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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10화 인연 혹은 악연
작성일 : 17-07-26 21:31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5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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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아주 귀중한 물건을 찾아주었으니, 답례를 해야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카이가 기련에게 내민 것은 작은 인형이었다.

 

 “답례 같은 건 필요없습니다. 사례를 받고자 한 일이 아니니까요.”

 

 기련은 딱 잘라 말했다. 카이는 뻘쭘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서는 것이 더 민망한 일이었다.

 

 “만든 사람의 성의라는 게 있는데 한번 봐주기라도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려도 좋습니다.”

 

 그 말에 기련이 비로소 카이가 들고 온 인형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거울을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한 인형이었다.

 

 ‘내가 여태 인형이나 좋아할 어린 아이로 보이나?’

 

 카이의 말이 이어졌다.

 

 “인형을 좋아할 나이는 지났으리라 생각은 했습니다만, 내 고향 비잔티움에서는 이 타나그라의 인형이 제법 인기가 있었습니다. 일종의 기념품 같은 거라고 할까요.”

 

 기련의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한편으론 서역의 기념품이라는 말에 조금 흥미가 생긴 기련은 그제서야 인형을 받아들어 가까이 들여다 보았다. 함양에서는 본 적이 없는 모양의 인형이었다.

 

 ‘비잔티움? 타나그라? 도통 처음 들어보는 말들 뿐이네.’

 

 기련은 사내의 입에서 나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 낯설었다. 그런데 그 낯선 느낌이 기련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걸 서역에서 만들어 팔았다구요? 그쪽이 직접?”

 “그렇습니다. 제가 조각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서요.”

 

 기련은 카이가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인형만 쳐다보며 말했다.

 

 “서역의 여인들은 이렇게 생겼나보네. 아름다워라. 직접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서역의 여인이라고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요. 함양에 와보니 이곳에 아름다운 여인이 많더군요.”

 

 기련은 그제서야 카이의 얼굴을 바로 쳐다보았다.

 

 ‘뭐야? 이 느끼한 아부성 말투는?’

 

 긴장을 했는지 카이의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제서야 카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 기련은 카이의 긴장한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왜, 웃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제 얼굴을 보고 웃었잖습니까. 지금.”

 “몹시 더워 보이시길래.”

 

 기련의 말에 카이는 얼굴에 손부채를 하며 헛기침을 해댔다. 기련은 카이가 동전에 새겨져 있던 서역 남자처럼 오똑한 콧날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련을 보며 카이는 생각했다. 지난 장터에서 기련을 만났던 일을. 동전을 훔친 소년을 놓아주라 당차게 말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법치보다 덕치가 더 중요함을 말하는 진나라 처녀라니. 하물며 진시황제의 엄한 규율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가. 카이는 기련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쿠처에게 듣기로 여인의 이름은 장기련이라고 했다. 기련을 만난 후로 카이는 매일 틈날 때 마다 나무로 만든 외형에 점토를 채워 넣는 일에 열중했다. 테라코타 인형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카이를 볼 때 마다 쿠처가 빙긋이 웃으며 지나갔다.

 

 기련의 곁에서 내내 이 광경을 구경만 하고 있던 설이가 나섰다.

 

 “아가씨, 그만 들어가시지요?”

 “그래. 들어가자. 답례는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안녕히 돌아가세요.”

 

 기련이 돌아서려 하자 카이가 황급히 막아섰다.

 

 “저, 잠깐만요. 이게 끝입니까?”

 “네?”

 “이렇게 들어가 버리시는 건가 해서요.”

 “제게 용무가 더 남으셨나요?”

 

 ‘용무라...’

 

 기련의 냉랭한 말투에 말문이 막힌 카이는 다음 말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용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용무가 더 남으셨나요?”

 

 옆에 서있던 설이가 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 거리기 시작했다. 기련이 설이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제서야 기련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카이가 긴장을 풀며 말했다.

 

 “지난 번 일로 저에 대한 감정이 아직 풀리지 않으신 거로군요?”

 “감정이랄 것까지야 있나요. 그쪽은 동전을 찾았고 저는 소년의 벌을 면하게 했으니 양쪽 다 원하는 바를 얻은 것이죠. 그럼 된 것 아니겠습니까.”

 “뒷끝이 꽤 기십니다. 그 일을 아직까지 품고 계셨습니까?”

 “뒷끝은 제가 아니라 그쪽이 긴 것 같은데요 그 일로 제 집까지 찾아 오셨으니 말입니다.”

 

 말로는 기련을 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진짜 용무를 말씀 드리지요. 내 이름은 카이라고 합니다. 서역의 비잔티움이라는 곳에서 왔고 함양의 대토목공사 중에서 황릉 병사용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는 함양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고 그쪽은 서역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신 듯 하니 조만간 다시 만나 서로 이야기나 나누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기련은 카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렇게 대놓고 들이대고, 면전에 두고 만나자 청하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대개는 담장 너머로 몰래 훔쳐보거나 좀 있는 집 사내들은 아버지를 통해 연통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역 남자들은 다 그렇습니까?”

 “예? 무엇을 말입니까?”

 “이렇게 대놓고... 아닙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가십시오.”

 

 기련은 등을 돌려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뒤에서 카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니, 저기, 좋다, 싫다 말씀을 해주셔야지요?”

 

 참으로 희한한 사내였다. 농이라 하기엔 진지해 보였고, 진심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움이 없이 뻔뻔했다. 기련은 황당했지만 카이에게 받은 타나그라의 인형은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기련의 모습이 사라지고 대문이 닫히는 것을 보면서 카이는 웃고 있었다.

 

 ***

 

 “황제께서 복통을 자주 호소하신다구요? 직접 여기까지 오실 정도면 심하신 겁니까? 자세히 말씀을 해 보십시오.”

 

 약재실로 든 청부인이 환관 조고에게 채근하듯 물었다. 그러나 정작 환관 조고는 좀 전과는 다르게 다급한 기색이라고는 없어 보였다.

 

 “황제께 부소 태자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순간 청부인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지금 황제의 복통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물론이지요. 황제의 병증이야 황궁의 의원보다 청부인께서 더 잘 알고 계시니 알아서 약을 더 조제해 주시지요.”

 “황제의 복통을 치료할 약을 타러 오신 게 아닌게로군요.”

 

 환관 조고는 약재실의 약초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날 황궁에 다녀가신 후로 황제께서 복통과 심신미약을 호소하시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내내 생각해 보아도 그날 황제폐하와 나누신 대화 중에 황제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태자 부소에 관한 말씀 뿐인지라...”

 “태자 부소의 이름 조차 입에 올리지 마라. 환관이 이제 이 사람의 입까지 통제를 하실 요량이시오?”

 

 청부인이 환관 조고를 쏘아보았다. 그런 청부인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환관 조고는 이어 말했다.

 

 “환관의 처지로서 어찌 황제의 은혜를 받고 계신 부인께 통제라니요. 사람은 누구나 ‘처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환관으로서의 처지, 청부인은 청부인으로서의 처지 말입니다.”

 

 환관 조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비로소 청부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광산 사업으로는 성에 차지 않으십니까? 황제의 그 많은 은혜에도 만족이란 게 없으신 듯 하니 말입니다. 어찌 함양 땅에 발을 디디십니까 그래.”

 

 청부인은 노여움을 간신히 참고 서 있었다. 환관 조고의 말이 이어졌다.

 

 “처지란 곧 선을 지킴을 뜻합니다. 그동안 제가 청부인을 존중해왔던 것은 그나마 청부인께서 자신의 처지에 맞게 그 ‘선’을 지키신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하궁전 일까지 넘보시다니요, 황제께 태자 부소를 언급하시다니요.”

 

 환관 조고가 청부인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청부인이 말했다.

 

 “‘처지’라 하셨습니까. ‘선’을 지키라 하셨습니까. 환관께서는 지금 그 ‘선’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환관이 황제의 은혜를 받는 나에게 이렇듯 겁박을 해도 괜찮다 여기십니까?”

 

 갑자기 환관 조고가 웃음을 터뜨렸다.

 

 “겁박이라 느끼셨습니까? 아니 이런, 이 정도를 겁박이라 느끼시다니,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그 많은 시가의 가업을 물려받아 독야청청 권세를 누려오신 청부인께서 일개 환관 나부랭이에게 겁박을 당하시다니요. 함양땅 개들이 모두 웃겠습니다.”

 

 비웃듯 말하던 환관 조고가 웃음기를 싹 거두며 이어 말했다.

 

 “황제의 은혜라 하셨습니까? 압니다. 알고말구요. 그래서 이 정도까지 참는 것입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당신을 이렇게 오래도록 황제 곁에 머물게 두지는 않았을 것이외다. 기억해두시오. 나는 황제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해야 하는 사람이오. 아시겠소?”

 

 청부인을 노려보던 시선을 거두며 환관 조고가 한번 더 강조하듯 말했다.

 

 “선을 지키시오. 선을. 황제께 더는 가까이 가지 마시오.”

 

 환관 조고가 문을 나서고 청부인은 그 자리에 선 채로 분을 삭혀야 했다.

 

 ‘진작에 황제 곁을 떠나야 했다. 아니, 처음부터 황제 가장 가까이에 있었어야 했다.’

 

 청부인은 환관 조고가 기련에게 관심을 보이던 일이 마음에 걸렸다. 여인의 육감이었다. 청부인은 오랜 경험으로 환관 조고의 일거수일투족이 황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내내 암살의 위협을 받는 진시황이 가장 신뢰하는 이가 환관조고다. 잔병이 많은 황제의 몸상태를 살뜰히 챙기는 것도 환관조고다. 황제가 황비를 맞는 일도 거의 대부분 환관조고가 추진해 이루어졌다.

 

 오랜 세월 황제와 자신의 관계의 걸림돌이 환관조고임을 청부인은 모르지 않는다. 진즉에 청부인을 황비로 맞으려 했던 진시황을 청부인이 과부라는 이유로 만류한 이가 환관 조고였다. 그런 환관 조고가 이제껏 황제의 곁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도 청부인은 잘 알고 있었다.

 

 황제는 청부인을 황비의 신분으로 궁에서 살도록 하려 했지만 청부인은 황궁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황제가 유독 청부인을 아끼는 마음을 알게 된 황비들의 질투심을 청부인도 모르지 않았고 시기와 암투로 점철된 황궁생활을 청부인은 견딜 자신이 없었다. 청부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가업을 잇고 황제의 건강을 살피는 일 만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 여겼다. 황후나 황비의 자리를 탐내는 것이 황제와 더욱 멀어지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청부인은 알고 있었다. 황궁은 그런 곳이었다. 그 황궁의 중심에 환관조고가 있었다.

 

 환관조고가 충신인지 간신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누구보다 진시황을 잘 알고 최선을 다해 보필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했기에 청부인은 황제에게 감히 환관조고를 멀리하라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환관조고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할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환관조고가 기련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본 청부인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껏 없던 마음이었다.

 

 청부인은 황제를 찾아가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황제를 만나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환관조고가 천거하는 여인은 싫다고 하시라 말씀이라도 드릴 것인가? 그것은 이제껏 황제의 여인들이 해오던 시기와 질투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청부인은 자신과 황제를 이어주던 순백의 믿음에 그 어떤 것도 끼워 넣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오랜 세월 자신을 믿고 마음을 내어준 황제를 향한 신뢰이자 사랑하는 이를 연모하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청부인은 자신이 너무 앞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그저 기우일 뿐이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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