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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군을 죽이다
작가 : 다채
작품등록일 : 2017.7.3

삶을 포기한 공연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기회.

"네가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악몽을 선사해 줄게."

우정과 사랑, 희생과 복수.

"살인자. 그게 바로 너의 이름이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14화
작성일 : 17-07-29 04:17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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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게 누구죠?”

 

  노야와 마주보며 웃고 있던 이드니가 나를 돌아보았다.

 

  “퇴마군의 총책임자다. 예군의 유일한 적수이기도 하고. 주군의 아내와 오누이관계라고 하니, 그만큼 권력도 막강하지.”

  “그 양반은 인성이 쓰레기야. 이름도 면상도 촌스럽기 그지없으니까 그런 놈 보이면 냅다 도망쳐라. 괜히 엮이지 말고.”

  “그 사람이 집에 불을 지른 건가요?”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 양반이 한 짓일 게 뻔해.

  딱 봐도 알 수 있지. 이 나라 통틀어서 주군과 예군 다음으로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고제티의 상임이니, 그 눈엣가시를 없애버린 거야. 이제는 그 다음으로 예군 자리를 노릴 게 분명해.”

 

  노연임. 소모와 도이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나는 그 이름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역겨움과 치졸함이 느껴졌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죠?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는 거죠?”

  “진정해, 쇼.”

 

  이드니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쳐다보고는 이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손바닥이 따끔거려 고개를 숙여보자, 처참히 깨진 유리잔이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허리를 뒤로 젖혀 서랍에서 붕대를 꺼낸 이드니가 유리조각에 베인 내 손에 조심스럽게 감아주었다.

 

  “그 양반한테 복수하고 싶은 거지?”

 

  입을 꾹 다문 나에게 노야가 넌지시 말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뜨거웠다. 마치 누군가가 성냥을 그어 내 이마에 불을 지핀 것만 같았다. 그러나 손과 발은 추위에 떨 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꿈 깨라, 인마. 열일곱 살짜리 젖비린내 나는 녀석 주제에 무슨 힘이 있다고 복수를 한다는 거냐?”

  “노야, 말 좀 가려서 해.”

 

  노야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의 얼굴은 마치 어린 조카를 놀려보겠다는 심술궂은 삼촌처럼 즐거워 보였다.

 

  “제가 열일곱 살이라고요?”

  “미안하지만 너의 신상정보는 이미 확인된 상태야. 외관상으로만 보면 열일곱 살이라곤 안 보여서 애 좀 먹었지. 고아출신에다가 동네 사람들에게는 꽃 거지라고 불리더군. 집이 없어 이곳저곳 방랑하고 다니다가 여자들을 유혹해서 하룻밤 신세지기도 하고 말이야. 쯧쯧, 어린 자식이 발랑 까져가지곤.”

  “그건 제가 한 게 아니라……!”

  “예예, 기억을 잃으셨다고요?”

 

  억울한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지르자, 노야가 자신의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빙빙 돌렸다. 주먹이 멋대로 꽉 쥐어졌다. 아까부터 촐싹거리는 게 너무 얄미웠다. 이드니가 다그치듯 노야를 째려보자, 노야가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커피 잔을 들어 올렸다.

 

  “어쨌든 쇼, 다른 특이사항 같은 건 없었어? 집 안에서 낯선 사람을 봤다든가…….”

  “아.”

 

  나를 보고 약 올리듯이 미소 짓는 노야가 싫어 텅 빈 커피 잔을 노려보고 있는데, 붕대 끝매듭으로 리본을 묶은 이드니의 말에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와 소모, 그리고 도이를 공격했던 남자.

  고개를 번쩍 들었다. 혹시 그 사람이 소모와 도이를 죽이기 위해 집 안으로 침입했던 암살자였던 건가? 잠시 생각에 잠긴 나를 보고 이드니가 눈을 빛냈다.

 

  “생각 난 게 있어?”

  “저희를 공격했던 남자가 있어요.”

  “뭐라고?”

  “너희를 공격했던 남자?”

  “새까만 옷을 입고 있었는데, 마스크랑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였어요.”

  “무기는?”

  “칼이요. 가느다랗고 길쭉한.”

  “흐음.”

 

  이드니가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일단 암살이라는 건 확실하군.”

  “그러게.”

 

  노야가 팔짱을 끼며 맞장구쳤다. 둘 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로 탁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깊은 생각에 빠진 듯 했다.

  단순한 화재가 아닌, 암살.

  목구멍에서 울분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노연임이라는 자를 찾아가 죽여 버리고 싶었다.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궁지로 몰아넣은 장본인. 굳게 쥐어진 주먹이 희미하게 떨렸다.

 

  “그럼 이제 어떡하실 거죠?”

  “뭘 어떡해?”

  “그 남자, 노연임을 죽일 건가요?”

  “얘 되게 극단적이네. 뭐, 나도 그러고 싶긴 하다만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야.”

  “그래. 지금 우리가 군관을 범인이라 의심해봤자 바뀌는 건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쇼.”

 

  다급한 목소리로 묻는데, 이드니가 갑자기 손을 들어 나를 제지했다.

 

  “이 이상 네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네?”

  “협조해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너는 일반인에 불과하니 이 일에 직접적으로 끼어들 수는 없어.”

 

  벙 찐 표정으로 가만히 이드니를 바라보고 있자, 이번에는 노야가 말했다.

 

  “어쩔 수 없어. 그냥 살려준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해라. 이래봬도 우리가 꽤 바쁜 사람들이거든? 할 일이 태산처럼 쌓였단 말이야.

  뭐, 친구를 잃은 건 안타깝게 생각하긴 하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더 이상의 호기심은 곤란해.”

 

  냉정하고도 경계하는 태도에 나는 잠시 몸을 굳혔다. 아까는 나와 친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느니 했으면서 지금은 더 이상 넘어오지 않게끔 선을 긋고 있었다.

  입술을 잘근 씹었다.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모두 빼냈으니 이젠 필요 없다는 건가. 어이가 없다가도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꾹꾹 눌러 담고 있었던 울분과 화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당신들이 뭘 알아?”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동정심 때문인지 내 목소리는 날카롭고도 구슬펐다. 이드니와 노야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눈동자가 나를 잡아먹을 듯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두려웠지만, 더 이상 뒷걸음질 칠 곳은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 일 때문에 나는 모든 걸 잃었어. 지금 하나 남은 것이라곤 복수하고 싶다는 마음뿐인데,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면 나는 무슨 이유로 이 세계를 살아가야 하는 거지?”

  “쇼.”

  “하찮고 더러웠던 내 인생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만났는데, 나는 그걸 지키지 못했어. 멍청하게 우물쭈물 하다가 죽게 내버려 둔거라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드니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속으로 피식 웃었다. 나 자신이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징그러운 벌레가 되어 온 신경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부드러운 양탄자가 살갗이 벗겨진 무릎과 닿았다.

  나는 도이와 소모에게 술김에 사과를 했던 그 날을 떠올렸다. 이제는 모든 게 기억이 났다. 무릎을 꿇은 나를 보고 당황한 소모, 그리고 도이.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나.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이드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팔을 붙잡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복수하고 싶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이드니의 손이 멈칫했다.

 

  “도와달라고?”

  “지금 우리더러 죽은 네 친구들의 복수를 해달라는 거냐?”

 

  노야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구두의 뭉툭한 주둥이로 내가 앉은 의자를 툭 치고는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헤실헤실 웃고 있는 노야의 얼굴이 내 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아뇨.”

 

  노야를 따라 살짝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제가 직접, 복수하고 싶습니다.”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린 노야가 이드니를 힐끔 쳐다보았다. 잠시 노야를 마주보던 이드니가 큼지막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쓸었다.

 

  “싫다면?”

 

  이드니가 말했다. 나는 말없이 이드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검푸른 눈동자가 나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닥에 떨어진 유리잔을 발견했다. 나는 냉큼 날카롭게 부서진 유리조각을 집어 내 목에 들이댔다. 살짝 힘을 주자, 연약한 피부에 뾰족한 유리조각이 움푹 들어갔다.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핏방울을 본 이드니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게 제 대답입니다.”

  “어쭈?”

 

  노야가 고개를 까딱이고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 자식, 물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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