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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태양이 뜨기 전에
작가 : 목목목
작품등록일 : 2017.7.28

여성 파이터 한보름.
거칠고 강한 그녀에게도, 소녀가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월드스타 오태양을 맞이할 때!

그러나 의문의 무대 사고로 태양은 생을 마감해버리고...
보름은 과거로 회귀하여 16살 소녀가 되어버린다.

혼란도 잠시, 이건 기회다!

지금이라면 태양이 뜨기는커녕, 데뷔도 못 한 상태!!

운명으로부터 태양을 구하고, 겸사겸사 태양을 품어보자꾸나.

태양이 뜨기 전에!

 
반새벽
작성일 : 17-07-29 08:13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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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반은 어때? 김주연이 괴롭히진 않고?"

 

 보름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한 김주연도 현아와 같은 종합반이었다. 이 사실은 보름의 승부욕을 더욱 불태웠다. '그런년도 종합반 들어가는데, 내가 못 들어갈 리가 없어!' 하며 말이다.

 

 "주연이는 너한테 당한 이유로 안괴롭혀. 으윽. 그보다 춤추는 게 너무 싫어. 난 노래만 하고 싶은데..."

 

 보름과는 반대로, 현아는 보컬 반에 수강신청을 했지만, 반강제적으로 종합반에 들어가 버렸다. 현아의 보컬 실력이 평화의 눈에 띈 탓이다. 그 탓에 현아는 하기도 싫은 댄스수업을 듣고 있다.

 

 "열심히 해. 나중에 다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겠지?"

 "그럼."

 

 보름은 알고 있다. 현아는 훗날 노래뿐만 아니라, 댄스에서도 대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게 된다.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면, 춤의 완성은 몸매라고 하겠다.

 대충 팔을 뻗어 재껴도, 몸의 선이 남다르면 춤은 자연히 아름다워진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너의 이 살 속에는 엄청난 몸매가 숨어있단말야!"

 "흐흐흥. 하지마아!"

 

 보름이 현아의 옆구리살을 간질이며 말했다.

 그렇게 둘은 하하 호호하며 귀갓길에 올랐다. 버스를 탈 정도의 거리는 아니어서 골목을 걷다 보니, 인적이 드문 곳에 도달한다.

 

 "거기 뚱뚱이 홀쭉이."

 

 골목 어스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비음이 잔뜩 섞여 비열한 느낌이 다분하다.

 

 현아는 겁에 질려 보름의 등 뒤에 숨었고, 보름은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다.

 김주연이다.

 그녀가 패거리를 거늘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일전에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한껏 의기양양한 기세. 패거리 중 남자들이 잔뜩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너 내가 전에 한 말 기억나냐? 내가 아는 오빠들한테 다 말한다 했지? 넌 끝이라고 했지?"

 

 주연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그리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조소를 보인다.

 

 "나참..."

 

 주연의 비웃음을 헛웃음으로 받아내는 보름.

 

 "아오, 저년이 끝까지 센척하네. 야 다치기 전에 빌빌 기면서 빌어 이년아."

 

 주연의 협박에 호응이라도 하는 것인지, 패거리 중 덩치 큰 소년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굳힌다.

 

 "어린 노무 자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몰려다니면서 한다는 게, 고작 깡패짓이냐?"

 

 보름의 말에 패거리는 물론 현아도 벙찐 표정을 한다. 그도 그럴게, 보름의 태도가 마치 어른이 훈계라도 하는 듯했다. 그러나 패거리 중엔 보름보다 2살이나 많은 소년도 있었다.

 

 "이 어린년이 건방지게. 오늘 이 오빠가 니 애비대신 가정교육 단단히 시켜줄게."

 

 가장 나이도 많고 덩치도 큰 소년이 껄렁대며 보름에게 접근했다. 듣기로는 상당한 무술 실력을 보유한 여중생이라고 들었으나, 실제로 보니 쌔 보이긴 커녕 여리여리한 느낌이다.

 

 '때리기도 민망할 정도네... 얼굴도 반반하니, 좀 예뻐해 줘 볼까?'

 

 그렇게 생각한 덩치가 보름의 어깨를 쓰다듬으려 손을 올린다.

 

 "어?"

 

 순간 덩치의 시야가 하늘을 향했고, 그와 동시에 등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보름이 덩치의 손을 낚아채서 꺾은 후 자빠뜨려버린 것이다.

 

 "오늘 이 누나가, 너희 어머니 대신해서 니 입버릇 좀 고쳐줄게."

 

 보름은 그렇게 말하며, 잡고 있던 덩치의 팔을 기묘한 각도로 틀었다.

 

 "으아아악! 야! 뭐해!"

 

 덩치의 구조요청으로 열댓 명의 패거리가 한꺼번에 보름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달려들었지만, 보름은 넉넉히 그들을 상대해낸다.

 

 하나 둘 셋.

 

 땅에 누워 신음을 흘리는 소년들이 늘어날수록, 주연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간다.

 반면 현아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개한다.

 

 "와아! 보름이 짱! 뚜쉬! 뚜쉬!"

 

 허공에 주먹질해가며, 악당들을 물리치는 보름을 응원하는 현아.

 보름은 한창 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그런 현아가 귀엽다고 생각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2분가량 지났을까, 전투의 현장에서 보름만이 오롯이 서 있었다.

 

 "저 괴물...!"

 

 주연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하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 한다. 그때, 키가 족히 180cm는 되어 보이는 남성의 실루엣이 넘어지려는 주연을 붙잡는다.

 

 "주연아. 무슨 일이야?"

 "어? 자기야! 도망쳐. 저 여자... 괴물이야!"

 

 주연이 절묘하게 가로등의 빛과 그림자 사이에 서 있던 탓에, 그녀의 연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있다.

 

 "괴물이라니?"

 

 상냥한 중저음의 목소리다. 그 음성은 웬일인지 보름에게 익숙했다.

 

 '내가 어디서 들어봤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 들어본 목소리다. 보름은 뚫어져라 어둠속의 남자를 바라봤다.

 

 "이거 다 저 여자가 한 거야! 자기야! 빨리 도망가자!

 "오... 정말?"

 

 주연이 널브러진 불량청소년들을 가리키며 경고했지만, 흥미롭다는 듯이 폭력현장에 다가가려는 남자.

 

 "다가가지 마!"

 

 주연은 보름의 동태를 살피면서도, 등으로 남친을 제지한다. 아는 오빠들과 자신의 친구들이 보름에게 당할 때는 뒤에 쏙 빠져있더니, 자신의 남자친구는 등 뒤에 숨겨 감싸주는 것이다. 참으로 눈물겨운 사랑이건만, 남자의 말투가 일순간에 사나워진다.

 

 "귀찮게 하지 말고 나와."

 

 남자의 손이 어둠 속에서 나와, 주연의 어깨를 잡는다. 그러자 주연이 동공을 풀며, 기절해버린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신나게 보름을 응원하던 현아는, 도로 보름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현아야. 도망가."

 "가,같이 가자. 보름아..."

 

 보름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했으나, 현아의 말을 따를 수 없었다. 현아는 유치원생이랑 달리기 시합을 해도 질만큼, 주력이 형편없었다. 같이 도망간다면 둘 다 잡힐 것이기에, 보름은 저 의문의 남자를 혼자 상대하기로 했다.

 

 "현아야. 말들어!"

 "으으윽. 그래도오..."

 

 울음을 터트리는 현아. 그런 현아를 가리키며, 의문의 남자가 말한다.

 

 "조용히 좀 해줄래?"

 

 남자가 손짓하자, 현아가 주연처럼 쓰러진다. 보름이 가까스로 현아를 받아낸다.

 

 저벅저벅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그의 발소리. 그가 마침내 어둠 속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흡사 뱀파이어가 연상될 만큼, 창백한 피부와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남자였다.

 

 짧게 자른 머리와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봐서, 그는 분명 중고생이었다.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표정, 전신에 배어있는 여유는 도저히 그를 청소년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반새벽?'

 

 반새벽. 월드스타 오태양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남자다.

 늘 태양의 그늘에 가려 2인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 또한 상당한 팬덤을 보유한 월드스타였다. 새벽은 강렬한 남성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보름은 그를 싫어했다.

 

 새벽의 팬들은 지속적으로 태양과 새벽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지만, 태양의 팬들은 새벽을 태양의 라이벌로 쳐주질 않았다. 태양의 팬으로서 새벽을 싫어하는 건, 일종의 의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를 여기서 마주할 줄이야.

 

 "재능이군. 후후"

 

 새벽이 보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보름은 그를 경계하며, 그와 눈을 빤히 마주친다.

 

 

 

 

 띠링-!

 

 

 

 이름 : 반새벽

 나이 : 17살

 

 무력 : 68

 지력 : 89

 마력 : 90

 

 

 

 

 보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전교 1등은 물론, 각종 수학 경시대회까지 휩쓸고 있는 현아네 반장도, 지력이 81에 불과했다. 그런데 새벽은 그 수치를 상회한다. 이제껏 능력치를 봐왔던 모든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수치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마력.

 

 보통의 인간은 마력이 10을 넘지 못한다. 보름이 본 인간 중, 마력이 10을 넘은 인간은 노윤이와 반새벽이 전부다.

 

 여기서 감안해야 할 점은, 갓난아이의 평균 무력과 지력이 15라는 점이다. 아무리 허약하고 저능해도, 세상에 태어난 인간의 능력치는 10 이상이다. 노윤이의 마력 수치 13과 반새벽의 90이라는 마력 수치는 천지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재능이야."

 

 어느새 보름의 지척에 다가온 새벽이 말했다. 보름은 그를 공격하고 제압할 수 있는 수십의 투로를 꿰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것은 보름의 몸이 물리적으로 굳어서가 아니라, 움직이는 순간 당한다는 파이터로서의 본능이 작용한 탓이다. 결국 새벽이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데도, 보름은 아무런 반격을 할 수 없었다.

 

 "난. 모든 재능을 사랑해."

 

 재차 삼차 재능을 말하는 새벽의 의도가 궁금해지려는 찰나.

 

 띠잉-

 

 기시감과 함께, 왼쪽 관자놀이에 통증이 시작된다. 이미 여러 번 겪었던 현상이었지만, 이번엔 그 강도가 다르다.

 

 "아아아아악!"

 

 보름이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통증이 깊어지자 깨닫는다.

 자신이 아픈 곳은 왼쪽 관자놀이가 아니었다.

 불타는 여자가 들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고, 사람들의 능력이 보이는 조화를 부리는.

 

 보름의 좌안(左眼).

 

 그녀의 왼쪽 눈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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