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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의 앙칼진 토끼
작가 : 새콤달콤78
작품등록일 : 2017.7.11

왕비는 토끼로 태어났다. 라벨라는 6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미래(2016년)로 왔다. 그녀가 환생한곳은 궁전이다. 운이 좋았구나 생각도 잠시 그는 자신의 몸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인간이 아니었다. 토끼였다.

게다가 이 궁의 주인인 왕은 사자에게 살아있는 토끼를 먹이로 주는 인간이다. 언젠가 라벨라토끼도 사자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것도 산채로 말이다.


왕비의 영혼을 가진 토끼. 다시금 인간이 되고 싶은 토끼. 말하는 토끼. 맹수 같고 약간 돌끼있는 남주. 현시대의 몇 안되는 권력을 가진 왕인 남주.

 
17.토끼로 환생한 왕비
작성일 : 17-07-27 20:56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7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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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레번은 급히 궁으로 왔다. 그는 곧장 토끼 방으로 향했다.

 토끼는 카시안의 일을 논의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상대가 없었다.

 비서와 집사는 토끼가 말을 하는 것을 몰라야하니 안되고 레리안은 카시안과 사로니와 얽혀있는 일이 있으니 보류되었다. 그럼 만만한 레번이었다.

 토끼는 레번을 보고 낮게 목을 가다듬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아는 사람 이야긴데 말이야..”

 토끼는 자신이 알고있는 일들을 요약해서 말했다. 물론 카시안이라는 것은 빼고. 레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래서 왕비님 말은 그 호구짓을 빨리 멈추게 할 방법이 궁금한거죠?”

 “그래. 역시 말귀를 잘 알아듣는구나.”

 “그 아는 사람이 저하 맞죠?”

 “응? 어떻게 알았...”

 토끼는 놀라 사실을 말하려다 얼른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레번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왕비님이 알고계신 분이 저하밖에 더 있겠어요”

 아맞다. 자신은 토끼이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토끼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별로 많지 않았다. 토끼는 민망한지 괜한 헛기침만 했다.

 레번은 그런 토끼를 보며 웃다가 말했다.

 “그런데 왕비님은 왜 돕고 싶으신 건가요?”

 “내가 겪어 봤으니깐. 선조로써 안되어 보이더구나.”

 “진짜 그 이유 딱하나입니까?”

 의구심어린 표정으로 레번은 토끼를 보았다.

 토끼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유가 있단 말이냐?”

 “아닙니다.”

 그러더니 레번은 쿡쿡 웃었다.

 라벨라 왕비는 아직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듯했다. 옆에 있는 자신은 알것같은데 정작 당사자만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토끼가 그를 째려 보고 있었다. 토끼의 찌릿한 시선을 느꼈는지 그는 애써 웃음을 참으려 헛기침을 했다.

 “흠흠. 호구를 벗어나려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습죠. 일단은 자신이 호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건 나도 알지. 그런데 어떻게?”

 레번은 누가 듣는 이도 없을것인데 토끼에게 귓속말했다. 토끼는 쫑긋이 귀를 세운채 레번의 말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토끼 한 마리와 인간한명이 왕 호구 탈출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

 토끼는 카시안과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티비에서는 이제 막 영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영화는 레번이 추천해준 것이었다. 레번은 비슷한 사람을 보고 자신의 상황을 깨칠 수 있다며 영화 볼 것을 추천했다.

 호구 탈출 계획이라고 해봤자 딱히 거창한건 없었다. 본인이 자신의 상황을 깨닫는게 제일 확실하다.

 영화는 일편 단심 민들레같은 남자와 그것을 이용하는 여자이야기였다. 토끼는 이 방법이 통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일단 시도해보는 것은 나쁠 것 같지 않았다.

 카시안에게 겨우 시간을 내어달라고 한 것이니 효과가 있길 바래보았다.

 영화가 한참 무르익을수록 토끼는 연신 저런 나쁜여자 같으니라고 욕을 했다. 카시안은 별말없이 의연히 영화를 보고만 있었다.

 영화속 여자는 애인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가버렸다. 하지만 그 배신당한 남자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여자는 그 남자랑 헤어진 뒤 다시 남주인공을 찾아왔다. 여자가 말했다.

 -나보고싶지 않았어?-

 -....-

 -난 사실 많이 생각났는데..보고싶었어.-

 그 말을 들은 남주인공의 시선이 급격히 흔들렸다. 그 모습이 마치 사로니를 만난 카시안 같아 보였다.

 토끼는 그것을 보고 저런 바보같은 놈이라고 욕을 했다. 카시안은 조금 움찔 거리는 듯 했지만 별말이 없었다.

 그 이야기가 그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까.

 클라이 맥스에 여자는 결국 또 남자를 배신하고 남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여자는 남자가 죽고나서 진정 나를 사랑해준 것은 당신이라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쯧쯧”

 카시안이 마침내 혀를 끌끌 찼다.

 마침내 느끼는 것이 있는 것인가. 토끼는 카시안을 보며 말했다.

 “뭐 느끼는 게 없느냐.”

 “무엇을?”

 토끼는 ‘저 호구가 딱 너란말이다!!’ 란 말이 입 주위에서 윙윙 맴돌았다.

 원래 호구는 자신이 호구인지 깨닫지 못하는 법이다. 그저 사랑이라고 여길 뿐이다.

 영화는 끝난 듯 하다가 에필로그가 다시 떴다. 한달 후 여자는 다른 남자를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만났다. 그리고 영화는 정말 끝이 났다.

 카시안과 토끼는 둘다 영화는 끝이 낫지만 결말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 호구를 위한 호구에 의한 영화 인듯했다.

 토끼는 들릴 듯 말 듯 한숨을 내쉬었다. 카시안을 보니 영화를 보는것도 별 효과가 없는듯했다.

 그저 영화속 이야기라 여길뿐인듯했다. 그럼 진짜 살아있는 실화를 들려주어 깨닫게 하는 수밖에.

 토끼는 조심스럽게 목을 가다듬었다. 카시안에게는 조금은 믿기 어렵고 꺼내기 어려운 말들을 할 참이다. 카시안이 그것을 믿든 아니든 그가 처한 처지를 깨닫고 달라 질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것이다.

 

 “카시안, 예전에 한 대상인에게 외동딸이 하나 있었어.”

 카시안은 토끼의 갑작스러운 진지한 말에 끊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왕자는 처음 본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지. 영원히 함께할 것을 약조하면서. 여자는 괄괄한 성격이었지만 나름 순수했어. 그 약속을 믿었어. 그 왕자가 백마탄 왕자로 알면서.

 하지만 그 후의 삶은 그리 순탄지않았어. 결혼하자마자 대상인이었던 아버지는 죽고 왕자는 왕이 된뒤 계속해서 돈을 요구했어.

 하나뿐인 외동딸이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았거든. 재정상태가 위험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지. 여자는 그의 동정심어린 눈빛과 말투에 곧이곧대로 믿고 막대한 돈을 수차례 주었지. 그런데 결말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

 “....”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여자를 마녀로 몰아 죽여. 그리고 그 이후에 8명의 부인을 더 맞이하지.. 여자는 후대에 승자의 기록대로 형편없고 돈만 많았던 왕비로 알려져.”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였다.

 “그것은 이칸 왕과 라벨라 왕비 얘기가 아니냐? 네가 어찌 그리 자세히 아는 것이냐..”

 카시안은 의아했다. 토끼가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는 것일까. 기억의 방에서 토끼에게 이칸왕에 대해서 짤막히 얘기해준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말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상한 건 토끼는 마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듯 말했다.

 토끼는 입을 오물거리며 조금 뜸을 들였다. 하지만 어조는 지극히 단호 했다.

 

 “내가 그 라벨라 왕비니깐.”

 “....”

 카시안이 말없이 토끼를 내려다 보았다. 앙증맞은 손과 발. 오늘따라 축처진 듯한 두귀. 분명 토끼의 몸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영혼이 들어있다. 그것도 6백년 전의 라벨라 왕비의 영혼이 말이다.

 *

 커다란 회의장에 의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몇백년을 회의장소로 쓰던 곳인 탓에 조금 낡은 감도 없지 않지만 웅장함은 그 어디에 비할바가 못되었다.

 의원들은 왕의 질의 질문에 만반의 대비를 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에 두어 번꼴로 열리는 왕과 함께하는 대회의는 그들에겐 제일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왕은 게으르고 능력 없는 자를 무엇보다도 싫어했다.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왕은 곧잘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었다.

 오른쪽은 해그부의원들이 자리했고 왼쪽에는 카타부의원들이 앉아있었다.

 카타부 의원들은 능력있고 대부분 젊었다. 그에 반해 원로원같은 해그부 의원들은 나이가 많았고 대부분 고리타분했다. 거기에서 그쳤으면 됐을텐데 그들은 곧잘 카시안왕에게 맞서곤 했다.

 하지만 카시안은 그들을 말로 죽여놓았다. 으름장을 놓거나 윽박지름이 아니다. 조리있고 위엄있는 말로 그들을 수그려 뜨렸다.

 그들은 그러고 잠시 입을 다물었지만 언젠가 카시안을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것이라며 이를 갈았다.

 카시안때부터 해그부는 급격히 위세가 약해졌다. 그가 즉위 즉시 해그부의 대부분 의원을 정계에서 몰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비리를 잡아서 싹다 감방에 쳐넣었다. 그 덕에 백 년 넘게 주요 당이었던 그들은 쥐죽은 듯이 살게 되었다.

 카시안은 능숙하게 회의장 중앙에 앉아 일처리를 해나갔다. 주요사안부터 시작해 회의는 2시간이 넘어갔다.

 카시안은 오랜 회의가 끝나고 지친몸으로 집무실로 돌아왔다. 오랜 회의로 힘들었다기 보다는 그의 머리를 맴도는 한 일때문이었다.

 의자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빠듯한 일정속에 잠시 접어둔 기억들을 펼쳤다.

 '토끼가 라벨라 왕비라..'

 토끼가 말을 하는것도 기이한 일이지만 사람의 영혼이 있는 것을 어찌 믿어야할까.

 환생, 빙의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토끼가 자신의 정체를 밝혔을 때 카시안은 어떤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거짓말이라고 치부하기엔 토끼의 태도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하지만 쉽게 믿을 수는없는 일이었다. 토끼에게 인간의 영혼이 있다니. 게다가 그속에 600년전의 라벨라 왕비의 영혼이 있단다.

 그 순간에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니 그것을 이해하려 그의 머릿속의 단서들을 조합해보았다.

 토끼의 말투는 애매했다. 토끼는 하대하는 말투를 썼었다. 대상인의 딸이었다가 하루아침에 왕비가 되었으니 말투는 어정쩡했을지도 모른다.

 카시안의 묵묵부답에 토끼는 그를 보았었다. 어쩐지 토끼의 눈빛이 그를 애처롭게 보는 듯 했다. 자그마한 흰 솜털 손을 그의 커다랗고 우직한 손위에 놓았다. 그리고 토끼는 말했었다.

 “나는 네가 말이다..후회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나처럼 너무 늦게 깨닫지 말면서..”

 그 말이 카시안의 머릿속을 오랫동안 맴돌았다. 오랜 세월을 건너온 왕비의 진심어린 충고였다.

 아마도 토끼는 기억의 방에서 자신의 모습을 깨달았을 것이다.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얼마나 미련스러웠는지 말이다.

 “난 그 이전의 삶을 마저 살지는 못했다. 난 이곳에 어떤 기이한 일로 먼미래로 오게 된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곳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그렇게 바보같이 살지 않을 것이다.”

 토끼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었다.

 카시안은 더욱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한 마음에 한동안 잘 피지 않았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의 입에서 뿌연 연기가 나와 허공으로 흩어졌다.

 토끼의 말대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감정인데도 조절이 되지 않았다. 사로니를 잊었다고 이제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사로니에게 익숙해진 몸과 마음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넌 날 절대 못잊어.-

 헤어질 때 그녀가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 덫이었고 올가미였다.

 '하지만 이젠 정말 끝내야겠지.'

 어쩐지 그의 다짐은 허공에서 곧 흩어져버릴 연기처럼 희미했다.

 *

 며칠이 지났다. 카시안은 평소처럼 토끼와 산책을 했다. 오붓이 산책을 즐기는 와중에 사로니가 방문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곧장 접대실로 향했다.

 다시 돌려 보낼까 싶었지만 카시안은 생각을 바꾸었다.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확실히 말할때가 되었다고 여겨서였다. 문 앞에서 토끼를 비서에게 넘긴 채 그는 방으로 들어갔다.

 토끼는 이젠의 품에서 멍하니 문만 바라보았다. 금방 나오다던 카시안은 몇분째 깜깜 무소식이다. 토끼를 안고 있던 비서는 목줄을 잡은채 바닥에 살포시 토끼를 내려놓았다. 이젠은 팔짱을 낀 채 벽에 살짝 기대었다.

 

 “휴”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강건한 분이시건만 유독 저 여자에게만 약해졌다. 카시안의 연애사를 쏙쏙 들이 알고 있는 이젠은 삼자의 입장에서 보니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전하도 참..왜 저렇게 못 끊어내시지. 나 같으면 그냥 이년아 꺼져라.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라 할 텐데”

 비서는 답답한 마음에 비속어까지 써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때 어디선가 낭랑하게 그의 말에 응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걸 바로 요새 말로 호구라고 한다며?”

 “맞아. 응?”

 무의식적으로 말에 대답하고 나서야 이젠은 흠칫거렸다. 이상했다. 분명 자신은 혼자 있는데. 이젠은 주위를 급히 두리번 거렸다. 복도엔 사람이라고 눈 씻고 봐도 없을 정도로 황량했다.

 

 그리고 나선 토끼를 내려다 보았다. 초롱초롱한 까만 눈망울을 빛내며 토끼는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소리가 들렸던 곳은 가까운 쪽이었다. 그리고 생물체라고는 지금 이 토끼밖에 없었다. 그럼 이토끼가 말을 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도 민망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토끼에게서 시선을 떼려는 찰나 다시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젠은 아나? 카시안이 왜 저리 갈피를 못 잡는지?”

 흠칫. 이젠은 또 두리번 거리다 토끼에게 시선이 멈추었다. 여전히 토끼는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건 확실히 잘못 들은게 아니었다. 게다가 정확히 자신의 이름도 부르지 않았나.

 이젠은 괜한 의심의 눈초리로 토끼를 빤히 쳐다보았다. 토끼도 눈을 부릅뜬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둘은 한동안 무언의 대화를 하는 듯 불꽃 튀는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토끼가 마침내 답답하다는 듯 버럭했다.

 “아냐고 묻지 않느냐!!”

 이젠은 지금 자신이 왕을 모시는 임무 수행중이라는 것도 잊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정확히 토끼가 입을 벌려 말을 했다.

 입에서 나온 것은 냐옹, 멍멍, 삐약삐약와 같은 동물의 소리가 아니라 확실히 인간의 언어였다. 그것도 호통치는 말이었다.

 “말...말을..토끼가..말..”

 비서가 어버버 거리며 동네 바보에 빙의하고 있을때 문이 열리더니 사로니가 먼저 나왔다.

 그리고는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카시안에게 ‘그럼 그때봐’ 라고 말했다. 사로니는 비서에게 가볍게 인사 후 사라졌다.

 

 비서는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하고 꾸벅 거리기만 했다. 아직 토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눈은 커지고 입은 크게 벌려진 채 있었다.

 이젠은 분명 인간이건만 제대로 된 인간의 언어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잠시 뒤 카시안이 토끼를 데리려 방을 나왔다. 카시안이 나오니 이젠은 옹알이 어투로 겨우 입을 떼었다.

 “저하..이걸 어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토끼가 말을..했..습니다.”

 이젠은 충격과 놀람 공포속에서 평소답지 않게 어설프게 보고를 했다. 하지만 카시안의 눈빛은 ‘그게 뭐?’ 라는 눈이었다.

 “몰랐느냐?”

 당연한 걸 몰랐느냐는 말투에 이젠은 당황했다.

 “네?”

 이젠은 자신도 모르게 반문을 해버렸다. 자신만 모른것인가. 궁내에 자기가 모르는 일이 있었던가.

 게다가 저하는 이런 기이하고 이상한 일을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을 모르고 있었냐는 듯 말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카시안이 한번 더 엄하게 말을 했다.

 “이것은 중대한 비밀이니 함부로 떠들고 다니지 말거라.”

 카시안은 그리고 나서 바닥에 앉아있는 토끼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리와 보거라”

 다정한 말투에 토끼가 폴짝뛰어 그의 품에 안겼다.

 “이젠에게 말을 했느냐.”

 “오냐.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와 버렸느니라.”

 이젠은 여전히 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있었다. 토끼가 또다시 말을 했다. 게다가 저하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화를 하고 있었다. 토끼는 아직 정신이 혼미한 이젠을 바라보았다.

 “이젠도 알건 알아야지요. 그렇지요? 그리고 이건 비밀입니다.”

 그러더니 토끼는 쉿거리며 손을 입에 대고는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응??”

 이젠이 토끼에게 카시안의 욕을 하고난 뒤 비밀이라며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고 쉿 했었다. 그것을 토끼가 그대로 따라했다. 게다가 토끼는 윙크까지 덧붙였다.

 잔망스런 토깽이였다.

 이젠을 복도에 망부석처럼 홀로 남겨두고 카시안과 토끼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토끼는 흥얼거리며 꼬리를 요망하게 위아래로 들썩였다.

 그런 토끼를 카시안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라벨라왕비의 영혼이 들었다고는 하나 그에겐 여전히 장난치기 좋아하는 철부지 토끼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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