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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왕만 없습니다.
작가 : 아마란스
작품등록일 : 2017.7.27

유리멘탈의 마왕이 성녀에게 욕을 한바가지 집어먹고 자살했습니다!
마왕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용사가 될 수 있을까요?

 
기사 (5)
작성일 : 17-07-27 21:03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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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튿날 아침.

 새벽같이 떠날 준비를 하던 두 사람에게 예기치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기사가 구해줬던 여치료사였다.

 기사는 인사치례에 앞서 여치료사가 양팔에 괴고 있는 목발과 까맣게 뜬 여치료사의 안색을 번갈아 살폈다.

 “벌써 움직여도 되는 것이오?”

 “아뇨, 안되요. 하지만 오늘을 놓치면 감사인사조차 못 드릴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생명의 은인을 그냥 이렇게 보낼 수는 없잖아요.”

 “에이, 그 정도 가지고 뭘. 새털처럼 가벼워서 안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소.”

 “그때 두 분이 공터에 찾아오지 않으셨다면 전 아마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예요.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려요.”

 여치료사는 재차 머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기사는 씨익, 웃음으로 그녀의 감사에 화답했다.

 “곤경에 빠진 이를 돕는 것은 기사의 본분이오.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소.”

 “기사..! 어쩐지 말투가 남다르다 했습니다.”

 여치료사는 정말로 감탄했는지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기사를 쳐다보았다. 기사의 말을 한 점 의심 않고 철석같이 믿는 그 순진한 눈매를 보자니 문득 기사의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사는 아직 기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구조대상을 구할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음?”

 “누군가 바닥에 쓰러져 있다면 그 원인이 근처에 남아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괴이한 식물, 몬스터, 급작스런 기후변화, 강도 등등 뭐가 됐던 간에요. 이럴 경우 자칫 의식불명자를 구하려다가 오히려 구조하려던 사람이 위험에 빠질 확률이 높지요.

 또한 의식불명자를 구조할 때는 우선 그 사람의 몸에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피셔야 합니다. 마을사람들에게 전해 듣자니 저를 안고서 뛰어오셨다고 하더군요.

 만일 제가 쓰러진 원인이 경추손상이나 척추손상에 있었다면, 절 들고 뛰는 사이 부상이 악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음.

 난 분명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는데 오히려 내가 사과해야 할 것 같은 이 분위기는 대체 뭐지.

 한동안 여치료사의 일장 연설을 듣고 있다가 기사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지만 함부로 구해서 미안합-”

 “뭘 휩쓸려서 사과를 하고 있는 거예요.”

 여검사가 기사의 말을 끊고 나선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여검사는 기사의 말을 끊었을 뿐만 아니라 여치료사와 여검사 사이에 슥 끼어들더니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 지금이 꼭 당신의 해박한 의학지식을 자랑해야 할 시점이었나요? 그것도 당신의 생명을 구한 사람 앞에서? 심지어 당신은 감사를 전하러 온 자리였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치료에 관련된 일이 되면 저도 모르게 그만...”

 “사과는 됐어요.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우선 그 문에서 비켜줬으면 좋겠네요. 지금 우리가 가려는 길을 당신이 딱 틀어막고 있으니까요.”

 검술을 익힌 기사조차 감당하기 힘든 여검사의 기도를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불쌍한 여치료사는 그만 완전히 침울해져서 찌글찌글 구석에 틀어박혔다.

 이거야 원, 완전히 고양이 앞의 쥐가 따로 없군.

 기사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씁쓸한 웃음을 삼키며 재빨리 끼어들었다.

 “여검사의 이야긴 너무 신경쓰지 마시오. 원래 마음속에 있는 말을 입으로 다 내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 사람이니까.

 내가 부주의했던 것도 사실이니, 다음부터는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소. 몸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치료사님도 어서 돌아가 쉬도록 하시오.”

 “아니요, 일행분이 하신 말씀이 다 옳습니다. 치료에 대한 잘못된 상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앞뒤 가리지 않고 흥분하는 것은 제 오래된 나쁜 버릇이에요. 원래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전쟁에 참가한 이후부터는 더 심해졌습니다. 휴. 감사인사를 와서 면박이라니, 정말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난 정말로 신경쓰지 않으니 너무 미안해 할 것 없소. 그보다, 전쟁이라 했소? 혹시 마왕토벌전 이야기요?”

 “예. 넉달 전까지만 해도 전 북방대륙의 초입에 있었어요.”

 “오, 이거 잘됐군. 우린 마침 그 북방대륙으로 향하는 중이었소. 뭐라도 좋으니 정보를 좀 얻을 수 있겠소?”

 “북방대륙이요?”

 여치료사는 많이 놀랐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의 입에서는 뜻밖의 단어가 흘러나왔다.

 “그곳은 지금 지옥이에요.”

 “...음?”

 “마왕이 쓰러진 후 전 대륙의 몬스터가 북상중인 건 알고 계시죠? 심지어 원래 그 지역을 다스리던 루이나마리아 국이 멸망해서, 아무도 몬스터를 막을 사람이 없어요.”

 “그야 일시적으로는 그럴 테지만, 어차피 그 몬스터들은 다 게이트를 넘어 마계로 돌아가려는거 아니겠소? 나라에서도 그렇게 판단하고 따로 토벌군을 보내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대로면 그렇게 됐어야 했죠. 하지만 마왕 사후 깊은 잠에서 깨어난 마수 하나가 게이트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어서 몬스터들이 돌아갈 길이 막혔어요. 그 바람에 북방대륙은 완전히 몬스터의 소굴이죠.”

 “길이 막히다니...? 그 게이트는 몸으로 막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닐 텐데? 어지간한 성 한 채는 들어갈 정도로 크지 않소?”

 “마수의 크기는 그것보다 더 커요.”

 여치료사의 이야기에 기사는 물론 여검사의 얼굴까지도 딱딱하게 굳었다.

 그 큰 게이트를 몸으로 틀어막을 정도의 마수라면 단 하나만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수의 이름은 바탈리오네. 과거 왕국 하나를 통째로 불태웠던 화염룡이에요. 수면기에 접어들어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마왕이 죽어 마력의 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수면기가 다 끝나기 전에 눈을 뜬 상태예요. 듣자니 수면기를 방해받아 무척 화가 난 상태라고 하더군요.”

 “말도 안돼. 여치료사님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실한 소문 맞소?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루클랜드에서는 왜 토벌대를 보내지 않는 거요? 혹시 이 사실이 아직 왕궁에 들어가지 않은 건가?”

 “아니요. 국경의 마을 주민들이 몇 번이나 탄원서를 올린 걸로 알고 있어요. 아마 왕궁의 높은 분들도 모두 사정을 알고 있으실 거예요. 아마 토벌대를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가 없는 상황인 거겠죠.

 뭐,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에요. 당장 이 스타카토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어서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할 정도니까요.”

 아.

 기사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고 꽈악, 주먹을 그러쥐었다.

 마왕토벌전으로 온 나라가 피폐해진 지금, 사악한 용 퇴치를 위해 다시 군사를 모으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의 사활이 달린 문제가 될 터였다. 혹여 용 퇴치에 성공한다 해도 그 피해는 무시 못할 정도가 될 것이며, 자칫 그 틈을 타 타국에서 침략해 온다면 그야말로 손 하나 써보지 못하고 유린당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국경마을에 피해가 속출하는 데도 수수방관 하고 있다가는 국가의 위신이 깎이긴 매한가지다. 알면서도 그저 속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왕실의 모습이 보지 않아도 눈에 선했다.

 불의를 목도했을 때 당당히 검을 뽑을 수 있는 자야말로 참된 기사.

 애꿎은 양민이, 나아가 아버님께서 충성을 맹세했던 조국의 안녕이 위협받고 있는데 검을 들지 않는다면 어찌 기사라 할 수 있을까.

 단지 여검사를 견제하기 위해 시작했던 여정이었지만 이제부터는 기사 자신의 여정으로 뒤바뀐 것이다.

 기사는 애끓는 마음을 담아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서-.

 ...품속에서 동전 한닢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뒷머리를 벅벅 긁어가며 여검사에게 말했다.

 “저...”

 “거절할게요.”

 “어째서요? 마수퇴치는 당신의 명성을 드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될거요.”

 “용퇴치는 제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제 능력을 벗어난 의뢰를 받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들뿐이오. 이미 이름 있는 기사들은 죄다 죽임을 당했는데 달리 또 누가 용과 맞서 싸울 수 있겠소? 이 시간에도 애꿎은 양민들이 몬스터들의 손에 죽어가고 있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대체 우리의 힘은 무엇을 위해 키운 것이오?”

 “첫째, 전 자신의 수양을 목적으로 검술을 단련하고 있는 거지 딱히 이타심과 공명심에 검술을 익힌 게 아니에요.

  둘째, 지금 우리 둘이 용에게 도전해 봐야 시체 둘만 더 얹어주는 것뿐, 사태해결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아요.”

 여검사의 냉정한 분석에 기사는 적잖이 실망했다.

 스스로의 수양을 위해서 검을 갈고 닦았다고?

 제 아무리 큰 힘을 얻었다 한들 남을 위해 쓰지 않고 모셔만 두면 장식대에 장식해 놓은 명검과 다를 바가 뭐란 말인가.

 여검사의 뛰어난 성취에 작으나마 존경심까지 가지고 있던 기사였지만 이번 일로 인해 완전히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당신의 생각이 그렇다면 나로서는 강요할 수 없소. 하지만 아예 듣지 못했다면 모르되, 사정을 알게 된 이상 나로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제요. 힘이 되든 안되든 나 혼자서라도 용을 퇴치하러 가봐야 겠소.”

 기사는 동전 한닢을 여검사의 손에 꾹 쥐어주며 덧붙였다.

 “이 한닢으로 일전에 한 의뢰를 취소하겠소. 살펴 가도록 하시오.”

 “잠깐만요, 기사님.”

 가만히 둘 사이의 대화를 지켜보던 여치료사가 끼어든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기사가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여치료사는 주저하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여검사님은 지금 딱히 용을 퇴치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고 계신 게 아니에요.”

 “옆에서 같이 들었지 않소? 능력이 미치지 못하니 빠지겠다고-.”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부분까진 맞지만 그 뒤는 틀렸어요. 여검사님은 지금 동료를 더 모아야 한다고 말하고 계신 거라구요. 어지간하면 끼어들고 싶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그냥 있을 수가 없네요. 이런 말씀 드리고 싶진 않지만 기사님께선 너무 둔하시네요.”

 음?

 그런거였나?

 그러고 보니 그녀는 용을 퇴치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여검사를 돌아보니 세상에, 여검사는 그 고운 눈매에 눈물마저 글썽여가며 씩씩대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다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어지간한 일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천역덕스러운 성격이라는 것을 파악할 정도의 시간은 됐다.

 헌데 그런 그녀가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기사는 완전히 당황하여 급히 사과했다.

 “미, 미안하오! 끝까지 말을 들어보지도 않-.”

 - 피잉.

 ...적어도 사과하려고 했다. 방금 그녀의 손에 쥐어준 동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사의 얼굴을 스쳐가기 전까지는. 돌로 된 벽에 깊숙히 틀어박힌 동전은 여검사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내주고 있었다.

 “혼자 가서 용퇴치를 하든 죽은 마왕을 살려내서 다시 죽이든 마음대로 하세요! 이 미천하고 되먹지 못한 년은 양민들이 죽는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여관방에서 혼자 잠이나 쿨쿨 처자고 있을 테니까!”

 콰앙. 하얗게 굳은 기사의 뒤로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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