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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방랑자들(Wanderers)
작가 : 나그네쥐J
작품등록일 : 2016.8.22

(마크 트웨인 '왕자와 거지' 원작)외모 뿐만이 아니라 나이와 생일도 똑같은 잉글랜드의 두 소년. 하지만 한 명은 매일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왕궁 탈출 시도를 하는 사고뭉치 왕자로, 다른 한 명은 왕자가 되어보는 것이 소원인 거지 소년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은 요크에서 서로를 만나게 되고 옷을 바꿔입게 되는데...3개월 동안 그들에게 벌어질 일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은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될까?

 
1. 두 소년
작성일 : 16-08-22 18:50     조회 : 692     추천 : 0     분량 : 7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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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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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의 햄튼 코트 궁전의 어느 복도.

 

 이번에 왕자의 고전 스승으로 새로 부임한 젊은 청년, 제스 마이어는 두꺼운 책을 가득 안고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전쟁터라도 나가는 듯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며 커다란 창문을 청소하고 있던 하녀들이 근처에서 쑥덕거렸다.

 

 “저 사람이 이번에 왕자님의 새로운 고전 스승 제스 마이어 공이야.”

 

 “아, 그 젊은 나이에 전 세계의 고전 3000여 권을 섭렵하셨다는 그 분?”

 

 “맞아, 참 대단하지?”

 

 “그렇긴 한데 그러면 뭐해…….상대는 왕자님이시잖아. 얼마 못 가 또 바뀔걸?”

 

 ‘나도 지금 그게 걱정이다…….’

 

 하녀들의 대화를 우연치 않게 들은 제스 마이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평소에 서재에만 틀어박혀 사는 그일지라도 자신이 가르치게 될 왕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모를 리가 없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궁뿐만이 아니라 민간에까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올해 12살이 된 잉글랜드의 어린 웨일스공(영국에서 왕세자에게 전통적으로 주어지는 작위, Prince of Wales) 4원소 내에서 능력을 지니게 되는 다른 왕족들과 달리 1km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을 볼 수 있는 투시 능력과 아직은 미약하지만 자신의 몸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개화(開花)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밀크 브라운 머리카락에 눈처럼 새하얀 피부, 오렌지 빛이 영롱한 눈동자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단 한 번이라도 그를 본 사람은 이렇게 아름다운 소년은 처음 본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은 왕궁이 지겹고 왕이 되기 싫다며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매일 수업 도중에 도망치고 궁을 탈출하려 하는 사고뭉치 왕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를 가르치다가 해고당하거나 사퇴한 스승들만 벌써 30명이 넘는데, 제스 마이어는 그 점 때문에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이 사고뭉치 왕자를 잘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하며 한참 동안 복도를 걷다가 어느 방문 앞에 섰다.

 

 그가 방문 앞에 당도하자 문 주변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들은 그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문지기들이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왔고, 시종일관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라 마치 토끼처럼 동그랗게 눈을 떴다.

 

 그건 바로 사고뭉치 왕자가 소문과는 달리 너무나도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 고전 책을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얼어붙어 있자 왕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번에 새로 오신 고전 스승님, 제스 마이어 공이 맞으십니까?”

 

 그는 왕자의 인사에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했다.

 

 “아, 네! 네! 제, 제가 바로 이번에 새로 온 고전 스승 제스 마이어입니다! 근, 근데 혹시 왕자님이 맞으신지요?”

 

 “네, 제가 바로 왕자입니다만?”

 

 “그렇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왕자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제스 마이어 공.”

 

 ‘뭐지? 소문과는 전혀 다른데? 저 차분하고 미소가 아름다우신 분이 사고뭉치 왕자라고?’

 

 제스 마이어는 속으로 혼란을 느끼며 독서대 앞으로 다가가 들고 온 책들을 옆에다 내려놓았다. 독서대 한편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흰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아, 제가 말을 안 했군요. 제 새로운 고전 스승님이 되신 기념으로 주는 선물입니다.”

 

 그러면서 왕자가 눈웃음을 짓자 제스 마이어의 가슴 속에서 감동의 물결이 휘몰아쳤다.

 

 ‘저리 마음이 따뜻하실 줄이야! 소문은 틀린 거였어! 저런 왕자님이 사고뭉치는 무슨! 완전 성군이 되실 분이잖아! 성군이!’

 

 “감사합니다…왕자님.”

 

 “그 꽃은 향기가 좋은 꽃으로 유명한데 한번 맡아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제스 마이어는 왕자의 말에 꽃을 코앞에 가까이 대고서 향기를 맡아봤다. 은은하면서도 시원한 향기가 콧속을 가득 채웠다. 뭔가 머리가 맑아지면서도 온 몸이 편안해지는 향기였다.

 

 “정말 좋은 향기입니다…….정말 좋은 향……”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지더니 곧 그의 몸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가 쓰러지자 눈웃음을 짓던 왕자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대신 냉정하게 그를 비웃는 왕자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뭐야? 너무 쉽게 속잖아? 뭐, 나야 좋지만.”

 

 읽고 있던 고전 책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왕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꺼운 커튼을 걷고는 미리 잠금 장치를 풀어두었던 창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려 ‘이카로스의 깃털’이라고 불리는 새하얀 깃털을 들고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외우자 등 뒤가 반짝이더니 곧 커다란 날개가 돋았다. 창문에서 뛰어내린 그는 하늘을 거침없이 날아다니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을 본 왕궁의 많은 이들은 왕자가 또 왕궁을 탈출하려고 한다며 소리쳤고 어떤 이들은 강의실의 문을 열고 바닥에 쓰러진 채 깊이 잠든 제스 마이어의 상태를 확인하고 깨우기 위해 애를 썼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장 내려오라는 경비병들의 고함과 싫다면서 빽빽 소리 지르는 왕자의 고함이 서로 오고 갔다.

 

 왕궁의 성벽이 가까워질수록 날아가는 속도를 점점 더 높이면서 왕자는 이제야 자신이 왕궁을 탈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탈출의 순간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왔는가! 왕자의 가슴 속이 설렘으로 가득 차면서 두 눈이 햇빛을 받아 더욱 더 반짝였다.

 

 이제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가까이 가면……!

 

 “으악!”

 

 그러나 어느 순간에 뭔가에 가로막힌 듯 허공에 세게 부딪친 왕자는 그 반동으로 세게 튕겨져 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마를 세게 박은 고통이 밀려와 왕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이건 분명히 실드가 분명하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왕궁 내에서 단 한 사람 밖에 없을 터, 왕자는 씩씩대며 뒤를 돌아보고는 소리쳤다.

 

 “바셀론 삼촌! 또 삼촌이시죠?!”

 

 그러자 옥상에서 여유롭게 누우며 망원경으로 왕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 금발의 청년은 들고 있던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근처에 있던 마법의 소라고둥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 그가 소라고둥에 대고 말하자 먼 거리에서도 또렷하게 들려올 정도로 소리가 증폭되었다.

 

 “네, 전하. 바로 저랍니다.”

 

 “치사하게시리……!”

 

 “전 그저 제가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전하, 1시간 내내 거기 있을 작정은 아니시죠? 어차피 왕궁 탈출은 글렀는데 말입니다.”

 

 ‘이카로스의 깃털’의 효력이 1시간 밖에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소리였다. 게다가 저 실드는 실드를 만든 당사자나 실드를 깨뜨릴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 절대로 깨뜨릴 수 없었다.

 

 왕자는 죽어도 내려오기 싫지만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동시에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분해서 씩씩거렸다. 한참을 씩씩거리다 왕자가 지상으로 내려오자 경비병들은 기다렸다는 듯 왕자를 붙잡고 궁 안으로 끌고 갔다.

 

 왕자는 끌려가는 내내 고개를 하늘 위로 치켜들며 자신의 탈출을 실패로 만든 원망스러운 삼촌을 노려보았다.

 

 정작 그 삼촌은 왕자가 노려보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망원경과 소라고둥을 챙긴 뒤 궁 안으로 들어갔지만 말이다.

 

 

 대대적인 정책에 대해 서로 논의하느라 국왕과 대신들의 말소리로 가득 찬 회의장,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흐름을 깨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곧 왕자와 바셀론 공작이 찾아왔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라하라.”

 

 국왕의 명령에 문지기들이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두 명의 경비병들이 붙잡고 있는 왕자와 바셀론을 들여보냈다. 대신들은 그들을 보자마자 얼굴을 일그러뜨린 국왕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에스테반……또 너인 것이냐?”

 

 “…….”

 

 국왕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 묻자 왕자는 얼굴을 찡그린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왕자를 생각의자에 앉히고 반성문을 쓰게 하라, 다 쓰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리를 벗어나게 하지 말도록.”

 

 국왕은 고개를 돌렸다.

 

 “감시는 바셀론, 네가 하거라.”

 

 “알겠습니다, 폐하.”

 

 “이제 둘은 나가보시오, 회의를 마저 진행하도록 하지.”

 

 경비병들과 바셀론이 국왕에게 가볍게 목례하고서 밖으로 나가자 수심이 가득했던 국왕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의 냉정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들이 회의실에서 나온 후, 복도를 청소하고 있던 하녀들이 모두 생각의자로 끌려가는 왕자를 쳐다보면서 저들끼리 쑥덕거렸다.

 

 “또 실패할 줄 알았어.”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폐하 밑에서 어떻게 저런 자식이 태어났는지 참 궁금해.”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니까? 한 나라의 왕자로 호위호식하면서 사는데 왜 왕궁을 못 빠져나가서 안달이냐고.”

 

 “나 같으면 신에게 매일 감사하면서 살겠다!”

 

 ‘지들이 뭘 안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왕자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중얼거렸다.

 

 “짜증나….”

 

 

 한편, 잉글랜드 북부의 도시 요크의 빈민가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는 레온 아스트리아 네르딘이라는 가난하지만 마음 착하고 젊은 신부가 아이들에게 채점이 끝난 수학 시험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시험지를 받은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 달랐는데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미소 지었고 어떤 아이들은 결과가 너무 참혹하게 나와서 울상이었다.

 

 “야! 나 하나 맞았다!”

 

 “하나 맞은 거 가지고 유세는, 난 하나도 안 맞았어!”

 

 “하하, 미친놈들! 너희는 그게 지금 자랑이냐!”

 

 또 가끔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낮은 점수를 자랑인 듯 떠벌리고 다니며 아이들의 비웃음을 샀다.

 

 “다들 조용, 너무 소란스럽구나. 제리, 나오렴.”

 

 “네.”

 

 신부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 숙연해졌고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소년은-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목 뒤의 작은 점을 제외하면-브로메 왕자와 똑같이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다 맞았더구나.”

 

 제리가 신부에게서 시험지를 받으며 칭찬을 듣자 다른 아이들은 일제히 부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제리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이번 시험에서 다 맞은 사람은 사탕을 준다고 한 거 다들 기억하지?”

 

 신부가 준비해둔 사탕 바구니를 들고 오며 말했다. 사탕 바구니 안에는 초콜릿, 마시멜로우, 안에 과일이 잘려 들어간 젤리, 생강 맛 사탕, 미니 초코칩 쿠키 등 여러 가지 종류의 간식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러자 남자 아이들은 제리에게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거나 입모양으로 “사랑해, 제리.”라고 말하는 등 사탕을 나눠먹고 싶어서 아부를 떨었다.

 

 여자 아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보였지만 내심 제리가 자신과 사탕을 나눠먹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음…저 사탕은 필요 없고요…”

 

 제리는 수줍어하며 머리를 긁적였고 신부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한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대신 왕자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안 되나요?”

 

 그의 대답이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또 그 놈의 왕자님 이야기!”

 

 “벌써 스무 번째야! 지겹지도 않냐? 응?”

 

 하지만 제리는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부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뭐, 그건 받는 사람 마음대로니까. 제리는 브로메 왕자님을 정말 좋아하나 보구나.”

 

 신부는 사탕바구니를 다른 쪽으로 치워두고 다정하게 말했다.

 

 “네, 전 언젠가 왕자님을 꼭 만나 뵙고 싶어요.”

 

 신부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제리의 두 눈동자가 오렌지 빛으로 반짝였다.

 

 “꼭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마. 만약 왕자님을 만나면 꼭 모두에게 그 말해줘야 해? 알겠니? 자, 그럼 시작할게. 왕자님께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집사와 300명의 귀족들과 시종들이……”

 

 다른 아이들이 따분한 표정을 짓는 반면, 제리는 벌써 스무 번이나 듣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두 눈을 빛내며 그 이야기에 집중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푸른 하늘은 어느새 노을빛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재빠르게 집으로 향했고 제리도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다고 생각하며 교회를 나섰다.

 

 “제리!”

 

 “네?”

 

 교회 밖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제리는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건 다름 아닌 신부였다. 그는 교회 문 앞에서 두꺼운 책을 든 채 서 있었다.

 

 “이거, 전에 네가 읽어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니?”

 

 신부가 그렇게 말하며 내민 책은 바로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였다. 전부터 수업 도중 혼잣말로 보고 싶다고 중얼거린 책이었다.

 

 “이거 지금 저 주시는 거예요?”

 

 “그래, 네가 항상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적도 우수해서 주는 선물이란다.”

 

 “감, 감사합니다! 신부님!”

 

 제리는 신부가 내민 책을 받고 진심으로 감동했다.

 

 “네가 기뻐하니 다행이구나. 잘 가렴, 제리. 다음에 보자구나.”

 

 “네, 신부님!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봬요!”

 

 신부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제리는 받은 책을 두 손으로 꼭 끌어안고 기분 좋게 들뜬 발걸음으로 거리를 뛰어갔다.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한 제리는 막상 집 앞에 도착하자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는 잠시 고민을 거듭한 후 문을 열었다.

 

 빛이라고는 낡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밖에 없는 어두운 집-사실 집이라기보다는 방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지만 말이다-안에는 술에 취한 채 비틀거리는 한 사내가 문 앞에서 서 있었다.

 

 붉게 충혈 된 그의 눈동자에는 화가 잔뜩 어려 있었고 동시에 역겨운 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제리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제리의 멱살을 붙잡고 집 안으로 끌고 온 다음 쾅 소리를 내며 문을 세게 닫았다.

 

 사내는 제리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소리쳤다.

 

 “야! 이 망할 놈아! 돈 좀 벌라고 보내놨더니 대체 어딜 싸돌아다니다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제리가 몸을 일으켜 세워 대답하기도 전에 사내는 그의 주변에 던져진 책을 보고는 눈을 치켜떴다.

 

 “뭐야? 이 쓸모 없는 책은…”

 

 “이 새끼가 또 그 미친 신부 나부랭이한테 갔구만!”

 

 그러자 제리는 잔뜩 화를 내며 소리쳤다.

 

 “신부님은 미치지 않았어요! 저 같은 아이한테도 공부를 가르치시는 좋으신 분이라고요!”

 

 “시끄러! 이 망할 놈아!”

 

 사내는 제리의 뺨을 때린 후 그가 쓰러지자 사정없이 발로 차기 시작했다. 가엾은 제리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고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쓸모 없는 놈! 한심한 놈! 네까짓 게 공부는 무슨 공부야!”

 

 제리는 고통스러움에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을 이를 꽉 물고 간신히 참아냈다.

 

 “네 놈 낳다 죽어버린 네 어미보다도 못한 놈! 너도 네 어미처럼 뒈져버려라!”

 

 제리는 눈물로 얼굴을 적시며 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동안 제리에게 매몰찬 발길질을 가한 뒤, 사내는 제 풀에 지쳐 잔뜩 씩씩 거리고는 빈 술병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사내의 모습이 사라지자 제리는 온 몸을 부들거리며 간신히 일어나 고개를 들었다.

 

 작고 낡은 창문을 통해 노을빛 하늘에 지고 있는 태양이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태양의 눈부심에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태양이 반짝이는 노을 빛 하늘을 보니 어두운 곳에서 아버지에게 맞기나 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고 생각되자 그의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문득 오늘 신부님이 자신에게 들려줬던 왕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과 나이도, 생일도, 심지어 그를 한 번 봤던 신부님의 말에 따르면 외모까지도 똑같지만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왕자…….

 

 매일 아침 부드러운 실크로 만든 잠옷을 입은 채 고급스러운 침대에서 일어나면 집사를 비롯한 300명의 귀족들과 시종들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혀주고 기다란 식탁에서 은으로 된 식기와 스푼, 포크, 나이프로 진수성찬을 맛보고…….

 

 만약 자신이 왕자와 같은 삶을 살게 된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일 것 같고 그 어떤 근심이나 걱정 없이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매일 돈을 벌어오는 대신에 공부를 한다고 해서 욕을 먹고 발로 차일 일도, 아버지의 역겨운 술 냄새를 맡을 일도, 성난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면 혼자 외롭게 집안에 있을 일도 더 이상은 없겠지.

 

 “단 한번이라도 왕자님으로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물론 기적이라도 일어나 자비로운 신께서 자신에게 그런 기회를 주신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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