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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주술사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7.28

주술사는 인간들을 공격하는 영적인 존재로부터 그들을 지켜왔지만, 인간들은 주술사인 사신의 엄마에게서 마력을 빼앗으려하고,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면서 주술사는 인간을 지키지 않게된다. 마력이 가장 높은 사신은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그와 비슷하게 무당의 딸인 이술 역시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며, 그녀의 손이 닿으면 누구라도 죽게되는 저주까지 받게된다. 사신은 악마로 부터 이술을 구하게 되고 둘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마술사 마신은 50년째 첫사랑을 찾지만 찾지못하고, 그를 짝사랑하는 미인은 지쳐간다

 
10장 불행의 시작
작성일 : 17-07-28 11:13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4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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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도 싹 다 찾아봤는데, 이런 사람은 본적이 없다고 하네요.”

 

  동그란 안경을 쓴 덩치 큰 남자가 말했다. “아, 그렇군요.” 마신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찾을 수 있긴 한걸까? 이번까지 치면, 벌써 1000번째. 그는 무려 60년 동안 첫사랑을 찾고 있었지만, 매번 이렇게 허탕을 치기 일 수였다. 하아, 축 쳐진 어깨로 긴 한숨이 따라 붙었다.

 

  사실, 마신은 첫사랑인 나은을 찾기 위해 사방을 뛰어다녔다. 이렇게 유명하다는 흥신소에도 매번 의뢰해보았고, 경찰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신원조회도 하고, 그녀의 예전집도 찾아가봤지만, 그녀에 대한 그 어떤 작은 단서 하나도 찾질 못했다. 이번엔 정말로 희망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의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저희가 좀 더 찾아보겠습니다.”

 

  남자는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킬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앞에 앉아있는 마신을 달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잔뜩 울상이 된 마신의 얼굴을 본 남자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 년째야. 이정도면 포기 할만도 한데, 꽤 질기네.’ 그는 목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켜내며, 앞에 앉아있는 그를 힐끔 살폈다.

 

  흥신소를 운영한지 벌써 30년째, 그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런 손님은 정말이지 처음 보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질 않나, 매일 지겹도록 첫사랑 이야기를 반복해서 지겹도록 하질 않나, 제발 그녀를 찾아달라며 말도 안되는 거액의 돈을 턱턱 내밀지 않나. 또, 가장 이해가 가질 않는 사실은 도대체 저 남자는 왜 늙지 않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참으로 마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몇 십 년째 어떻게 똑같은 얼굴일수가 있지? 그는 분명 마신이 한 달에 한번 성형을 하거나, 비싼 시술을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마신이 안타깝기도 했다. 저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첫사랑을 찾는다는 거야? 나 같으면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면서 놀겠다. 그는 혀를 쯧쯧차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가 찾아달라는 사람은, 한 처녀. 아니, 이젠 노인이 된 여자였다. 그녀가 막 대학교에 입학 했을 때,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던 첫 번째 여자 친구라고 했다. 첫 여친, 그러니까 첫사랑은 벌써 60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은 80대의 노인이 되어있을게 뻔했다. 도대체 노인을 찾아서 뭐하려고? 그는 그 질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을 몇 번이나 참아 넘겼다.

 

  사실, 마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60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첫사랑은 분명 예전의 그 첫사랑이 아닐게 뻔했다. 하지만,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접히는게 아니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았고, 그런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었던 그녀는 그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인간이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녀는 연애를 시작한지 2달 만에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 흔한 편지 한 장 없이, 그 흔한 말 한마디 없이 그녀는 정말 홀연히 없어져버렸다. 그건, 어떻게 보자면 그에게서 도망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대학교 친구들과 심지어 그녀의 알바 사장님까지도 그녀가 떠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남자친구인 마신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비슷한 사람을 찾는다면 꼭 연락주세요.”

 

  그는 씁쓸해진 마음을 꾸역꾸역 참아 넘기며 말했다. 벌떡 일어나 꾸벅 인사를 건넨 뒤, 흥신소를 벗어났다. 오늘도 그의 마음은 몹시도 시렸다.

 

 

 

 

 *

 

  산속에서 본 새벽의 풍경은 어둡고, 스산했다. 팔뚝을 스치는 한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으며, 싸늘한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새벽 4시 반, 지독한 악몽에서 깨어난 그녀가 색이 빛바랜 흰 운동화를 뒤꿈치에 대충 쑤셔놓고 밖으로 나섰다.

 

  새벽은 어슴푸레한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침이 채 오기도 전에 그녀가 이렇게 일찍 집을 나선 건, 바로 신문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나이 이제 막 20살, 다른 친구들은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취업을 하고 있을 나이 때. 그녀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자신을 여태까지 키워주셨던 할아버지는 작년 10월 돌아가셨고, 홀로 남은 할머니는 위암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계신 상태였다.

 

  그녀에게는 어떤 선택권도 없었다. 당연하다는 듯, 주어진 가장이라는 무게는 그녀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자신의 끔찍한 저주를 알게 된 날, 그녀는 그게 다 거짓이라며 애써 그 사실을 거부했지만 얼마 안가 이술은 그 모든 게 진짜란 걸 깨닫게 되었다.

 

  이술은 아이들의 장례식이 끝난 후 꾸역꾸역 학교에 나갔다. 수업도 하지 않고, 교실 구석에 앉아 손을 때리고 뜯으며 울며 선생님의 품에 안겨 울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그녀에겐 더 이상의 위로의 시간도 없이 또 다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마치, 누군가와 짠 것처럼 딱 맞게 떨어진 선생님의 죽음. 그 이후부터 이술은 이 모든 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이 모든게 꿈속의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평범하다면 평범했던 자신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그녀는 줄 곧 산속에서만 지내는 생활을 이어왔다. 끔찍한 손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도, 아무것도 만질 수도 없었다. 불행인건지, 다행인건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자신과 손이 닿아도 멀쩡했다. 이술은 그게 악마인지, 악귀인지 하는 것들이 준 유일한 배려 아닌 배려라고 생각했다.

 

  이술은 딱 19살이 되던 해 부터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장, 먹고 살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신 그날, 그녀는 결국 일을 시작했다. 바깥세상의 생활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누군가와 손이 닿을까봐, 알바를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그녀는 꾸역꾸역 고르고 골라,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신문 배달을 시작했다. 월급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는다면 당장 할머니의 약값도 내기 힘든 사정이었다.

 

  “신문이요!”

 

  그녀는 작은 골목 사이를 뛰어다니며 외쳤다. 신문은 그녀의 손을 떠나, 담장 위로 대문 사이로 문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술이 신문 배달을 해야할 곳은 총 40채, 그 것도 아침이 오길 전에 모두 다 끝내야만 했다. 혹시라도, 해가 뜨고 사람들이 몰려든다면 혹시라도 길을 걷다가 손이 스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져만 갔다. 낡은 운동화가 찍찍 소리를 내며, 밑창이 곧 떨어질 듯 아슬하게 움직였다. 그녀는 담장 너머로 신문을 넘기며 계속해서 주위를 살폈다. 새벽 5시 반, 밝아오는 하늘에 빠른 속도로 신문을 배달하던 그녀가 마지막 집을 위해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그때 쿵 소리와 함께 앞에 있던 누군가와 세게 부딪쳤다.

 

  “악!”

 

  비명이 샜다. 이술은 휘청이는 몸을 겨우 버티며 앞을 살폈다. 그녀와 부딪친 사람은 여자였는데, 이술과 부딪치자마자, 그대로 넘어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이술은 급히 허리를 숙여 사과를 했다.

 

  여자는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짙은 화장과 긴 생머리 그리고, 연예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예쁜 얼굴을 가진 여자는 술에 취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녀가 푹푹 숨을 내쉴 때마다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겼다. 짧게 올라간 치마 아래로 매끈한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가려져있었다.

 

  “괜찮으세요?”

 

  이술은 급히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붉게 물든 볼과 쾡한 눈이 이곳이 어딘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떡하지? 발을 동동 구르던 이술이 그녀를 일으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곤, 그녀와 손이 닿으려 할 때, 화들짝 놀라며 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 이술은 급히 손을 빼고 등 뒤로 숨겼다.

 

  “죄, 죄송합니다!”

 

  이술은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경악스런 표정을 지은 이술이 뒷걸음질을 치며, 재빨리 어딘가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뒤에선 여자의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렸지만, 깊은 충격에 빠져버린 그녀의 귀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은지 오래였다.

 

  한참 뒤에서야, 턱까지 차오른 숨을 느낀 그녀가 걸음을 멈추어섰을때는, 난생 처음 와보는 골목길 안에 와있었다. 그녀는 이마에 흐른 땀을 손으로 대충 닦아냈다. 설마, 손이 닿은건 아니겠지? 만약에 닿았으면 어쩌지? 그렇게 된다면…. 순식간에 끔찍 과거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나타났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을 만들어낸 저주받은 손까지. 악! 안돼!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끔찍한 결론에 다 달아있었다.

 

  “어, 어떡해.”

 

  그녀는 울먹임을 쏟아냈다. 자꾸만, 그곳에 두고 온 여자가 신경 쓰였지만 좀처럼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낮에 돌아다니다가 사람들과 손이 스치기라도 한다면 그 뒤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늘이 어둑해질 때까지 골목길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이술은 점점 꺼지기 시작하는 가로등에 꾸역꾸역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잠자리에 드는 내내, 묵직한 걱정이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걱정은 다음날 큰 사건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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