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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거울의 도시
작가 : 홀로가는길
작품등록일 : 2017.7.27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함으로써 반역자로 간주되어 실각하였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하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에만 자꾸 휘말리는데…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8
작성일 : 17-07-29 16:48     조회 : 258     추천 : 4     분량 : 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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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렌은 꽤나 빠른 걸음으로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의 방으로 향했다. 그 걸음은 어머니의 부름을 우선시 하여 걷는 다기 보다는 그의 뒤를 따르는 켈렌에게서 의도적으로 멀어지려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치지도 않는지 어느 정도 일정한 빠른 걸음으로 계속 걷던 에렌은 어느 큰 문 앞까지 왔다. 문에는 브리티아를 상징하는 유니콘, 아그리젠 공국의 피닉스, 켈케인의 검은 늑대, 네르센의 독수리, 레비시안의 백합, 그리고 일로이드의 넝쿨에 감긴 장미 등 대륙 내 굵직한 국가들의 상징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곧 문이 열리고, 아름답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헤스데아 섭정후의 취향답게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에렌은 어두운 곳에 있다 밝은 곳으로 나가 눈이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떴다. 방의 풍경에 익숙해진 에렌은 곧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둥근 테이블 주위에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

 에렌이 아는 여자는 실제 나이가 그 남자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것이 소름끼쳤다. 그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 희생하는 자들이 존재할 테니까 말이다.

 그 때, 여자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에렌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 친 에렌은 여자와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어머니, 안녕하십니까.”

 에렌의 목소리는 부모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톤이라기보다는 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은 사무적인 톤과 유사했다. 마치 흰색과 검은색과 같이 무채색처럼.

 

 “앉거라.”

 분명 생김새를 얼핏 보아 그의 어미 됨이 분명한데 그 목소리가 찬바람처럼 쌀쌀하기 그지없었다.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하는 어린 나이 대를 고려해보면 상처받을 만도 한데 에렌의 얼굴에는 어느 감정도 내비쳐지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한 번 까딱이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을 뿐이었다.

 

 “오랜만입니다, 폐하.”

 그의 어머니 옆에 있던 잘생긴 남자가 웃는 모양새로 에렌에게 인사했다. 입술은 반원의 모양을 하고 있어 하관만 보면 웃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접히지 않은 눈꼬리 사이에 냉랭한 남색빛 눈은 반가운 말과 대조적이었다.

 

 에렌은 렉스에게 답하며 고개를 까딱했다.

 “예, 렉스 공작.”

 

 렉스 로이옌 에머슨 공작. 그는 출신이 지금까지 불분명 하지만 스텔라의 능력을 가진 자임을 미루어 보아 아르덴 출신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섭정후 헤스데아가 제 2왕비였던 시절, 휴양 차 방문했던 ‘환상의 섬’이라 불리 우는 엘루타드 섬에서 본궁으로 돌아올 때 그를 데려왔다.

 

 처음에 그를 자신의 기사로 등용하는 것이라고 모두에게 공표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여왕의 기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기사라고 하기엔 (겉으로 봤을 때) 예쁘게 포장된 선물 같은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왕궁의 기사들처럼 체격이 좋아 몸의 앞‧뒤‧옆 두께가 그들에 비해 얇을 뿐만 아니라 손은 항상 장갑을 끼고 다녀 (검을 잡음으로써) 따라오는 영광의 상처들을 확인할 길이 없었으니 주위 사람들은 여왕이 오히려 그를 지키는 거 아니냐고 비웃었다.

 (헤스데아는 표독스럽기로 유명하였다. 그 예로 왕이 어떤 무희의 춤을 아름답다 칭송하며 그가 춤을 추며 동작을 바꿀 때 그 순간 움직임이 잦아들며 옷자락들이 같이 펼쳐지다 천천히 떨어지는 그 때의 모습을 아그리젠의 지방 수호신 헤브레샤의 비늘을 보는 것 같다 라고 한 그 날 헤스데아가 그 무희의 다리를 잘라버렸다는 일화가 있었다)

 

 게다가 반반했던 렉스의 얼굴과 왕의 총애가 대단했던 제 1왕비였던 예르니치 왕비에 비해 헤스데아 왕비와 왕 사이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것들도 한몫했다.

 그 미모가 아까울정도로 총애를 받지 못했던 헤스데아 왕비(예르니치 왕비도 물론 아름다웠지만 그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자신의 기사라고 하고 첩을 데려온 것이 아니냐며 수군거리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왕태자가 출정했던 네르센과의 전쟁에서 소수의 정예로 승리를 이끌어내고, 고립되었던 아군을 구출해내면서 그의 능력은 입증되었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차를 한 모금씩 들이키고 있었다. 햇살이 들어와 그들을 비추면서 따뜻한 느낌을 줄 것 같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그것은 착시효과일 뿐이었다. 따뜻해 보이지만 막상 피부에 실제로 닿는 느낌은 차가움이었다.

 

 렉스가 웃는 낯으로 물었다.

 “폐하, 오늘 입궁하다가 카야 공주님을 우연히 뵈었는데 잘 만나셨습니까?”

 

 렉스의 말에 에렌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

 “예.”

 

 “공주님께서 좀 수척해지신 거 같습니다. 아마 이 곳에서 많은 일을 겪으셔서도 그렇겠지만 공주님께서 나고 자라신 곳에서 멀리 떨어져 이곳에 지내시는 게 더 큰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폐하께서 좀 더 다정하게 챙겨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폐하께서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분이 어떤지 아시지 않습니까.”

 

 에렌은 렉스의 대화 방식이 정말 싫었다. 그는 절대 무엇이 잘못 됐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자신 앞에서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그렇다고 간접적으로 돌려서 얘기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얘기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약점이 드러나거나 그 사람의 강자가 대화중에 같은 자리에 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던진다. 지금처럼.

 

 에렌 자신의 약점이자 자신의 강자인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가 있을 때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한다.

 그의 목적은 ‘일로이드 공주와 사이가 틀어져 파혼하게 될 경우를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 더불어 이것은 어머니가 싫어하는 것 일터니 현재 네가 일로이드 공주에게 더 신경 써야 되지 않겠느냐.’ 라는 것이겠지.

 카야와 붙어먹은 공작과 다시 그 공작과 붙어먹은 어머니의 작품으로 자신은 이 3명의 실에 붙은 종이 인형일 뿐이라는 것.

 

 에렌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때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의 목소리가 들리자 눈을 떴다.

 “에렌, 공주가 섭섭하다고 하며 돌아간다면, 우리 입장이 무엇이 난처하게 되지 않겠느냐. 공주가 여기서 겪은 일이 많은데 마음이 불안한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 앞으로 네 옆에 있게 될 터인데 사이가 나쁜 것 보다는 좋은 게 낫지 않겠느냐.”

 

 에렌은 그녀의 말에 그가 불려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코웃음을 치며 말하고 싶었다.

 ‘아니요, 어머니. 본심은 그게 아니시잖습니까. 카야 공주가 형의 약혼녀로 언급되었을 때, 어머니께서 어떻게 하셨는지 제가 아는데요. 그 약혼이 깨져 제 차례로 넘어오게 하기 위해 어머니께서 얼마나 힘쓰셨는지 제가 아는데요. 그 때 들어간 노력이 아까 워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걸, 카야 공주가 가져올 것들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놓칠 수 없다는 걸, 당신의 아들은 여전히 당신의 자리를 지켜주는 말일 뿐인 것을.’

 

 하지만 에렌은 그 말을 속으로 삼키며 무표정으로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어머니. 좀 더 공주에게 신경 쓰겠습니다.”

 

 에렌이 말을 맺고 렉스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치자 렉스는 웃으며 에렌을 쳐다보았다. 에렌은 저 가면 같은 얼굴을 긁고 싶어 손이 저도 모르게 살짝 들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손을 진정시켰다.

 

 “아, 그리고 에렌. 곧 너의 생일을 맞이해 레테나퀴스에서도 사절이 온다고 하더구나. 그 쪽에서 그 때 이후로 오는 방문이니 신경 써야 할 거 같구나. 그 도움을 받고 홀대하면 우리 국가적 입장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처럼 보이니… 이번엔 네가 직접 그들을 맞이하는 것이 좋겠구나. 이 땅에서 제일 높은 위치는 너 이니 말이다.”

 

 ‘그 도움은 자신이 받은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받은 것이며, 그들도 그 도움으로 인해 여기에서 뭔가 얻을 것이 있기 때문에 응했던 것이겠지요. 어머니 입장에서 아직 그들에게서 뭔가 얻을 것이 있으니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일 테지요. 어렸을 적엔 몰랐지만 세상에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없더라고요, 어머니. 그리고 이 땅에서 제일 높은 위치는 과연 저 일까요?’

 에렌은 속에서 끌어올라 벅차오르는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다시 속 안으로 집어넣을 뿐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어머니.”

 

 헤스데아는 에렌의 말에 흡족한 듯 보조개가 팰 정도로 웃어보였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그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행동해서 웃어준 적이 없었고, 그녀의 뜻대로 움직여야 웃어준다는 것을. 그가 어머니의 미소를 보기 위해서는 그녀의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 온전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지 않고 어머니 자신이 만든 틀 속에 자신을 가둬두려 하고 그 틀을 나가면 그렇게도 싫어하는 것인지.

 자기 자식인데도 불구하고 믿지 못하는 것인지 아님 이 길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님 당신의 욕심 아래 내가 있는 것인지. 수백 번 묻고 싶었지만 그 대답이 무서워 늘 회피하는 에렌 자신도 싫었다.

 

 같은 공간 안에서 잠시 대화가 끊긴 정적 속에서 렉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이제 섭정후께서 지위를 다시 돌려주실 때를 준비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5년 뒤엔 어엿한 성인이니 말이시죠.”

 

 에렌은 그의 말에 분노와 놀라움이 동시에 그를 스쳐지나갔지만, 곧 침착하게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렉스를 쳐다보았다. 실로 독사 같은 자가 자신이 흔들리는 순간 어찌할지 뻔히 아는데 거기에 놀아날 수는 없지 않은가.

 

 헤스데아는 찻잔 안에 차를 내려다보고 있다 렉스의 말에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찻잔을 받침에 내려놓으며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찻잔과 받침이 부딪치면서 내는 소리가 유난히 뾰족하게 들렸던 것은 에렌 만의 착각이었을까.

 “아, 에렌의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되는가?”

 

 렉스는 웃는 낯빛으로 대답했다.

 “예, 그래서 저와 케인즈의 짧은 소견으로 실질적인 업무를 보좌와 함께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의 말에 에렌은 금속과 같이 느껴지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 철가면 아래 가려진 그의 진짜 얼굴이 보일까 싶어서. 그 진실 된 얼굴 아래 그의 진정한 의도를 알아챌까 싶어서.

 

 “그러한가? 무엇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거 같소? 아니면 생각해 놓은 것은 있소?”

 

 “케인즈가 말하길, 폐하께서 꽤나 수업 참여도가 높으셔서 직접 모시고 과거의 영광이었던 잃어버린 도시를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영광스럽고 태양처럼 빛나던 도시도 역사의 한 줌으로 사라졌는데 그것을 실제로 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방법 등을 직접 몸소 겪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렉스는 에렌을 보며 방긋 웃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때 잃어버린 도시의 위치가 카이르벳 근처에 있었던 것이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폐하의 손이 닿은 카이르벳은 어떠할지 순간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렉스는 말을 마치고 에렌을 보며 다시 웃었다.

 

 에렌은 그의 이복 형, 검은 유니콘이 다스렸던, 지금은 실각하여 주인을 잃은 카이르벳 땅을 떠올렸다. 그의 꿈을 그대로 실현하고자 노력했던 카이르벳. 브리티아 내 남부 아그리젠에 버금가는 독자적인 지역으로 성장한 카이르벳. 많고 다양한 감정을 담은 눈들이 지켜봤던 카이르벳.

 

 “…”

 에렌은 렉스의 말에 자신이 불길에 휩싸이는 듯한 느낌으로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고 난 후 카이르벳엔 사람이 없고, 관리도 되지 않아 마치 잃어버린 도시와 같다고 하던데… 그 곳을 폐하께서 다시 살려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놓는다는 것은 꽤나 위대한 일이 아닙니까? 그것을 성공하시면 앞으로 큰 국가를 이어받으시는데 문제가 없으시지 않겠습니까?”

 

 에렌은 렉스의 말에 눈에 섬광이 튀는 듯했다. 그 땅을 그렇게 폐허로 만든 자가 누구인데 이제 와서 자신이 다시 살려보라고 하다니.

 

 불미스러운 일로 형의 행적이 묘연해지자 렉스는 병사들을 이끌고 카이르벳을 샅샅이 뒤졌다. 렉스가 형의 정성과 영광이 묻어나는 작품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부수고, 짓밟고, 돈이 될 만한 것은 그의 병사들이 약탈해 갔으며, 현재 약 4년이 흐른 지금 자연스럽게 폐허가 될 땅을 더 을씨년스러운 버려진 땅으로 만든 것은 그였다.

 

 그 땅을 누가 되던 간에 복구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망쳐놓은 자가 복구할 자를 선택하는 건 너무 기가 막힌 일이 아닌가. 게다가 복구할 자가 어떻게 결과물을 낼지 평가까지 한다니.

 

 에렌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아직은 제 스스로 그럴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일은 좀 더 배우고 난 후 손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괜히 섣불리 제가 손을 댔다가 예전의 영광만큼 빛내지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카이르벳은 흑태자 에드워드 당시에 꽤나 영광을 누렸던 땅이었기 때문에 에렌이 그곳을 아무리 자신의 방식대로 아무리 잘 복원하여도 형의 그늘 아래의 평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혹여 그에 미치지 못하면 비교 당하고 악평을 듣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현재 선택권을 쥐고 있는 에렌이 알고 있는 어머니는 형의 그늘 아래 자신이 있고 묻히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며, 그의 자리를 늘 빼앗고 싶어 했기 때문에 이 땅을 다시 맡는다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생각하여 말했다.

 

 헤스데아는 그 둘이 말을 할 때마다 유심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잃어버린 도시 유적에 가보는 것은 좋을 듯하지만, 카이르벳은 좀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듯싶군.”

 

 에렌은 안도의 한숨을 남모르게 쉬며 렉스를 향해 살포시 웃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굳은 얼굴로 에렌을 맞이했다.

 에렌은 그가 어떤 의도로 약 4년 만에 카이르벳을 다시 화두에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계획하려던 일을 일단 단기적으로나마 저지한 것만으로도 기쁨의 승리였다.

 

 그의 의도가 꺾였기 때문에 언제 다시 준비하여 이 이야기를 꺼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에렌은 그가 ‘카이르벳’ 이라는 카드를 꺼낼 것이다 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렉스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럼 케인즈 남작에게 말해놓도록 하겠습니다. 폐하를 모시고 그 곳에 갈 수 있도록.”

 

 남들이 겉으로 보기에도 냉랭한 기류가 흐르는 셋 사이에서는 말이 끊긴 후, 얼음처럼 닿기만 해도 시릴 것 같은 분위기가 방 안 전체로 퍼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와 같았다.

 

 그 때 얼음을 깨고 얘기한 것은 렉스였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폐하께서 이제 검술 연습을 하러 가셔야 할 때가 아니십니까?”

 

 에렌은 렉스의 말에 ‘자신이 오늘 입궁한 이유를 다 해결하고 갔으니 너에게 이제 볼 일이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요. 어머니, 죄송하지만 저는 먼저 일어나 봐야할 거 같습니다.”

 

 헤스데아는 에렌의 말에 아래로 내린 시선을 올려 그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에렌이 보기에도 일말의 애틋함이라던가 사랑스러운 느낌이라던가 그런 자식에 대한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종종 편할 때 또 오거라.”

 

 “예, 어머니.”

 에렌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헤스데아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방을 나오자 에렌은 제일 먼저 검은 머리카락을 볼 수 있었다. 에렌은 낯이 익은 검은 머리의 주인을 보자 눈썹을 찌푸렸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켈렌은 그의 반응에 익숙한 듯 묵묵히 에렌의 뒤를 따랐다. 마치 자신의 생명줄을 에렌이 잡고 이끌 듯 자연스럽게 그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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