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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태양이 뜨기 전에
작가 : 목목목
작품등록일 : 2017.7.28

여성 파이터 한보름.
거칠고 강한 그녀에게도, 소녀가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월드스타 오태양을 맞이할 때!

그러나 의문의 무대 사고로 태양은 생을 마감해버리고...
보름은 과거로 회귀하여 16살 소녀가 되어버린다.

혼란도 잠시, 이건 기회다!

지금이라면 태양이 뜨기는커녕, 데뷔도 못 한 상태!!

운명으로부터 태양을 구하고, 겸사겸사 태양을 품어보자꾸나.

태양이 뜨기 전에!

 
태양을 찾아서
작성일 : 17-07-28 20:07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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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아. 여기가 어디라고?"

 "연남동."

 

 보름은 방과 후 현아를 대동하고, 연남동에 당도했다. 2012년에는 핫플레이스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지만, 아직은 낙후된 느낌이 다분하다.

 

 이 시절 보름과 현아는 마포구에 살았으며, 중학교도 동네 인근이었다. 연남동까지 버스로 몇 정거장 걸리지 않았기에, 하교 후 들르는 데 부담이 없는 거리다.

 

 '분명 이쯤인데...'

 

 두 여중생이 걷고 있는 이 눈 덮인 거리는, 몇 년 후 크게 땅값이 뛰게 된다.

 그 지가 변동의 가장 큰 요인은, 태양 엔터테이먼트!

 태양을 비롯한 국내외 톱스타들이 소속했던 기획사이다. 스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구름 같은 인파가 이 거리에 몰려들었고, 그 덕에 상권도 발전하게 된다.

 

 보름도 본래 그 구름 같은 인파 중 한 명이었기에, 이곳 지리자체는 익숙했다. 그러나 거리의 풍광이 너무 심하게 변했고, 눈이 많이 내린 터라 어디가 어딘지 잘 구분이 안 가는 상황이다.

 

 "보름아, 너 볼이 왜 그래?"

 "아, 별거 아니야! 떡볶이 먹을 생각에 기대돼서 그러나 봐."

 "저,정말 그렇게 맛있는 떡볶이가 있어?

 "그렇다니까. 하하.."

 

 떡볶이를 구실로 현아를 꾀어낸 보름이, 적당히 둘러댔다. 물론 이 거리엔 발전하는 상권에도 꿋꿋이 점포를 지켜내며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되는 분식집이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보름이 이곳에 온 이유는, 태양을 만나기 위해서다. 언제나 선머슴 같던 보름이지만, 태양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소녀가 되어버린다.

 

 더군다나, 그를 생각하며, 그가 살고 있을 거리를 걷는다.

 볼이 발그레해지지 않고서야 배길 수가 없다.

 

 보름은 달뜬 숨을 내쉬며, 감정을 억눌렀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할 수 있는 한 침착하게.

 꿈속의 꿈에서 들었던, '아버지에게'를 떠올린다.

 

 

 

 아버지, 제가 무심했었죠.

 이제 그만 쉬셔도 돼요.

 

 아버지의 소망도 잘못도

 제가 다 안을게요.

 

 아직도 기억나요.

 페인트 가게와 고깃집 중간

 아늑한 우리 집.

 

 낮에는 페인트 냄새.

 밤에는 고기 냄새.

 

 그래도 참 행복했어요.

 아버지가 있으니까.

 가수라는 꿈이 있으니까.

 

 그땐 참 우리 가까웠었는데.

 언제부터일까요?

 

 철없던 사춘기일까?

 인기를 얻어서일까?

 서먹한 부자가 되었죠.

 

 아버지, 제가 무심했었죠.

 이제 제가 효도할게요.

 

 아버지의 소망도 잘못도

 제가 다 안을게요.

 

 엄한 가르침이 힘든 날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젠 알아요.

 강하게 절 만드신 거죠.

 

 아버지, 제가 무심했었죠.

 이제 그만 쉬셔도 돼요.

 

 아버지의 소망도 잘못도

 제가 다 안을게요.

 

 

 

 이상하리만치 선명한 기억.

 태양의 음악이라면, 타이틀은 물론 앨범에 수록되어있는 모든 곡의 음정과 가사를 기억하는 보름이다.

 

 그러나 딱 한 번 들었던 기억이 전부인, 그것도 꿈속의 꿈에서 들었던 곡 전부를 기억해내는 건 불가사의한 일이다.

 

 '마치 수십 수백 번은 되뇐 것 같은...'

 

 보름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띵-

 

 욱신거리는 왼쪽 관자놀이.

 이전에 버스에서도 느꼈던 편두통이다. 편두통과 함께 몇몇 장면들이 스치듯 뇌리를 관통한다.

 

 '태양이 그럴 리가 없어.. 태양이 그럴 리가 없어... 태양이...'라고 중얼거리며, 연신 서류를 뒤적거리는 자신.

 경찰서 앞에서 '아버지에게'를 합창하는 여인들. 그리고 그녀들의 선두에 서 있는 자신.

 그리고 태양의 묘비를 붙들고, 오열하고 있는 자신.

 

 "이게 무슨... 무슨 기억? 기억이라고?"

 

 경험하지도 않은 일들을 기억해버리다니, 보름은 미치고 팔짝 뛰기 일보 직전이다. 특히, 마지막 기억의 묘비명이 화룡점정이다.

 

 - 마지막까지 찬란했던, 우리들의 태양. 아름답게 잠드소서. 2017.03.15

 

 

 태양이 죽는다.

 그것도 2017년에.

 하지만 보름의 기억은 2012년에 멈춰있었다.

 

 "보,보름아! 왜 그래?"

 

 보름이 길바닥에 주저앉아버리자, 현아가 그녀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 보름은 현아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고자 묻는다.

 

 "현아야... 지금이 몇 년도지?

 "어,어? 뭐? 2002년이지."

 

 현재는 2002년.

 일주일 전에는 2012년.

 조금 전에는 2017년.

 

 비정상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중구난방으로 배열되는 기억의 흐름. 시간에 대한 의식과 감각이 흐릿해진다.

 

 머피의 법칙도 유분수다. 이렇게까지 연쇄적으로 불가사의한 일들이 터지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법이다.

 

 그나마 단련된 정신을 소유한 26살의 한보름이기에 망정이지. 여리고 여린 16살의 한보름이었다면, 정신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일단 태양을 찾자. 그래.. 일단.."

 

 보름은 몸을 일으켜, 다시 길을 나섰다. 옆에선 현아가 딱 달라붙어 쫑알쫑알 걱정을 늘어놓았지만, 보름은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어느새 어둑해진 저녁.

 연남동 일대를 바리바리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찾아냈다.

 

 "페인트 가게와 고깃집 중간! 보이지 현아야? 그치?"

 "...어... 여기가 떡볶이집이야?"

 

 보름이 현아를 굳이 대동하고 온 이유가 이거다. 타인에게 자신의 기억을 검증 받기 위해서다. 사실 요 며칠간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으며, 보름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눈에 이상한 목판이 보이는 것도... 미래를 기억하는 것도... 내가 미쳐서 혼자 망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보름이 기억하는 미래의 기억 중에, 유일하게 현재와 비교하여, 신빙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단 하나.

 

 '페인트 가게와 고깃집 중간, 아늑한 우리 집'이라는 가사 한 줄이다.

 

 오태양이 연남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태양의 아버지가 자신의 집을 재건축하여 태양 엔터테인먼트로 발전시킨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재건축 전, 태양의 집이 페인트 가게와 고깃집 중간에 있었다는 정보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워낙에 태양이 신비주의인 이유도 있었지만, 재건축 과정에서 주위의 건물 서너 채를 같이 허물었기 때문이다.

 

 띵동-

 

 보름은 떨리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직접 발로 뛰며 수소문한 끝에 알아낸 결과, 연남동에 페인트 가게는 총 두 개였다. 그리고 그 두 페인트 가게 중, 옆옆 건물에 고깃집이 위치해있는 곳은 바로 이곳.

 

 만약 이곳에 정말 태양이 살고 있다면, 자신의 기억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보름은 눈을 꼭 감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태양아. 있는 거니? 제발... 제발... 나를 이 혼란에서 구해줘. 태양신이시여. 제발!'

 

 마침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녹슨 철문.

 보름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것은, 백발의 노파.

 

 '혹시 태양의 할머니?'

 

 할머니 얘기는 들은 바 없지만, 영 가능성 없는 이야기도 아니기에 질문을 던지려 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혹시..."

 "떡볶이 2인분, 아니 3인분이요!"

 

 조심스럽게 입을 연 보름보다, 끼니때를 놓쳐 한껏 독이 오른 현아가 빨랐다.

 

 "이 어린것들이 어디서 장난을 쳐! 혼나고 싶어?!"

 

 할머니는 단단히 화가 난 듯, 얼굴까지 붉혀가며 윽박질렀다. 영문도 모르고 주눅이 들어버린 현아는, 우물쭈물 보름의 뒤로 숨어버렸다.

 

 물론 보름보다 현아쪽의 덩치가 1.5배는 컸기에 가려지지는 않았다. 보름은 철문을 닫고 들어가려는 할머니를 붙잡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할머니. 이 애가 뭔가 착각한 것 같네요. 사실 저희는 태양이 친군데, 태양이가 오늘 떡볶이를 만들어주기로 했거든요."

 "태양? 그런 사람 없다!"

 "어,없다고요?"

 

 이럴 수가... 하는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는 보름.

 아쉬운 마음에 매정하게 닫힌 철문을 바라보지만, 황망한 마음은 달래지지 않는다.

 

 "보름아... 요즘 왜 그래 정말..."

 

 언제나 현명하고 똑 부러지던 보름이었다. 그런 그녀를 동경하여 곧잘 따르던 현아는, 최근에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반복하는 보름이 걱정되었다.

 

 당장 지금만 해도,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면서 일반 가정집에 벨을 누르고, 태양이 떡볶이를 만들어주기로 했다니... 친구가 진심으로 걱정되었던 현아는 이윽고 흐느끼고 만다.

 

 보름도 울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녀는 고등학생 시절 이후 운동을 시작하며, 우는 법을 잊었다. 그런데,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맞다... 나 중학생이지. 중학생 주제에 고등학생 이후로 우는 법을 잊었다니...'

 

 눈물이 시야를 가리자, 외면했던 현실을 직시하게 된 기분이다. 현실이라고 믿었던 망상 속에서, 자신은 누구보다 강한 여성이었다. 그것도 백인 남성 격투가를 KO 시킬 만큼.

 

 '그래,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 여자가 남자를 때려눕히겠어. 인정하고 체념하고 납득하자. 정신병원부터 가볼까?'

 

 누구보다 강했던 여성이, 한없이 약해지고 초라해지는 순간.

 

 

 끼익-

 

 

 다시 문이 열린다.

 

 장난을 친 것도 모자라, 남의 집 대문에서 흐느끼고 있는 소녀들이 못마땅한 것일까? 보름은 퍼뜩 눈물과 마음을 가다듬으며 일어서려 했다.

 

 "죄송해요. 할머..."

 "제가 오태양인데요. 누구세요?"

 

 보름은 일어서다 만 어정쩡한 자세로, 눈물을 닦아내다 만 흐릿한 시야로, 수줍게 자신을 쳐다보는 소년과 눈이 맞았다.

 

 작아진 키에, 더벅머리와 후줄근한 차림이었지만, 보름은 알아볼 수 있었다.

 

 크고 이지적인 눈망울을 안정감 있게 덮고 있는 속상꺼풀.

 부담 없이 솟아올라 얼굴의 균형을 완벽히 맞추는 콧날.

 붉은 페인트에 니스칠이라도 한마냥, 탐스럽게 반들거리는 입술.

 적당히 각지게 조각되어 여심을 베어버리는 날렵한 턱선.

 

 분명 그였다.

 저건 그일 수밖에 없다.

 

 태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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