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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피어스
작가 : 레이지아츠
작품등록일 : 2017.7.22

무엇이 옳고 그른가?

운명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내던져진 채 각기 다른 신념을 위해 싸우는 영웅들의 우정과 대립, 그리고 처절한 투쟁

 
15화:의문의 목적
작성일 : 17-07-29 05:41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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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쾅

 

 트롤의 피를 뒤집어 쓰며 등장한 붉은 짐승이 휘두른 거대 망치를 간발의 차로 방어 마법을 써 겨우 막은 마교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히 드러난 표정으로 숨 고를 틈도 없이 눈깜짝할 사이에 덮쳐드는 손톱까지 순간이동으로 피해 위기를 모면하고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길. 이 정도 병력의 트롤조차 무리였던가..."

 

 그의 혼잣말에 대답하듯 분노한 붉은 짐승의 일그러진 아가리가 침을 길게 늘어트리며 벌어졌다.

 

 날카롭게 드러낸 이빨 사이에서 쩌렁쩌렁 숲속을 울리게 고함을 내지른 붉은 짐승은 뒤에서 제 죽을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트롤의 머리를 박살내느라 뒤로 젖혀진 거대 망치를 이끌고 그대로 마교도를 향해 돌진했다.

 

 조종하던 트롤을 고기방패삼아 당장 급한 공격을 막은 마교도는 코로나를 향해 손바닥을 펼치고 못다한 주문을 마저 외웠다.

 

 [...축복을 내려 나의 발끝에 입맞추게 하소서. 마리오네타]

 

 그의 영창이 끝나자 코로나가 대검을 짚고 마치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일어나 눈깜짝할 새에 붉은 짐승을 향해 쇄도.

 

 깡

 

 "큭."

 

 엄청난 힘에 밀려 하마터면 베일뻔히 아슬하게 거대 망치자루로 대검을 힘겹게 막은 그로울의 맞물린 송곳니 사이로 한숨에 가까운 신음이 새어나왔다.

 

 "또 너냐?"

 

 코로나는 지겹다는 듯 아는 척을 하며 있는 힘껏 자신을 밀쳐낸 그로울의 말이 들리지 않는 지 입을 살짝 벌린 멍한 얼굴로 그로울의 힘을 이용하여 단숨에 도약, 착지하고는 딱딱하게 뒤로 돌며 생기 잃은 눈으로 대검을 고쳐잡았다.

 

 '조종받는 건가?'

 

 그의 궁금증에 답하듯 마교도의 메마른 음성이 그로울의 귀를 움찔거리게 했다.

 

 "꽤 쓸만한 인형을 얻었군."

 

 다시금 금빛 눈동자를 분노로 태우며 이를 갈며 돌아서는 그로울을 놀리기라도 하듯 공간이동으로 사라진 마교도는 검은 연기를 피우며 코로나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뒤에 숨은 마교도는 게슴츠레한 눈에 숨을 들이키는 붉은 야수를 담았다.

 

 "왜 죽였어어어어!"

 

 그로울의 증오어린 외침에 마교도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미안하지만 이 손에 죽은 이가 한둘이 아니라서 말이야. 정확히 누구를?"

 

 "...길리엄 영지에서 네놈이 태워 죽인 내 어머니..."

 

 짝짝짝짝

 

 "크으으. 인간을 어미로 둔 들개라. 종을 초월한 사랑이군. 이거 감동이야."

 

 앙상한 손 만큼이나 메마른 울림의 박수를 마친 마교도는 대검을 들어 자신을 지켜주는 코로나의 등뒤로 다가서며 짐짓 슬프다는 듯 눈물도 나오지않는 눈가를 집게손으로 쓸었지만 입가를 올려 도발하며 붉은 짐승의 질문에 대답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믿고 안믿고는 자유지만."

 

 그는 코로나의 골반으로 가죽만 간신히 붙은 마른 손을 가져다 대고 천천히 쓸어내렸다.

 배꼽을 지나 더 깊은 곳까지...

 

 코로나는 그런 그에게 호응하듯 대검을 내리고 다리를 배배 꼬며 뒤로 팔을 뻗어 그의 목을 안고서 생기잃은 눈을 가늘게 뜬채 마른 입술을 열어 혀를 내밀었다.

 

 "이렇게 만들어줄 참이었지."

 

 그 역시 답례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혀를 내밀었다.

 

 두혀가 닿을락말락한 시점에서 둘의 연결을 막듯 붉은 짐승의 손톱이 허공을 갈랐다.

 

 "원하는 게 뭐냐?"

 

 다시 순간이동으로 피해낸 마교도는 이번에는 방심했었는지 목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대답했다.

 

 "너의 모든 것."

 

 "왜 하필 나지...?"

 

 마교도는 저멀리 떨어져버린 소녀의 혀 를 대신 하듯 자신의 피를 핥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끊임없이 후회하고 절망해라. 그녀의 목숨을 앗아간 건 다름아닌 저주받은 네 붉은 가죽이니."

 

 울음섞인 우렁찬 고함을 터트린 그로울은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운채 마교도를 향해 매섭게 돌진했다.

 

 마교도가 한번 더 순간이동으로 피하자 엄청난 속도로 그가 있던 자리를 통과하며 땅이 파이게 거구를 멈춰세운 그로울이 멀어진 그를 향해 다시 쇄도했다.

 

 으드득

 

 그로울은 이를 갈며 활시위를 당기듯 거대 망치를 옆으로 한껏 젖혔다.

 

 "방해하지..."

 

 어느새 마교도의 조종을 받고 코앞까지 쫓아와 대검을 휘두르려는 코로나.

 

 "마아아!"

 

 코로나는 그로울을 향해 휘두르려던 대검을 그대로 들어 가까스로 막아보았지만 공중에서 몇번이나 회전하며 땅에 처박혀 버렸고 있는 힘껏 휘두르느라 거대망치를 놓친 그로울은 앞을 가로막는 트롤의 머리를 밟고 뛰어넘어 발판이된 트롤의 머리를 박살내는 것과 동시에 마교도를 향해 도약해 방어마법을 찢어발기며 찢어질듯 크게 벌린 아가리를 가져가 한입 가득 줄이 끓긴 단두대처럼 닫아버렸다.

 

 또 마교도가 간발의 차로 순간이동을 사용하여 사라지자 허공을 물어뜯은 그로울이 화풀이라도 하듯 뒤쫒아온 자신보다 머리 몇개는 더 큰 트롤의 엄니를 붙잡아 집어던지다피 들어올리자 트롤의 그 큰 몸뚱이가 허공을 거꾸로 날며 바닥에 내리 꽂혀 머리가 박살나며 목이 꺾였다.

 

 그로울은 멈추지 않고 쥐고있던 트롤의 엄니를 부러트려 뒤에서 달려들던 다른 트롤의 한쪽눈에 정확히 꽂아버리고는 눈을 부여잡고 쓰러진 트롤의 사지를 찢어발기고서 적의 피투성이가 된채 코를 킁킁거리며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여 광기어린 금빛 눈동자를 굴려 마교도를 찾았다.

 

 "아무래도 이러다간 내 마력이 먼저 고갈되겠군. 대체 어떻게 마법이 일절 듣지않는 거지?"

 

 여기저기 둘러보던 그로울의 고개가 쓰러진 코로나에게 잠시 멈추었지만 이내 마교도를 찾아내고는 다시 거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오."

 

 그 모습을 관찰중이던 마교도는 자신의 바로 앞까지 들이닥친 그로울을 트롤들로 막아세우며 쓰러진 코로나를 향해 손을 펼쳤다.

 

 [시지(saisie)]

 

 끼아아아아아

 

 듣는 이의 정신을 찢어발길듯한 소녀의 비명이 울려퍼지자 무심코 그녀를 향해 시선을 꽂은 채 그로울이 자신의 손에 박살난 트롤의 머리를 힘없이 떨구고 주춤하며 입을 열었다.

 

 "...너 이새끼. 무슨 짓을...?"

 

 마교도는 여유있는 태도로 턱을 치켜들며 웃었다.

 

 "망가트리는 중이지. 버리긴 아까운 인형이지만."

 

 "그럼 당장 너를 찢어 죽이면 괜찮아지겠군."

 

 음산한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란 걸 증명하듯 그로울의 손톱이 방어마법을 찢어발기며 마교도를 덮쳤다.

 

 끼아아아악

 

 마교도의 손끝에 어린 불길한 기운이 더 강해졌기때문인지 더욱 커진 코로나의 비명이 다시 마교도의 얼굴을 향해 들이닥치던 그로울의 손톱을 멈춰 세웠다.

 

 "이봐.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나를 죽인다고 그녀의 저주가 풀린다는 보장은 없다고?"

 

 으드득

 

 어느새 그녀에게 돌아간 시선을 거두며 이를 악문 그로울이 뒤늦게 마저 손톱을 휘둘러보았지만 이미 마교도는 순간이동을 통해 멀찌감치 빠져나간 후였다.

 

 "드디어 해방이군. 정말 여기서만 시간을 얼마나 낭비했는지."

 

 그는 부모의 원수인 자신을 앞에 두고도 주저하는 그로울을 차가운 눈초리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남은 트롤들을 이끌고 이동했다.

 

 끼아아아

 

 그로울은 날카로운 손톱을 거둔 손에 주먹을 쥐고 잠시 부들거리다가 이내 화풀이 하듯 걸리적거리는 트롤의 머리통을 부숴버리며 비명이 들려오는 곳을 향해 뛰었다

 

 "칫."

 

 코로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애처롭게 몸부림치며 쉴새없이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봐. 괜찮아?"

 

 그로울이 코로나의 몸에 손을 갖다대자 그녀는 그로울에게 달려들다시피 안겨들었다.

 

 "아...!?"

 

 자신의 품에 안겨든 그녀의 비명이 잦아들자 당혹한 그로울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게 그놈이 말하는 내 몸뚱아리의 힘인가."

 

 쓰디쓴 혼잣말을 남기고 내려다보던 자신의 손에 주먹을 꽉 쥔 그로울은 어느새 비명을 멈춘 대신 애달픈 신음을 흘리는 소녀를 한품에 조심스레 안아들고 그녀의 검과 자신의 거대 망치를 회수하고는 쓰러진 트롤들을 확인사살하며 다가오는 토벌군을 피해 달아났다.

 

 "쫓지마라!"

 

 등장은 한 순간이었지만 영지군 어떤 소대보다도 많은 트롤을 도살한 붉은 괴물이 머물던 자리에 도착한 토벌군 최고사령관이 부하의 보고를 받았다.

 

 "이게 모두 그 덩치 큰 들개의 짓이란 말인가?"

 

 "예. 각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 어째서 괴물들끼리 치고받은 거지?"

 

 "미개한 아귀다툼으로 인한 내분이 아니올런지요. 참으로 구역질나는 족속이군요. 마족들은."

 

 사령관은 '그 미개한 아귀다툼은 인간도 마찬가지지 않느냐'라는 말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말을 이었다.

 

 "대체 애피드라는 자를 왜 데려간것이지?"

 

 "그게 영지 사원의 추천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았지만 신원불명입니다. 게다가 그 비명은 아무리보아도 여자의 것이 아닙니까? 붉은 들개의 행동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최근 이단심문국의 랭던경이 수배령을 내린 그 여검사로 추측중입니다."

 

 "으음. 귀찮은 일에 휘말려든 것 같군."

 

 사령관의 긴 한숨소리가 들판의 바람소리에 파묻혀 사라져갔다.

 

 

 

 "어이. 이제 그만 떨어져. 귀찮아 죽겠네 증말."

 

 "으으으...아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소리는 지르지마."

 

 그로울은 자신의 품에서 떼어놓는 순간 발작일으키는 탓에 어쩔 수 없이 품속에 파고들며 신음을 흘리는 금발 소녀를 막지못하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깍지를 끼고 누웠다.

 

 밤바람에 오들오들 떠는 그녀를 안고 가까스로 한손만을 써서 지핀 모닥불빛<트라우마 묘사추가>이 꾸벅꾸벅 조는 코로나의 얼굴을 따뜻하게 비추었다.

 

 무관심 한듯해도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든 그녀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잠결에 움직일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며 잔뜩 신경쓰던 그로울이 뒤척이는 소녀의 금빛 머리를 큼지막한 손으로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코로나라고 했던가...?"

 

 이윽고 코로나가 깊은 잠에 빠져 숨소리가 일정해지자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뗀 그로울은 다시 머리에 깍지를 끼고 누워 혼잣말 하듯 입을 열었다.

 

 "...어이. 추울텐데 너도 이리와서 불좀 쬐지 그래? ...마녀씨."

 

 아무런 징조도 없이 어느새 그로울과 코로나의 맞은 편에 그로울을 흉내내어 깍찌끼고 누운채로 모습을 드러낸 흑발의 여성이 코로나를 깨우지 않으려는듯 간신히 들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어떻게 알았어?"

 

 "...글쎄. 아까 마법을 하도 겪다보니 새삼 냄새가 느껴졌어. 그동안 왜 쫓아다닌거야?"

 

 흑발 미녀는 그로울을 향해 턱을 받치고 돌아누워 입꼬리를 올렸다.

 

 "글쎄...너의 수호천사여서?"

 

 곤히 잠든 코로나가 조금 깨 잠투정을 할 정도로 실소를 터트린 그로울은 다시 큼지막한 손으로 조심스레 코로나의 등을 토닥여 재운후 입을 열었다.

 

 "참 빨리도 나타나셨군."

 

 "그애는 어쩔셈이야?"

 

 "집에 보내줘야지."

 

 "왜?"

 

 "...왜냐니. 그보다 너 정체가 뭐야?"

 

 "수호천사라니까?"

 

 "목적은?"

 

 흑발 미녀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널 지켜주는 거."

 

 "그딴 거 필요없어. ...이제는."

 

 그로울은 덤덤히 코로나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장작불씨를 조심스레 막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미인 둘과 밤을 보내다니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네."

 

 "어머, 마녀라고 거리를 두더니 실은 내가 예쁘다는 생각을 하긴 했구나? 꼴에 수컷이라고."

 

 "우리엄마가 여자는 인물 뜯어먹는 거 아니랬...어..."

 

 농을 마치고 조용히 잠들어가는 그로울을 쳐다보는 흑발 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대해. 한동안 별일이 많이 벌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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