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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피어스
작가 : 레이지아츠
작품등록일 : 2017.7.22

무엇이 옳고 그른가?

운명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내던져진 채 각기 다른 신념을 위해 싸우는 영웅들의 우정과 대립, 그리고 처절한 투쟁

 
16화:선물
작성일 : 17-07-29 06:01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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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멍멍이다 멍멍이. 히힛."

 

 그로울은 자신의 팔에 달라붙어 해맑게 올려다보는 코로나를 황당한 표정으로 한쪽 귀를 늘어트리며 내려다보았다.

 

 "맙소사. 완전 백치가 되었군..."

 

 "웅?! 백치가 뭐야?"

 

 머리에 손을 짚고 도리질을 하던 그로울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어이 수호천사씨..."

 

 "응?"

 

 그로울은 흑발 미녀의 대답이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법 쓸줄 알지?"

 

 "에헴. 당연하지!"

 

 그로울은 자신의 품에 파고들며 부비적거리는 소녀를 검지로 가리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얘좀 봐줘."

 

 "뭐 봐주는 정도라면."

 

 "허튼수작부리면 바로 그 머리통을 내 털색깔로 염색시켜줄거야."

 

 툴툴거리며 코로나에게 다가간 흑발미녀는 조심스레 은은한 빛을 뿜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에 가져다대었다.

 

 "으으 시러. 머리 아파!"

 

 "가만있어봐 멍청아 너 위한거니까. 어이 아직 멀었어?"

 

 꼼지락거리며 자신의 품에 더욱 파고드는 코로나를 잘 붙든 그로울이 재촉하자 흑발미녀는 뾰루퉁한 얼굴로 손을 떼었다.

 

 "저주야. 그것도 상당한 거물의 손길이 닿은 고위 주문. 네 몸에서 흐르는 항마력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극심한 고통으로 유아퇴행되어버렸군. 끔찍한 사실은 네몸과 떨어지면 주문이 다시 발동된다는 거야."

 

 "저주를 풀려면? 치료는 가능한가?"

 

 "글쎄. 교황청이라면 둘다 가능할지도. 마침 잘됐네! 어차피 얘 교회 소속이잖아?"

 

 코로나는 자기 귀걸이를 흑발 미녀가 툭툭 건들자 그녀를 향해 혀를 삐죽내밀어보이고 그로울의 등뒤로 숨어버렸다.

 

 "아아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골때리게 됐네."

 

 "그나저나 괜찮겠어? 원래대로 돌아가면 다시 널 잡아두려할지 모르는데?"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까진 안하겠지..."

 

 순간 자신이 꿀꺽한 코로나의 돈이 떠오른 그로울이었지만 애써 어색하게 웃으며 양심의 가책을 덜어보려 했다가 환한 코로나의 천진난만한 웃음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돌려 눈을 피했다.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던 흑발 미녀가 피식 웃었다.

 

 "이대로도 괜찮지 않아?"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귀엽잖아? 너도 싫지 않은거 같고. 이대로 잘키워서 네 신부로 삼...악!"

 

 몸을 배배꼬며 놀리다가 그로울의 큼지막한 손바닥(정확히는 손가락마디)에 이마를 '짝'하는 소리와 함께 가볍게(?) 맞은 흑발미녀는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쌀쌀맞게 표정을 굳히고 돌아서며 입을 여는 그로울을 노려보았다.

 

 "적당히 해라? 이런 괴물은 취미없다고."

 

 '뭐, 확실히 귀여워지긴했지만...'

 

 "코로나는 괴물아니야! 멍멍이 바보."라고 칭얼거리며 때리는 소녀에게 쩔쩔매며 "그래 알았어."라고 대답하는 그로울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던 흑발 미녀가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괴물은...헤헤."

 

 흑발미녀는 또 맞기전에 재빨리 그를 향하던 검지를 숨기고 어색하게 웃었다.

 

 "저기, 너 그렇게 여자한테 함부로하다간 인기 없어질걸?"

 

 "알게 뭐야? 어차피..."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던 그로울은 뒷말을 삼켰다가 흑발 미녀를 차갑게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너나 나나..."

 

 "엥? 보다시피 난 연약한 여자라고. 너랑은 다른 인.간. ...아야!"

 

 두손을 모으고 눈을 반짝이며 새삼 연약한척하는 흑발 미녀의 고개가 또 뒤로 꺾이자 그녀에게 딱콩을 먹인 범인이 더 쎄게 못때려서 아쉽다는 듯 허공에다가 중지를 몇번 더 튕기며 말을 잘랐다.

 

 "뻥치시네. 마력이라고 하나? 네가 말하는 그 '거물' 보다 훨씬 진하게 느껴진다고. 너한테는."

 

 이마를 문지르던 흑발 미녀의 입꼬리가 섬뜩하게 올라갔다.

 

 "이런 이런. 그래서 너도 나를 거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들처럼?"

 

 "...글쎄? 적어도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아. 어이? 괜히 똥폼잡지마. 너희들 마법이 내 몸에 소용없다는 건 잘 아니까."

 

 풀 죽은 표정의 흑발 미녀가 마법의 빛으로 은은하던 손을 내렸다.

 

 "힝 들켰네. 그래서 경계심을 푼 거야?"

 

 "뭐, 어느정도는."

 

 "그래도 정신계, 원소계 마법이면 모를까 물리력이 생기는 소환마법은 피하는 게 좋아. 얼음 투척 마법도."

 

 "충고 고마워."

 

 "별말씀을. 수호천사인데 당연하지!"

 

 "재미없는 농담 때려치고. 너도 마교도인가 뭔가랑 관련있냐? 그래보이진 않는다만.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아는데?"

 

 "아아? 곤란해 그런 질문. 근데 왜 마교랑 관련이 없다고 단정짓는데?"

 

 "수호천사라며?"

 

 잠시 폭소를 터트린 흑발 미녀가 눈물을 닦으며 어느정도 진정시킨 후 대답했다.

 

 "아직은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지만 한 가지 약속할게. 네게는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아."

 

 "...그 약속 지키기 바란다."

 

 별안간 그로울의 등뒤에 숨어있던 코로나가 튀어나와 흑발 미녀 사이를 가로막고 볼을 부풀렸다.

 

 "어머나! 질투하는 거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흑발 미녀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친 코로나는 흑발 미녀를 쏘아보는 눈초리 그대로 그로울의 품속에 박혀 부비적거렸다.

 

 "하아? 얘 정말 어떻게 안되나? 귀찮다고 진짜."

 

 그로울이 떼어놓으려고 하자 코로나는 눈을 질끈 감고 필사적으로 그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썼다.

 

 "왜 그래? 실은 좋으면서?"

 

 "웃기지마. 며칠전만해도 내 가죽을 벗긴다고 난리치던 기집애라고."

 

 "쟤 입장에선 생명이 걸린 일이야. 너랑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문이 발동되니까."

 

 "자칭 수호천사씨? 어떻게든 안되냐?"

 

 "...말이 짧네?"

 

 "...어떻게든 안되겠습니까?"

 

 "좀더 공손하게."

 

 "...부탁드립니다."

 

 "뭐, 어쩔 수 없네."

 

 사뿐사뿐 그로울의 뒤로 다가간 그녀는 별안간 그의 꼬리털을 수북히 뽑았다.

 

 "아?! 이게 진짜?"

 

 "아직 안끝났어."

 

 흑발 미녀의 사뭇 진지해진 태도에 벙쪄있는 그로울을 아랑곳않고 그녀는 자신을 또 한대 쥐어박으려고 들었다가 굳은 그로울의 손을 가져다가 그의 꼬리털을 대고 칼을 꺼내어들었다.

 

 "야, 야. 야!"

 

 "아아 사내놈이 말 많네 거참. 덩치값좀 해!"

 

 "윽."

 

 그녀의 일침에 귀를 늘어트릴 정도로 시무룩해진 그로울은 빼려던 손을 도로 내밀었다.

 

 "이봐, 예쁜 아가씨? 잠시 고개좀 돌려주시지않겠어요?"

 

 "시러! 잉 나도 볼래!"

 

 흑발 미녀는 그로울이 각오를 굳히고 코로나의 눈을 가리며 잠시 딴데 쳐다보는 사이 재빨리 그의 손바닥에 길게 상처를 내고 흐르는 피를 들고있던 그로울의 꼬리털에 적셨다.

 

 "신기한 칼이네? 이렇게 쉽게 내 가죽에 상처를 내다니."

 

 "네가 무시하는 마법으로 제련한 칼이야. 말했잖아? 물리력을 동원하면 네 대단한 항마력도 소용없어진다고. 피가 모자라. 미안하지만 칼집을 더 내야겠어."

 

 "윽. 야! 예고는 하고 그어라!"

 

 흑발 미녀는 아예 그로울의 손에 칼을 박은 채 상처를 벌려 피를 모았다.

 

 "자, 됐어."

 

 싱글벙글 잔뜩 피를 머금은 꼬리털을 회수한 흑발 미녀는 좀 미안했는지 그의 손을 주물렀다.

 

 "미안. 항마력 때문에 넌 회복 마법이 소용없잖아? 어서 지혈을... "

 

 "가지가지하네. 필요없어 그딴거."

 

 그녀의 손길을 뿌리친 그로울의 손이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허세가 아니란 걸 증명하듯 제법 큰 상처였음에도 피가 금세 멈추었다.

 

 "과연."

 

 "가증스럽긴. 어떠한 위해도 끼치지않겠다고 약속 한지가 얼마나 지났다고..."

 

 "힝. 이건 취소야."

 

 "시끄럽고 빨리 하던거나 끝내!"

 

 코로나가 빼려는 그로울의 손을 잡아끌고 빨리 나으라며 양 볼을 잔뜩 부풀린채 상처에 입김을 '호'하고 부는 사이 사뭇 진지해진 흑발 미녀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로울의 꼬리털 뭉치를 들고서 서서히 짧은 흑발을 바람에 나부끼듯 나풀거리며 반쯤 뜬 생기없는 눈앞 허공에 마법진을 띄웠다.

 

 그리고 귀가 밝은 그로울의 쫑긋 세운 귀로도 들리지않을 정도로 작게 무언가를 속삭이던 그녀는 별안간 마법진이 폭발하듯 팽창하자 눈을 치켜뜨고 피를 머금은 꼬리털을 잡고 쥐어짜듯 끝에서 끝까지 잡아당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녀의 손길이 지나친 자리의 꼬리털이 가루처럼 흩어졌다가 다시모여들었고 그녀의 손길이 멈추자 곧 그녀의 손에는 더이상 그로울의 피를 머금은 꼬리털이 아닌 예쁜 붉은 띠가 남았다.

 

 그 모습을 코로나와 함께 넋을 잃고 쳐다보던 그로울은 입이 벌어진 것도 잊고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을 걸었다.

 

 "그게 그건가? 그...뭐더라? 아, 연금술!"

 

 흑발 미녀는 싱긋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뭐, 비슷해."

 

 어느새 게슴츠레한 눈으로 입술을 살짝 깨문 짓궂은 표정으로 얼굴을 바꾼 흑발 미녀가 예쁜 빛깔의 붉은 띠를 장난스레 미끼 흔들듯 흔들자 마치 홀린듯 코로나가 처음으로 그로울의 몸에서 떨어져 다가갔다.

 

 "으으윽!"

 

 하지만 곧 머리를 움켜쥐고 도로 그로울의 품에 뛰어들었다.

 

 "떨어진지 고작 몇초 사이에 발동이라니... 지독하구만."

 

 안쓰럽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옮긴 흑발 미녀가 코로나에게 붉은 띠를 내밀었다.

 

 "자, 선물."

 

 "...이거?"

 

 흑발 미녀는 흐뭇한 표정으로 아직 경계를 허물지 않았는지 주저하는 코로나의 다펴지지 않은 손에 붉은 띠를 갖다대었다.

 

 "응!"

 

 "...증말 코로나 주는 거야?"

 

 만약 이제와서 농담이라고 한다면 울어버리겠다는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되묻는 코로나에게 흑발 미녀가 흐뭇한 미소를 띄고 고개를 끄덕이자 코로나의 표정이 꽃이 피듯 활짝 피었다.

 

 "아싸~ 완전 신나! 이제 나쁜 언니 아니야!"

 

 "...아 그래? 이제라도 오해를 거둬줘서 고마워. 자, 뒤돌아봐. 예쁘게 묶어줄게?"

 

 "응응!"

 

 코로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대로 뒤돌아 그로울의 털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적거리다가 "고개는 들어야지?" 라는 흑발 미녀의 지적에 감은 눈을 뜰 생각도 않고 입을 헤하고 벌린 얼굴을 들었다.

 

 "자, 다됐다!"

 

 흑발 미녀는 코로나를 돌려세우고 손거울을 꺼내어 그녀를 비춰주었다.

 

 "짜잔!"

 

 거울에 비친 코로나의 머리는 전형적인 포니테일이었으나 곧 흑발 미녀가 마법을 머금은 손으로 쓸어주자 묶인 머리 전체에 컬이 들어가 풍성하게 솟았다.

 

 "예쁘지?"

 

 당사자가 아닌 그로울을 보며 하는 흑발 미녀의 짓궂은 질문에 그로울은 인상을 구긴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응! 예뻐!"

 

 한참을 황홀한듯 거울을 쳐다보던 코로나가 그로울에게서 떨어져 활짝 웃으며 흑발 미녀의 품에 달려들듯 안기자 흑발 미녀는 그로울을 향해 씨익 웃으며 브이를 그렸다.

 

 "칫, 뭐야 저녀석들?"

 

 툴툴대는 그로울을 무시한 흑발 미녀는 잠시 코로나의 어깨를 잡고 떨어트린 뒤 흐뭇한 미소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때? 이제 저 음란마귀 짐승이랑 떨어져도 머리 안아프지?"

 

 "어!? 정말이네?"

 

 "그러엄~! 내가 누군데."

 

 "우와 언니 고마워!"

 

 두 여자가 어린애처럼 손을 맞잡고 깡총깡총 뛰며 좋아하자 "누가 음란마귀라는거야?"라며 못마땅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그로울이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귀찮은 일은 좀 줄었군. 음?"

 

 코로나의 반짝거리는 푸른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려버린 그로울이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켁!"

 

 그로울의 커다란 몸집이 기우뚱 거릴 정도로 강하게 뛰어들어 안긴 코로나는 자신의 팔에 목이 감겨 켁켁거리는 그로울의 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활짝 웃으며 외쳤다.

 

 "그래도 멍멍이가 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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