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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주술사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7.28

주술사는 인간들을 공격하는 영적인 존재로부터 그들을 지켜왔지만, 인간들은 주술사인 사신의 엄마에게서 마력을 빼앗으려하고,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면서 주술사는 인간을 지키지 않게된다. 마력이 가장 높은 사신은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그와 비슷하게 무당의 딸인 이술 역시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며, 그녀의 손이 닿으면 누구라도 죽게되는 저주까지 받게된다. 사신은 악마로 부터 이술을 구하게 되고 둘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마술사 마신은 50년째 첫사랑을 찾지만 찾지못하고, 그를 짝사랑하는 미인은 지쳐간다

 
18장 악귀의 욕망(6)
작성일 : 17-07-28 21:48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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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이지 심장이 터져 죽을 것만 같다고 생각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다른 이의 등장은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복도에선 말소리가 들렸다.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와 울먹임이 잔뜩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섞여있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그들이 시체 보관실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재빨리 눈빛을 교환했다.

 

  머지않아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여자가 시체 보관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옆에는 경찰이 같이 서있었다.

 

  “응? 왜 문이 열려있지?”

 

  경찰복을 입은 남자가 의아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에 깨져있는 자물쇠와 너무 손쉽게 열리는 문이 수상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금세 고개를 저었다. 누가 이 밤에 시체보관실에 오겠어, 그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수상하던 생각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라져버렸다. 분명 누군가가 나가면서 허술하게 채워놓은 자물쇠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깨져버린 것 일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밤중에 시체보관실의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은 말이 되지 않으니까.

 

  커다란 눈과 오뚝한 코, 그리고, 풍만한 가슴까지. 딱 붙은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시체보관실과 어울리지 않게 가슴부분이 푹 파여져 있는 몹시도 야하고 예쁜 원피스가 화려한 그녀의 모습을 더 부각 시켰다. 그녀는 입술을 잘게 물어뜯으며,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움이 가득한 눈엔 눈물이 잔뜩 고여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그녀의 뒷모습을 슬쩍 끈적한 눈길로 훑어 내리다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네?”

  “한 10분만 있다가 나오세요, 동생분이라고 하셔서 잠깐 보게 해드리는 거지, 이거 들키면 저 혼납니다.”

 

  경찰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아, 감사해요!” 라는 콧소리를 내며 꾸벅 인사를 건넸다. 그녀가 허리를 숙이자, 가슴골이 드러나며 커다란 덩어리가 출렁거렸다. 순간적으로 경찰의 시선이 꽂혔다. 그녀는 그런 뜨거운 시선을 느꼈지만 애써 모른 척 했다. 어차피,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 입고 온 옷이니까….

 

  경찰은 너무 바보 같게도, 그녀의 애교 몇 번과 훤한 가슴 노출만으로 쉽게 넘어왔다. 시체보관실은 경찰 아니면 아무도 들여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름 열심히 준비한건데, 생각보다 들어오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남자들은 팔뚝에 가슴만 몇 번 비비면 금세 헤벌쭉하니까…. 푹 하는 웃음이 샜다. 하여간, 멍청하기는 그녀는 속마음을 삼켜낸 채 억지로 씨익 하고 웃어보였다.

 

  “네, 그럼 이따 올게요.”

 

  경찰은 잔뜩 얼굴을 붉인 채, 인사를 건네곤 사라져버렸다. 급히 내빼는 뒤꽁무니엔 알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탁탁, 복도 너머로 발소리가 멀어지고, 그녀는 소리가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다가, 시체보관실의 문을 쾅하고 세게 닫아버렸다.

 

  “어, 어떡해요….”

 

  창욱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창욱을 포함해 마신과 사신 모두 시체 보관실의 철문 뒤에 숨어있는 상태였다. 바로, 코앞에 정소민의 시체가 보였다. 다른 때 같으면 당장이라도 피해버렸을 모습이었지만, 딱히 숨을 곳이 없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은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의 동생인 소진이 갑자기 시체보관실에 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들은 찐득한 몸을 더욱 더 밀착했다. 짜증나고, 금방이라도 밀쳐내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숨을 죽여야만 했다.

 

  얼굴 가죽이 뜯겨나간 시체는 부패가 심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꼭 해골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뼈만 앙상하게 남은 시체 위에 벌레들이 들끓었다. 창욱은 턱 끝까지 올라온 구역질을 꾸역꾸역 참아냈다. 만약, 그녀가 문을 닫기라도 한다면 들켜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조심 또 조심해야만 했다.

 

  “흐음.”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짙은 눈 속엔 왠지 모를 서늘함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참으로 이상했다. 이 밤중에 시체보관실로 온 것도 그렇고, 대놓고 훤히 열려있는 언니의 시체 보관실 철문에 대해서도 큰 의문을 갖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물론, 그들에게는 참 다행인 일이었지만 사신은 왠지 모르게 찝찝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은 높고 매끈한 다리를 움직여 언니의 시체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체보관실에서는 알 수 없는 시린 정적이 흘렀다. 그녀는 차갑게 식어있는 침대 주변을 손으로 더듬더듬 매만지더니, 금세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언니….”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울컥 차오른 눈물이 금방이라도 새어나올 듯 했다. 빤히, 차갑게 식어버린 언니의 얇은 손목을 조심스레 바라다가, 그녀는 천천히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길,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 때문에 셋은 구석에 몸을 더 밀착하며 숨을 죽였다. 그녀의 등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철문 앞에 달린 네모난 유리창 사이로 머리가 불쑥 올라왔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셋은 손으로 코를 잡으며, 숨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녀는 이제 빤히 언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니, 어쩌다가….”

 

  그녀는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울먹임이 가득한 목소리로, 눈가를 매만졌다. 흐윽, 하는 울음소리가 샜다. 그녀는 크게 등을 들썩이며, 침대 손잡이를 붙잡았다. 꽤나 흉측한 시체의 모습임에도, 그녀는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어보였다. 가족이라는 게 그런 건가? 창욱은 왠지 모를 감동을 느끼며, 찔끔 새어나온 눈물을 훔쳐냈다.

 

  “하아,”

 

  짙은 한숨이 샜다. 그녀는 금세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바로 뒤에 있던 철문에 천천히 등을 기대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훤한 등에 셋은 숨을 들이 삼켰다. 저 작은 네모난 창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들은 꾸역꾸역 시선을 돌렸다. 그녀에게선 여전히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투명한 주술은 못써요?”

 

  창욱이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쿵쿵 거세게 요동치는 심장이 들키게 될까하는 두려움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 것 까지 다하면 우리가 해리포터지.”

 

  마신은 잔뜩 짜증나는 투로 말했다. 아, 작게 탄성을 낸 그가 바보 같은 표정으로,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미인은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주술사 협회의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엉망진창이 된 회의실의 모습이었다. 커다란 둥근 탁자와 그 주변에 놓여있던 등받이가 달린 나무의자들, 그리고, 주술사 협회를 뜻하는 빨간색 깃발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내팽개쳐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그녀는 좀처럼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텅 비어있는 회의실은 그녀에게 이 모든 현실이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지만, 그녀는 차라리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끼익, 소리를 낸 문이 금세 쾅 하며 닫혔다. 미인은 급히 달려가서 그 문을 열려했지만, 밖에서 잠겨 진 탓에 좀처럼 열 수가 없었다. 회의실 안은 순식간에 어둠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급히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왠지 모를 더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초조하게 왼손 4번째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를 매만졌다. 딱딱한 시멘트 벽사이로, 무언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오랜만이군.’

 

  킬킬대는 사악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말, 말도 안돼. 그녀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둠의 기운은 점점 더 그녀를 잠식해오고 있었다.

 

 

 

 *

 

  이술은 집에 돌아온 며칠 동안이나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얼마 전 겪었던 일들은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악마와의 만남은 그녀의 인생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매일 꿈에 나타났던 존재였기에 그녀에게 큰 새로움을 주지 못했지만, 실제로 본 악마는 엄청난 두려움을 주기엔 충분했다. 그녀는 그날 밤 겪었던 일들을 상기하고 또 상기시켰다.

 

  “도대체, 그 남자는 누구지?”

 

  그녀는 자신을 품에 안은 남자를 떠올렸다. 다부진 몸에 커다란 눈, 오뚝한 코와 왠지 모를 강한 기운까지. 그녀는 그가 꼭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눈빛으로 입술만 물어뜯던 그녀가 저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를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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