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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퍼스트 라이트
작가 : 빛나라
작품등록일 : 2017.6.18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 것 같다.
그의 외도 현장을 덮치기 위해, 나는 남장을 하고 가면무도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드디어 현장을 덮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라?
상대가 이상하다?

-어쩌다 남편놈 때문에 엮인 인간 같지 않은 인간.
이 나라의 왕제 대공.
무시무시한 그의 비밀을 알게 된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제기랄. 그냥 바람피는 남편 놔둘걸.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남자의 곁에서 성장해가는 여인.
남주: 복잡미묘한 캐릭터의 대공. 완벽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먼치킨.
여주: 숨겨진 능력녀. 타의적 과부.
#성장물#사이다#달달물#판타지#악마#타락한천사

 
15. 살인자의 정체(2)
작성일 : 17-07-28 09:12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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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몬 15화

 

 “어허. 누이. 진정 좀 하시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날개 달린 놈이든 뿔이 달린 놈이든 아가씨를 납치해가도록 내버려뒀단 말이야? 니가 그러고도 ‘사막의 독사’야? 아이고~ 아가씨……. 불쌍한 우리 아가씨…….”

 

 셀린느의 침실에 딸린 응접실에서 유모 실비아는 조나단에게 지난밤 있었던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노발대발 중이었다.

 물론 조나단은 그 검은 날개 인간이 아가씨에게 감히 입맞춤한 것은 전하지 않았다.

 그 외에 이야기만으로도 지금 충분히 거품을 물고 있는 중이니까.

 조나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셀린느를 만나기 전의 실비아의 별명은,

 ‘미친개’였다.

 

 “그래도 놈의 근거지로 보이는 곳을 알아왔잖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말이지. 설사, 이 나라의 대공께서 그런 악마 같은 놈을 숨겨주고 있다고 치자. 우리 같은 사람이 무슨 수로 거기를 방문해!”

 “누가 초인종 누르고 방문하자 했소?”조나단이 자신의 짧은 검을 천으로 닦으며 날카로운 눈빛을 했다.

 “그렇다면……?”

 

 조나단이 실비아를 향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비아의 눈빛도 조나단의 눈빛과 같아졌다.

 조나단이 실비아에게 리볼버를 건넸다.

 오랜만에 권총을 잡아보는 실비아의 얼굴에 살기가 흘렀다.

 성에서 귀족 영애만을 바로 보고 산 세상 물정 모르는 유모는 이곳에 없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리볼버를 점검했다.

 

 “이제야 ‘미친개’ 답군.”

 조나단이 검을 검집에 넣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딸깍.

 라이터에 불을 당기기도 전에 총구가 관자놀이에 닿았다.

 “워어-.”

 조나단이 담배를 입에 문 채, 두 손을 들고 어깨를 으쓱했다.

 

 “금연구역이야! 이 자식아.”

 

 미친개가 돌아왔다.

 

 ***

 

 깊은 밤, 아크나르 성에 어둠이 더욱 짙어질 무렵.

 복면을 쓴 시커먼 복장의 그림자 둘이 나무 그림자에 숨어 본성에 들어섰다.

 조나단과 실비아였다.

 

 내가 이 정도였나? 살을 좀 빼야겠네.

 날렵하게 이동해야 하는데, 불어난 몸 때문에 쉽지 않아진 실비아가 속으로 생각했다.

 ‘유모, 살 좀 빼.’

 늘 잔소리하던 셀린느였다.

 고작 이틀을 못 봤는데 너무너무 보고 싶은 아가씨였다.

 

 기다려요. 아가씨.

 이 유모가 갑니다요!

 

 두 사람은 본성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도구를 이용해 창문을 통째로 뜯어냈다.

 은밀하게 내부로 들어선 그들은 서로 수신호를 주고받은 다음 각자 반대방향으로 흩어졌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이었다.

 방 하나, 하나를 전부 둘러보기 힘들었다.

 마음이 급해진 실비아가 서둘러 2층 계단을 올라설 때, 날카로운 검이 그녀의 목을 노렸다.

 

 “누구냐.”

 

 두 손을 들고, 잠시 항복의 뜻을 전하는가 싶던 실비아가 재빨리 몸을 돌려 발차기를 시도했으나 상대가 그대로 팔꿈치를 들어 가로막고 공격해왔다.

 여러 번의 발차기와 주먹이 오갔으나 이내 실비아는 기절했다.

 상대가 칼등으로 그대로 실비아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감히 겁도 없이, 아크나르 성에 침입자라니.”

 쓰러진 실비아를 내려다보는 이는 다름 아닌 넬슨이었다.

 

 늦은 밤까지도 처리해야 할 서류를 검토하던 넬슨이 잠시 정원에서 머리를 식히는 동안 수상한 그림자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두 그림자 중, 덩치가 크고 좀 더 둔해 보이는 놈을 따라 발소리를 죽여 따라왔다.

 

 “어디 간뎅이가 부은 놈의 면상 좀 보실까.”

 넬슨이 허리를 숙여 실비아의 복면을 벗기려는 찰나, 등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조나단이 그대로 주먹을 뻗어왔고, 넬슨이 간신히 피했다.

 

 아까 본 나머지 한 놈이군.

 얼핏 보기에도 칼등으로 쓰러뜨린 놈과 다르게 실력이 월등히 높은 자였다.

 

 조나단은 쓰윽 쓰러진 실비아의 상태를 곁눈질로 확인했다.

 혈흔이 없는 것을 보니, 상대가 생포하기 위해 칼에 자비를 둔 듯 보였다.

 

 조나단이 검을 빼 들었다.

 실비아를 살려준 것은 고맙지만, 성의 수비대가 오기 전에 재빨리 눈앞의 놈을 처치해야 했다.

 

 넬슨은 침입자가 보통이 아닌 실력자임을 간파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본성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기사단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조나단이 움직일 틈도 주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바로 올무를 던졌다.

 쏟아지는 올무에 그대로 걸린 조나단이 팔이 묶인 채 버둥거렸다.

 

 조나단은 눈동자만 굴려 실비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는 여전히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혼자였다면 이까짓 올무쯤 간단히 빼내고 성 밖으로 탈출했겠지만, 어차피 실비아가 잡힌 터라 조나단은 얌전히 서 있었다.

 

 휘익.

 몇 층에서 뛰어내린 것인지 모르나, 자신을 둘러싼 기사들과는 다른 기를 풍기는 자가 공중에서 내려왔다.

 

 조명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조나단이 가늘게 찢어진 눈을 크게 떴다.

 망원경 렌즈에 담겼던 그 자였다.

 검은 날개의 주인공.

 

 그는 우아하고 기품있는 걸음으로 조나단의 앞으로 다가와 스윽 복면을 벗겨냈다.

 “그랬군.”

 

 놀랍지도 않다는 듯, 데몬이 조나단의 얼굴을 확인하곤 복면을 휘익 바닥에 던져버렸다.

 

 “아시는 자입니까?”

 넬슨이 물었다.

 

 “풀어줘.”

 “네?”

 “내가 초대한 손님을 만나러 온 모양이야.”

 

 넬슨은 데몬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그가 고갯짓하자, 기사단은 다시 어둠 속으로 각자 흩어졌다.

 

 “조나단? 세상에! 유모?”

 

 셀린느는 자신이 묶고 있는 방으로 들어온 새카만 복장의 두 사람을 보며 소리쳤다.

 

 “으음……. 아이고 머리야. 아…. 아가씨? 아가씨!”

 

 납치되었다던 셀린느는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유모를 내려다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대체 그 차림새는 뭐야? 머리는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셀리느가 휙 넬슨을 노려봤다.

 넬슨은 안경을 올리며 머쓱한지 낮게 변명했다.

 “그러게. 차라리 초인종을 누르시지. 왜 그런 복장으로 야심한 밤에 잠입합니까. 겁도 없이.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예요? 우리 아가씨는 왜 여기로 데려온 거고. 검은 날개는 어딨어?”

 

 넬슨이 데몬을 쳐다봤다.

 

 “그 날, 꽤 괜찮은 말을 타고 여기까지 쫓아오던 자가 있었지. 자작부인의 마부던가?”

 조나단은 자신의 행적을 알고 있었다는 데몬의 말에 그리 놀라지도 않는 눈치였다.

 “정체가 무엇입니까?”말수가 적은 조나단이 직접적으로 데몬에게 질문하자 셀린느가 깜짝 놀라며 나섰다.

 “조나단, 이분은 이 나라 국왕의 하나뿐인 형제 대공 각하이십니다. 예의를 갖추세요.”

 

 셀린느의 설명에도 조나단은 데몬과 정면으로 주고받던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신선하군. 내 눈빛을 저렇게 온전히 받아내는 자는 드물거든. 이 나라 아마다스 사람은 아닌 듯한데 어디 출신이지?”

 “이스탄도의 출신입니다. 그러는 각하께서는 어디 출신이십니까? 지옥입니까?”

 “조나단!”

 

 셀린느가 크게 당황해서 소리쳤지만, 여전히 조나단은 데몬의 정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이때, 넬슨이 나섰다.

 “무례하군요. 그대는 귀족도 아니지만, 이 나라 국민도 아니지 않소. 무려 왕족이십니다. 그리고, 모든 설명은 이미 자작부인께 상세히 해드렸습니다. 부인의 사용인들에게까지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이 정도면 왕족 모욕죄로 처형도 가능한 수준인데 말이죠.”

 

 안경을 고쳐 쓰며 차갑게 말하는 넬슨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이번엔 유모 실비아가 바로 나섰다.

 “죄송합니다. 말씀처럼 아마다스 출신이 아니다 보니 잘 몰랐을 뿐이에요. 조나단은 단지 아가씨를 너무나 걱정한 나머지……. 어찌 됐든 우리 아가씨가 무사한 것을 확인했고, 각하께서 도움을 주신 것 같으니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아가씨를 모시고 블라디아 성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아아, 그건 좀 곤란합니다.”

 “네?”

 넬슨의 말에 실비아가 당황했다.

 “잠시 다녀오시는 것은 괜찮지만, 이제 부인께서는 위험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이전처럼 지내실 수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위험한 상황이라뇨?”

 실비아가 당황해서 셀린느를 바라보자 셀린느는 유모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유모. 자세한 건 나중에 내가 다 설명할게.”

 

 “안됩니다.”

 셀린느의 말에 넬슨이 강하게 말했다.

 각하의 정체는 극비.

 일개 자작가의 유모와 마부 따위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차가운 눈빛으로 넬슨이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부인의 사람들이니 다 처리해버릴 수도 없고 난감하군.

 

 넬슨의 눈빛을 읽은 조나단의 표정에도 스물스물 살기가 올라왔다.

 

 “아아, 됐어. 다 같이 살면 되지.”

 데몬이 대수롭지 않게 간단한 대답을 내뱉었다.

 

 “네에?”

 “각하!”

 

 실비아와 넬슨이 동시에 소리쳤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실비아와 조나단의 눈에 당혹감이 동시에 떠올랐다.

 

 데몬이 매력적인 웃음을 머금고 다가와 실비아를 향해 허리를 살짝 굽혔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외모에 유모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실비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랑 같이 살겠소? 아님……. 죽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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