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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24화. 해후, 또 다른 시작
작성일 : 17-07-27 09:53     조회 : 400     추천 : 1     분량 : 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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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

 

 축시(오전 1~3시)에 가까운 시각이었다.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다름 아닌 조원이었다.

 

 “옥봉아!”

 “나리, 이 시간에 어인 일로......”

 

 그가 불안한 눈빛으로 옥봉의 입을 막았다.

 

 “내 말 잘 듣거라. 당분간 전라도 외직으로 나가게 되었다. 나와 같이 갈 수 있겠느냐?”

 “나리, 저는......”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순이 말했던 수상쩍은 이들인 듯했다. 밖을 의식한 듯 그가 더욱 숨죽이며 말했다.

 

 “정국이 당쟁 때문에 소란스럽구나. 당분간 잠잠히 지내고 싶어 전하께 외직을 청했다. 너와 함께 멀리 가서 조용히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의 심신은 그 어느 때보다 지쳐보였다.

 

 “며칠 전부터 저희 집 주변에 수상한 자들이 돌아다니는 듯합니다. 혹시 나리와 관련 있는 일인지요?”

 “정국에서 날 염탐하는 자들인 거 같다.”

 “으악!”

 

 밖에서 정순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어둠을 가르고 와장창 그릇이 깨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정순아, 무슨 일이냐?”

 “아씨, 낯선 자들이......”

 “잠시 기다리거라.”

 

 조원이 그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옥봉의 대답을 구하듯 애타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갈 테니 며칠 생각해 보고 기별을 주거라. 닷새 후엔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그가 방 한켠의 쪽문으로 후다닥 빠져나갔다. 옥봉은 어리둥절했다. 누군가에게 쫒기는 그의 불안한 모습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아씨, 괜찮습니까?”

 “난 괜찮다. 아까는 어떤 자들이더냐?”

 “부엌에서 물을 가져오는데 젊은 장정 둘이 아씨 방문 앞에 서 있지 않습니까. 어두워서 상세히 보진 못했지만 인상이 좀 험악한 듯했습니다.”

 “그래, 너도 많이 놀랐겠구나.”

 “혹시 나리가 오셨었나요?”

 

 정순은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그녀가 들었다면 염탐하던 자들이 못 들었을 리 없었다.

 

 “네 짐작이 맞다. 어찌 알았느냐?”

 “방에서 나리의 음성이 간간이 들렸습니다. 무사히 빠져나가셨겠죠?”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당쟁이 점점 심해진다는 말은 들었지만 나리가 염탐의 대상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가 불길한 일에 휘말리게 되리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사리분별이 명확하고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어쩌실 겁니까?”

 

 정순의 눈길에 애틋함이 배어 있었다. 옥봉을 걱정하는 그녀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왔다.

 

 “무엇을 말이냐?”

 “나리와 함께 가시렵니까?”

 “정순이 네가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

 “두 번 다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겠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

 

 뜻하지 않은 조원의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를 믿는다던 윤씨의 얼굴과 조원의 다급한 얼굴이 교차했다.

 

 “눈물과 원망으로 얼룩진 생을 살게 된다면 잘못된 선택이 아닐는지요?”

 “그렇겠지.”

 

 정순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옥봉의 눈물과 원망을 지켜봐온 그녀였기에, 옥봉이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옥봉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신후에게 가는 길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걸까.

 

 ***

 

 “꼭 그래야겠어?”

 “오빠, 난......”

 “네 뜻대로 해.”

 “뭐?”

 

 의외의 반응에 주희는 적잖이 놀랐다.

 

 “네 인생이잖아. 알아서 잘 하겠지.”

 “무슨 뜻이야? 어떻게 해도 상관없단 말이야?”

 

 신후는 집중할 수 없었다. 요 며칠 입가를 맴도는 멜로디 때문이었다. 옥봉의 노트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가을 생각’에서 시작된 멜로디였다.

 

 “굳이 영국까지 가서 쉬고 싶은 거야? 공부를 핑계로?”

 “오빠, 영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 없어?”

 “뭐?”

 “거기서 음반도 내고 활동도 할 수 있잖아.”

 

 주희는 몇 가지 그림을 그려보았다. 두 사람은 함께 공부하며 추억을 쌓아간다, 신후가 영국에서 뮤지션으로 활동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싹틔운다...... 어느 그림도 신후가 쉽게 받아들을 것 같지 않았다.

 

 “주희야, 제발.”

 “알았어. 아직은 준비 단계니까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자.”

 

 주희는 준비해온 커피와 도시락을 내밀었다.

 

 “얼굴이 핼쑥해졌어. 잘 좀 챙겨먹어.”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오지 마. 스캔들도 있었는데 더 조심해야지.”

 

 정우가 부스스한 얼굴로 나타났다.

 

 “어, 이거 무슨 그림이지?”

 “죄송해요. 또 뵙네요.”

 “나야 주희씨 보면 좋죠.”

 

 신후가 그에게 눈짓을 했다. 정우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주희씨, 미안한데 우리 바로 작업 들어가야 해서.”

 “네, 또 뵐게요. 우리 오빠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신후는 기타를 잡았다.

 

 “스캔들도 난 마당에 주희씨 좀 한번 쳐다봐 주라. 예쁜 사람 불쌍하지도 않니?”

 “......”

 

 정우의 농담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근데 옥봉씬 어떻게 됐어? 돌아왔어?”

 “아직.”

 “아직? 올 거란 보장은 있구?”

 

 다시 오리라는 보장 따위는 없었다. 돌아오겠다는 그녀의 한마디 약속뿐이었다.

 

 “금방 오겠다고 했어.”

 “금방?”

 “좀 늦어지긴 했지만 꼭 올 거야.”

 “어떻게 믿어?”

 

 그녀에 대한 믿음에 이유란 게 있었던가. 그저 막연한 믿음에 불과하지만, 믿고 싶고 믿어야만 할 것 같았다. 믿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옥봉씨 돌아오면 우리 작업 팍팍 진행하자.”

 

 신후의 눈치를 살피던 정우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가을이랑 겨울에 걸친 앨범 분위기 어때?”

 “엥? 늦가을이나 초겨울은 좀 애매하지 않을까?”

 “한번 해보고 싶어. 생각 좀 해봐줘.”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가을을 향하고 있을까. 어쩌면 겨울이 올 때까지 그녀를 기다리게 될지 모른다.

 

 “너 옥봉씨 좋아하지?”

 “......”

 “에이구. 주희도 곧 눈치 채겠다.”

 “왜?”

 “얼굴에 티가 너무 많이 나.”

 

 ***

 

 “이런 모습으로 기록돼 있구나.”

 

 신영은 도서관에서 발견한 고서들을 이리저리 뒤적였다. 옥봉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모호한 것들뿐이었다.

 

 “선배, 너무 아깝지 않아? 재능에 비해 평가가 너무 덜 됐어.”

 “허난설헌이나 황진이 같은 여류 시인에 비하면 그런 편이지.”

 

 『그녀의 용모나 멋스러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다만 윤국형이 상주의 관사에서 그녀를 만나 느낀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추측해볼 뿐이다. 그녀는 한가하게 부채질을 하면서 시를 읊고 있었다......』

 

 “이건 아닌데.”

 “뭐가?”

 “한가하게 부채질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알아? 실제론 얼마나 단아하고 예쁜데.”

 “실제로 본 사람처럼 말한다.”

 

 선배가 무심히 내뱉은 말에 신영은 아차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요즘엔 이옥봉 연구자들이 늘고 있으니까 조만간 결과물이 많아질 거야. 재평가도 될 거구.”

 “그럴까?”

 “누가 보면 네 논문 주제가 허난설헌이 아니라 이옥봉인 줄 알겠다.”

 “선배, 지금 와서 주제 바꾸는 건 너무 무모한가?”

 “인생이 고달파진다고 봐야지.”

 

 옥봉에 대한 그리움은 신영 역시 신후 못지않았다. 금방 돌아오겠다던 그녀는 한 달이 가도록 소식이 없었다.

 

 조선에 잠시 다녀오겠다던 그녀는 신영에게 뜻하지 않은 말을 했었다.

 

 “제 마지막 모습이 왜 그래야 했는지 꼭 알고 싶어요. 그리고......”

 “그리고 뭐?”

 “신후에 대한 제 마음도 알고 싶어요.”

 “신후?”

 

 옥봉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두 입술을 앙다물었다.

 

 “갈팡질팡한 마음이 신후한테 가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요.”

 

 신영은 놀랐다. 신후에 대한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구나.”

 “신후한텐 비밀로 해줄 거죠?”

 “그, 그럼.”

 “내 마음을 확실히 알고 나면 신후한테 고백할 용기가 생길 거 같아요. 자신은 없지만 솔직해지고 싶어요.”

 

 그녀가 조선의 여인이 맞던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자 하는 옥봉의 모습은 수동적인 옛 여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무슨 생각해?”

 

 신영이 떨어뜨린 책을 주우며 선배가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내일까지 번역해오는 거 알지? 더 늦어지면 교수님 진짜 화내실 거야.”

 “오늘도 밤 새야겠네.”

 

 밤을 새워서라도 번역을 끝내야했다. 옥봉이 틈틈이 맡아 해주던 번역이 새삼스레 커다란 짐이 되었다.

 

 집에 오는 길에 신영은 편의점에 들렀다. 밤새 먹을 김밥과 음료수, 맥주와 커피가 필요했다. 옥봉이 유일하게 좋아하던 식혜가 눈에 띄었다. 망설이던 그녀는 식혜 음료수 한 캔을 집어 들었다.

 

 ‘곧 올 테니까.’

 

 신영은 식혜 세 캔을 더 집었다. 한 개는 어쩐지 아쉬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조 가방을 엎고 말았다. 번역 자료며 갖가지 복사물, 노트북, 외장하드, 하드커버 교재, 옥편과 우리말 용어사전...... 우르르 쏟아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겨 넣다가 편의점 봉지마저 떨어뜨렸다.

 

 ‘오늘따라 왜 이러지. 정신 좀 차리자!’

 

 편의점에서 산 물건들까지 보조 가방에 구겨 넣었다. 엘리베이터가 구 층에 멈춰 섰다. 팽팽해진 보조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어정쩡하게 걸음을 옮겼다. 무거워진 가방 때문에 허리를 펼 수 없었다. 도어락을 향해 뻗은 그녀의 손을 누군가 살포시 거머쥐었다.

 

 “누, 누구세요?”

 

 천정의 전등이 일정 간격으로 깜빡였다. 가방이 후두둑 아래로 미끄러졌다.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익숙한 얼굴이 그녀 앞에 서있었다.

 

 “옥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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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27 11:20
 
읽는 독자도 반가운 해후네요. 그까짓 허명 뿐인 양반 버리고 신후에게로 오잖고.... 역사에 기록된 옥봉은 너무 안타깝던데.... 다음 회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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