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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술 한잔 해요, 나랑 (2)
작성일 : 17-07-27 21:50     조회 : 257     추천 : 1     분량 : 4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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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을까. 지언은 술 한잔 하자는 그녀의 말에 잠시 설레었다. 이번엔 그녀가 자주 간다는 소줏집으로 가게 됐고, 술 취향이 잘 맞는다고까지 생각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마셔라! 마셔라! 쭉쭉쭉!!"

 "동~구 밖~ 과수원샷!"

 

 "하..."

 

  그는 눈 앞에 펼쳐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광경에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단둘이 오붓하게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할거란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다음엔 소명이 제작사 식구를 `좀` 불러도 되겠냐는 말에 고개 한 번 끄덕였을 뿐인데...

 

 "원샷을 못하면 장가를 못 가요!"

 "아~ 미운 사람!"

 

  한두 명이었던 일행은 자가증식을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단체석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의자를 더 끌어다 앉아야 할 지경이 됐다.

 

  애초에 소명이 많고 많은 2인석을 두고 단체석에 앉자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저 기분이 들떠서 무조건 다 끄덕끄덕했던 탓이다. 과거의 자신을 욕하며 홀로 술잔을 들던 그는 휴대폰 액정에 뜬 `부하`라는 이름을 확인하고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어."

 

 [심심해서 한 번 해봤어. 근데 대체 어디길래 배경음이 이렇게 흥겨워?]

 

 "하아... 제작사 식구들이 죄다 모였다."

 

 [뭐?! 그런 자리에 날 빼놓다니! 거기가 어디야!]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내 어깨를 봐~ 탈골됐잖아~"

 

 `미쳤군.`

 

  술판이 벌어졌다는 말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도균까지 이 자리에 끼고 나니 인원이 두 배로 늘어난 것 같은 착시가 일어났다. 그만큼 시끄러워졌고 술이 삽시간에 줄었단 뜻이다.

 

 `아주 미쳤어.`

 

  도균이 오겠다며 위치를 물었을 때 혹시 그가 일행들을 다 데리고 나가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혼잣말을 하며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나저나 이 소주라는 것이 참 놀라운 술이란 말이지. 내가 집권할 때 이런 술이 있었다면 백성들에게 널리 널리 알렸을 텐데. 이토록 값싸고 맛난 술이라니. 듣기로는 내가 죽고 난 뒤 고려 말에 지배를 받았던 오랑캐로부터 들여온 술이라던데, 그 얘기를 들었을 땐 나라를 빼앗긴 못난 후손을 욕했지만, 이 술을 들여온 것만큼은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왱 이렄케 혼자 드세횽?"

 

  이건 또 대체 무슨 소린가. 아직도 술게임에 심취한 무리 사이에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혀가 풀리다 못해 녹아버린 듯한 소명이 잠시 쉴 겸 혼자 소주잔을 홀짝이는 지언의 앞에 와 앉았다.

 

 "시끄럽게 술 마시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제 생각대로 되지 않아 심술이 난 지언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 자리에서 맘에 드는 건 오직 소주뿐이었다.

 

 "가족 같고 좋징 한낳요??"

 

 `가족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난 당신이랑 오붓하게 마시고 싶었다고.`

 

 "예, 그러게요..."

 

  그는 처절한 마음속 외침을 삼키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즐거워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기에 그녀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술게임 그만하자고 할 테니까 같이 와서 놀아요."

 

  딸꾹!

 

  소명은 이참에 원 대표를 한 식구처럼 엮어 투자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 작정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에게 통할 리가 없는 작전이었지만 오늘 살짝 맛본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봐선 가능성이 있었다.

 

 "형이라고 불러, 인마! 너 붐 마이크 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니."

 "흐흑! 형! 나 고생하는 건 도균이 형만 알아준다니까."

 "도균이 오빠! 나도요!"

 

  그녀가 계획했던 `한 식구 만들기 작전`에 걸려든 사람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을 포섭하려면 주변인부터 끌어들이라고 했으니 반은 성공했다고 치자.

 

  소명이 지언을 질질 끌어다 옆에 앉혀놓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태프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표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키 진짜 크시던데 몇이에요?"

 "혹시 남자는 관심 없어요?"

 "우리 영화에 출연해볼 생각은 없으세요?"

 

  그가 회사를 방문한 뒤로 얼마나 많은 궁금증을 유발했는지 알 수 있었다. (중간에 이상한 질문이 있었던 것 같지만 신경 쓰지 말기로 하자.)

 

 "근데 우리 감독님한테 배우로 출연하라고 하셨다는 게 정말이에요?"

 

  대답할 새도 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질문공세를 펼치던 스태프들은 마지막 질문이 나오자 조용해졌다.

 

 "그런 조건을 걸긴 했죠."

 

  그의 대답을 듣고 나자 스태프들은 다시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우와! 근데 우리 출연자 공석은 여주인공밖에 없는데."

 "그럼 감독님이 여주인공 겸하는 건가?"

 "잘됐네! 여배우 따로 안 구해도 되고, 일석이조네요!"

 "그럼 또 기념으로 한잔해야지. 자, 내가 선창한다. 일석!"

 "이조!!"

 

  다들 이미 술에 취한 상태라 감독이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일석이조라며 신나기 바빴다.

 

  그 조건이 가져온 결과가 오늘 어땠는지 알기 때문에 홀로 굳어있던 소명만이 비틀거리는 몸으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지언은 어딜 가냐며 매달리는 도균을 떼어내고 쫓아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 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위험하게 차도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이봐요! 이 감독, 정신 좀 차려봐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잡는 손길에 위를 쳐다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앗, 한 가족 같은 원 대표님이네."

 

  아직도 가족이니 뭐니 하는 소린가. 옛날 같았으면 취해봤자 황궁 안이고, 취해봤자 황제의 여인이니 걱정할 필요 없이 귀여워 해주면 되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번화가인 터라 지나가는 사내놈들이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그녀를 힐끔거리기 바빴고, 눈앞에는 차가 쌩쌩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방비한 모습이라니.

 

  본인이 없을 때도 아무한테나 이런 모습을 보였을 거라 생각하니 살짝 화가 난 지언은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고 일으켰다. 아무래도 이대로 뒀다간 내가 먼저 화병 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정신없이 이끌려온 소명을 차 뒷좌석에 밀어 넣자 또 속 터지는 소리를 해댔다.

 

 "나 2차 가야 되는 데에..."

 

 "2차 같은 소리하지 말고 얌전히 차에 타기나 해."

 

  하지만 지언이 받아줄 리 만무했고 묵살된 일말의 저항을 마지막으로 차가운 차 창문에 볼을 기대고 잠든 것 같았던 그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우... 토할 거 같아. 잠깐 내릴래요."

 

  차에서 내린 그녀는 먹은 걸 게워내는 대신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거 마시고 속 좀 차려."

 

  대리운전을 부르려던 지언이 편의점에서 사 온 숙취해소음료를 건네자 그것을 받아들던 그녀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근데에 왜 반말해요?"

 

  그러고 보니 아까 술집 앞에서부터 계속 반말이지 않은가. 아무리 술에 취했다곤 해도 그 정도 반박할 정신은 있었다.

 

 "존댓말을 듣고 싶으면 술부터 깨."

 

  술에 취해서 민폐를 부리고 있는 건 사실이니, 음... 반말을 들어도 싼 것 같긴 하네.

 

 "흐흐... 그러엄 나도 반말 할 거야아."

 

 "그러든가."

 

  평소 같으면 날을 세우고 달려들었겠지만, 알코올은 독사 같은 그녀도 순한 강아지처럼 만들었다. 여전히 퉁명스러운 지언을 빤히 쳐다보며 이제부터 무슨 반말을 해볼까, 생각하는 것 같았던 소명은 의외의 말을 꺼냈다.

 

 "내가 당신 제의 거절한 거, 병 때문인 거 맞아."

 

  순대국밥집에서 해야 되느냐던 그 얘기였다.

 

 "근데 의사 말로는 꾸준히 치료만 받으면 나을 수도 있대."

 

  밥 먹으러 가기 전 의사한테 들르더니 이 말을 들은 거였나.

 

 "반드시 나을 거야. 그러니까 날 믿고 투자하면 안 될까?"

 

  영화는 남주의 단독 분량이 월등히 많으니, 그런 장면만 먼저 촬영한다면 한달 정도는 미룰 수 있으니 그동안 치료를 받겠다는 소명의 계획이었다. 물론 그녀는 감독이기도 하니 치료를 병행한다면 힘든 일정이 되겠지만 그래도 이 악물고 해낼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그가 믿어주느냐 하는 것이다.

 

 "히히... 하긴, 몇 번이나 봤다고 믿겠어?"

 

 "믿어."

 

 "진짜?"

 

 "그래, 진짜."

 

 "그럼 나랑 약속해."

 

  고려에서 굳은 맹세를 할 때 종종 그러듯이 혈서를 쓸 각오로 손가락을 깨물려던 지언의 눈앞에 새끼손가락이 불쑥 내밀어 졌다.

 

 "거칠면서도 섬세함의 끝을 보여주지."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사실 그 날 이상형을 묻고 있단 걸 알면서도 일부러 놀리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

 

  지언은 그녀와 똑같은 손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하하! 이제 완전 코 뀄다!"

 

  새끼손가락을 엮고 엄지로 도장 찍는 것까지 완수한 그녀는 신나서 손가락을 치켜든 채 뛰어다녔다.

 

 `네가 꿴 것인지, 꿰인 것인지.`

 

  그저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에 신난 소명은 그의 얼굴에 떠오른 음흉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

 

 

 

 "환자가 묻거든 치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자신의 품 안에서 축 늘어져 버린 소명을 병실에 눕히고 나온 지언이 담당 의사에게 말했다.

 

 "하지만..."

 

  보호자도 아닌 타인의 청탁으로 환자의 상태에 대해 숨기는 건 의사로서 해선 안 되는 일이기에 망설였지만 눈앞에 남자는 반박할 틈도 주지 않았다.

 

 "나을 겁니다. 아니, 내가 낫게 할 겁니다. 그러니 꾸준히 치료받으라고만 하세요."

 

  지언의 확신 어린 말에 의사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때때론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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