕이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받은 따뜻한 감정은 없었으나 아마도 그가 이 얼음으로 지어진 새장 안에서 잠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 준 은인의 어머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내린 벌이기는 하나 정확히는 그의 어미가 그의 이름을 가지고 그녀의 날개를 잘라 그 곳에 가둬버렸기에 그것은 그의 마음속에 가시이기도 했다.

 그의 마음속에 솟아난 그 가시는 그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알려줄 뿐 아니라(왕관이 그의 머리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던가) 은인에게 은혜를 갚기는커녕 재앙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그에게 상기시켜주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어미의 눈을 피해 소량의 금전적인 지원과 풍족하지는 않지만 청결한 생활만은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정도였다. 그렇게 지속적인 지원으로도 그의 마음속에 깊숙이 박힌 가시는 빠지지 않았을 뿐더러 그 크기가 작아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당장 그 가시를 뽑을 수는 없지만 그 크기가 작아지게 하기 위해 올 해들어 이 길을 계속 출입하고 있었다.

 

 “이 쪽으로 오는 정신 나간 놈들이 어디 있느냐. 그들에겐 기억 속에 잊힌 지 오래되었을 텐데.”

 

 “…”

 

 에렌은 바닥과 자신의 키 중간에서 배회하는 켈렌의 시선을 보며 말했다.

 “아무 말 없는 거 보니 또 내 말을 무시하고 따라올 작정이군.”

 

 자칫 보면 무례할 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에렌은 켈렌이 말주변이 없어 무언가 자신을 변호 한다던가 변명을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실리가 있는 것이라 여기기에 뭐라 하지 않았다. 그의 가문 남자들이 대부분 그러했기 때문에.

 자신이 고통 받더라도 과정보다 결과를 이루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에.(여기서 그 결과는 아마 켈렌이 맡은 그의 책무 때문일 것이다. 왕을 보좌하는 책무)

 

 에렌은 입술을 한 쪽으로 비죽이며 비웃듯 말했다.

 “마음대로 해. 내가 오지 말라고 해도 오고, 하지 말라고 해도 할 텐데. 너 뿐만이 아닌데. 아니 내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내가 널 말릴 수나 있겠나. 상대도 안 될 텐데.”

 그리고 에렌은 네가 뭘 하던 상관치 않겠다는 듯 등을 돌려 앞만 보고 걸어 나갔다.

 

 에렌이 바꾼 방향의 길은 그가 걸어온 길과 다르게 어두웠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차가움이 그의 피부를 때렸다.

 항상 해가 하늘 위로 올라오기 전에 왕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창의 커튼을 걷어내고 청소를 하는 것과는 달리 그가 지나가고 있는 홀은 창의 커튼조차 걷어내지 않아 빛 한줌을 찾기 힘들었다. 에렌은 중간 중간에 켜져 있는 램프에 의지하며 걸을 뿐이었다.

 그리고 홀에 있는 조각상들과 가구들에 살짝 쌓여있는 먼지들로 보아 정기적으로 사람이 드나들며 청소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에렌은 홀을 지나 여러 갈래로 나아있는 계단들 중 자신이 가야할 곳을 정확히 아는 듯 그 앞에서 고민하지 않고 계속 나아갔고, 달팽이 모양처럼 나선으로 설치된 계단들을 오르고 올라 어느 한 방에 도착하였다. 그가 궁정에서 늘 보던 문 치고는 크기가 조금 작았지만 그 두께는 눈에 익을 만치 두꺼웠다.

 

 하지만 그 두께치고는 방음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에렌이 바로 앞에 다가가 문 과 귀 사이의 간격이 어른 주먹하나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정확하지는 않지만 안에 사람 목소리가 웅얼웅얼하는 소리로 들려왔다. 에렌은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때와는 달리 머뭇거리며 들어갈까 말까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망설였다.

 

 그 때 에렌은 마음을 결정했는지 문을 두들겼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라 그런지 쿵쿵쿵 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러자 안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에렌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머뭇거리며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입술만 오물거릴 뿐이었다. 결국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안에 있던 여자가 방문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문의 중첩부분이 끼긱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는 방문자가 누구인지 볼 수 있었다.

 

 “…”

 여자는 부인 이라고 불리기보다는 아가씨라고 불릴 정도의 나이대로 보였다. 만약 일찍 결혼하여 자식이 있다면 에렌 보다는 어린 자식이 있을 법한 나이인 듯 보였다.

 여자는 방문자를 보며 놀라움이 언뜻 스쳤지만 순간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바뀌었다. 찰나의 순간, 서로를 파악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 여자의 입이 열렸다.

 

 “또 오셨군요. 폐하.”

 여자는 에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예법을 갖추지 않았다. 에렌도 그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예. 클로이 나이제르 후작 부인.”

 

 한 때, 클로이 리츠카 브리티아 였던 여자. 자신의 이복손위누이이자 폐태자 에드워드의 동복누이이자 예르니치 왕비의 딸.

 궁 안의 공주 였던 그녀는 나이제르 후작과 결혼하여 궁 밖으로 나와 후작부인의 삶을 살고 있다. 나이제르 후작은 수도 셀레테첼을 둘러싸고 있는 영지를 일부 가지며, 동시에 수도 근방을 방어하는 무가의 가문이다.

 

 콜로이는 어찌할지를 몰라 고민하는 낯빛이 역력했다. 추측컨대 분명 이 방에 있는 주인이 에렌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염려되어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

 클로이는 무슨 말을 꺼내려 입술을 달싹이다 이 말은 아닌 듯싶어 다시 삼켰다가 입술을 짓누르고 있다 겨우 입술을 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이렇게 자꾸 찾아오셔도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폐하께서 결정하신 것이 아니더라도 연관되신 만큼 전하께서 폐하를 뵈었을 때, 냉랭하시기만 하면 다행일 거 같습니다. 허나 하나 뿐인 아드님을 잃으시고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박탈당하신 이 상태에 폐하를 뵈었을 때 감정이 주체되지 않음은 오랫동안 제가 옆에서 모셔 왔기 때문에 예상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 어느 누구라도 고운 말이 나가지 않음이 분명할 겁니다. 신경 써 주시고 마음 써 주시어 찾아주신 은혜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이를 전하께서 알아봐 주시기 엔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래서…”

 

 “클로이, 누구지?”

 클로이 부인 뒤로 또 한 명의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클로이는 입술을 깨물며 에렌에게서 고개를 살짝 돌려 대답했다.

 

 “어머니, 그냥 시종일 뿐입니다.”

 

 여자가 부인의 말에 웅얼거리듯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아니야… 굉장히 익숙하고 들어본 듯한 목소리였어.”

 

 그 말을 끝으로 구두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 에렌과 클로이 귀에 들렸다. 클로이는 점점 커지는 구두 소리에 ‘설마…’ 하는 얼굴로 돌아보았다. 돌아서 확인한 클로이의 얼굴은 악귀나 강도를 만난 듯 한 엄청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조금 열려있던 물이 확 젖혀지면서 구두 소리의 주인이자 에렌이 만나고자 노력했던 인물과 드디어 대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장성한 자식을 둔 그 나이대의 여성의 나이와 비슷해 보였지만, 유난히 하얗게 세어 버린 머리카락은 노파의 것이었다.

 게다가 깊게 파인 눈과 그 밑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푸석푸석해 보이는 피부에서 피로가 부인보다 많이 쌓여있는 듯 보였고, 초점이 흐릿한 동공은 그녀의 총명했던 젊은 때를 지워버린 듯했다. 그녀의 얼굴에 흘러내린 주름 끝에는 그녀가 과거에 겪어온 아픔과 슬픔들이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는 듯했다.

 

 그녀는 에렌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인지가 되자 눈이 커지며 탁했던 동공이 또렷해졌다. 그리고 이내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분노는 그녀의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퍼져있는 듯했다.

 

 속 안에 품은 화염 덩어리 같은 감정을 쌓아둘 수만 없는지 그녀는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연결되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갇혀 그녀를 산채로 태워버릴 듯한 그 화를 뿜어내지 않으면 자신이 타 죽어버릴 것 같아서.

 

 그녀의 손이 올라갔다가 에렌의 얼굴 쪽으로 내려오던 중, 에렌은 그녀의 분노를 피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허공을 헤맸고, 분노는 공중에 흩어져버렸다.

 

 “예르니치 왕비 전하!”

 클로이는 그녀의 행동에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그녀가 소유한 고유 명칭이 튀어나왔다.

 클로이는 얼른 그녀를 끌어안아 말렸고 켈렌이 에렌 앞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그녀의 분노는 다시 그녀 안으로 되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화를 담아둘 수 없는지 그녀는 다른 방법으로 화를 분출시켰다.

 

 “여기가 어디라고! 여기가 어디라고 그 얼굴을 쳐 들고 온 거야!”

 왕비는 에렌의 얼굴에서 증오스런 누군가의 모습을 찾은 듯 그의 백금발 머리를 보면서 이를 갈며 소리쳤다.

 

 “너! 너! 너! 다 너희들 때문이야! 너만 없었어도! 네 어미만 아니었어도! 네 어미는 늘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을 바랬어! 늘 남의 것을 탐했지!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닌데! 언젠간 그것에 대한 대가를 치룰 것이야! 치루지 못한다면 내가 꼭 치르게 해 줄 거라고!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너희들을 저주할 거라고!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닌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게 평생 고통 속에 살게 할 거라고! 너희들이 나와 내 아들에게 했던 것을 평생 후회 하며 곱씹게 해줄게야!”

 왕비는 당장 이 말을 쏟아내지 않으면 자신이 질식해 죽을 지도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처럼 숨 한번 내쉬지 않고 퍼부었다.

 

 “…”

 에렌은 그녀의 악의 가득한 말에도 어떤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는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은 어머니가 저지른 잘못이요 자신은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방관자였으니.

 수족은 다 잘려나가 곁에는 아무도 없고 대외적으로는 미쳐버린 것으로 알려져 햇빛도 잘 비치지 않는 어두컴컴한 공간에 갇혀버린,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린 여자.

 여자는 한 때 용맹했던 흑태자 에드워드의 어머니이자 제 1왕비 예르니치 왕비로 이 나라에서 제일 고귀하고 높은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던 것을.

 

 에렌이 그녀의 악에 받친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자 그녀는 자기 혼자만 억울함을 느끼는 듯해 더 울부짖었다.

 

 “더럽고 치졸하고 탐욕만이 가득하고 불완전한 태에서 난 네 놈은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할 것이다! 아비가 널 인정하지 않았으니 하늘에 계신 나의 왕께서 네 놈을 반드시 끌어낼 것이야!”

 

 그 때 왕비가 무슨 말을 해도 켈렌을 다시 뒤로 물리고 묵묵히 듣기만 했던 에렌의 눈에서 번뜩이는 살쾡이 같은 빛을 본 클로이는 버둥거리며 포효하는 왕비를 뒤로 물렸다. 자신의 의지가 저지당한 왕비는 클로이에게 달려들어 문 밖에 있는 에렌에게 가려했다.

 

 클로이는 그녀를 저지하며 문을 닫으며 에렌에게 말했다.

 “폐하,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앞으로 찾아오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그렇게 문은 다급하게 닫혀 어두컴컴하고 냉기 가득한 홀에는 에렌 혼자 서 있었다. 문 앞에서 한참을 바닥을 보며 안에서 간간히 들리는 ‘저건 날 때부터 불길했어!’, ‘저건 나올 수 없는 것이었어!’, ‘어둠의 것과 교접해서 나온 것이야!’ 등의 왕비의 말을 한참을 듣고 있었다. 송곳 같은 왕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에렌은 그제야 바닥에서 눈을 떼고 그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밟았다. 켈렌은 다시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에렌은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 걸을 뿐이었다. 그 난리를 겪은 아이답지 않게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 담담해보였다. 그러나 그가 힘들다고 그의 말을 들어줄 이가 이제 누가 있으며 그의 마음을 덜어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자신의 짐은 자신이 지고 가는 것 일뿐.

 

 에렌은 계속 걸어가 그가 고민했던 교차로 지점을 지났다. 에렌은 아까 어머니에게 갔던 길이 아닌 또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켈렌은 자신의 방이 아닌 다른 길로 향하는 에렌을 묵묵히 뒤따랐다.

 

 켈렌은 에렌을 따라 가면서 점점 천장에 그려진 그림들과 조각상들이 웅장하고 경건한 느낌이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켈렌은 그제야 에렌이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왜 가는지 알게 되었다.

 

 예배당으로 이어지는 큰 길이 나타났다. 이 길에 걸린 초상화들 중 그가 제일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 없는, 몇 안 되는 추억이 남아있는 그만 아는 흔적.

 

 에렌은 켈렌의 예상대로 벽을 따라 죽 걸린 초상화를 따라 걷다가 초상화가 한 때 걸렸던 흔적이 남은 곳에서 멈춰 섰다. 에렌은 그 곳에 걸렸던 초상화를 기억하는 것처럼 그 쪽 벽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켈렌도 그의 뒤에 묵묵히 서 있었다.

 

 “켈렌, 여기 홀 담당 청소하는 이들을 좀 알 수 있을까?”

 

 켈렌은 에렌의 뜬금없는 말에 의아해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초상화가 걸린 벽 앞에 배치된 가구들 중에 위치가 바뀌었다던가 없어졌다던가 아니면 에렌 만이 볼 수 있는 먼지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왕은 그 분에 관련된 일이라면 예민하고 까다로운 분이니.

 

 “예, 폐하.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켈렌은 가구 위를 쓸어내리는 듯 한 그의 왕을 보면서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

 이 때 고개를 숙인 켈렌은 그가 모시는 왕의 시선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왕은 켈렌이 숙였던 허리를 들 때까지 그의 손을 계속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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