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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12화 두 개의 얼굴
작성일 : 17-07-28 18:58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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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카이는 꿈속에서 타클라마칸 사막 신기루 속의 그 사내를 보았다. 사막에서 보았던 것과는 모습과 달리 사내는 멀쩡해 보였다. 카이는 사내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사막에선 살아 나온 거요? 무사하냐는 말이오.”

 

 카이는 그 사내의 생사가 궁금했다.

 

 “혹시 사막에서 죽은 거요? 그래서 내 앞에 나타나는 거요? 나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소? 왜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 거요?”

 

 이윽고 사내가 입을 열었다.

 

 “진나라를 떠나시오. 이곳은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오.”

 “진나라를 떠나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당신 누구요? 나를 아시오?”

 

 사내는 진나라를 떠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꿈에서 깬 카이는 병사용을 만드는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수백 수천의 병사용이 도열되어 있는 곳, 당장에라도 떨어질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듯 서있었다.

 

 카이는 낮에 작업하던 병사용 조각 앞에 섰다. 꿈에서 보았던 사내를 닮았다. 카이의 무의식과 손은 내내 그 사내를 기억하고 있었다.

 

 ‘사내는 왜 나에게 진나라를 떠나라고 하는 걸까. 나를 어떻게 아는 걸까? 대체 무엇을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카이는 그 이유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

 

 청부인의 부름을 받고 온 기련은 청부인과 함께 장터를 거닐고 있었다. 황제의 은혜를 받는 청부인이었지만 호위무사 두명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뒤따를 뿐 단촐한 행차였다.

 

 “내가 언제든 오라 말하지 않았느냐. 다음엔 부르지 않아도 먼저 찾아와 주면 좋겠구나.”

 “예. 청부인. 장터에는 자주 나오십니까?”

 “자주는 아니고. 새로운 약초가 장터에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구경삼아 이렇게 나온단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서 더욱 좋구나.”

 

 청부인이 기련을 보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요즘 그간 잘 지냈구? 재미있는 일은 뭐 없었느냐?”

 

 기련은 뭔가 생각을 하다가 청부인에게 되물었다.

 

 “재미있는 일이라기 보다...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

 “청부인께서는 서역이라는 곳을 아십니까?”

 “못보는 사이에 서역이라는 곳에 흥미를 두었구나.”

 “서역은 어떤 나라입니까?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입니까?”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라... 글쎄.”

 “청부인도 못 가보셨군요.”

 

 기련은 조금 실망한 듯 보였다.

 

 “서역이란 곳이 건장한 사내도 쉽게 오가기 힘든 곳이라지 아마.”

 “그럼 서역에서 진나라까지 온 사내라면 아주 대단한 사람인 거지요?”

 “서역에서 온 장인들을 말하는 것이냐?”

 

 기련은 흠칫 놀랐다. 청부인이 자신의 속마음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듯 느껴졌다. 청부인은 말을 이어갔다.

 

 “서역을 오가는 상인들이야. 평생을 걷고 또 걷는 일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지만 장인들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지. 서역의 조각 기술이 고스란히 진나리에 전해지는 것이니 말이다.”

 

 마침 청부인과 기련의 뒤에 몇몇의 서역 장인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청부인은 약초가 진열되어 있는 상점 앞에 발을 멈췄다.

 

 “어디 새로운 약초가 있는지 한번 볼까.”

 

 청부인과 기련이 약초를 살펴보고 있는 사이, 기련의 모습을 발견한 카이가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 왔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기련은 깜짝 놀랐지만 기련 역시 반가운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동료 장인들과 청동 그릇을 파는 곳에 조사를 나왔습니다.”

 

 청부인이 자신들을 보고 있음을 깨달은 기련이 청부인에게 카이를 소개시켰다.

 

 “청부인. 이분은 황릉 병사용을 만드시는 분입니다.”

 

 카이가 청부인에게 인사 했다.

 

 “카이라고 합니다. 황릉 공사 현장에서 병사용을 조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역에서 오신 장인이시군요.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기련은 청부인에게 속내를 들킨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워졌다.

 청부인은 카이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안그래도 서역 장인에 대해 궁금함이 많았는데 마침 잘 되었습니다. 차 한잔 나누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나는 광산업을 하는 청이라는 사람입니다.”

 

 청부인은 예의를 갖춰 카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기련과 카이는 청부인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청부인은 정원에서 멈춰 섰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주시겠소. 차와 다과를 준비하라 이르겠소.”

 

 청부인이 안채로 들어가자 카이는 기련을 보며 말했다.

 

 “이런 우연이라면 매일 매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일과 시간에 밖으로 나오셔도 괜찮답니까?”

 “제가 이래봬도 아주 뛰어난 조각 장인이라니까요. 쿠처에게 청부인댁에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얼른 가보라고 하던데요.”

 

 안채 창가에서 기련과 카이가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던 청부인이 미소지으며 하녀에게 일렀다.

 

 “다과는 천천히 준비해도 되겠구나. 찻잎이 우러나려면 시간이 걸릴게야.”

 

 청부인은 찻주전자에 넣으려던 찻잎을 도로 내려놓았다. 청부인은 미소지었다.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미소였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내가 서역의 사내를 본 적이 있던가...”

 

 청부인이 혼자 중얼거렸다.

 

 기련은 정원에 핀 꽃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카이에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청부인 댁에는 수국이 참 많아요. 이 아름다운 꽃의 꽃말이 무언지 아세요?”

 “무엇입니까?”

 “냉정하고 무정하고 거만한, 바람둥이 라지요.”

 

 기련은 바람둥이에 방점 찍듯 힘주어 말했다. 카이는 당황하며 말했다.

 

 “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제가 뭐라 했습니까?”

 

 기련은 카이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러니까 제가 아무한테나 막 만나자 그러는 사람이 아니구요. 기련님은 그만큼 남다른 여인이시고, 그만큼 아름다우셔서...”

 

 카이는 기련의 뒤를 졸졸 따라 걸으며 변명하듯 계속 말을 하고 있었고 반걸음 쯤 앞서 걸어가던 기련은 웃음을 참으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안채의 창문으로 청부인이 보며 웃고 있었다.

 

 “무엇이 저리 즐거울꼬. 참으로 젊고 예쁜 한 쌍이구나.”

 

 청부인과 카이와 기련이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기련이가 직접 키우고 말린 찻잎으로 우려낸 차입니다. 드셔보시지요.”

 

 카이는 기련이 직접 키운 찻잎이라는 말에 솔직했다.

 

 “아, 그렇습니까? 이런 아름다운 향은 처음입니다.”

 “삼황오제의 신농씨께선 수많은 야생 잡초를 하나하나 직접 드시면서 관찰을 하셨다고 하지요. 독초를 잘못 먹어 고생할 때 찻잎을 따먹고 해독을 하기도 하셨다 전해집니다.”

 

 말없이 차를 마시던 기련이 말을 꺼냈다.

 

 “청부인께서는 모르시는 게 없으신 분이셔요. 약초와 광물에 관해서는 특히 조예가 깊으시지요. 지하궁전의 물길을 내는 일도 청부인께서 혜안을 내셨다고 합니다.”

 

 청부인이 찻잔에 찻물을 채우며 기련의 말을 받았다.

 

 “아버지께 들은 게로구나.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은 아니란다.”

 “아버지께서는 청부인이 지하궁전에 다녀가신 후로는 청부인 이야기만 하신답니다. 실은 청부인께 저를 보아 달라 무례한 청까지 넣으신 걸 알았는데도,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셔서 거역하지 못했습니다.”

 

 기련은 처음부터 마음에 걸렸던 아버지의 무례함을 청부인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괜찮다. 얘야. 나는 너를 알고 나서 즐겁기만 한 걸. 내가 외려 선물을 받았지.”

 “과찬이십니다. 청부인.”

 

 기련이 청부인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카이가 말을 이었다.

 

 “두 분의 우애가 아름다우십니다.”

 “그렇지요? 내가 기련이 덕분에 더 젊어지고 아름다워집니다.”

 

 청부인이 웃으며 카이에게 말했다.

 

 “황릉의 병사용을 조각하신다구요. 언제 한번 그 솜씨를 보고 싶군요. 내 일간 찾아가도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얼마든지요. 청부인께서 찾아주신다면 더없는 영광이겠습니다.”

 

 청부인은 카이와 기련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때였다. 청부인의 눈에 카이의 모습과 겹쳐진 또 한명의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청부인은 무척이나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기련은 청부인의 표정이 순간 하얗게 질려 있음을 놓치지 않았다.

 

 기련과 카이가 돌아가고 청부인은 곰곰이 생각했다. 분명 카이의 얼굴에서 다른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한 사람에게서 두 개의 얼굴이 보이다니. 분명 닮은 듯 다른 두 개의 얼굴이었는데.”

 

 청부인은 한동안 고요하게 잠잠했던 자신의 신기가 되살아난 것인지 불안해졌다.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고 그 충격으로 잠시 신기가 들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주변의 수군거림처럼 자신의 범상치 않은 기운이 병약한 남편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은 끝내 떨쳐버리지 못했었다.

 

 다행히도 그 후로 지금까지 산 자에게서 죽은 자의 모습을 보는 기운은 나타나지 않았고 청부인은 잊고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그 기운이 되살아 난 듯한 기분을 느낀 것이다. 청부인은 그럴 리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되살아난 불안함을 지워 버리지는 못했다.

 

 “카이라는 사내에게 어떤 괴이한 기운이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왜 갑자기...”

 

 그날 밤 청부인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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