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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4. 일각록 (6)
작성일 : 17-07-28 23:04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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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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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은 가만가만 장미토를 살펴보았다. 정말 꼬리만 제외한다면 그냥 어린 아기 토끼로 봐도 무방한 모습에 그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꽤나 그 귀여운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다. 가만히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애니멀테라피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에 가온은 미소 지었다.

  미소가 기분이 좋았던 걸까? 장미토는 가온의 손 위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이승에서는 죽었지만 저승에서는 계속 살아가고 있었구나. 그런데 왜 멸종 된 거야?”

 

  승후의 물음에 장미토가 살짝 시무룩해진 듯 두 귀를 축 늘어뜨리며 가온을 올려다보았다. 가온은 약간 머뭇거리듯 천천히 입을 뗐다.

 

  “다른 동물들이 멸종 된 것과 같이 사람들에 의해서 멸종 됐어.”

 

  사람들에 의해서 멸종된 동물들은 많다. 독도강치를 시작으로 한국호랑이, 한국표범... 이 땅에서 사라진 동물들은 모두 사람들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 마땅히 있어야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사람들의 손에 의해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가온은 가만가만 장미토를 쓰다듬었다. 탐스러운 꼬리를 강아지처럼 천천히 저으며 장미토는 가온의 손을 꼭 껴안았다. 가온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손에 멸종되었다면서 꽤나 너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장미토는 원래 사람을 좋아해.”

 

  가온은 부드럽게 웃었다.

 

  “먹을 것이 없는 짐승 앞에 일부러 나타나 길을 알려주거나 먹을 곳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는 그랬대. 워낙에 착해서 착한 일도 많이 하고 사람들이나 짐승에게 잘 속고, 조금만 정승을 들이면 금방 친하게 따르며 믿었대. 그래서 결국 멸종을 당한거고.”

 

  사람들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그들을 돕고 싶어 했고 그 착하디착한 천성 때문에 결국 멸종을 당했다는 이야기에 승후는 살짝 고운 이마에 주름을 지게 했다. 왠지 이 눈앞의 귀여운 장미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장미토는 억울하게 갑작스런 위기에 놓인 동물의 상징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도와주며 착한 일만을 했지만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당하기만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장미토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영리해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대. 어떤 장미토는 옷을 입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던걸?”

 

  “잘 아네?”

 

  장미토의 말에 가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시간이 나면 저승의 생물들에 대해 찾아보고는 했었다.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며 여기저기 사이트를 돌아다니거나 도서관의 오래된 책들을 보았다. 그리고 우연히 장미토에 대해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냥 우연히 책에서 봤거든.”

 

  “그런데 장미토라고 하더라도 동물이 말을 하는 게 당연한 거야?”

 

  승후가 의문을 표하자 가온이 그제서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아무리 장미토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고 이치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말을 한다는 정보는 없었다. 장미토는 토실토실한 궁둥이를 흔들며 히죽거렸다.

 

  “사람들이 하는 말의 이치를 이해하면 말도 할 수 있어. 우리 장미토는 똑똑한 생물이니까!”

 

  가온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나는 신명후예인걸?”

 

  “신명후예?”

 

  승후는 머리가 아파오려고 했다. 자꾸만 모르는 용어가 툭툭 튀어나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가온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진즉에 가온처럼 이것저것 찾아보는 버릇을 들이는 건데...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며 승후는 앞으로 열심히 찾아보겠다며 마음 먹었다.

 

  “신명후예는 성스러운 존재의 자손이야. 동물이나 사람이 해당되지.”

 

  “사람도 신명후예가 될 수 있는 거야?”

 

  “뭐, 성스러운 존재의 자손이라면.”

 

  가온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장미토가 마음에 들었는지 괜시리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옆구리를 공격당한 장미토는 꺄르르 자지러지게 웃으며 그의 손가락을 잡으며 장난에 응했다.

 

  “장미토의 신명후예는 642년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의 선도해와 술을 마시면서 판소리를 이야기하다 언급하기도 했어.”

 

  “판소리?”

 

  “너도 잘 아는 거야. 「별주부전」!”

 

  무언가 퍼뜩 머리를 스치는 이야기에 승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별주부전이라면 승후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최근에는 ‘토끼전’, ‘토생원전’, ‘토끼의 간’이라는 동화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가온이 말한 것처럼 삼국사기의 김유신 전에서 김춘추가 고구려에 잡혀있을 때 이 이야기를 이용했다는 설화도 있었다.

  용왕이 병들어 죽게 되자 영약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자라가 물 밖으로 나오게 되고 토끼에게 용궁을 구경시켜주겠다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에 속은 토끼가 용궁에서 자신의 간은 밖에 꺼내어 볕에 말리고 있으니 갖고 오겠다고 재치를 발휘하여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주 유명한 이야기를 승후는 떠올렸다.

 

  “그럼 신명후예인 장미토가 별주부전의 주인공이라고?”

 

  가온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 위에서 아기자기하게 움직이는 귀여운 장미토에게서 그는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었다.

 

  “신명후예는 몸속의 장기를 잠시 동안 인위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수 있고 몸 밖으로 그런 장기를 꺼내서 따로 보관 하는 것도 가능해.”

 

  “그럼 별주부전의 토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거구나?”

 

  “뭐, 하지만 방금도 말했듯이 ‘잠시 동안’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용왕에게 간을 주지 않고 도망갈 리가 없지.”

 

  장미토는 가온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가온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는 듯 장미토는 그의 손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승후는 그 모습을 못 말린다는 듯 쳐다보았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건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나.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에 왜 온 거야?”

 

  “이 근처에 뿔이 달린 생명체가 무언가를 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걸 찾고 있었거든.”

 

  “뿔이 달린 생명체가 누군가를 쫓는 다고?”

 

  가온의 말에 장미토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더니 그의 손을 꼭 붙잡고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왜 그래?”

 

  “너희랑 이야기하느라 잊고 있었는데, 나 쫓기고 있었어!”

 

  굉장한 것을 깨달았다는 듯 장미토는 두 귀를 쫓긋 새우고 깜짝 놀란 듯 가온의 손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리고는 속사포로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여기 밭에 조금만 있으면 맛있는 채소들이 잔뜩 난다고 해서 와 봤는데 갑자기 뿔 달린 녀석이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어! 뒤통수에 뿔이 하나 돋아나 있었어.”

 

  “어떻게 생겼는데? 동물이야?”

 

  “아니야! 사람처럼 생겼어. 사람처럼!”

 

  가온과 승후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오니인 걸까? 쌍둥이는 오니가 아니라고 했었다. 뿔 달린 일본 도깨비가 아니라면 도대체 뿔 달린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일까? 가온과 승후는 알 수가 없었다. 가온은 여태까지 자신이 봐 왔던 자료들을 떠올려 보았지만 도통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뿌연 안개가 낀 미로를 걷는 것처럼 가온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잔뜩 표정을 구긴 가온의 팔을 타고 장미토가 빠르게 올라가더니 이내 그의 어깨에 앉아 가만히 솜방망이 같은 고 푹신하고 귀여운 앞발을 가온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쫓기고 있다면서.”

 

  “그래도 표정 구기지마.”

 

  장미토는 착하다. 곤란해 보이는 짐승이나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먼저 생각한다. 가온은 괜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토록 착한 녀석들이 하늘 아래에 다시없을 이 순수한 마음과 영혼을 가진 녀석들이 이미 이승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괜히 자신의 탓인 것 같아 아파왔다.

 

  “쫓기는 이유는?”

 

  “몰라. 험상궂게 생겨서는 항상 내가 보이면 무섭게 달려오는 걸?”

 

  두 귀를 쫑긋하며 말하는 장미토의 수염이 일순 파르르 떨렸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것인지 털이 가늘게 떨리는 그 모습은 안쓰러워보였다.

  가온은 가만히 장미토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그 녀석이 누구인지 찾아낼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그런데 장미토...라고 불러야 하나?”

 

  가온이 살살 장미토를 달래는데 승후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장미토는 이름이 아니다. 강아지, 고양이처럼 그저 동물의 종을 이야기하는 단어였다. 승후의 말에 장미토가 가만히 둘을 올려다보았다. 오물거리는 입이 꽤나 귀여웠지만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것 같아 둘은 가만히 녀석의 말을 기다렸다. 장미토는 부끄러운 듯 자신의 길고 탐스러운 꼬리를 끌어안고 뜸을 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루...”

 

  “루?”

 

  “마루.”

 

  가온의 반문에 장미토, 마루가 크게 한 번 말하고는 입을 닫았다. 이름이 부끄러운 것인지 연신 꼬리에 얼굴을 푹 박고만 있었다. 가온가 승후는 그런 마루가 귀여워 조용히 웃었다.

 

  “좋은 이름이잖아.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야?”

 

  “안 놀려?”

 

  “왜? 엄청 좋은 이름이잖아. ‘하늘’이라는 뜻의.”

 

  마루는 꼬리에서 얼굴을 떼지 않고 그대로 얼굴을 묻은 채로 중얼거렸다.

 

  “다른 장미토들은 놀린단 말이야. 나한테는 벅찬 이름이라고.”

 

  “그렇지 않은 데? 넌 신명후예잖아? 신명후예에게 어울리는 아주 좋은 이름이라고.”

 

  가온의 말에 마루가 꼬리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이 귀여운 생명체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가온은 가만가만 마루를 보았다. 희고 고운 마루의 모습을 꼭꼭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생명체를 볼 수 있을까?

 

  “어?!”

 

  “진짜다!!!”

 

  조금 더 이 귀엽고 깜찍한 생명체와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던 가온과 승후였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가온이 예상했던 대로 불청객들이 뒤늦게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계속 학교나 다른 장소에서 가온과 승후를 찾으면 좋았을 것을 기어코 나타난 쌍둥이를 향해 가온은 불만이 가득한 눈초리를 보냈다.

 

  “형! 치사하게 이럴 거예요?”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예요! 안 온다고 해놓고!”

 

  가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누나의 말이 맞았어!”

 

  “그 누나는 천재일거야.”

 

  “점쟁이 일지도 모르지.”

 

  “나중에 우리의 미래도 점쳐 달라고 할까?”

 

  “잠깐만.”

 

  쌍둥이의 이야기를 승후가 도중에 끊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쌍둥이는 가온과 승후가 이곳에 먼저 와 있을 거라는 걸 누군가에게 듣고 온 모양이었다.

 

  “누나라니?”

 

  승후의 물음에 쌍둥이의 뒤쪽에서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여학생이 다가왔다. 전에 학교에서 가온에게 말을 걸었던 그 여학생이었다.

  여학생, 노을은 천천히 가온과 승후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오랜만이야.”

 

  살짝 떨리는 그 음성에 승후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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