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13화 황궁의 안과 밖
작성일 : 17-07-29 00:16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2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순행 준비는 어찌 되어 가고 있는가?”

 

 진시황은 환관 조고에게 곧 있을 순행에 대해 물었다.

 

 “다음 달 초이레에 맞춰 준비하고 있나이다.”

 “이번이 몇 번 째 순행이지?”

 “재위 하신 이래 다섯 번째 순행이옵니다.”

 “벌써 그리 되었군. 이번 순행엔 막내 호해를 대동할 것이다.”

 “호해 황태자를요?”

 “호해 나이 이제 열아홉이 아니냐. 바깥 세상을 보고 큰 뜻을 품을 나이가 되었다.”

 “뜻 받자와 준비하겠나이다.”

 

 환관 조고는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더니 황제에게 이어 고하였다.

 

 “그런데 폐하. 순행 전에 황궁행사가 있음은 잊지 않고 계신지요?”

 “황궁행사? 성가신 일이 하나 남아있었군.”

 

 진시황은 진심으로 귀찮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진시황의 심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환관조고다.

 

 “지하궁전과 병마용갱 등 대건축 완공을 앞두고 진나라 황실의 존엄을 알리는 일이옵니다.”

 “황실의 존엄이라.. 황실의 존엄을 누구에게 알린단 말인가. 백성들에게 알린다는 말인가, 황비와 그들의 세력들에게 알린다는 말인가.”

 “천하를 통일하시고 이루신 황제 폐하의 놀라운 치세를 널리 알리고 기강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옵니다. 그럴진대 다른 어떤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나이까.”

 

 진시황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제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 챈 환관 조고가 얼마 전 청부인에게 가져온 약을 황제에게 올렸다.

 

 “이번 약제에는 복통에 효과가 있다는 목향을 첨가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서역에서 들여온 약재라 하온데 약간 쓴 맛이 나나 복통에 효과가 탁월할 것이라 하옵니다.”

 

 약을 받아 든 황제가 말했다.

 

 “향이 매우 좋구나. 이번에도 전하는 말은 없더냐.”

 “쾌유를 바라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약을 한모금 들이키고 맛을 음미하듯 생각에 잠겨 있던 황제가 혼잣말 하듯 읊조렸다.

 

 “향은 달고 맛은 쓰구나. 누구처럼.”

 

 청부인을 이르는 말이었다. 진시황은 곧 있을 황궁행사에 관하여 소상히 아뢰는 환관조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진시황은 자신이 찾아가지 않으면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청부인에게 야속한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황제의 병증에 이상이 있는 날은 그것을 핑계로 한번은 먼저 찾아와 줄 수도 있으련만 청부인은 사업에 관한 일이 아니면 먼저 황제를 찾는 일이 없었다.

 

 한동안은 그래서 더 애틋하고 그래서 더욱 그리웠다. 보고픈 마음을 참고 참았다가 만나면 더욱 반가웠으나 언제부턴가 그런 청부인의 마음이 서늘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청부인은 황제에게 무언가를 바란다고 청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 다른 황비와는 다른 점이었다.

 

 크게 사업을 일구어 가진 것이 많아 그럴 수 있겠구나 여겼으나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오랜 세월 남녀가 서로 은애하는 사이에 바라는 것이 아무것이 없다는 게 허전했고 늘 마음 한 켠이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천하를 다 가진 황제가 아닌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권력을 가진 남자임에도 청부인에게 자신은 늘 무언가 부족한 남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청부인을 황후나 황비로 맞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환관조고의 반대 때문만은 아니었다. 험하고 소문 많은 황궁에 들어와 그녀가 혹시라도 마음을 다치게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가까이에 두고 싶은 욕심에 사랑하는 이를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진시황은 황후나 황비의 자리 대신 청부인이 기거할 수 있는 궁궐을 짓게 했다. 곧 완공될 그 아름다운 궁궐을 보며 기뻐할 청부인을 떠올리며 진시황은 그녀에게 가졌던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을 밀어내려 애썼다.

 

 “폐하, 이대로 진행하여도 되겠습니까.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진시황은 아무 말이 없었다.

 

 “폐하. 폐하.”

 

 그제서야 환관조고를 본 진시황이 말했다.

 

 “알아 들었으니 그리 하라.”

 “예. 그럼 소신은 물러가겠습니다.”

 

 진시황을 알현하고 나온 환관조고는 서둘러 황궁행사에 필요한 것들을 지시하고 챙기기 시작했다. 환관조고는 진시황이 황궁행사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궁 안의 일은 물론이고 황비들을 찾지 않는 것도 이미 오래된 일이었다. 진시황의 관심은 통일 후 진나라의 안위와 변방의 오랑캐, 황제의 순행과 대토목공사 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청부인이었다. 환관 조고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본래 남녀의 일이란 떼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 들러붙길 원하는 성질의 것이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했었건만 이토록 오랜 세월 청부인이란 존재가 황제의 곁에서 맴돌 줄은 몰랐다. 차라리 황제가 청부인에게 미쳐있었던 그때 황비의 자리에 앉히는 것이 오히려 황제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환관 조고는 때늦은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혹시라도 황제가 그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았던 황후의 자리에 청부인을 앉히고 싶은 마음이라도 먹을까봐 노심초사 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 조짐이 보일 때마다 환관 조고는 황제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그때마다 수를 내고 애를 썼다.

 

 처음부터 환관조고는 청부인이 가진 오묘한 기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황비와는 태생부터가 다른 기운이었다. 일찌감치 과부가 되어 사내 잡아먹은 팔자도 문제였지만 청부인이 환관조고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더 큰 이유는 청부인의 깊은 눈빛이었다. 상대방의 속내까지 들여다보는 것 같은 깊은 눈빛, 다 아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도 극도로 말수를 아끼는 조심성도 환관조고의 심기를 건드렸다.

 

 무엇보다 황제의 특별한 총애를 받는 여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싫었다. 진시황제는 이제까지 어떤 여인도 청부인을 대하듯 한 적이 없었다. 황제의 아이를 가진 여인들만 황비의 자리에 앉혔을 뿐이었다. 황후의 자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비어있었다. 황제는 그 어떤 여인도 진심으로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청부인 만이 예외였다.

 

 이제까지는 청부인이 지어 올리는 약으로 황제가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아 어쩌지 못하고 두고 보아 왔지만 환관 조고에게 청부인은 늘 불편한 존재였다. 하물며 어린 시절 몰락한 환관 조고의 집안과 청부인의 친가와 얽힌 악연을 생각하면, 환관 조고는 당장에라도 청부인을 진나라에서 추방시켜 만리장성 밖으로 집어 던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환관 조고는 언제고 그 빚은 꼭 되갚아주리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 황제와의 알현에서 이례적이었던 것은 막내 황자인 호해황자를 황제의 순행에 대동하겠다는 것이었다. 환관 조고는 황제의 심기에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했고 내심 좋은 징조라 생각했다.

 

 “이제야 황제께서 황태자 부소에 대한 연민을 거둔 것인가. 막내 호해를 품안에 두겠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 천하에 변화의 기류가 느껴지기 시작하는구나.”

 

 황궁행사에 관한 업무 지시를 끝낸 환관 조고는 황궁의 계단 중앙을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환관 조고가 무언가 깊은 생각을 할 때마다 하는 습관 같은 것이었다.

 

 “아차차, 잊어버린 것이 하나 있군. 이제 그만 황후를 맞으시라 황제께 언질을 드렸어야 했는데. 황후 트라우마는 벗어 버리실 때도 되지 않았는가. 뭐, 황궁 행사까지는 시간이 아직 있으니까.”

 

 환관 조고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렸다. 누구도 보지 못했을 만큼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

 

 “이달 말에 열리는 황궁행사에 초대되었으니 참석할 준비를 하거라.”

 “황궁행사요? 저도 말입니까?”

 

 연잎밥과 찬거리를 전하러 찾아온 기련에게 아버지 장파형은 대뜸 황궁행사 이야기를 꺼냈다. 황궁행사에 참석하라니, 기련은 아버지 장파형의 뜬금없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아버지, 제가 왜 황궁행사에 갑니까.”

 

 기련은 아버지가 또 무언가 도에 지나친 청이라도 넣었나 싶어 걱정이 앞섰다.

 

 “왜라니, 이 아비가 나라의 큰일을 하고 있으니 그 딸도 초대를 받는 것이 아니냐. 환관 나으리의 특별한 배려이니 영광인 줄 알거라.”

 “환관 나으리 라면 황제폐하를 모시는 그 환관 조고 말인가요?”

 

 기련이 환관 조고를 알다니 장파형은 은근히 놀라는 눈치였다.

 

 “환관 나으리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더냐?”

 “지난 번 청부인댁에서 잠깐 뵈온 적이 있었어요.”

 

 ‘오호라 그때 눈에 들었던 게로구나’

 

 장파형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기련은 황궁행사 같은 것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황궁 구경을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지만 아버지 장파형의 과욕이 화를 부르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

 

 지하궁전에서 병마용 공사현장까지 터덜터덜 걸어오는 내내 기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이는 뾰로통한 기련의 표정을 보고 한숨 쉬듯 말했다.

 

 “요새 어르신만 뵙고 나오시면 아가씨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이십니다.”

 “설이 네가 봐도 그렇느냐? 요즘 내가 참 생각이 많아 그렇다.”

 

 병마용 공사현장으로 카이를 만나러 온 기련은 설이가 들고 있던 작은 보따리를 건네 받아 카이에게 건넸다.

 

 “밥에서 어찌 이런 좋은 향이 납니까?”

 “연잎에서 나는 향이에요.”

 “태어나서 이런 밥은 처음 먹어봅니다.”

 

 서역에서 온 카이에게 연잎을 싼 밥이라는 것이 마냥 신기한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기련이 자신에게 도시락을 싸왔다는 사실에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카이는 바로 눈앞에 앉아 있는 기련을 보느라 눈도 달고 입안 가득 연잎밥의 향기로움에 입도 달아 세상이 온통 달짝지근하게만 느껴졌다.

 

 그런 카이와는 달리 기련은 자신이 가져온 연잎밥을 맛나게 먹는 카이를 보는 둥 마는 둥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렇게 도시락까지 가져다 주시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아버지께 오는 길에 하나 더 마련한 것 뿐입니다.”

 “그래도, 도시락이란 본래 정성이 담긴....”

 “정 그리 고마우시면, 지난 번 선물에 대한 답례라 여기세요”

 

 기련은 별일 아니다 싶은 말투로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얼굴에 내내 근심이...”

 

 기련은 조금 전 아버지 장파형에게 들은 이야기를 카이에게 털어놓았다.

 

 “황궁행사에 가게 됐다구요?”

 “예. 왜 저까지 황궁행사에를 가야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잔뜩 기대를 하고 계시니 안간다 하면 안되겠지요?”

 

 카이는 기련이 황궁행사에 참석하게 됐다는 것보다는 기련이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는 이유가 더 궁금했다.

 

 “기련님은 황궁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황궁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곳이 황궁이지요.”

 “그러니까 더 궁금하지 않습니까. 가보기 어려운 곳인데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잖아요. 기련님은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분 아니셨습니까?”

 

 카이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같이 조각하는 사람들은 그런 곳에 대한 선망이 있어요. 최고의 조각예술이 모여 있는 곳이 그 나라의 궁궐이니까요.”

 “그렇겠네요.”

 “쿠처가 황궁행사 때 서역 장인들도 몇 명은 참석하게 될거라고 하던데 나도 가겠다고 말해봐야겠어요.”

 

 기련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 듯 보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화 내가 찾으러 오겠소 2017 / 7 / 31 243 0 4741   
19 19화 황제의 새 여인 2017 / 7 / 31 245 0 5184   
18 18화 허세 혹은 욕망 2017 / 7 / 31 272 0 6990   
17 17화 때늦은 후회 2017 / 7 / 31 234 0 5759   
16 16화 서역 장인 나부랭이 2017 / 7 / 30 240 0 6808   
15 15화 첫사랑, 그 밝고 환한 빛 2017 / 7 / 30 261 0 5226   
14 14화 황궁행사 2017 / 7 / 29 245 0 6263   
13 13화 황궁의 안과 밖 2017 / 7 / 29 246 0 5277   
12 12화 두 개의 얼굴 2017 / 7 / 28 264 0 4337   
11 11화 지평선 너머 2017 / 7 / 27 251 0 6210   
10 10화 인연 혹은 악연 2017 / 7 / 26 238 0 5379   
9 9화 단사 목걸이 2017 / 7 / 26 241 0 4279   
8 8화 두 여인 2017 / 7 / 25 248 0 4114   
7 7화 황제의 여인 2017 / 7 / 25 233 0 4671   
6 6화 동전도둑 2017 / 7 / 24 225 0 4803   
5 5화 지하제국의 병사들 2017 / 7 / 24 219 0 4183   
4 4화 지하궁전 2017 / 7 / 23 238 0 4074   
3 3화 사막을 건너온 남자 2017 / 7 / 23 246 0 4309   
2 2화 프롤로그 - 진시황의 병마용 2 2017 / 7 / 22 259 0 4017   
1 1화 프롤로그 - 진시황의 병마용 1 2017 / 7 / 22 437 0 440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