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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왕만 없습니다.
작가 : 아마란스
작품등록일 : 2017.7.27

유리멘탈의 마왕이 성녀에게 욕을 한바가지 집어먹고 자살했습니다!
마왕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용사가 될 수 있을까요?

 
여치료사 (1)
작성일 : 17-07-27 20:55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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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죽는 건가...”

 여치료사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힘없이 말했다.

 이렇게 한데 누워만 있던 게 벌써 며칠 째인지 몰랐다. 시험 삼아 손가락을 움직여 봤지만 마비된 손에선 아직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다못해 곁에 놓아둔 약제사 가방만 집을 수 있어도 어떻게든 해보련만, 중독된 몸은 야속하게도 아주 조금도 움직여주지 않았다.

 하필 쓰러진 장소가 길에서 떨어진 공터라 지나는 행인의 도움을 받을 길도 요원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멀뚱멀뚱 눈을 뜨고 지나는 구름이나 쳐다보는 것뿐.

 그래도 땅을 보고 쓰러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적어도 구름은 볼 수 있었잖아.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봤지만 그다지 위로는 되지 않았다.

 전 그라시아 대륙의 관심을 하나로 집중시켰던 일대 대사건, 마왕강림.

 산골마을에서 약초나 캐던 일개 치료사에게도 마왕토벌은 큰일이었다.

 군대가 조직되면 반드시 따라다니는 것이 세가지 있었으니, 하나는 상인, 하나는 창녀,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바로 치료사였다. 그리고 그것은 여치료사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치료사는 군대가 소집됐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온갖 약재를 싸둔 등짐을 짊어지고 끙끙대며 봉사대에 자원했다. 집안의 가르침에 따라 한명이라도 많은 병자의 생명을 구하고자 직접 전장을 찾아간 것이었다.

 직접 경험한 전장은 듣던 것 이상의 지옥이었다.

 연이은 마왕군과의 전투에서 끊임없이 발생한 부상자의 수는 치료소의 수용능력을 아뜩히 초월했다. 천막안에 들지 못한 병자들은 햇빛만을 간신히 가리는 차양 아래서 끊임없이 신음했으며, 그마저도 자리가 모자라 한명 누울 자리에 두세명을 눕혀야만 했다.

 그것이 무척 양호한 상태였다는 사실은 고작 며칠 뒤, 비축해둔 물자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밝혀졌다.

 피고름에 쩐 붕대를 빨아서 다시 말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여치료사는 온통 붉게 물든 물을 내다버리며 자꾸 터져나오는 오열을 꾹꾹 눌러 참아야만했다.

 썩어가는 팔다리를 마취제도 없이 잘라내는 일은 다반사였고, 가망이 없는 중상자들은 차양 밑도 아니라 그냥 바닥에 눕혀져 죽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하루에도 몇수레씩 나가는 시체들을 보며 여치료사는 얼마나 눈물을 삼켰는지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용사들의 목이 마왕의 손에 의해 떨어질 무렵엔, 치료소에서는 더 이상 비명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치료소를 찾았던 수많은 병자들 중 생명을 구한 것은 아직 약재가 충분했던 초반에 들어왔던 몇몇 뿐이었고, 그 이외엔 어이없게도 간단한 상처오염을 이겨내지 못하고 죄다 저세상으로 가버린 것이었다.

 패잔병의 무리에 섞여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여치료사는 두 번 다시는 이런 무력함을 격지 않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다짐했다.

 좀 더 획기적이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을 찾아, 비싼 치료소를 찾을 능력이 안되는 가난한 이들에게도 치료의 손길을 뻗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것을 목표로 삼고, 여치료사는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오만 들풀을 다 뜯어 모으며 새 약재 탐색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들풀을 뜯어 연구를 하면 할수록 그녀가 알 수 있는 거라고는 기존의 약재분류법이 완전히 잘못되어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간모양을 한 꽃이라 간에 좋고, 담즙의 색깔을 띤 뿌리라 담에 좋고-.

 오래된 의학서적에는 아주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죄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하긴 조금만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애초에 간모양을 할수록 간에 좋다면 그냥 간을 먹으면 될일 아닌가.

 그런 식이면 애초에 사람이 아플 일도 없다. 머리를 다치면 생선머리라도 먹으면 낫고, 팔이 부러지면 원숭이 팔을 달여먹으면 나을 테니까 말이다.

 결국, 여치료사가 택한 길은 들플들을 일일이 수집해 하나하나 맛을 보고 그 맛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쓴맛이 나는 약재, 단맛이 나는 약재, 화한 맛이 나는 약재 등, 맛에 따라서 아주 기본적인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만큼은 얼추 들어맞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꼴이었다.

 오만 들풀을 다 뜯어먹어보는 동안 설사로 고생한 일도 있었고, 허열로 드러누운 경우도 다반사였지만 이렇게 전신이 마비되어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될줄은 몰랐다. 차라리 맹독이라 단숨에 죽으면 편하기라도 할 것을, 정신은 멀쩡한데 사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채 서서히 굶어죽어가다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다.

 처음 이틀은 혹시 이러고 있는 동안 승냥이라도 마주칠까봐 벌벌 떨었다.

 다음 이틀은 혹시나 찾아올지 모르는 구원의 손길을 바라며 목이 쉴 때까지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그 다음 이틀은 소리칠 기운마저 없어 그저 하늘의 구름만 바라보며 눈만을 꿈뻑였다.

 그리고 마침내 일주일째 저녁.

 맑게 보이던 시야가 점점 부옇게 흐려지는 것을 보고 여치료사는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로가 극에 달하면 시각, 촉각, 청각의 순으로 마비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망하다.

 조금이라도 많은 병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이런데서 이런 꼴로 죽게 되다니.

 다시 태어나면 들풀은 꼭 사람 많은 시장 한복판에서 먹어봐야지.

 

 쓸데없는 생각으로 죽음의 공포를 달래고 있을 그 무렵.

 

 자박 자박,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여치료사는 이미 그 소리를 이틀 전부터 듣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구원을 바라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청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순간, 시들어가는 감각기관을 강하게 자극하는 괴이한 비명소리가 울렸다.

 “하아아압아아으아앗?!”

 아무리 그래도 내가 저런 괴이한 환청을 지어낼 리가 없지.

 여치료사는 자꾸만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떠 소리가 난 방향을 살폈다. 건장한 남성이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을 끌어안고 바닥을 구른 것은 딱 그 무렵이었다.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구르던 남녀가 여치료사의 바로 곁에서 멈춘 직후.

 어째서인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아무 말도 없이 서로만을 응시하는 남녀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여치료사는 남성의 팔과 등에 온통 스친 자잘한 상처들을 눈여겨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안됩니다. 제대로 소독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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