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작가 : 김거북
작품등록일 : 2017.7.28

옆집에 용이 산다?
첨탑 대신 아파트, 용사도 공주도 없는 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판타지가 존재한다.
이계에서 온 용이다와 숲에는 안 살아도 잠은 많은 인간 신하라가 그려나가는 신비하고 일상적인 로맨틱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7화. 마음으로 이어진 사이, 몸의 거리.
작성일 : 17-07-29 00:50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739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싹 움트는 소리에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봄이다.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이 만물을 잠에서 깨우고, 생명력이 폭발하는 시기.

 

 하라는 혼자 잠에 취해 허우적대고 있었다.

 

 “저거 대학가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나아지긴 개뿔....”

 

 태양은 깨우러 들어왔다가 침대 모서리에 간당간당 걸쳐진 채 자고 있는 하라를 보곤 한숨을 푹 쉬었다.

 

 보약도 해먹이고 입학 전까지 꼬박꼬박 열시 전에 재웠는데 하라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피곤해하는 것도 잘 일어나지 못하는 것도 고삼 때보다 심해졌다.

 

 “잠자는 침대 위 하마야, 좀 쳐 일어나주지 않을래? 오늘 개강인 게 지금까지 퍼자면 어쩌냐! 열시다 열시! 안 씻을 거야? 눈곱붙이고 가서 첫인상 그지로 찍히고 싶냐!”

 “눈 뜨고 이써.... 씻을 거라고....”

 “보통 침대에서 엉덩이 떼야 일어난 거라고 한단다.”

 

 태양이 엄지발가락으로 하라를 쿡쿡 찔렀다.

 하라는 애벌레처럼 몇 번 꿈틀대며 상체를 일으키다 몸을 돌려 침대로 엎어졌다.

 해초처럼 퍼진 머리카락이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들썩일 때마다 풀럭거렸다.

 

 “차라리 십분만 하던지. 일어난다면서 왜 엎어지냐?”

 “응....십분만....”

 “네 다음 지랄.”

 “오분만....”

 “네다지.”

 “일분....”

 “엄마 신하라 안 일어나!!!”

 “알았어, 알았다고!”

 

 엄마 소리에 벌떡 일어난 하라가 좀비처럼 비척비척 화장실로 향했다.

 

 늘어지게 하품 한 번 하고 거울을 보니 이 얼굴이 정녕 스무살 맞나 싶다.

 어딘지 음침한 느낌마저 드는 얼굴에 좌절감이 밀려왔다.

 

 나름 예쁘장하단 소리 듣고 살았는데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부턴 얼굴에 점점 생기가 없어졌다.

 소위 ‘기빨렸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게 눈 밑은 푹 꺼지고 볼도 홀쭉, 햇빛을 받아도 창백한 피부까지 골고루 갖췄다.

 

 “누가 대학가면 예뻐진다 그랬어?!”

 

 그래도 몇 달 전엔 혈색도 좀 있고 반질반질 했던 것 같은데.

 거울을 요리조리 둘러봐도 어디 아픈 사람 같은 행색이 달라보이진 않았다.

 여기에 뭘 더해봤자 싶어 대충 입고 가방을 둘러멘 하라가 집을 나섰다.

 

 “내가 s대생이라니. 이거 실화냐...?”

 

 [합격] 두 글자를 본 이후로 볼 꼬집는 습관이 생겼다.

 이다와 같은 학교다. 동문이 되었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엄마가 ‘옆집 총각 s대생이래’ 할 때만 해도 부러움과 왜 하필 옆집이냐는 원망이 공존했는데, 막상 입학하게 되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싶은 하라다.

 

 “이상해. 솔직히 그 말 듣고도 날리는 패인 셈 치고 넣은 건데 딱 됐단 말이야. 자신 없었는데. 안 넣었음 평생 넣어라도 볼 걸 했겠지만.”

 

 본인이 공부의 신이니 시험에 기적이라도 일으킬 수 있나.

 알아서 잘하겠지 같은, 태양에게 들었음 속에서 화산 터질 소리나 하는데 그게 또 위로가 됐다.

 해보라는 충고도 빈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라 스스로가 하고 싶어 한 일인데도 자꾸 이다가 등을 밀어줘서 된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이유가 뭘까?

 대화 몇 번 나누고 인사하고 그러다 정이라도 들었나.

 

 “정들면 뭐 어쩔 건데? 그래봤자 옆집 사는 이웃밖에 더 되나.”

 

 합격 통지 받은 날 이다에게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 집을 찾아갔었다.

 집에 없어 다음 날, 다다음날, 생각이 불쑥 날 때마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늘 빈집이었다.

 그래서 하라는 오늘 학교에서 마주치기를 은근히 바랐다.

 

 고맙다는 말하려고 찾아간 것 치곤 너무 자주 찾아갔지만, 하라는 그 사실만큼은 끝끝내 눈치 채지 못했다.

 

 -

 

 “윤찐!”

 “하라 왔어? 용케 안 늦었네.”

 “원수가 깨워줘서.”

 “너 요즘 잘 못 자? 눈 밑이 왜 이렇게 까매.”

 “자서 이 정도야. 누가 정수리에 빨대 꽂고 체력을 쭉쭉 빨아먹는 거 같아.”

 “등에 곰 업힌 기분이야?”

 “아니. 아파트 한 동 들쳐 멘 기분 정도...?”

 

 흐흐 하고 웃는 하라의 얼굴이 유달리 음침해 보였다.

 윤진은 하라의 등을 토닥이며 ‘언니가 입학식 끝나고 맛있는 거 사줄게.’하고 달랬다.

 

 체육관 저 반대편 단상 위에선 총장이 입학식 연설 중이었다.

 사람이 꽉 들어차 여기저기서 웅성대기도 했고 연설에 별 관심도 없어서 두 사람은 계속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가족 중에 누구 왔어?”

 “할머니, 엄마, 아빠.”

 “그때 그?”

 “응. 자랑스런 손녀딸 1위에 등극했다. 심지어 할머니께서 등록금도 내주셨어.”

 “오, 1위? 역시 의예과 위엄인가.”

 

 하라가 엄지를 치켜세우자 윤진이 드물게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넌 누구 오셨는데?”

 “부모님이랑, 오빠는 수업 있는 거 같던데 잘 모르겠어.”

 “그러고 보면 너희 오빠 참 대단해. 너 꼬박꼬박 등교시켜준 거 자체로 보살급이신 듯.”

 “...가질래?”

 “사양할게 그건. 아, 너네 옆집에 우리 과 선배 산다 그랬지?”

 “응. 이제 너도 자주 못 보겠다. 그 사람 완전 집을 무슨 숙소로 쓰는 거 같더라고.”

 “난 아직 신입생이라 그 정도는 아냐.”

 

 대화는 몇 번이고 방향을 바꿨다. 학교 근처 맛집 얘기, 학교에 대해 들은 얘기, 연설이 얼마나 지루한지나 앞으로의 수업이 이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까지 쭉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입학식이 끝났고, 하라는 윤진과 헤어져 부모님에게로 향했다.

 꽃다발을 안고 사진을 찍고 저보다 좋아하는 부모님을 보며 마주 웃고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라야. 오늘 뭐 먹을래. 소고기? 돼지고기? 닭? 아니면 초밥?”

 “엄마 드시고 싶은 거 먹을래요. 요즘 쭉 나 좋아하는 것만 먹었잖아.”

 “그럼 그럴까? 여보, 우리 회 먹으러 가자.”

 

 

 -

 

 

 윤이 반지르르한 회 접시를 앞에 두고 부모님과 하라가 마주 앉았다.

 

 “오빠는 안 와?”

 “아, 응. 엄마가 오지 말라고 했어.”

 “왜요? 오빠 회귀신이잖아. 같이 먹으면 좋은데.”

 “흠흠, 하라야. 아빠랑 엄마가 하라 말이 있어.”

 “응?”

 

 하라가 새우 머리 까던 것을 멈추고 손을 문질러 닦았다.

 아빠는 하라가 손을 내려놓을 때까지 신중히 할 말을 고르다 말을 이었다.

 

 “아빠가 하라 얼마나 사랑하는 지는 잘 알지? 아빤 막내딸이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그래서 이렇게 공부도 잘 하고 말도 잘 들어주는 하라한테 많이 고마우면서도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오늘 무슨 날이에요? 칭찬 너무 많이 들으니까 정신이 없네.”

 

 식탁 위로 흐르는 공기에 어색함이 섞여든다.

 하라는 좀 전에 삼킨 회가 목구멍을 탁 틀어막는 것 같아 물을 마셨다.

 

 무슨 말이 나올지 감이 왔다.

 

 “사람들이 부모님 안 닮았다고 하면 엄마가 날 너무 사랑해서 훨씬 예쁘게 낳아놔서 그렇다고 말하라고 했던 거 기억나니?”

 “응. 그때 옆집 아줌마가 나랑 오빠랑 형제 맞냐고 왜 이렇게 안 닮았냐 그랬었잖아요. 애들도 가끔 놀리고.”

 

 하라는 어릴 때 눈이 땡그랗고 뽀얀데다 연갈색 머리에 굽슬거리는 머리칼을 예쁜 아이였다.

 엄마가 유모차를 몰고 산책을 나서면 지나가는 사람마다 아이 아빠가 외국인인가 하고 수군댈 정도로 이목구비가 남달랐다.

 태양도 여자아이로 오해받을 만큼 예쁜 아이였지만, 하라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하라는 그 시절을 떠올리자 기분이 침몰하는 걸 느꼈다.

 

 “하라야. 아빠가 해줬던 말도 기억하니? 하라는 엄마 아빠 마음에 품은 아기 천사라고 했는데.”

 “...왜 오늘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지금 엄마 아빠가 하는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런데 왜 하필 오늘인데요?”

 

 무슨 얘기를 할지 이미 아는 상태라 오히려 듣기 버거웠다.

 

 오늘같이 행복한 날, 굳이, 왜?

 

 굳어가는 표정을 본 아빠가 손을 뻗어 식탁 위로 괸 하라의 손을 잡았다.

 

 “네 기분이 어떨지 아빠는 참 오랫동안 상상해봤었어. 그런데 막상 네 표정을 마주하니 마음이 아파서, 말을 하기가 참 힘들다. 내 딸이 내 말에 상처받으면 어쩌나 참 많이 걱정했는데, 오랫동안 고른 말도 결국 상처가 되겠구나 싶어서.... 어쩌면 좋을까. 하라 너는 내 딸이라고 수천번 말해도 부족하단다.”

 “그래 하라야. 우린 이미 가족이야. 오랫동안 가족이었고 앞으로 그보다 몇 배 더 긴 시간동안 가족일 거란다. 오늘 이 얘기를 꺼낸 건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야. 네 아빠와 내가 이때쯤이면 너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미뤄 짐작했던 것도 있고. 이야기, 들어줄 수 있겠니?”

 

 자꾸 안심시키려는 말을 듣고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가족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는 것도 아닌데.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하면서도 불쌍했다.

 버려진 건 십오년도 더 전의 일인데 아직까지도 버려질까봐 무서워하는 게 모순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겁부터 난다.

 

 “들을게요. 얘기...해주세요.”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그러모아 눈 질끈 감고 용기 낸 하라를 아빠가 다독였다.

 어릴 적 잠 못들 때마다 토닥이던 손길처럼 포근한 위로가 위안이 됐다.

 감은 눈이 뜨이고 표정이 풀린 하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오늘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네가 성인이 되면 알려줘야겠다고 집에 데려오던 날 서로 약속해서 그렇단다. 다만 성인식 때쯤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사정상 오늘 하게 됐네.”

 

 엄마가 목이 타는지 물을 연거푸 두잔 들이켜고는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공개적으로 데려올 생각이었어. 우리와 많이 닮지는 않았지만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는 네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널 보러 열 번째 보육원을 방문하던 날 알았지. 내 자식이구나. 이 아이는 내가 길러야겠다고. 마음이 가기 시작하니까 걷잡을 수 없더라. 나이에 비해 몸집도 너무 작고 어린 널 데려오는 날, 마음이 바뀌었지. 그냥 내 자식이라고 말해야겠다. 이 작은 아이가 생채기라도 입으면 나는 더 많이 아프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 눈에만 예쁜 게 아니라 하라 넌 어릴 때 정말 인형같이 예뻤단다. 사람들이 너무 예쁜 널보고 입양아냐고 수근댈 게 싫었어. 유난히 예쁘게 태어난 것뿐이라고, 좋은 점만 빼다 박은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다녔지. 태양이도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이사도 해서, 사람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믿더라. 아니, 적어도 앞에선 그랬지. 뒤에선 별 얘기가 다 돌았어. 어린 네가 듣고 와 물어볼 만큼.”

 

 이어지는 얘기는 하라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하라가 다섯 살일 때, 열 살이던 태양이 불만을 터트렸었다.

 내 엄마고 내 아빠인데 왜 늘 자기는 두 번째냐고 엉엉 울었던 걸 하라는 기억했다.

 어린 마음에 자신이 잘못한 줄 알고 말도 안 하고 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것도 기억했다.

 내 엄마, 내 아빠이기도 한데 오빠는 늘 욕심쟁이라 독차지하려 한단 생각을 했었다.

 

 뺏기는 기분에 분하기도 하고, 어린 제 눈에도 저를 더 신경써주는 게 보여서 아주 조금 미안하기도 한 기분.

 어린 아이에겐 버거운 감정이었다.

 

 그런 하라에게 아빠는 처음 이런 뉘앙스의 말을 했었다.

 

 ‘하라는 엄마 아빠 마음에 품은 아기 천사야.’

 

 자꾸만 닮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내 엄마 아빠라고 우는 오빠, 마음에 품었다는 말까지.

 

 아무리 영특하단 소리를 들어도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저 작은 의문만이 남았다. 왜 그럴까? 하는.

 

 받은 사랑이 커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점차 자라면서 네 머리색도 눈 색도 진해지고 진하던 이목구비는 어릴 때보다 많이 옅어져서 혼혈아라는 딱지는 떨어졌지만, 그때부터는 태양이와 비교가 시작되더구나. 막내만 너무 평범하네, 입양아인가? 내 눈엔 똑같이 예쁜 너희 둘을 남들은 언제나 비교대상으로만 보더라.”

 

 마지막 말에 한숨이 섞였다. 여태 느낀 불만이 한숨에 섞여 공기를 무겁게 했다.

 

 “외모가 닮은 게 그렇게 중요한 걸까? 엄마는 항상 그런 생각을 했어. 식성도 같고, 자는 모습도 똑 닮았고, 우리 가족은 서로 많이 닮았는데. 서로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뭐가 그렇게들 중요하다고 매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만들까. 너희 둘만 있으면 엄만 행복한데, 주위에서 난리니까 참 이상했어. 왜 행복한 우리를 못마땅해 하나 싶었지.”

 

 정말 다들 왜 그랬을까? 하고 엄마가 물었다.

 

 “그러게요. 우리한테 관심가질 시간에 각자 가족이나 챙기지.”

 “맞아. 아빠도 그렇게 생각했어. 너희 먹는 것만 봐도 든든하고, 자는 모습은 또 얼마나 천사같이 예뻤는데. 주위에서 뭐라고 할 때마다 부러워서 질투한다고 생각하기로 했지. 얼마나 행복해보이면 저러나 하고. 그리고 아빠도 엄마도 하라 네가 가족들 중에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 우리 딸내미 어디가 평범하다는 거야? 눈도 반짝거리고 코도 오똑하고 뭣보다 마음씨가 얼마나 예쁜데.”

 

 대답하기 머쓱할 땐 웃는 게 최고라 하라는 소리 없이 베시시 웃고 말았다.

 잠시 옆길로 샜던 말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의문이 싹을 틔운 건 하라가 중학생이 되던 때였다.

 태양은 그 날 이후로 태도가 달라져 하라를 괴롭히고 구박하면서도 항상 챙겼다.

 주워온 자식론이 등장할 때마다 늘 앞장서서 사람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하라를 지켰다.

 

 “내 동생 맞거든요? 내가 맞다고 하는데 왜 아니라 그래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 동생 괴롭지 마요!”

 

 중학생이 된 하라는 성적도 좋았고 선생님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거슬렸던 탓일까?

 

 하라는 따돌림을 당했다.

 ‘너 입양아라며?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거네?’하는 폭언이 시작이었다.

 

 태양이 알기까지 반년, 그동안 하라는 죽어라 대항했다.

 근거 없는 소문이 부풀려져 덩치를 키웠고 괴물이 되어 돌아올 때마다 하라는 다짐했다.

 나는 엄마 아빠의 사랑스런 딸이야. 저런 말에 지면 안 돼.

 

 그럼에도 부모에게 말하지 못 한 건, 아주 작은 의심의 씨앗 때문이었다.

 사실이면 어쩌지? 만약에, 사실이면?

 

 그때마다 이렇게 사랑받는 내가 엄마 아빠의 자식이 아닐 리가 하고 마음 어딘가에서 소근거렸다.

 

 그렇게 버티고 버틴 하라는 태양이 한 번, 부모님이 또 한 번 학교를 뒤집고 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안정을 찾았다.

 

 그 사이 하라는 부모님이 나누는 얘기를 엿들었고, 사실을 어렴풋이 알아챘고, 입을 닫고 반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리 없는 태풍도 끊임없는 관심과 변함없는 사랑에 멈췄다.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가며 한 이야기가 태풍 구간을 지나 종착역에 도착했다.

 

 “네가 우리 가족이 된 걸, 한 번도 아주 잠시잠깐도 후회한 적 없어. 너는 언제나 내 하나뿐인 막내딸이었고, 태양이의 동생이었어. 엄마는 아직도 널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해. 네 아빠를 만났을 때보다 더 강렬하고 깊게 사랑에 빠졌으니까. 네가 눈치 챘다는 걸 알면서도 여태 말하지 않은 건, 성인이 돼서 네게 선택권이 생기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결심해서야. 친부모를 찾겠다고 하거나, 친부모와 함께 살겠다고 하면, 네 의견을 존중해야 할 테니까. 그 전에는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어. 우리 입으로 말해버리면 네가 떠나버릴까봐 겁이 났거든. 하라 네가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는지 느끼면서도 그랬어.”

 “그런데 하라야. ...넌 친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오면, 만날 생각이 있니?”

 

 아빠가 하라보다 더 긴장한 얼굴로 묻자 하라는 어쩐지 긴장이 확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뻣뻣하게 굳은 어깨도 느슨하게 힘이 풀렸다.

 

 “당연히 만나야죠.”

 “...그렇겠지...?”

 “제가 언제 엄마아빠 전화 안 받은 적 있어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아뇨. 그런 말 맞아요. 전 엄마 아빠 외에 다른 누군가를 부모님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다 아시잖아요. 제가 얼마나 두 분을 사랑하는지. 그러면서 왜 다른 사람 얘기를 해요?”

 “그게 말이야....”

 “...네 친부에게서 연락이 왔단다.”

 “......네?”

 “너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

 

 마음 한 구석에서 목소리 하나가 외쳤다.

 버려놓고, 이제 와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18화. 염탐하는 용이다 2017 / 7 / 31 251 0 5541   
17 17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야한… 2017 / 7 / 29 231 0 5548   
16 16화. 한다, 안 한다? 2017 / 7 / 29 232 0 5173   
15 15화. 조건이 있어. 2017 / 7 / 29 244 0 4662   
14 14화. 신기 헬라이시스. 2017 / 7 / 29 241 0 5384   
13 13화. 목걸이의 행방. 2017 / 7 / 29 238 0 4971   
12 12화. 내 이웃의 비밀. 2017 / 7 / 29 235 0 5636   
11 11화. 버렸던 것이 필요해진 이유. 2017 / 7 / 29 224 0 5201   
10 10화. 상상과 다른 사이 2017 / 7 / 29 253 0 6852   
9 9화. 새벽의 위로, 아침의 낯선 방문. 2017 / 7 / 29 238 0 6478   
8 8화. 이미 지난 일. 2017 / 7 / 29 244 0 7586   
7 7화. 마음으로 이어진 사이, 몸의 거리. 2017 / 7 / 29 239 0 7396   
6 6화. 어쩐지 자꾸 신경 쓰여. 2017 / 7 / 29 248 0 5754   
5 5화. 수능대박신화와 엿 2017 / 7 / 29 231 0 5854   
4 4화. 시간을 가르고 수험생을 구하러 온 구원… 2017 / 7 / 29 219 0 5951   
3 3화. 수능날 아침, 미로탐험. 2017 / 7 / 29 234 1 6440   
2 2화. 옆집에 마술사가 산다. 2017 / 7 / 29 230 0 5650   
1 1화. 학교까지 순간이동. 2017 / 7 / 29 393 1 412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홍염 : 회생한
김거북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